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U(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 전체 작품을 통틀어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시리즈만큼 우여곡절이 많았던 타이틀도 없을 것이다. 시작은 제임스 건의 트위터(이렇게 또 퍼거슨이 1승을 올린다)였고, 디즈니가 2018년 7월 감독직에서 그를 해임하면서 사건은 일파만파로 번지기 시작했다. 배우들은 감독직 해임을 공식적으로 반대하는 성명을 냈고 한동안 논의를 해 보겠다는 말 이외에는 별다른 입장 표명이 없었던 마블 스튜디오 대신, 워너브라더스가 <수어사이드 스쿼드>의 리런치 작품인 <더 수어사이드 스쿼드>의 감독직에 제임스 건을 기용했다. 이후 제임스 건은 거의 2년만인 2019년 3월 시리즈의 세 번째 작품에 재임용되기에 이른다. 그리고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Vol.03>은 지난해 말인 2021년 11월에 드디어 촬영에 돌입하였으며, 지난달 8일에 공식적인 촬영 종료 소식을 전했다.
심플하게만 정리해도 사건이 한두개가 아닌 이 사건의 핵심은 제임스 건이 감독직에서 경질당한 것과, 이에 반해 배우진들 거의 모두가 그의 복귀 없이는 다음 시리즈에 출연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점이었다.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팀의 메인 캐릭터인 스타로드 역 배우 크리스 프랫을 비롯해 MCU 배우들 다수가 그를 지지했다. 팬덤의 반응은 찬반양론이 공존하기는 했으나, 제임스 건이 사건 이후 빠르게 사과문을 올리며 과거의 사건에 대한 잘못을 인정한 점과 더불어 <더 수어사이드 스쿼드>가 기대만큼은 아니었다 하더라도 호평을 받은 것 역시 그의 재임용에 나름의 영향을 주었을지도 모르겠다.
여전히 반대 의견을 표명하는 사람들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디즈니와 마블 스튜디오 입장에서도 영화의 얼굴인 배우들 다수가 이 결정을 극렬히 반대했다는 점, MCU 내에서도 꽤 큰 성공을 거두었던 시리즈인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의 메가폰을 쥐어 줄 차기 감독으로 별다른 대안이 없었다는 점도 꽤 큰 이유로 작용했다.
MCU의 세계를 확장한 팀 무비
이 시리즈의 서막이자 최초의 기폭제였던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는 MCU 내에서 그다지 높은 기대를 받고 있는 작품은 아니었다. 어벤져스라는 지구 중심의 팀업-데미갓 토르와 로키가 끼어 있기는 하지만 어쨌든 뉴욕을 메인으로 하는 팀이었으니-이 주요 테마였던 기존의 MCU를 코스믹 유니버스, 즉 더 넓은 우주로 확장시키는 작품으로서는 꽤나 유의미한 일이었으나 같은 이유로 기존 캐릭터가 등장하지 않는 데다가 처음부터 개개인의 히어로가 아닌 팀을 내세운다는 게 그다지 가능성 있어 보이지 않았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틈틈이 배치된 B급 유머와 적재적소에서 흘러나오는 올드팝 OST는 물론이고 지구가 아닌 더 큰 우주를 배경으로 하는 '더 새로운' 이야기, 그리고 인피니티 스톤에 대한 구체적인 제시 및 전개 등으로 흥행 성공은 물론이고 평론가들에게도 좋은 평가를 얻어내는 데 성공했다.
당시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1편이 세운 성과는 2014년 기준으로 MCU 작품 중 역대 3위의 흥행 성적을 거뒀다. 국내에서 그다지 흥행하지 못한 덕분에 한국 관객들 사이에서는 다소 갑론을박도 있었지만 전세계 흥행수익 7억 달러 이상을 올리며 속편을 확정지었고, 스타로드와 욘두의 기묘한 부자관계를 다루었던 2편 역시 전편보다 좋은 성과를 내며 흥행에 성공했다.
아마도 이 시리즈의 가장 큰 장점은, 여러 캐릭터가 동시에 등장하는 팀 무비의 장점이자 단점이 될 수 있는 요소를 잘 활용한다는 부분일 것이다. 스타로드와 가모라의 다소 전쟁같은 연애는 물론이고 욘두와의 미묘하고도 진정성 있는 관계성, 우연히 팀으로 활동하게 되었지만 서로를 생각하는 로켓 라쿤과 그루트 그리고 영 딱딱하기만 한 것 같았지만 은근한 매력이 있는 드랙스, 그리고 차갑지만 누구보다도 따뜻한 캐릭터일지 모를 네뷸라까지 다양한 캐릭터들의 특징과 성향이 잘 살아 있으며 스토리 내에서 나름의 역할을 각자 훌륭하게 해낸다.
