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길이 우리의 길이다. (This is the way.)”라는 명대사 하나로 명작 반열에 올랐다. 괜히 오지랖 떠는 말이 아니다. 디즈니 플러스 런칭과 함께 오리지널 시리즈로 OTT에서 공개된 <만달로리안>시리즈는 조지 루카스가 창조한 <스타워즈>세계관에서 이어지는 새로운 스핀오프 시리즈로 전 세계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작품이다. 2019년에 첫 번째 시즌이 공개됐고 2020년에 시즌 2, 그리고 올해 3월부터 시즌 3가 공개됐다.
<만달로리안>은 주연 배우 페드로 파스칼의 인생 연기를 비롯해서 최첨단 VFX 기술을 활용한 촬영 방식, 음악을 맡은 루드윅 고란슨의 감각적인 음악, 오리지널 <스타워즈> 팬들을 위한 수많은 이스터에그 등으로 이뤄져 어르신 팬들부터 새롭게 유입되는 어린 시청자들까지도 전 세대가 즐길 수 있는 요소가 한가득인 드라마다. 이번 시즌 3가 국내 시청자들에게 더욱 특별하게 다가올 소식이 하나 있다. 8편의 시즌 3 에피소드 중에서 3화를 <미나리>의 정이삭(리 아이작 정) 감독이 연출했기 때문. 3월 22일 국내 공개된 3화에서 정이삭 감독의 연출력을 확인할 수 있을 것. 지난 3월 17일 국내 언론과 화상 인터뷰를 통해서 공개한 정이삭 감독의 연출 소감도 함께 들어보면서 시즌 전반의 매력에 대해서도 살펴보자. 참고로,<스타워즈>시리즈를 전혀 몰라도 충분히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작품이다.
21세기 스타워즈 카우보이, ‘만도’
<만달로리안>의 주인공 딘 자린은 ‘만도’라는 닉네임으로 불린다. 사실 그가 살아가는 환경에서는 개인의 이름보다는 ‘만달로리안’이란 종족, 소속감이 훨씬 중요한 삶이기 때문에 사람들은 그를 이름으로 부르지 않고 만달로리안을 줄여 ‘만도’라고 부른다. 요즘 식으로 비유하면 사원증 들고 다니면서 삼성맨, 현대맨으로 불리는 것인데 만도에게는 만달로리안이란 소속감이 너무나 중요하다.
한때는 만달로어 행성을 중심으로 융성했던 문화를 지닌 채로 만달로리안들끼리 모여서 잘 살아가고 있었는데 과거의 언젠가 대학살극이 벌어졌고 소수만이 살아남아 은하계 전체에 흩어졌다. 아주 엄격한 규율을 가진 채 살아가고 있으며 명분과 충성을 중요시하고 절대로 갑옷 밖으로 얼굴을 드러내지 않은 채로 거의 금욕적인 생활을 하다시피 하며 사는 사람들이 바로 만달로리안이다. 그런데 이렇게 복잡하고 어려운 캐릭터 소개라니, 그래서 만도의 매력은 무엇인가. 그는 마치 21세기의 카우보이 같다. 마초적이지만 정치적으로 올바른 판단력을 갖고 있고 성별이나 인종이나 행성에 대해 차별과 혐오를 갖고 있지 않으며 권력에 맞서고 약한 자를 무조건 돕는다.
