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지의 제왕' 시리즈의 대표적인 빌런, 사루만 역의 크리스토퍼 리 경은 195cm의 장신을 내세운 압도적인 이미지로 프랑켄슈타인, 드라큘라 등의 캐릭터를 거쳐 <삼총사>(1973)와 '007'시리즈 <황금총을 가진 사나이>(1974)에서 활약하며 다방면의 역할을 소화할 수 있는 배우의 이미지를 공고히 했습니다. 주로 판타지 영화에서 빛을 발하던 리는 평소 흠모하던 톨킨(그는 직접 '반지의 제왕'의 원작자 J.R.R. 톨킨과도 독대해본 적이 있는, 알아주는 톨키니스트라고 합니다)의 작품을 바탕으로 한 '반지의 제왕'을 작업하면서, 2000년대 제작된 '스타워즈' 시리즈에서는 듀크/다스 타이라너스를 연기했습니다. 판타지 베테랑의 면모는 팀 버튼과 작업한 <찰리의 초콜릿 공장>(2005), <유령 신부>(2005),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2010), <다크 섀도우>(2012)에서도 만날 수 있었죠. 2009년 영국 정부로부터 기사 작위를 받은 리는 마틴 스코세이지의 3D 영화 <휴고>(2011)를 작업하고, '호빗' 시리즈에서도 사루만의 위엄을 보여줬습니다. 2015년 6월 세상을 떠난 리의 유작은 <호빗: 다섯 군대 전투>(2014)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