기존의 히어로무비와는 다소 다른 해석, 유머러스한 요소들(호불호가 있고 이따금 논란도 있지만)을 배치하는 능력, 팀업 무비임에도 개별 캐릭터의 매력이 가려지지 않는 세심함을 가능하게 한 주체가 제임스 건이라는 데에 많은 사람들이 동의했기에 그가 복귀할 수 있었던 게 아닐까 싶은데. 어쨌든 이들은 팀으로서도 캐릭터로서도 유의미한 위치에 도달했으며 MCU 인피니티 사가의 최종장이자 하이라이트였던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에서도 각자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데 성공했고, 이제 영화는 전쟁 이후 많은 것이 바뀐 이들의 새로운 이야기에 초점을 맞춘다.
우여곡절 끝 3편은 무엇을 보여줄까
장장 6년만에 돌아오는 시리즈의 세 번째 작품인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Vol.03>은 제임스 건 감독이 직접 쓴 각본(전작도 동일했다)에 대한 호평 소식과 함께 감독 본인의 자신감, 배우들의 긍정적 반응과 더불어 많은 팬들의 기대감을 상승시키고 있다. 제임스 건이 직접 언급한 바에 따르면 토르 시리즈의 네 번째 작품 <토르: 러브 앤 썬더> 이후 시점을 다룰 예정이라고 하며, 다소 아쉬운 이야기일 수는 있으나 팀 구성원에 결원이 생기거나 변경이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생각해 보면 인피니티 워 이후 '블립'을 거치면서 각각의 캐릭터들이 파란만장한 일을 겪었고, 특히 가모라의 경우에는 더더욱 그렇다. MCU의 메인 유니버스에 있는 현재의 가모라는 우리가 알던 그 가모라가 아닌 상태인데, 타노스가 소울 스톤을 얻기 위해 눈물을 흘리면서 가모라를 절벽 아래로 밀어 버렸기 때문이다. 타노스에게 양가적인 감정을 갖고 있던 가모라로서도 타노스까지 그럴 줄은 몰랐겠으나 결국 가모라는 스스로를 희생해 소울 스톤을 넘겨준 셈이 되어 버리고 말았던 것이다. 덕분에 가모라를 사랑했던 스타로드가 폭주해 버렸고 인피니티 워는 엔드게임으로 이어진다. 이후 엔드게임에서 가모라가 등장하기는 했으나 이 가모라는 2014년 기준의 가모라로, 스타로드가 누구인지조차 모르기 때문에 반가워하는 스타로드를 가차없이 응징했다.
정리하면 현재의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는, 엔드게임 이후 '가모라를 찾으러 가겠다'고는 했지만 가모라를 찾는다 하더라도 그들이 서로를 잡아넣으려 틈만 나면 칼을 겨누기까지 하던 중 신뢰 있는 팀(물론 다른 팀처럼 그런 순수한 신뢰는 아니라고 하더라도)으로 거듭나기까지의 과정을 전혀 모르는 상태이기 때문에 이전과 동일하게 활동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여기에 로켓 라쿤과의 인연(강렬한 싸다구...)을 기반으로 토르가 합류할 여지가 커 보이는 상황.
공개된 정보에 의하면 지금까지 크게 다루어진 바는 없는 '로켓 라쿤'의 과거가 등장할 예정이며, 소멸된 잔다르에 대한 이야기와 더불어 이전 두 편과는 달리 다소 무겁고 진중한 분위기로 전개될 것이라고 한다. 다소 가볍고 유쾌한 느낌이 강했던 전작과는 달리 무게감이 생기는 이유는 여러 가지겠지만, 제임스 건 감독이 3편을 끝으로 DC 유니버스의 주축이 될 예정이라는 점과 더불어 '드랙스' 역의 데이브 바티스타가 역할 은퇴 의향을 밝힌 점 때문에 더 그렇다. 즉 팀이 또다른 이야기를 이어나가기 위해서는 새로운 감독이 필요하고, 또한 기존 캐릭터들을 새로운 이야기로 편입시킬 수 있는 어떤 강렬한 코드가 필요해진 셈이다.
팀이 아닌 개인, 가오갤의 스핀오프
사실 생각할수록 아쉬움을 지우기 어렵다. 시리즈의 마지막 작품이라고 생각하니 더더욱 그런데, 각각의 캐릭터들이 꽤나 매력 넘치는 탓이다. 지금까지 디테일이 잘 풀린 캐릭터는 대체로 가모라와 스타로드, 그리고 네뷸라 정도일 것이고 이외의 캐릭터들의 경우 영화 속에서 구체적인 전개로 다루어진 적은 없었다. 개중 로켓 라쿤의 경우에는 실험체로 이용당했던 일에 대해 간략히 말한 적이 있을 뿐 그에 관해 심경을 토로한다거나 일련의 일들을 영상으로 보여주지는 않았다.
