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은 2017년 처음 방영해 2021년 시즌 5로 마무리된 넷플릭스 스페인 오리지널 시리즈 <종이의 집>의 리메이크 작품이다. 한국판 제작이 확정되었을 때 <종이의 집>의 많은 팬들은 누가 어떤 역에 캐스팅이 될지부터 시작해 한국적 배경과 정서가 어떻게 표현될지에 대한 기대감을 감추지 못했다. 캐스팅된 배우로는 유지태, 김윤진, 박해수, 전종서, 이원종, 박명훈, 김성오, 김지훈, 장윤주, 이주빈, 이현우 등으로 그들이 어떤 캐릭터를 연기했는지 알려지자 기대감은 더욱 증폭되었다. 1년여 가까이 촬영이 진행되었던 <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이 6월 24일 드디어 넷플릭스에 공개된다. <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을 보기 전 '공동경제구역'이 무엇을 뜻하는지 또 주요 배역인 교수, 도쿄, 베를린을 누가 연기하며 원작과는 어떤 차이점이 있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제목에 '공동경제구역'이 붙은 까닭은?
원작 <종이의 집>의 내용을 간단하게 소개하자면 교수라고 불리는 한 천재가 8명의 범죄자를 모아 스페인 조폐국을 터는 이야기이다. <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 역시 조폐국을 터는 강도단을 기본 골자로 두었지만 한국 정서에 어울리게 각색됐다. 각색은 <괴이>, <나 홀로 그대>, <피리부는 사나이>, <개와 늑대의 시간>을 집필한 류용재 작가가 맡았다. 류용재 작가는 한 인터뷰에서 "스페인 원작 파트 1, 2 공개 직후 작품을 보았고 원작의 광팬이 되었다"라며 "리메이크를 제안받았는데 운명이라고 생각했다"고 밝히며 팬심을 숨기지 않았다. 이어 그는 "강도와 경찰 양측의 대립뿐 아니라 그들 안에서도 남과 북의 의심과 갈등, 화합이라는 또 다른 레이어가 작동할 수 있겠다 싶어 흥미를 느꼈다"고 밝힌 바 있다.
<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은 이런 류용재 작가의 독특한 시선에서 시작되었다. '공동경제구역'은 통일을 앞둔 남한과 북한이 함께 경제공동체를 건설, 이 때문에 새로운 화폐가 만들어지며 강도단이 조폐국을 터는 설정을 기반으로 두고 있다. 그렇기에 이는 한국을 배경으로 두었을 때만 가능한 설정인 것. 또한 원작 <종이의 집>에서는 살바도르 달리의 가면을 썼던 것과 달리 <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에서는 한국의 민속탈인 하회탈을 쓴다는 점이 포인트다. <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 연출을 맡은 김홍선 감독은 한 인터뷰에서 "한국의 모든 국민이 알고 있는 대표적인 탈이고 해학성도 작품과 맞아떨어졌다"라며 하회탈을 주요한 소품으로 선택한 이유를 밝혔다.
남북민 모두가 단단히 한몫 잡을 줄 알았지만 현실은 어때? 가진 자들만 더 부자가 됐어
<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
교수 역 - 유지태
교수는 <종이의 집> 시리즈 속 강도단을 모으는 인물로 그들의 브레인이자 중심이다. 아주 오래전부터 조폐국에 대한 계획을 준비, 천재적인 전략과 뛰어난 위기 대처 능력으로 상황을 자신에게 유리하게 만드는 인물이기도 하다. <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 속 교수도 원작과 다르지 않다. 그 역시 천재적인 범죄 설계자로, 각 분야의 뛰어난 능력을 보유한 사람들을 불러 모아 강도단을 꾸린다. 여러 변수를 미리 계산하고 모든 계획을 치밀하게 설계하는 교수 역은 유지태 배우가 맡았다. 캐스팅이 확정됐을 때 섬세하고 치밀한 교수의 이미지와 지적인 이미지의 유지태가 잘 어울린다는 이유로 팬들의 지지를 불러 모았다. 그도 그럴 것이 영화 <돈>, <꾼>, <올드보이> 등에서 그가 연기한 배역 또한 지적인데다 계획을 철저하게 세우는 인물이었기에 이번 <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에서도 교수 캐릭터를 완벽 소화하며 작품을 힘 있게 이끌어 갈 것으로 보인다.
