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플래쉬> <라라랜드> 감독 데이미언 셔젤의 신작 <바빌론>이 곧 개봉한다. 1920년대 할리우드 영화계를 소재로 한 영화로, 브래드 피트와 마고 로비가 주연을 맡았다. 셔젤의 모든 영화를 함께 한 음악감독 저스틴 허위츠가 이번에도 어김없이 오리지널 스코어를 만들었다. 셔젤과 허위츠와 더불어 감독과 음악가의 강력한 협업의 사례들을 소개한다.


<위플래쉬> <라라랜드>

데이미언 셔젤

저스틴 허위츠

데이미언 셔젤과 저스틴 허위츠의 연은 학부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하버드 재학할 당시 룸메이트였고, 함께 인디 밴드 '체스터 프렌치'를 결성하기도 했다. 허위츠는 라이브 재즈 연주와 탭댄스가 어우러진 셔젤의 첫 영화 <공원 벤치의 가이와 매들라인>(2009)의 음악을 만들기 시작해, 재즈를 전면에 내세운 출세작 <위플래쉬>(2014)에 이어 고전 뮤지컬 영화에 존경을 바치는 <라라랜드>(2016)의 음악감독을 연이어 맡았다. <라라랜드>는 허위츠에게 오스카를 비롯한 수많은 시상식의 음악상과 주제가상('City of Stars')을 안겨줬다. 닐 암스트롱의 전기영화 <퍼스트 맨>(2018)과 이번 신작 <바빌론>(2022)까지 셔젤과 허위츠의 파트너십은 꾸준히 이어져 오고 있는데, 그동안 허위츠는 셔젤 외에 다른 감독과는 일절 작업하지 않았다.


<E.T> <쉰들러 리스트>

스티븐 스필버그

존 윌리엄스

스티븐 스필버그의 영화는 크게 둘로 나뉜다. 존 윌리엄스가 음악을 만든 것과 아닌 것. 스필버그의 장편 데뷔작 <슈가랜드 특급>(1974)으로 처음 작업을 시작한 후로 지난 50년간 30편이 훌쩍 넘는 작품을 함께 하면서 영화사상 유례가 없는 협업을 이어오고 있다. 윌리엄스는 스필버그 작품으로만 오스카 음악상을 3번(<죠스>, <E.T>, <쉰들러 리스트>)이나 수상했고, <더 포스트>(2017) 이후 5년 만에 다시 만난 신작 <더 파벨만스>(2022)로 다시 한번 오스카 후보에 올랐다. 최근 스필버그가 윌리엄스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연출한다는 소식이 전해지기도.


<가위손> <찰리와 초콜릿 공장>

팀 버튼

대니 엘프먼

팀 버튼과 대니 엘프먼이 그동안 쌓아온 작품 역시 만만치 않다. 단편 <프랑켄위니>(1984)로 주목 받은 버튼은 평소 팬이었던 뉴웨이브 록 밴드 '오잉고 보잉고'의 멤버 엘프먼에게 첫 장편 <피위의 대모험>(1985)의 음악을 청하면서 오랜 인연이 시작됐다. 엘프먼이 음악감독을 맡지 않은 버튼의 영화는 <에드 우드>(1995), <스위니 토드: 어느 잔혹한 이발사 이야기>(2007), <미스 페레그린과 이상한 아이들의 집>(2016) 단 셋 뿐. 장르를 가리지 않는 버튼의 영화들을 떠올려 보면 엘프먼의 음악적인 스펙트럼 역시 얼마나 다채로운지 가늠할 수 있다.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프렌치 디스패치>

웨스 앤더슨

알렉상드르 데스플라

데뷔작부터 같이 하던 음악 파트너를 도중에 바꾼 감독도 있다. 웨스 앤더슨은 저명한 뉴웨이브 록 밴드 '디보'의 마크 마더보와 함께 데뷔작 <바틀로켓>(1996)부터 <스티브 지소와의 해저생활>(2004)까지 총 네 작품을 만들고, 음악감독 없이 만든 <다즐링 주식회사>(2007)를 거쳐, 첫 애니메이션 <판타스틱 Mr. 폭스>(2009)부터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2008)의 알렉상드르 데스플라에게 영화음악을 맡겼다. <판타스틱 Mr. 폭스>부터 앤더슨은 자로 잰듯 양식적인 미장센과 수평/수직 이동 등을 강하게 밀어붙였고, 이는 (마더보의 아기자기 장난스러운 소리들보다) 데스플라의 우아한 선율에서 보다 빛났다.


