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 공개되어, 대한민국뿐만 아닌 전 세계를 K-좀비 열풍으로 물들인 드라마 <지금 우리 학교는>. 일명, <지우학>은 공개된 지 10일 만에 넷플릭스 비영어 TV 시리즈 부문 시청 시간 톱 10에 진입하였으며, 엄청난 시청 누적 시간을 선보였다. <오징어 게임>과 <종이의 집> 파트 4,5에 이어 역대 가장 성공한 비영어 TV 시리즈 부문에도 올랐다. 실로 놀라운 기록이다.

이제 대한민국 좀비 마니아들은 더 이상 <워킹 데드>나 <레지던트 이블>의 새로운 시즌이 공개되기만을 목 빠지며 기다리지 않는다. <부산행>을 시작으로 <킹덤>, <스위트홈>, <반도>, <살아있다>, 앞서 설명한 <지금 우리 학교는>까지, 퀄리티 높은 K-좀비물이 물밀듯이 쏟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렇듯, 아직도 끝나지 않은 K-좀비물 대열에 합류한 작품이 있었다. tvN에서 야심 차게 기획한 뉴노멀 도시 스릴러 물이자, TVING 오리지널 드라마 <해피니스>가 그 주인공이다. 이 작품은 흥미롭고 밀도 높은 서사를 가졌지만, 안타깝게도 방영 당시 대중들의 반응은 미미했다. 하지만 종영 이후 넷플릭스를 통해 한국을 제외한 일부 국가에 글로벌 스트리밍이 되면서, 해외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좀비물이라는 장르 특성 때문일까? 이 작품 또한 좀비처럼 죽지 않고, 역주행하기 시작했다. 전세계적인 <해피니스> 역주행의 열풍이 국내까지 더 크게 번졌으면 하는 간절한 마음을 담아, 지금부터 여러분께 이 드라마의 매력 포인트들을 하나하나 소개하고자 한다.

코로나 펜데믹 현실을 직접적으로 관통하는 공감형(?) 좀비물

<해피니스>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배경으로, 신종 전염병인 ‘광인병’에 감염되어 좀비처럼 변해 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드라마 속에 그려진 코로나 종식 이후의 세계관은 다큐멘터리라고 해도 될 만큼 사실적으로 묘사되고 있다. 방역에 예민한 사람들의 모습, 실내에서는 마스크를 꼭 쓰라며 방역 규칙을 정하는 장면, “가게 이제 열었는데 집합 금지되는 거 아니야?”, “지금 아파트에서 자가 격리 중입니다.”와 같은 대사들이 이를 증명한다.

극중 새봄 역을 맡은 한효주가 “병은 사람 가려가면서 걸리는 거 아니잖아요. 코로나 때 기억나시죠? 누가 걸렸다고 하면, 신상 털고 손가락질하고.”라며 사람들을 향해 외치는 대사가 마음 깊이 와닿았다. 신종 전염병에 걸린 사람을 향해, 많은 사람들이 손가락질하는 드라마 속 장면은 의미 있다. 코로나가 창궐하던 초기에, 감염된 이들을 비난하던 우리네 얼굴이 떠오르며 씁쓸함을 더한다.

한태석 역을 맡은 조우진 배우가 꼽은 이 작품의 키워드는 ‘공감’이다. 그렇다. 작품 속에서 리얼하게 묘사되어 시청자들을 공감하게 하는 것은, 코로나 사태뿐만이 아니다. 신축 아파트에서 임대 분양과 일반 분양 세대 간 벌어지는 갈등, 내 집 마련이 어려워 가점을 얻기 위해 한 위장결혼, 타인에 대한 무관심, 키오스크 사용법을 몰라서 헤매다 결국 빈손으로 돌아가는 노인 등, <해피니스>는 힘없는 소시민들이 겪는 불합리한 사회적 모습을 CCTV처럼 현실적으로 비춰내며 풍자한다. 이 작품은 마치 ‘좀비’라는 다소 비현실적인 소재를 극현실적인 포장지로 정성스레 포장한 듯하다.

