믿고 보는 애니메이션 제작사 픽사가 만든 <메이의 새빨간 비밀>이 디즈니 플러스에서 서비스되고 있다. 극장 개봉을 하지 않고 디즈니 플러스로 3월 11일에 바로 공개됐다. 극장 개봉을 하지 않았다고 재미가 없다는 편견은 잠시 넣어두자. 감정이 격해지면 레서판다로 변하는 메이(로잘리 치앙)의 아슬아슬한 학교생활은 어린 관객부터 성인 관객까지 모두가 만족스럽게 볼 수 있는 재미를 선사한다. <메이의 새빨간 비밀>을 볼 예정인 사람들이 보면 관람의 재미를 더해줄 비하인드 몇 가지를 소개한다.
2000년대 캐나다 토론토
<메이의 새빨간 비밀>은 캐나다 토론토를 배경으로 한 작품이다. 시대 배경도 중요하다. 2000년대, 지금으로부터 약 20여 년 전 시절을 일어난 일을 담았다. 먼저 2000년대라는 시간 설정은 밀레니얼 세대들에게 어린 시절의 추억을 떠올리게 하기에 충분하다. 예를 들면 메이가 다니는 중학교의 벽걸이 전화기, 구식 컴퓨터, CD 플레이어, 휴대용 비디오 게임, 폴더폰(!) 등이 등장한다. 또 메이와 친구들이 열광하는 보이밴드 ‘4타운’ 역시 2000년대 추억을 자극하는 요소다. 4타운은 1990년대의 인기그룹 엔 싱크(N Sync)와 백스트리트 보이즈(Backstreet Boys)를 연상케 하는 비주얼과 추억의 감성이 담긴 음악들을 선보인다. 빌리 아일리시와 오빠 피니어스가 4타운의 음악 3곡을 모두 작곡했다. 도미 시 감독은 “’4타운’은 내가 학창 시절에 푹 빠졌었던 2PM과 빅뱅 등의 K-POP 아이돌을 모델로 했다”라고 밝혔다. 캐나다라는 공간적 특성은 미국 배경의 픽사 작품과는 차별점을 만든다. 캐나다 영어로 쓰인 표지판, 봉투와 우유 등 디테일한 소품들 또한 캐나다라는 배경을 살리기 위한 섬세한 노력이 더해졌다. 메이가 학교 음악실에 있을 때 보이는 음표는 캐나다 국가 ‘오 캐나다(’Oh Canada)의 실제 음표이기도 하다. 이러한 디테일을 찾아내는 건 <메이의 새빨간 비밀>를 관람하는 또 다른 즐거움이다.
캐릭터별의 개성을 표현한 색깔
<메이의 새빨간 비밀> 제작진은 각 캐릭터별로 다른 색상 팔레트를 이용했다. 주인공 메이와 그의 친구인 미리엄(아바 모르스), 프리아(마이 트레이 라마크리슈난), 애비(박혜인)는 각각 다른 색상으로 표현됐다. 먼저 메이는 빨간색을 사용했다. 단숨에 눈에 띄는 옷과 모자 색깔을 모두 빨간색 계통으로 사용했다. 레서판다로 변했을 때 볼 수 있는 붉은색과 어울리는 선택이다. 미리엄은 노랑과 초록, 프리아는 황토색, 애비는 라벤더 등으로 캐릭터를 구분하고 그들의 성격을 연상할 수 있도록 했다. 특정한 색상 팔레트뿐만 아니라 이들을 개성을 돋보이게 하기 위한 독특한 특징도 더했다. 미리엄의 경우 교정기를 최대한 뽐내고, 프리아는 극 중에서 단 한 번도 눈꺼풀을 끝까지 올리지 않는 등 차분하고 냉정한 표정을 지을 수 있도록 세심한 신경을 썼다. 애비는 행복할 때도 분노한 눈썹을 가지고 있어 변덕스럽지만 강렬한 성격을 강조하도록 해 다양성을 주고자 했다. 참고로 애비는 한국계 캐나다인이다. 메이가 격한 감정에 휩쓸릴 때마다 레서판다의 붉은 털이 튀어나오는 것과 비슷하게 애비는 깜짝 놀랄 때마다 한국어가 튀어나온다. 애비의 한국어는 매우 자연스러운데 픽사의 스토리보드 아티스트인 박혜인 씨가 목소리 연기를 했다. 그는 <소울>에 등장하는 “내 바지 어디 갔어?”라는 대사의 주인공이다.
