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안방극장을 휩쓰는 넷플릭스 <수리남>의 반응이 심상치 않다. 공개되자마자 대한민국 넷플릭스 시청순위 1위를 기록한 것은 물론,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순위 집계 사이트인 플릭스패트롤에서도 글로벌차트 3위까지 올랐다. 모처럼 넷플릭스 한국 오리지널 시리즈가 전 세계 OTT 판도에 기세를 떨치는 중이다. 다만 이 같은 인기 속에서도 수리남 국가에 대한 부정적인 묘사 등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높다. 이래저래 최근 공개된 OTT 콘텐츠 중 가장 뜨거운 것은 확실하다. 과연 <수리남>의 무엇이 이 같은 반향을 불러일으켰는지 리뷰를 통해 살펴본다.
넷플릭스 드라마 <수리남>은?
<범죄와의 전쟁 : 나쁜놈들 전성시대>와 <공작>을 통해 한국형 갱스터 무비와 실화 바탕 첩보물을 능숙하게 보여줬던 윤종빈 감독이 넷플릭스와 손잡고 만드는 마약왕 검거 실화 드라마로, 제작 단계부터 많은 이목을 집중시켰다. 감독과 오랜 인연이 있는 하정우를 비롯해 황정민, 박해수, 조우진, 유연석이라는 캐스팅도 기대를 더했다. 극중 수리남의 중국인 커뮤니티를 지배하는 첸진 역의 장첸 배우도 상당한 존재감을 건넨다.
<수리남>은 마약 대부로 인해 누명을 쓴 민간인이 국정원의 비밀 임무를 수락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큰돈을 벌기 위해 수리남에 온 강인구(하정우)는 우연히 알게 된 한인 목사 전요환(황정민)에게 도움을 받으면서 장밋빛 미래를 그린다. 하지만 물건을 싣고 한국으로 향하던 선박 안에 마약, 코카인이 발견되면서 모든 계획은 어그러진다.
순식간에 마약사범으로 붙잡혀 억울한 옥살이를 하던 인구에게 국정원 요원 최장호(박해수)가 나타나 충격적인 사실을 전한다. 사실 전요환은 사기꾼이자 마약 사범이며, 인구의 배에 코카인을 실은 것도 그의 계획이었다고. 최창호는 전요환을 잡는데 협조해준다면 인구를 감옥에서 빼주고, 지금까지의 누명을 벗겨주겠다고 한다. 하루 아침에 모든 것을 잃은 인구는 한국에 있는 가족들을 생각해 이 오퍼를 수락하고, 그렇게 두 사람의 목숨을 건 비즈니스가 펼쳐진다.
<수리남> 흥미로운 소재, 배우들의 열연.... 그럼에도 아쉽다
<수리남>은 넷플릭스의 인기 시리즈 <나르코스>처럼 실화에 바탕을 둔 작품이다. 수리남을 장악한 국제 마약상이 사실은 한국인이고, 그 때문에 피해를 입은 민간인이 검거 작전에 가담한다는 내용이 상당히 흥미롭다. <수리남>의 매력은 바로 여기에서 발생한다.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실화의 힘으로 평균 이상의 재미를 보장할 것 같다. 전작들에서 완성도와 흥행력을 입증한 윤종빈 감독이 연출을 맡은 만큼 마약상의 이야기에선 갱스터물, 국정원의 위장 작전에선 첩보물의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기대가 너무 높았던 것일까. 막상 공개된 <수리남>은 무난하게 볼만하지만, 그 이상의 깊은 인상은 주지 못한다. 강인구(하정우)의 성장사를 장황하게 소개하는 도입부부터 늘어진다. 후에 국정원의 작전에 가담하는 강인구의 성격을 보여주는 장치겠지만, 한국 작품에서 숱하게 봐온 가부장의 모습을 답습하고 있어 처음부터 진부함이 밀려온다. 밤낮으로 일하는 모습을 가족을 위하는 것으로 여기는 가장의 모습은 짠한 감정을 건네지만 그 만큼 하나의 공식으로 자리 잡았다. 더군다나 인물이 가진 분위기는 <범죄와의 전쟁> 속 최익현(최민식)과 겹쳐 보이기도 한다.