싫어도 사람, 좋아도 사람

주연을 맡은 배우 한효주와 박형식 배우는 이 드라마의 키워드를 각각 ‘사람’과 ‘인류애’로 꼽았다. <해피니스>에는 기존의 좀비물이 그렇듯, 오지랖으로 사건을 망치는 캐릭터도, 악하디 악한 빌런 캐릭터도 등장한다. 자연스레 인류애를 충만하게 하는 장면도, 이 모든 것을 모두 던져버리고 싶은 장면도 나온다. 하지만 <해피니스>는 그들을 전형적으로 그리지 않는다. 100% 선인, 악인은 이 드라마에 없다. 등장하는 모든 인물이 입체성을 띤 채 작품 속에서 생동감 넘치게 살아 숨 쉰다. 사람으로 인해 받은 상처도, 결국 사람으로 치유되는 현실. 싫어도 사람이요, 좋아도 사람이다. 그 어느 작품보다 사람이 무서우면서도, 그들에게 희망을 걸 수밖에 없는 딜레마를 각 캐릭터의 매력으로 잘 담아낸다.

재난 상황 속, 억지스럽지 않은 멜로 서사

로맨스! 대부분의 좀비물 덕후들에게는 별로 반갑지 않은 손님일 것이다. 좀비물에 멜로 서사를 잘못 넣었다가는, 자칫하면 작품이 산으로 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좀비 이야기에 로맨스는 사치라며 무조건 빼라고 외치는 사람들에게 꼭 보여주고 싶다. <해피니스>의 두 로맨스 주역, 윤새봄과 정이현을. 일단 이 작품 속 멜로 서사는 전개가 빠르다. 고등학교 동창으로 설정된 두 남녀는 무려 1화부터 결혼하고 시작하니. 이건 뭐, 게임 끝 아닌가. (단, 아파트 가점제를 위한 위장 결혼이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두 사람이 서로에게 마음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니깐. )

전개만 빠르다고 다가 아니다. 이후에도 주인공들은 스릴러와 로맨스 장르를 자유자재로 오가며 부담스럽지 않은 포인트에서 시청자들을 설레게 한다. 재난 상황 속 둘의 러브 스토리가 억지스럽지 않게 다가온 이유는 안길호 PD의 뛰어난 연출력과 두 주연 배우의 자연스러운 연기력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뭐, 물론 강아지처럼 서글서글한 눈매와 호감형 외모를 지닌 두 배우의 외적 케미스트리가 주는 힘도 무시할 수 없겠지만. 어쨌든 <해피니스>의 로맨스는 결코 작품의 아킬레스건이 아닌, 또 다른 재미의 양념으로 다가온다.

해외에서 뒤늦은 열풍

아쉽게도 <해피니스>는 국내에서는 큰 화제를 낳지 못했다. 일부 마니아층에게 좋은 반응을 얻었지만, 더 큰 폭발력으로 이어지진 못했다. 하지만 해외의 반응이 달랐다. 지난 4월 12일, 넷플릭스를 통해 <해피니스>가 전 세계로 (한국 및 일부 국가 제외) 송출되기 시작하자마자 글로벌 TV 쇼 7위를 기록하며, 해외 팬들의 뜨거운 반응을 이끌어냈다. 인도네시아와 필리핀, 태국을 비롯한 14개국에서 무려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세계 최대 규모의 콘텐츠 소개 사이트 IMDB에는 “코로나 사태를 가장 현실적으로 잘 그려낸 작품”, “팬데믹 시대에 나올 수 있는 최고의 드라마” 등의 찬사가 현재까지도 계속해서 쏟아지고 있다.

요즈음의 K-POP 시장을 살펴보면, 몇몇 가수들의 해외에서 핫한 반응이 국내로 역주행 되어 국내 인기 또한 자연스레 높아지는 현상을 흔히 만난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국내보다 해외 시장을 선점하려는 움직임 역시 커지고 있다. 워낙 글로벌로 이어진 세계이니만큼 K-DRAMA 시장 또한, 이 공식을 적용해 볼 수 있지 않을까? <해피니스>의 국내 역주행을 바라며, 다시 한번 여러분께 이 작품을 권해 본다. <해피니스>는 현재 티빙에서 서비스 중이다.


테일러콘텐츠 에디터. 그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