도미 시 감독의 추억
<메이의 새빨간 비밀>에는 연출을 맡은 도미 시 감독의 추억도 담겨 있다. 메이의 엄마 밍(산드라 오)의 자동차 대시보드에 달린 사슴 장식품은 실제 도미 시 감독의 아버지 차량 대시보드에 있던 장식품과 유사하다. 이뿐만 아니라 메이와 친구들이 다니는 중학교를 디자인하기 위해 도미 시 감독이 다녔던 학교의 청사진을 활용, 토론토의 학교 배치에 대한 영감을 얻었다. 이외에도 중학교에 걸려 있는 손으로 그린 포스터는 마치 중학생들이 그린 것처럼 보이게 하기 위해 애니메이터들이 직접 글자를 거꾸로 쓰거나 펜을 잡는 방식을 바꿔 적용하는 등 남다른 노력이 더해진 것으로 알려져 눈길을 사로잡는다. 도미 시 감독은 2018년 빈 둥지 증후군을 앓고 있는 중년 여성의 이야기를 담은 단편 애니메이션 <바오>를 선보이며 애니메이션 감독으로서 역량을 인정받았다. <바오>는 제91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단편 애니메이션 작품상을 수상했다. <메이의 새빨간 비밀>은 도미 시 감독이 처음 선보이는 장편 애니메이션이다. 그는 “착한 딸이 되는 것과 엉망진창인 진짜 자신을 포용하는 것 사이에서 고민하는 10대 소녀의 갈등을 탐구하고 싶었다”라며 연출 의도를 밝혔다.
픽사의 이스터 에그
픽사 애니메이션의 팬들은 잘 알고 있겠지만 픽사는 자신들의 작품에 이스터 에그(Easter Egg)를 숨겨 두는 걸로 유명하다. <메이의 새빨간 비밀>도 마찬가지다. <메이의 새빨간 비밀>에서 찾을 수 있는 이스터 에그 몇 가지를 소개한다. 영화를 관람하면서 발견하는 기쁨을 누려보길 바란다. 먼저, 미리엄의 스케이트보드에는 <버즈 라이트이어> 스티커가 붙어 있다. <버즈 라이트이어>는 <토이 스토리>의 캐릭터인 버즈가 아니라 미국의 우주비행사인 실제 인물의 이야기를 다룬다. 여름 개봉 예정이다. 메이의 일기장에는 픽사의 단편 애니메이션 <토끼굴> 스티커가 있다. <소울>과 함께 공개된 작품이다. <니모를 찾아서>와 관련된 소품도 <메이의 새빨간 비밀>에서 찾을 수 있다. 앞서 설명한 것처럼 스티커인데 눈 깜빡할 사이에 지나가기 때문에 찾기가 좀 어려울 수 있겠다. 메이와 친구들이 4타운 공연을 가기 위한 계획을 세우는 화장실 장면에서 볼 수 있다. 그밖에 <코코>가 연상되는 종이 장식이나 <트와일라잇>이 연상되는 <나이트폴>이라는 이름의 책이 소품으로 등장한다. 또 <몬스터 주식회사 3D>, <온워드: 단 하루의 기적>, <루카>, 도미 시 감독의 단편 <바오>의 흔적도 있다. 그리고 픽사 이스터 에그라면 결코 빠질 수 없는 플래닛 피자 트럭과 픽사 볼, A133이라는 문구도 <메이의 새빨간 비밀>에 숨어 있다. 진짜 눈을 크게 뜨고 찾아야 볼 수 있으니 이런 이스터 에그를 모두 찾으려면 고도의 집중력이 필요하다. 특히 픽사 볼을 찾기는 엄청 어렵다. 아주 작고 순식간에 지나간다. 힌트는 수영장이다.
씨네플레이 신두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