<데어 윌 비 블러드> <팬텀 스레드>

폴 토마스 앤더슨

조니 그린우드

웨스 앤더슨과 더불어 당대 미국영화를 대표하는 거장 폴 토마스 앤더슨 역시 다른 음악감독과 완숙한 영화 세계를 펼치기 시작했다. 존 브라이언을 기용해 데뷔작 <리노의 도박사>(1996)부터 <매그놀리아>(1999)와 <펀치 드렁크 러브>(2002)를 만든 후, 라디오헤드의 기타리스트 조니 그린우드가 다섯 번째 영화 <데어 윌 비 블러드>(2007)의 음악을 담당하고 이후 근작 <리코리쉬 피자>(2022)까지 꾸준히 파트너십을 유지하고 있다. 그린우드가 앤더슨의 영화음악을 만들 뿐만 아니라, 앤더슨도 라디오헤드(와 보컬 톰 요크)의 비디오들을 연출한 바 있다. <데어 윌 비 블러드>로 본격적인 영화음악 작업을 시작한 그린우드는 <상실의 시대>(2010), <스펜서>(2021), <파워 오브 독>(2021) 등 다른 감독의 작품에도 참여하면서 저변을 넓히고 있다.


<다크 나이트> <인셉션>

크리스토퍼 놀란

한스 짐머

<메멘토>(2000)와 <인썸니아>(2002)로 단숨에 할리우드의 빛나는 재능으로 성장한 크리스토퍼 놀란은 '다크 나이트' 3부작의 시작, <배트맨 비긴즈>(2005)를 통해 영화음악의 거장 한스 짐머와 작업을 시작했다. 상대적으로 적은 예산으로 제작된 <프레스티지>(2006)는 다시 이전의 파트너 데이비드 줄리안의 힘을 빌렸지만, 히어로 영화의 판도를 바꾼 <다크 나이트>(2008)부터 <덩케르크>(2017)까지 놀란의 영화는 줄곧 짐머가 도맡아 왔다. 그들의 협업이 돋보이는 건 비단 듣기 좋은 걸 넘어, 시간을 소재로 한 놀란의 콘셉트를 음악에까지 녹여냈기 때문일 터. 한편, 놀란은 전작 <테넷>(2020)과 곧 개봉할 <오펜하이머>(2023)의 음악을 <블랙 팬서>(2018)의 루드빅 요란손에게 맡기며 변화를 꾀하고 있다.


<트윈 픽스> <멀홀랜드 드라이브>

데이비드 린치

안젤로 바달라멘티

초기작 3편을 각기 다른 음악감독과 작업한 데이비드 린치는 네 번째 영화 <블루 벨벳>(1986)의 음악을 (당시엔 무명에 가까웠던) 안젤로 바달라멘티에게 맡기면서 신비롭고 기괴한 세계를 더욱 공고히 했다. <광란의 사랑>(1990), 드라마 '트윈 픽스' 시리즈, <로스트 하이웨이>(1997), <멀홀랜드 드라이브>(2001) 등 '데이비드 린치 월드'까지 무한히 확장되는 동안 바달라멘티의 축축하고 매혹적인 소리들이 함께 했다. 하지만 지난 해 말 바달라멘티가 세상을 떠나면서 그들의 협업은 '트윈 픽스' 세 번째 시즌 <트윈 픽스: 더 리턴>(2017)이 마지막 작품이 됐다.


<위대한 레보스키> <파고>

코엔 형제

카터 버웰

코엔 형제와 카터 버웰의 필모그래피는 같은 작품으로 시작한다. 1984년 작 <블러드 심플>이다. 코엔 형제는 데뷔작 <블러드 심플>부터 버웰을 음악감독으로 기용한 이래 40년이 다 돼가는 현재까지 단 둘을 제외한 모든 영화에서 버웰의 음악을 사용했다. 그 두 편은 <오 형제여 어디에 있는가>(2000)와 <인사이드 르윈>(2013). <위대한 레보스키>(1998)의 선곡을 맡았던 티 본 버넷이 모두 음악 프로듀서로 이름을 올렸고, 포크 음악이 또 다른 주인공처럼 막중하게 쓰여 '오리지널 스코어'가 따로 없었다. 즉, 코엔 형제는 오로지 버웰에게만 오리지널 스코어를 청해온 셈. 감독 데뷔 이래 모든 작품에 버웰의 음악을 써온 또 다른 감독 마틴 맥도나의 신작 <이니셰린의 밴시>(2022) 역시 버웰이 오리지널 스코어를 만들었다.


<바람의 계곡 나우시카>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미야자키 하야오

히사이시 조

미야자키 하야오의 첫 장편 애니메이션은 '루팡 3세' 시리즈의 극장판 <루팡 3세: 칼리오스트로의 성>(1979)이다. 이 극장판 역시 시리즈의 음악감독인 재즈 뮤지션 오노 유지가 담당했다. 미야자키 하야오 하면 같이 떠오르는 음악감독 히사이시 조와는 다음 작품 <바람의 계곡 나우시카>(1984)부터 협업을 시작했다. 본래 호소노 하루오미가 음악감독을 맡을 뻔했지만, 음악이 어울리지 않아 당시엔 무명에 가까웠던 히사이시 조를 기용했고, 이후 미야자키는 올해 중 공개될 신작 <그대들, 어떻게 살 것인가>(2023)까지 연출한 모든 장편 애니메이션에 히사이시의 음악을 새겼다.


씨네플레이 문동명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