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아카데미 시상식 남우조연상 시상자로 무대에 선 윤여정.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의 최대 복병은 <코다>였다. 27일(현지시각), 로스앤젤레스 돌비 극장에서 열린 제94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코다>가 작품상을 수상했다. 코다(CODA, Children Of Deaf Adults)는 농인 부모로부터 태어난 아이를 의미한다. 영화 <코다>는 농인 부부 사이에서 태어나 가족과 세상을 연결하는 소녀의 이야기를 담았다. 애플 TV 플러스에서 스트리밍 된 영화 <코다>는 아카데미 작품상을 수상한 최초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영화로 기록됐다. <코다>의 작품상 수상부터 이날 아카데미 시상식은 다양한 볼거리로 가득했다. 지난해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수상한 배우 윤여정은 남우조연상 시상자로 나섰다. 남우주연상은 <코다>의 트로이 코처에게 돌아갔고, 윤여정은 수어로 트로이 코처를 호명해 감동의 순간을 함께했다. 또한 트로이 코처가 수화로 소감을 전할 수 있게 트로피를 들어주며 배려의 모습을 보였다. 특히 윌 스미스는 장편 다큐멘터리 시상자로 등장한 크리스 록이 무례한 농담을 던지자 무대에 올라 크리스 록을 가격하는 소동이 벌어지기도. 음향상·촬영상·시각효과상·음악상·편집상·미술상 등을 싹쓸이 한 최대 수상작 <듄>부터 애플TV 플러스 최초로 오스카 작품상을 거머쥔 <코다>까지. 화제가 된 제94회 아카데미 시상식의 수상작과 수상자들을 정리했다.


작품상 <코다>

<코다>

올해 오스카 작품상의 주인공은 넷플릭스의 <파워 오브 도그>도,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의 <드라이브 마이 카>도 아니었다. 애플TV 플러스 <코다>는 유력 후보였던 <파워 오브 도그>를 제치며 아카데미 작품상을 받은 첫 OTT 영화가 됐다. 최근 <코다>는 미국 프로듀서 조합의 최우수 작품상과 미국 배우 조합의 최고상인 앙상블상, 그리고 미국 작가 조합의 각색상까지 석권하며 세계 영화계의 파란을 일으켰다. 특히 미국 프로듀서, 배우, 작가 조합은 수상작 선정에서 아카데미상을 주관하는 미국 영화예술과학 아카데미(AMPAS)와 유사성이 높기 때문에, 다른 시상식들보다 훨씬 더 높은 확률로 오스카 수상과 일치하고 있어 ‘미리 보는 오스카’로 불린다. <코다>가 미국 프로듀서, 배우, 작가 조합상을 모두 석권하며 어느 정도 오스카 수상이 점쳐진 셈이다. 제작진은 “<코다>라는 영화로 역사를 새로 쓰게 해 주셔서 감사하다”며 “사랑에 대한 영화, 가족에 대한 이 영화를 이 시기에 이렇게 조명해주셔서 감사하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그러면서 “애플TV 플러스에도 고맙다. 처음부터 너무 멋진 파트너였고 이 영화를 세계 모든 곳에서 보여줄 수 있게 해 줬다”라고 밝혔다. <코다>는 청각 장애인 부모에게서 태어난 소녀 루비(에밀리아 존스)가 어느 여름날, 우연히 노래와 사랑에 빠지면서 꿈을 향해 달리는 감동 가득한 뮤직 드라마다. 2014년에 나온 프랑스 영화 <미라클 벨리에>가 원작이다.