강인구가 수리남에 도착하고 나서는 범죄물의 도식대로 흘러간다. 국제 마약상 전요환(황정민)이 목사 신분으로 실체를 감추고 조직원들을 집사와 전도사로 부르며 종교를 이용하는 모습이 흥미롭긴 하나 캐릭터들을 구성하고 배치하는 방식은 기존 범죄물과 별반 다를 게 없다. 특히 첸진(장첸)이 이끄는 라이벌 중국 조직과 전요환의 심복 변기태(조우진)는 기존 범죄 영화 속 조선족을 연상시킨다.
실화가 놀랍다 해도 마약 범죄는 이미 곧잘 등장하는 소재다. 등장인물이나 사건 전개가 어느 정도는 기존 작품과 겹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래서 드라마는 강인구와 전요환을 중심에 두고 상대방을 속이고 의심하는 심리전을 그리며 차별화를 꾀한다. 강인구는 전요환을 속이면서도 국정원 요원 최창호(박해수)의 불안을 사고, 전요환은 수리남에 돌아온 강인구뿐 아니라 첩자가 있을지 모를 조직 내부를 의심의 시선으로 주시한다. 영화로 기획했던 이야기가 드라마로 확장되면서 느슨하게 흘러갈 때도 있지만, 인물들 사이에 흐르는 긴장감은 확실히 챙긴다. 이들 중 누가 진짜 스파이일까 맞추는 재미도 있다.
이는 전적으로 배우들의 몫이 크다. 캐릭터의 성격이나 이를 연기하는 배우들의 연기는 기시감이 강하지만, 그럼에도 뻔한 흐름을 상쇄하는 힘이 있다. 하정우는 특유의 능글맞은 생활 연기로 살벌한 긴장감 속에서도 유연하게 극의 흐름을 주도하고, 황정민은 위선적이고 악랄한 인물을 위태롭게 그려내며 긴장을 늦출 수 없게 한다. 국정원 요원과 위장 인물을 오가는 박해수와 사기꾼 분위기를 풍기는 유연석도 극을 풍성하게 채운다. 그중에서도 첸진 조직을 배신하고 변요환 밑으로 들어온 변기태 역의 조우진이 단연 빛난다. 감칠맛 나는 중국어 연기부터 변기태의 과잉된 충성심과 거친 액션을 탁월하게 소화하며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스포일러 관계상 말할 수 없지만 후반부의 어떤 장면은 조우진이 극 전체를 이끌어갈 정도다.
하지만 여전히 아쉬움이 더 눈에 띈다. 여성 캐릭터의 부재는 말할 것도 없고, 전요환이 만들어낸 사이비 종교는 강인구의 의구심을 사는 역할만 하다가 흐지부지 자취를 감춘다. 극중에서 납작한 여성 캐릭터만큼이나 협소하게 쓰이는데, 역할이 미미하니 후반부에 나오는 의식 장면은 민망하기도 하다. 또한 극중 배경이 되는 수리남을 지역에 대한 이해나 배려 없이 부정적으로만 묘사하며 편의적으로 이용한 것 같다는 인상을 준다.
마무리도 헐겁다. 강인구와 전요환이 펼치는 추격전은 초반에 필요 이상으로 늘어놓는 강인구의 개인사 못지않게 불필요해 보이고, 에필로그는 '굳이'라는 생각이 들만큼 거추장스럽다. 사실상 이야기가 5회에서 드러난 반전과 함께 일찌감치 마무리된 느낌이라 후반부를 질질 끄는 것처럼 보인다. <수리남>은 <지금 우리 학교는>, <소년심판> 이후로 이렇다 할 히트작을 내지 못했던 넷플릭스 한국 오리지널 시리즈에 모처럼 흥행 성과를 안겨줬지만, 결과적으로는 베테랑 제작진과 배우들이 만든 범작에 그쳐 아쉽다.
테일러콘텐츠 에디터 현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