도쿄 역 - 전종서
<종이의 집>에서 내레이션을 하는 화자이자 조폐국 내에서 일인자인 베를린에 이어 이인자인 도쿄는 뛰어난 무력과 과감한 행동력을 갖췄다. 그러나 다소 무모하고 다혈질인 성미를 가졌기에 팬들 사이에서 호불호가 많이 갈리는 캐릭터이기도 하다. <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에서는 전종서 배우가 도쿄 역을 맡았다. <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 배역이 공개된 후, 가장 뜨거운 반응을 일으킨 건 단연 전종서였다. 원작에서의 '도쿄'와 싱크로율이 완벽하게 일치한다고 많은 팬들이 박수를 보내기도 했다.
전종서는 한 인터뷰에서 "제가 연기한 도쿄는 원작과 가장 다른 캐릭터일 거예요. 저의 이전 연기를 본 사람들이 도쿄와 잘 어울린다고들 하시는데, 그 포인트는 아마 리메이크작에 없을 거예요. 물론 어느 정도 접점과 비슷한 장면도 있지만, 다른 식으로 연기를 했기에 오리지널에 대한 부담감은 없어요"라고 밝힌 바 있다. <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에서 도쿄는 북한 군인 출신으로 종전이 선언되고 남한과 북한이 경제공동체가 되자 코리안 드림을 꿈꾸며 남한으로 이주한다. 하지만 상상과 다른 최악의 현실에 좌절, 모든 것을 포기하려는 순간 교수를 만나 강도단에 합류하게 되는 인물이다. 전종서는 군 복무를 했다는 설정을 소화하기 위해 다양한 무기를 능수능란하게 다룰 수 있도록 액션 훈련을 받기도 했다.
전종서는 영화 <버닝>을 통해 데뷔, 데뷔와 동시에 칸 영화제 레드 카펫을 밟아 영화인들에게 이름을 알렸고 이후 영화 <콜>에서 인상적인 사이코패스 연쇄살인마 연기를 보여주며 본인의 존재감을 강렬하게 각인시켰다. 그는 인터뷰에서 <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을 선택한 이유에 대해 "대중적인 콘텐츠를 해보고 싶었어요. 이것 하나 때문에 작품을 한다 해도 과언이 아니죠. 여태까지 연기를 하면서 보는 이들을 크게 고려하지 않았어요. 이 작품을 하면 내가 어떻게 보일까, 어떤 이미지가 만들어질까 보다는 자기만족을 위한 작품을 했죠. 점차 생각이 바뀌었어요. 작품은 관객의 반응이 무척 중요하잖아요. 봐주시는 분들이 있어야 저도 계속 연기를 할 수 있어요. 이런 고민을 하던 차에 <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을 만났죠. 이 작품은 더 여러 사람이 좋게 봐주실 것 같았어요"라고 밝힌 바 있다.
베를린 역 - 박해수
원작 속 '베를린'은 조폐국 내 일인자로 자신의 명예와 평판에 광적으로 집착, 사이코패스 성향을 드러내는 인물이지만 동시에 내부 책임자 다운 침착한 모습으로 조폐국 내 상황을 조율하는 다채로운 매력을 가진 캐릭터다. 또한 넷플릭스 측이 베를린을 주인공으로 한 스핀오프를 제작, 2023년 방영을 목표로 한다고 전하기도 했는데 이는 베를린의 인기가 얼마나 대단한지 단번에 체감할 수 있는 대목이다.
원작에서는 베를린이 교수와 이부형제로 등장하는데, <종이의 집:공동경제구역>의 베를린과 교수의 관계는 아직 밝혀진 바 없다. 죽어서야 나올 수 있다는 북한 개천 수용소에서 탈출한 베를린은 인간을 통제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분열과 공포로 인해 군림하는 것이라고 믿는 인물이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 게임>으로 세계적으로 이름을 알린 박해수가 베를린 역을 맡았다. 극 중 북한 출신인 베를린을 보다 자연스럽게 연기하기 위해 박해수는 평양어 억양을 습득, 직접 언어 선생님을 인터뷰하며 북한의 문화와 정서를 공부했다고 한다. 박해수는 베를린에 대해 "종이의 집은 통일 직전의 한국이라는 설정으로 갈등을 더욱 증폭시켰어요. 제가 맡은 인물인 ‘베를린’ 역시 분단국가의 아픔을 은유적으로 표현한 캐릭터죠. 탄탄한 원작에 한국적인 정서와 아픔까지 담아 흥미로운 작품이 나온 것 같아요"라고 설명했다.
씨네플레이 김성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