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넷플릭스 영화판은 부부의 전쟁 혹은 사랑?
6월 넷플릭스 신작에 동시에 이름을 올린 엘사 파타키 주연의 <인터셉터>와 크리스 헴스워스 주연의 <스파이더헤드>가 눈에 띈다. 6월 4주차 현재에도 두 작품 모두 나란히 국내 넷플릭스 영화 시청 순위 2위와 3위를 지키고 있다. 이들 작품이 화제인 이유는 실제 부부 사이인 크리스 헴스워스와 엘사 파타키의 각기 다른 작품이 넷플릭스를 통해 비슷한 시기에 공개되었기 때문이다. 그야말로 부부가 넷플릭스 시청 순위를 두고 경쟁을 벌이고 있는 셈이다.
크리스 헴스워스는 <인터셉터>의 총괄 프로듀서를 맡아 아내인 엘사 파타키를 주인공으로 캐스팅했다. 결혼 이후 출산과 육아로 인한 경력단절을 고민하고 있던 엘사에게는 더없이 든든한 외조로 커다란 힘이 되었다 이런 로맨틱한 관계를 증명하듯 크리스는 <인터셉터>에 카메오로 출연하기도 하고, 월드 프리미어 행사에도 참석하는 등 부인을 물심양면으로 응원하여 보는 이들의 부러움을 자아냈다. 남편의 아내 외조는 일단 만점이다. 그렇다면 크리스 헴스워스 본인이 주인공인 <스파이더헤드>는 어땠을까?
알고보면 더 재미있다! - <스파이더헤드>와 <탑건 : 매버릭> 묘한 인연
<스파이더헤드>는 뛰어난 두뇌를 가진 연구자 스티브 애브네스티가 운영하는 최첨단 교도소 ‘스파이더헤드’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SF 스릴러다. 이 작품은 묘하게 <탑건: 매버릭>과 많은 연관성이 있다. 그 이유에는 두 작품 모두 조셉 코신스키가 감독이 연출했고, 마일즈 텔러 역시 주요 배역으로 나오기 때문이다.
영화 데뷔 전 광고 감독으로 이름을 알린 조셉 코신스키 감독은 이에 걸맞게 연출작마다 비주얼이 아름답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트론: 새로운 시작>, <오블리비언>, 그리고 최근 <탑건: 매버릭>까지 화면에 빨려 들어갈 것 같은 영상미를 그려낸다. 이번 <스파이더헤드>에서도 무인도에 지어진 교도소 겸 연구센터 주변 경관과 현대적이고 모던한 느낌의 교도소 내부를 인상적으로 카메라에 담았다.
최근 <탑건 : 매버릭>의 내한행사에 배우 마일즈 텔러가 등장해 국내 팬들의 뜨거운 호응을 받았다. 그를 향한 관심은 자연스럽게 <스파이더헤드>의 순위를 견인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을 것이다. 특히 마일즈 텔러는 조셉 코신스키 감독의 다섯 작품 중 3번이나 출연한 인연도 있다. 이번 작품에서 그는 실험 대상이 되는 재소자 제프로 분하여 범죄자의 인권 문제와 윤리성의 딜레마를 훌륭한 연기로 소화해낸다.
<스파이더헤드> 줄거리 - 파라다이스 뒤로 감춰진 지옥, 반드시 탈출해야 한다!
<스파이더헤드>는 평화로운 바다 위 그림 같은 무인도에 설치된 현대식 첨단 건물을 비추며 시작한다. 이 건물은 교도소 겸 연구센터인데, 죄를 지은 범죄자들이 자신의 형량을 줄이고 그들에게 허락된 자유를 누리기 위해 프로젝트에 자원하여 이곳에 모여있다.
천재 과학자인 스티브(크리스 헴스워스)는 재소자를 대상으로 인간의 감정을 조절하는 약물을 실험하는 대신, 그들에게 이곳 안에서 자원봉사와 자유로운 활동을 보장한다. 재소자들은 혜택을 누리기 위해 무조건 약물 실험을 승인하고, 제프(마일즈 텔러) 역시 사랑의 감정을 증폭시키는 약물 실험에 응한다. 인위적인 감정 조절의 효과를 실험하던 중, 재소자의 죽음을 목격한 제프는 실험에 대해 의문을 품기 시작한다. 사망사건을 은폐하고 실험을 계속하던 스티브의 충격적인 정체까지 알게 된다.
