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능 <피지컬 100>의 1,2화의 스포일러를 담고 있습니다.
강인한 육체란 어떤 상태일까? 무거운 물건을 번쩍하고 들어 올리는 것일까? 혹은 가장 짧은 시간안에 이동시키는 능력일까? 아니면 속력은 느릴 지언정 가장 오랫동안 움직일 수 있는 것일까? 또는 악천후를 헤치고 임무를 해내는 정신력과의 결합일까? 내지는 누구나 선망하는 몸의 외형을 조각하는 것일까?
이에 넷플릭스는 <피지컬 100>이라는 예능 프로그램을 선보였다. 남녀노소, 인종과 직업의 구분없이 '한 육체'한다는 사람들 100명이 출연하여 육신의 우월함을 겨룬다. 그들은 여러가지 미션과 겨룸을 수행하여 우승자를 뽑는다. 출연자들의 구성을 보면 전/현직 운동선수, 운동 유투버, 전직 군인, 멋진 몸매로 주목받는 인플루언서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프로그램은 사뭇 진지한 톤으로 진행된다. 스포츠를 쉽게 연상 시킬 수 있는 연예인을 앞세우거나, 편집된 화면을 보며 육체에 감탄하는 게스트들이 수다떠는 전개가 아니라 마치 성실한 다큐멘터리를 보는 인상을 제공한다. 연출을 담당한 장호기 pd는 문화방송에서 <pd수첩>등의 시사다큐를 만든 경력이 있는 데다, 인기 예능 <스트릿 우먼 파이터>를 만든 제작사에서 제작을 진행했다. 그래서인지 다큐와 서바이벌 예능을 접합한 새로운 느낌의 예능을 보는 인상을 준다. 다큐의 톤으로 운영되다 보니 두 명의 출연자가 겨루는 장면에서도 계속해서 단독 인터뷰가 등장한다. 그것은 시합이 종료된 다음에 인터뷰를 진행했다는 뜻이 되는데, 시합에서 둘 중의 한 명은 패배했다. 그러나 '내가 반드시 이깁니다, 으르렁!' 따위의 태도를 보이며 인터뷰에 임해야 하는 촌극도 벌어진다. 그 때 참가자의 기세를 자세히 보면 이 사람이 패배했구나.. 가 약간 보이기도 한다. 아, 이 정글처럼 잔인한 매스미디어여!
참가자들의 운동능력
<피지컬 100>의 피지컬러들의 구성은 크로스핏터, 체조 국가대표 출신, 팔씨름 챔피언, 파워 리프터, 맨몸운동, 보디빌더, 구조대원등 다양하다. 그런데 첫번째 미션인 '오래 매달리기'에서 가장 힘이 세보이는 굵은 팔의 파워 리프터가 아주 빨리 탈락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벤치프레스는 260kg을 수행하는 사람이 자신의 체중을 유지하는 것은 힘든 일이었던 것일까? 이는 참가자들이 주로 하는 운동의 특성을 보면 그 비밀을 알 수 있다.
1. 파워리프팅
근력의 향상에 중점을 둔 운동으로, 흔히들 말하는 '3대 운동'에 들어가는 스쿼트, 벤치 프레스, 데드 리프트를 다룬다. 그 세 동작이 고중량을 다루기에 가장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그것을 규정에 맞춰 들어올리기만 하면 되기 때문에 움직임이 매우 간결하고 가동범위가 짧다. 무거운 무게를 다루는데 복잡한 움직임이나 가동범위가 넓으면 위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운동의 가장 큰 특성은 문자 그대로 최대 근력의 향상이다. 무거운 중량을 다루기 위해 큰 근섬유를 동원하기 위한 것에 모든 운동방법과 식단이 집중되어 있다. 그러나 단순한 움직임으로 인해 다양하고 복잡한 동작을 위한 우리 몸의 기능이 떨어 질 수 있고, 지속적인 운동 지속능력과는 무관하다. 실제로 그들이 완력을 쓸 수 있는 시간은 1분을 넘기지 못한다. 조물주가 설계해놓은 영장류의 한계인 것이다.