남우주연상 <킹 리차드> 윌 스미스

윌 스미스가 영화 <킹 리차드>로 배우 인생 최초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다. 윌 스미스는 <알리>, <행복을 찾아서>에 이어 세 번째 지명에서 마침내 첫 수상의 영예를 안게 됐다. 윌 스미스가 주연을 맡은 영화 <킹 리차드>는 세계 최강 테니스 제왕 윌리엄스 자매를 키워낸 아버지 리차드 윌리엄스를 다룬 실화 영화다. 윌 스미스는 실존 인물을 미화시키지 않고 입체적인 연기로 리차드 윌리엄스를 그려내 인생 최고의 연기를 선보였다. 이날 남우주연상 수상에 앞서 윌 스미스가 장편 다큐멘터리상을 시상하러 나온 크리스 록의 얼굴을 가격하는 장면이 중계됐는데, 크리스 록이 윌 스미스의 아내의 삭발한 모습을 두고 “제이다, <지 아이 제인 2>에 출연하면 되겠다”라고 발언한 것이 문제가 됐다. 제이다 핀캣 스미스는 2018년 탈모증을 앓고 있다고 병력을 밝힌 바 있다. 윌 스미스는 남우주연상 수상 후 “우리는 사랑 때문에 미친 짓들을 많이 하게 된다”라며 “아카데미 그리고 오늘 여기 모든 동료, 후보 분들께 사과의 말씀을 드리고 싶다. 내가 우는 것은 내가 상을 받았기 때문이 아니다. 내가 우는 것은 영화에 참여한 다른 동료들에게 영광을 돌릴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 모든 동료 배우들, 그리고 현장 스태프분들, 윌리엄스 가족 모든 분들께 너무 감사하다. 내년에도 아카데미가 절 불러주면 좋겠다”라고 소감을 마무리했다.


여우주연상 <타미 페이의 눈> 제시카 차스테인

<타미 페이의 눈>

아카데미 시상식의 여우주연상은 <타미 페이의 눈> 제시카 차스테인에게 돌아갔다. <로스트 도터>의 올리비아 콜먼, <페러렐 마더스> 페넬로페 크루즈, <리카르도 가족으로 산다는 것> 니콜 키드먼, <스펜서> 크리스틴 스튜어트가 제시카 차스테인과 경합을 펼쳤다. 영화 <타미 페이의 눈>은 1970년대 미국에서 전도사이자 엔터테이너로 활동하며 인기와 명성을 쌓은 타미 페이 배커와 짐 배커 부부의 실화를 그린다. 제시카 차스테인은 앤드류 가필드와 부부로 호흡을 맞췄다. 제시카 차스테인은 4시간 동안 특수 보철물을 얼굴에 붙이며 실제로 타미 페이 배커와 최대한 닮아 보이도록 파격적인 외모 변신을 감행했고, 놀라운 열연을 펼치며 평단의 극찬을 받았다. 제시카 차스테인의 수상은 <헬프>, <제로 다크 서티>로 여우조연상 후보에 오른 세 번째 도전 만이다. 제시카 차스테인은 “마이클 쇼 월터 감독은 창의성, 사랑 그리고 용기를 마음껏 실현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줬다”고도 수상 소감을 전하며, “함께 연기한 앤드류 가필드 사랑한다”며 “제 안의 최고를 끌어내 주셔서 감사하다”라고 밝혔다. 또한 “영화는 우리 있는 모습 그대로 인정받고 사랑받고 싶은 마음을 알아준다 생각한다. 혹시나 고립을 느끼고 있는 이가 있다면 이 영화를 통해 당신은 무조건 사랑받을 가치, 정체성 그대로 사랑받을 가치가 있다고 전하고 싶다”라고 덧붙였다. <타이 페이의 눈>은 오는 30일(수) 디즈니 플러스를 통해 공개된다.


남우조연상 <코다> 트로이 코처

<코다> 트로이 코처

뮤직 드라마 <코다>의 트로이 코처가 청각 장애인 남성 최초로 제94회 아카데미 시상식 남우조연상을 수상했다. 트로이 코처는 <코다>에서 아빠 프랭크 역을 연기했고,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 미국 배우조합상, 크리틱스 초이스 어워즈에서 남우조연상 트로피를 전부 품에 안으며 역사상 최초로 트리플 크라운 수상을 기록한 농인 배우로 등극했다. 트로이 코처는 수어를 통해 “내가 여기에 있는 것을 믿을 수가 없다. 이 자리에 있을 수 있어서 감사하다”라며 “<코다>가 전 세계에서 사랑 받고 백악관까지 가게 됐다”라고 말했다. 트로이 코처는 감독 션 헤이더에게 감사를 표현하며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이 말하기를 감독의 최고의 능력은 커뮤니케이션이라고 했는데 숀 헤이더가 그랬다. 당신은 우리를 연결하는 다리였다”라고 말했고, 가족에게도 감사를 전하며 감동 어린 소감을 덧붙였다.