매력있는 캐릭터가 다수 등장함에도 불구하고 이런저런 사건들로 인해 디즈니 플러스가 본격적으로 시작되고 조명되는 기간에도 이들 캐릭터나 팀을 기반으로 한 스핀오프격인 작품들이 구체화되지는 못했다는 점은 상당히 아쉬운 부분이다. 올해 12월에 <토르: 러브 앤 썬더>와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Vol.03>을 잇는 가교 역할을 할(하지만 왠지 그냥 개그일 가능성도 높다는 생각이 든다) 작품인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홀리데이 스페셜>이 디즈니 플러스를 통해 공개 예정이기는 하나, 아무래도 캐릭터 하나하나에 대한 서사가 아쉽다는 점은 여전히 남아 있다.
개인적으로는 원작에서 로켓 라쿤의 기원이라고 할 수 있는 '하프월드'에서의 이야기가 별도의 시리즈로 다루어지면 어떨까 싶은데, 현재 MCU에는 로켓처럼 지능이 뛰어나고 인간의 언어도 자유롭게 구사하는(사실 로켓은 그냥 뛰어난 수준이 아니긴 하다...토니 스타크에게 지구 수준의 천재라고 놀릴 수 있는 로켓) 동물들은 등장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나마 3편에서 원작 코믹스 기준으로 로켓의 여자친구였던 릴라가 등장할 가능성이 있다고는 해 관련된 이야기가 풀릴 수도 있다는 생각은 들지만 꽤 흥미로워 보이는 건 사실이다. 뭐, CG 공수야 엄청나겠지만서도 베이브 그루트 버전으로 애니메이션을 제작해 8월 공개 예정인 <아이 엠 그루트>처럼 기획한다면 나름 재미있지 않을까.
<아이 엠 그루트>는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시리즈의 인기에 힘입어 디즈니 플러스에서 기획한 애니메이션으로, 1편에서 장렬한 최후를 맞이했으나 소형 화분을 거쳐 유소년기를 두루 보여주며 질풍 노도의 시기까지 고스란히 보여준 그루트의 과도기적 유년기(…!)를 다룰 예정이다. 로켓 라쿤이 귀여운 듯 도무지 귀엽지 않은 아저씨스러운 매력이라면, 그루트는 나무껍질이 이리도 귀여울 수 있다는 것을 전세계에 두루 알려준(!) 캐릭터로서 어쩌면 애니메이션에 딱 어울리는 소재이기도 하기에 꽤 흥미로운 작업일 것이다. 대사도 ‘아이 엠 그루트’ 뿐인 이 캐릭터가 어떤 식으로 그려질지도 기대해 볼 만한데, 8월 10일 디즈니 플러스를 통해 공개될 예정이니 그루트의 유년기를 즐기면서 본편을 기다리면 될 듯하다.
돌이켜 보면 이래저래 인기가 있을 수밖에 없는 시리즈였다는 생각도 든다. 명장면 몇 가지는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날 정도인 데다가, 주요 캐릭터들이 남긴 인상적인 대사 역시 그렇다. 욘두가 '난 메리 포핀스다!'를 외칠 때 그 해맑은 미소라든지, 대공포를 뜯어서 어깨에 이고 쏘기 시작한 가모라의 괴력이라든지, 타노스의 부하들에 의해 속박당한 채로 기계 두뇌를 단층 분석 당하고 있었음에도 끝까지 비밀을 지켜내고자 했던 네뷸라의 의지라든지. 거기에 잊을 수 없는 시리즈 첫편의 도입부, <어벤져스:엔드게임>에서 재등장하기도 했던 스타로드의 막간 공연이라든지. 그리고 '위 아 그루트'를 외치던 그루트의 한없이 인자했던 바로 그 표정.
가모라는 살인 전과 12범이고 로켓 라쿤과 그루트, 스타로드는 노바에게 쫓기는 범죄자였으며 드랙스도 로난의 부하를 수십 명 학살한 전과가 있는 범죄자인 면은 마찬가지였으니 히어로 캐릭터의 이력이라기에는 지나치게 화려한 편이다. 생각해 보면 에고의 행성에서 어릴 때부터 살아 왔던 맨티스 말고는 다들 딱히 깨끗할 게 없는(....) 인간들인데, 덕분에 서로 말고는 어디에도 낄 수 없었을지도 모르겠다. 생각해 보면 정말 맨티스를 제외하면 수어사이드 스쿼드만큼이나 답이 없었을지도 모르겠다. 물론 이쪽은 지나치게 심각한 사이코도 없고 원해서 저지른 범죄도 아닌 경우가 있지만서도...
어쨌거나 이들은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다. 팀원 개개인의 능력이 다른 히어로들에 비해서 좀 떨어질지도 모른다. 뭐 캡틴 마블이나 아이언맨, 닥터 스트레인지 그리고 스칼렛 위치에 비하면 보잘것 없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런 상대적인 기준 따위는 중요하지 않을 것 같다. 로켓 라쿤이라면 입꼬리를 올리고 비웃었을지도 모른다. 전과자에, 적도 많고, 바람둥이에, 말도 잘 못 하고, 유머 감각도 좀 떨어진다 한들, 이들은 함께 있는 한 다함께 우주의 평화를 수호하는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니까.
프리랜서 에디터 희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