2. 바디빌딩 (헬스)
몸을 (body) 건설한다(building) 는 의미지만 한국으로 건너오면서 헬스라는 이름으로 더 자주 불려진다. 헬스는 외형을 가장 빨리 변화시키는 운동으로, 그 훈련방식이 단순하다. 모든 운동은 부위를 나누어서 진행된다. 그렇기 때문에 협응 보다는 고립이 중요하며, 전신을 활용하여 퍼포먼스를 향상시키기 보다는 타겟 근육을 정해놓고 딱 그 근육만 단련한다.
예를 들어 스포츠의 당기는 동작은 팔을 최대한 내밀어 등근육과 허리, 그와 이어진 허벅지등의 조응을 이용하여 수행한다. 그러나 헬스에서는 광배근(혹은 승모근)만을 이용하여 당겨야 한다. 심지어 그것을 상부, 하부로 나누고, 너비와 두께를 위한 운동을 따로 실시한다. 그래서 근육의 비대가 일어나면, 거기서 체지방을 없애는 식단을 병행하여 마치 조각같은 몸매를 만드는 것이다. 힘이 강해지거나 체력이 올라가는 것 보다는 보기 좋은 몸을 만드는 것이 목적이기 때문에 바디빌딩 대회는 스포츠 보다는 엔터테인먼트 쇼라고 부르는 것이 좀 더 직관적일지 모르겠다. 그러나 기능보다 멋을 중요시하는 옷차림을 비난 할 수만은 없듯이, 외형을 멋지게 하는 방법론이 꼭 나쁜것은 아니다.
3. 크로스 핏
역도는 근력과 순발력을 키우지만 근지구력이나 심폐 지구력을 향상시키지는 못한다. 헬스는 근력과 신체구축, 필라테스는 유연성과 근지구력, 협응력등을 키운다. 그러나 크로스 핏은 위의 모든 요소를 단련한다. 바디빌딩과는 반대로 모든 근육과 관절이 힘을 합치고, 지구의 중력과 원심력 마저 활용해 육체가 다다를 수 있는 운동 능력의 한계에 다가가는 종목이다. 그러나 몸의 성능을 최고 끌어올리는 것에 주안점을 두다 보니 부상이 잦고, 트레이닝 장소의 특성상 경쟁과 파이팅이 높아서 오버트레이닝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그렇다면 오래 매달리기는?
오랜 시간동안의 수행능력(근지구력)이 길러지는 운동은 적어도 리프팅이나 바디빌더는 아니다. 그러니 몸이 우락부락한 참가자들이 빠른 시간에 탈락해버린 것이다. 되려 1등을 차지한 산악구조대원은 순간적으로 힘을 내는 거대한 근육이 아닌, 지속적으로 힘을 내는 내부의 근육으로 가득 채워진 사람이었던 것이다. 그는 순식간에 강력한 힘을 내는덴 무리가 있지만, 생활속에서 단련된 지혜가 육신에 그대로 저금되어 오랜 시간 수행할 수 있었다.
자신의 특성을 조금만 더 이해했더라면
2라운드의 공뺏기 게임에서 파워리프터는 민첩성이 높은 체대생과 겨룬다. 리프터는 초반에 공을 차지하는 우위를 점했으나 역전당한다. 체대생은 자신의 우위를 이용해 체력전으로 가게 되고, 리프터는 이에 말려들어 재역전의 기회가 있었으나 몇 번의 탈환에 실패한다. 결국 체력이 바닥난 리프터는 지치고, 체대생이 승리를 가져간다. 만약 리프터가 체력이 회복 될 때까지 기다렸다가 타임아웃되기 3초전에 모든 근력을 쏟아부어 공을 뺏는 전략을 택했다면 어땠을까? 지속적인 시도는 악수로 이어졌고, 모두의 예상을 깨고 패배했다.
최고의 육체란 무엇일까?
육체가 보여 줄 수 있는 '강력함'을 구성하는 것은 무엇일까? 근력일까, 체력일까, 근 지구력일까, 동경해 마지않는 형태의 근육일까, 그도 아니면 소프트웨어에 해당하는 정신력일까? <피지컬 100>은 그에 대한 답을 던저줄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정신의 그릇이 되는 신체에 관해 한 번 쯤은 진지하게 생각해볼 여지를 던지는 역할은 하고 있다. 앞으로 공개될 창의적인 미션들이 기대되는 이유다.
프리랜서 막노동꾼 이정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