이후, 제프는 스티브의 조력자인 연구원을 설득하여 이런 부적절한 실험을 끝낼 계획을 세우고, 자원봉사를 함께하며 사랑에 빠진 리지(저니 스몰렛)가 스티브의 실험 대상이 되자 그를 구출하기 위해 고군분투를 펼친다. 과연 이들은 스티브의 야망을 저지하고, 악몽 같은 스파이더헤드 탈출에 성공할 수 있을까?
영화는 인류의 평화를 위해 노력했지만 그 방법과 시도가 잘못된 한 과학자의 광기와 어두운 면을 정면으로 다룬다. 이로 인해 ‘결과만 좋다면 과정은 부도덕해도 상관 없는가’ 같은, 원론적이지만 지금도 여전히 고민하는 현대 과학의 논쟁을 이야기에 적절히 녹아낸다. 여기에 재소자들을 무분별한 실험 대상으로 다루는 극중 모습을 통해 인권문제에 관한 생각도 넌지시 던져놓는다. 단순한 오락 영화 이상으로 이 작품을 바라보는 의미 있는 지점이기도 하다.
<스파이더헤드> 리뷰 - 신선한 소재와 흥미로운 스토리, 하지만 이를 받쳐주지 못한 긴장감 없는 연출
<스파이더헤드>는 여러모로 장점이 많은 영화다. 약물로 인간의 감정을 컨트롤하여 범죄 예방과 평화로운 미래를 꿈꾼다는 신선한 소재와 스파이더헤드를 탈출하기 위해 벌이는 캐릭터의 심리 대결, 앞에서 언급한 주제 의식까지, 재미와 생각할 거리를 동시에 자아낸다. 하지만 아쉽게도 몇몇 부분에서 연출의 실책을 빚어내며 작품의 만족도를 반감시킨다.
이 영화의 원작인 조지 손더스의 단편소설 ‘Escape from Spiderhead’ 시나리오는 충분히 매력적이었다. 하지만 영화는 심리 스릴러라는 장르를 표방했지만, 긴장감은 느껴지지 않았다. 갈등이 증폭되고 해결되는 영화 후반부는 허무한 결말로 허탈한 웃음만이 터져 나왔다.
영화의 하이라이트인 제프와 리지의 탈출 장면에서 비슷한 소재의 <아일랜드>와 비교해 구성이나 스릴감 모두 부족해 실망감을 더한다. 여기에 단순히 약물 환각으로 스티브가 자폭하는 마지막 씬은, 충분히 예상 가능한 결말이라 시청자에게 극적인 쾌감을 안겨주지 못한다. 교도소 겸 연구소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펼치는 인간의 감정을 좀 더 치열하고 효과적으로 연출하였다면, 영화의 긴장감을 더욱 극대화 시킬 수 있지 않았을까? <탑건: 매버릭>으로 엄청난 호평을 받고 있는 조셉 코신스키 감독이 연출한 작품이 맞나라는 의구심이 영화 내내 지워지지 않는다.
아쉬운 극 요소에 비해, 그럼에도 배우들의 연기는 훌륭했다. 마일즈 텔러는 불안한 감정과 분노와 고뇌에 쌓인 제프 역을 맡아 영화를 실질적으로 잘 이끌어갔다. ‘히어로 전문 배우’ 크리스 헴스워스는 빌런으로 등장, 광기 가득 찬 천재 과학자 역을 입체적으로 그려냈다. 특히, 크리스 헴스워스는 7월 초 개봉할 <토르: 러브 앤 썬더>로 곧 찾아올 예정이니, 토르를 만나기 전 그의 연기변신을 눈에 담아 두고 싶은 팬들에게는 색다른 경험이 되지 않았을까 싶다.
전체적으로 <스파이더헤드>는 감독, 출연진의 네임드에 비하면 많이 부족하지만, 안방극장에서 가볍게 즐기기에는 나쁘지 않은 작품이었다. 특히 ‘토르’ 크리스 헴스워스의 연기변신과 마일즈 텔러의 활약은 꽤 인상적으로 다가온다. 다가오는 주말, 더운 날씨에 어디 나가기 귀찮고, 지루하다면, <스파이더헤드>가 내놓는 심리전의 묘미를 집에서 편하게 즐겨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하다. 다만 더 좋은 작품이 될 수 있었지만 그러지 못한 2%의 부족이 못내 아쉽다.
테일러콘텐츠 에디터 보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