<만달로리안>이 세계적인 인기를 얻은 데는 바로 이 만달로리안 캐릭터가 매력적이라는 점, 그리고 그를 연기한 배우 페드로 파스칼이 너무나 멋진 연기를 보여줬다는 점이다. 새 시즌의 3화를 연출한 정이삭 감독은 국내 언론과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페드로 파스칼의 매력에 대해서 “넘치는 재능으로 놀라운 헌신을 하는 좋은 배우다. 그와 함께 작업하는 누구든 그를 고맙게 생각할 것이다. 만도, 딘 자린의 캐릭터가 내내 마스크를 쓰고 등장함에도 불구하고 그의 인간적인 면모를 너무나 잘 드러낸다는 점이 주목할 만하다. (눈빛이 아니라) 목소리를 통해서도 캐릭터의 인간성까지 드러낼 수 있는 재능을 가졌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포스의 균형, 스타워즈 정신을 되살리다
<만달로리안> 시리즈는 설정상 <스타워즈> 시리즈의 세계관과 이어지는 작품이다. 만도가 떠돌아다니는 시기는 시스 군주에 충성하던 다스베이더가 세운 제국이 몰락하고 새로운 공화국이 건립된, 하지만 우주 곳곳에 제국의 잔당들이 남아서 호시탐탐 권력을 다시 세울 기회를 노리고 있어 우주가 혼란스러운 상황이다. 제국이 지배하지 않는다고 해서 우주에 반드시 평화가 찾아왔는가? 그것도 아니다. 종족들마다 행성들마다 자체적으로 범죄가 횡행하기도 하고 민초들의 삶은 언제나 그랬듯 어려워진다. 그런 상황에서 만도는 자신이 충성을 맹세한 만달로리안 규율에 따라서 목숨을 잃을 위기에서 자신이 구한 어린 ‘그로구’를 그의 연고지에 데려다 줘야 한다.
그 과정에서 수많은 종족과 얽히게 되고 다양한 미션을 수행하게 되는데 그것은 결국 <스타워즈> 세계관에서 보여주는 포스의 균형이란 개념과 맥이 닿아 있다. 사사로운 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집착하거나 맹신하거나 탐욕하지 않으면서 남을 위하고 평화롭게 공존하는 삶을 추구하는 것. 그것이 바로 우주를 안전하게 유지해 줄 포스의 균형일 텐데 만달로리안 딘 자린이 그로구와 함께 해결하는 일들이 곧 포스의 균형을 위한 일이다.
에피소드마다 장르가 다르다?
<만달로리안> 시리즈는 할리우드 최고의 실력자, 기술자들이 총동원되어 만들어진 드라마다. <아이언맨>으로 유명한 존 파브로 감독이 총괄 제작을 맡고 여러 에피소드의 각본까지 직접 썼는데 에피소드별로 연출은 다른 감독이 맡는 식으로 협업이 이뤄졌다. 시즌1, 2의 연출자로는 걸어 다니는 '스타워즈' 백과사전이라고 부르는 루카스 필름의 데이브 필로니 감독, <오비완 케노비> 시리즈도 연출한 데보라 쇼, <스파이더맨 3>의 그웬과 <쥬라기 월드>의 이모 등으로 유명한 배우 겸 감독 브라이스 달라스 하워드, 그리고 <토르> 시리즈의 타이카 와이티티 감독, <앤트맨> 시리즈의 페이튼 리드 감독, 로버트 로드리게즈 감독 등이 참여했다. 그러다 보니 에피소드별로 다루는 이야기의 결도 장르적인 성격도 조금씩 다르다. 감독들의 성향이 자유롭게 투영됐기 때문. 이번 새 시즌 3화를 연출한 정이삭 감독도 본인의 연출색이 자연스럽게 투영되게끔 연출을 했다고 밝혔다.
정이삭 감독은, “처음 연출 제의가 들어와서 총괄제작자 존 파브로와 데이빗 필로니를 만났을 때 가이드를 줬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장르를 생각해서 그 장르에 대한 오마주를 하면 좋다는 조언이었다. 그래서 시나리오를 보면서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을 떠올렸다. 그의 영화를 오마주 하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영화를 가르치는 일도 오래 했기 때문에 에피소드의 여러 요소에 녹여내는 작업을 했다. 이번 시리즈는 시기상으로 오리지널 <스타워즈>시리즈 6편('제다이의 귀환')과 7편('깨어난 포스')의 시간 배경 사이 어디 즈음에 위치한다. 그래서 그것을 염두에 두고 신공화국의 비주얼이나 여러 설정을 만들어 나갔다”라고 말했다.