여우조연상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아리아나 드보스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아리아나 드보스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은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의 아리아나 드보스에게 돌아갔다.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는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첫 뮤지컬 연출작이다. 아리아나 드보스는 <로스트 도터>의 제시 버클리, <벨파스트>의 주디 덴치, <파워 오브 도그>의 커스틴 던스트, <킹 리차드>의 안저뉴 엘리스를 제치고 오스카상을 거머쥐었다. 흑인 여자배우로는 역대 9번째 수상이다. 드보스는 “믿어지지 않는 일이 벌어졌다”며 “미국에선 아메리칸 드림이 정말 실현된다”는 수상 소감을 밝혔다.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에서 아메리칸 드림을 위해 푸에르토리코에서 미국으로 건너온 아니타 역을 연기했다. 1962년 열린 제34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1961)에 출연한 리타 모레노가 같은 역으로 여우조연상을 수상한 바 있다.


감독상 <파워 오브 도그> 제인 캠피온

<파워 오브 도그>

제인 캠피온 감독의 <파워 오브 도그>는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을 비롯해 가장 많은 후보에 오른 작품이다. 넷플릭스 영화 최초로 오스카 작품상 수상이 점쳐졌으나, <파워 오브 도그>는 감독상 부문을 수상하며 아쉬움을 달랬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 아카데미 감독상도 여성 수상자가 탄생했다. 여성이 감독상을 수상한 것은 오스카 역사상 세 번째다. 2008년 <허트 로커>로 캐서린 비글로우 감독이, 지난해는 <노매드랜드>로 클로이 자오 감독이 감독상을 수상했다. 제인 캠피온 감독은 “다른 후보들 모두 사랑하고 영광을 돌리고 싶다. 다들 유능하기 때문에 나 말고 누구라도 수상했을 거다. 나는 연출하는 것을 너무 사랑한다. 스토리에 깊이 빠질 수 있고 어떤 세상을 구현해내는 것이 때문이다. 쉽지는 않다. 하지만 많이 배웠다. <파워 오브 도그>에서 많은 배우들, 친구들과 함께 작업했다”라며 수상 소감을 밝혔다. <파워 오브 도그> 제인 캠피온은 작품상을 두고 <벨파스트> 케네스 브래너, <드라이브 마이 카> 하마구치 류스케, <리코리쉬 피자> 폴 토마스 앤더슨,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스티븐 스필버그와 경쟁했다. <파워 오브 도그>는 1920년대 미국 서부 몬태나주 목장을 배경으로 하는 심리 스릴러 영화다.


제94회 아카데미 시상식 주요 수상자(작) 명단

작품상 <코다>

감독상 제인 캠피온(파워 오브 도그)

남우조연상 트로이 코처(코다)

여우조연상 아리아나 데보스(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국제장편영화상 <드라이브 마이 카>

각색상 <코다>

각본상 <벨파스트>

시각효과상 <듄>

미술상 <듄>

음악상 <듄>

촬영상 <듄>

음향상 <듄>

편집상 <듄>

의상상 <크루엘라>

분장상 <타미 페이의 눈>

주제가상 <007 노 타임 투 다이>

단편영화상 <더 롱 굿바이>

장편애니메이션상 <엔칸토: 마법의 세계>

단편애니메이션상 <더 윈드실드 와이퍼>

장편다큐멘터리상 <소울, 영혼, 그리고 여름>

단편다큐멘터리상 <더 퀸 오브 바스켓볼>


씨네플레이 봉은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