뉴 아이콘, 그로구의 탄생
그로구는 생김새로 보나 능력으로 보나 <스타워즈> 시리즈의 요다와 같은 종족이다. 처음 그로구의 캐릭터가 공개됐을 때부터 귀여운 매력으로 시청자와 팬들을 사로잡았다. 극중 그로구의 나이는 50살이나 되지만 종족의 특성상 느리게 자라는 설정이라서 하는 짓은 딱 3살 아이 같다. 아직 포스를 자유자재로 사용할 수 없어서 처음으로 능력을 깨닫게 되는 과정이나 자신을 위해 헌신하는 만도(딘 자린)와 정이 들어버려 둘 사이의 유대 관계가 진해지는 과정을 지켜보는 것이 바로 이 시리즈의 가장 큰 매력이다.
그로구는 잠재된 능력이 어느 정도인지 아직은 알 수 없는 수준의 캐릭터다. 제다이들은 전설이 되었고 우주의 평화를 위해서 전면에 나서지도 않는다. 그들의 힘은 너무나 막강하기 때문에, 그리고 제국의 횡포라는 것이 사실상 비뚤어진 마음을 가진 제다이로 인해 벌어진 일이기 때문에 기본적인 죄의식이 있는 상황. 그런 와중에 그로구가 딘 자린과 함께 어떤 일들을 해결하게 될지는 분명하다. 제국의 잔당들이 다시는 제국을 재건하지 못하도록 막는 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예상한다. 이렇게 귀엽고 어린 아이 같은 모습을 한 그로구가 우주를 구할 엄청난 능력을 지닌 존재라니, 말만 들어도 짜릿한 캐릭터 설정이다.
정이삭 감독이 말하는 <만달로리안>의 매력
정이삭 감독은 <미나리>를 연출하는 동안 저녁이 되면 새로 공개되는 <만달로리안> 시리즈를 보면서 시간을 보내곤 했단다. 그는 국내 언론과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이 간담회 기사가 나갈 때 제가 언제나 백퍼센트로 윤여정 선생님을 생각하고 있다는 걸 알리고 싶다. 그리고 가능하다면 윤여정 선생님을 <스타워즈> 시리즈로 직접 초대하고 싶다”는 소감을 밝히기도 했다.
생각해 보면, 불가능한 일도 아니다. <스타워즈> 시리즈는 이미 방대한 스토리를 가지고 있고 수많은 스핀오프 시리즈가 계속해서 만들어지고 있다. 캐릭터와 종족도 다양해서 윤여정 배우가 출연을 한다 해도 맡을 수 있는 역할이 무궁무진하게 많을 것이다. 이미 알려진 대로 국내 배우 중엔 이정재가 <스타워즈> 시리즈의 세계관에 입성했고, 제다이 중의 한 명을 연기할 거라는 추측이 나오고 있는 상황.
정이삭 감독은 윤여정 배우와의 협업 가능성에 대한 희망을 이야기하면서도 자신이 연출한 에피소드가 설정상, “<스타워즈> 시리즈의 6편과 7편 사이에 위치한 이야기이고, 공화국이 제국을 무너뜨리고 신공화국이 들어서면서 그들만의 원칙을 가지고 나라는 세우려고 하는 단계”라고 설명했다. “새로운 희망으로 가득 차 있지만 한편으로는 모든 걸 다시 재건해야 하고 관료주의적인 면과도 싸워야 하는, 또 언제든 제국이 돌아올 수 있을 거라는 불안한 상황”을 이야기에 담아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방대한 <스타워즈> 세계관에서 가장 중요한 핵심 키워드를 하나 꼽으라고 한다면 그건 바로 ‘저항’이다. 불의에 항거하고 포스의 균형을 어지럽히는 행위에 대해 단속하고 우주의 질서를 유지시키기 위한 노력이 바로 <만달로리안>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점이다. 딘 자린과 그로구가 헤쳐 나가야 하는 모험은 시즌 3에서도 내내 흥미진진하게 이어질 것이다.
김현수 영화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