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에는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시리즈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개봉 4일 만에 100만 관객을 돌파한(그리고 이제는 시리즈 중 가장 흥행한) 영화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Volume 3>는 우주 최강 오합지졸들의 마지막 여정을 그린다. 마블다운 화려한 액션과 은하계를 여행하는 듯한 화려하고 신비한 영상미가 눈길을 사로잡지만, 무엇보다 눈에 띄는 것은 사랑과 우정에 대한 서사이다. 특히 이번 편은 가슴 아픈 상처를 지닌 동료 ‘로켓’의 응어리진 마음을 풀어주는 이야기라 더욱 이 같은 테마가 빛을 발한다. 보는 관객의 안구에 습기차게 하는 것은 물론이고. 이렇듯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의 사랑과 우정은 10년 동안 이어진 시리즈를 관통하는 중요한 감정선이기 때문이다. 루저였던 서로를 히어로로 만들어 주었던, 우주 히어로들의 10년간의 사랑과 우정을 살펴본다.
피터 퀼 & 맨티스 / 가모라 & 네뷸라 ㅡ ‘We are family.’
맨티스와 네뷸라는 2편부터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멤버로 합류했다. 사실 이 두 사람은 각각 복잡한 가정사를 가지고 있다. 먼저 타인의 감정을 느끼는 능력을 가진 맨티스는 피터의 이복동생이다.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홀리데이 스페셜>에서 이 사실이 밝혀진다. 에고 행성에서 홀로 외롭게 지내던 맨티스는 진실을 고백했을 때, 피터가 어떻게 반응할지 몰라서 아주 조심스럽게 우리가 가족이라는 사실을 고백한다. 이에 피터는 감격하며 “그 사실이야말로 최고의 크리스마스 선물”이라고 말하며, 남매는 크리스마스에 생애 첫 포옹을 나눈다.
사이보그화된 신체를 지니고 있는 네뷸라는 가모라의 양동생이다. 본인의 의사와 무관하게 양아버지 타노스에게 거둬들여진 후, 친언니 같은 가모라와 쉬지 않고 대결을 해야 했고 패배할 때마다 전신에 온갖 개조를 당했다. 어린 네뷸라는 언니 가모라를 진짜 가족으로 원했지만, 자신은 가족이기에 앞서 훈련 과정의 경쟁 상대였던 것이다. 하지만, 후에 가모라의 마음도 자신과 같았다는 것을 확인하며 화해한다. 상당히 복잡한 애증관계로 얽힌 이들이 오해를 풀고, 서로에게 마음을 여는 과정은 쉽지 않았지만 결국 해내며 진정한 가족으로 거듭난다.
피터 퀼 & 가모라 ㅡ ‘I love you guys.’
'스타로드' 피터 퀼과 가모라는 우정을 나눈 동료이자 사랑하는 연인 사이였다. 피터는 가디언즈를 가족처럼 생각하며, 가족을 목숨보다 소중히 생각하고, 그중에서도 가모라를 가장 사랑했다. 타노스가 인정한 가모라의 공식 남자친구(?)이기도 하다. 피터는 눈치 없이 가모라에게 작업을 걸거나 애꿎은 가모라 탓을 하는 등 미운 행동을 하기도 했지만,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순간에 사랑한다는 말로 고백을 전했다. 또한 가모라가 피터에게 손을 내밀 때, 피터는 가모라에게서 어머니의 환영을 보기도 한다. 그렇게 사랑했기 때문에, 가모라를 잃은 후 방황하는 모습을 보이며 ‘최악의 트롤러’로 등극하기도 했다. 후에 피터 퀼을 연기한 배우 크리스 프랫은 인터뷰를 통해, 일련의 사건들을 겪은 스타로드에게 남은 소중한 사람은 사랑하는 가모라 뿐이었다고 밝히며 피터의 방황을 해명했다.
특히 ‘우주에서 가장 위험한 여자’라 불리는 가모라는 냉혹한 과거까지 가진 인물이다. 하지만 피터를 비롯한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멤버들을 만나며 우정을 배우고, 뜨겁고 강인한 마음을 가진 캐릭터로 거듭난다. 1편에서 가모라의 목적은 오직 오브였고, 위험에 처한 피터는 신경쓰지 않는다. 그러나 2편에서는 오브보다 피터를 먼저 떠올리며, “피터 없이는 떠나지 않겠다”고 말한다. 가모라에게 피터가 얼마나 중요한 존재가 되었는지 알 수 있는 부분이다. “내 삶의 대부분은 적에게 둘러싸인 채 사는 거였어. 친구들과 함께 맞는 죽음이라면 기꺼이 받아들일 거야”라는 대사 또한 가모라의 변화를 설명한다. 이처럼 두 사람은 서로를 동료로, 연인으로, 가족으로 여기며 긴 여정을 함께 해왔다.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Volume 3>에서 피터는 죽었다고 생각했던 가모라를 다시 만나게 된다. 그러나 이제, 기억을 잃은 채로(정확하게는 멀티버스 인물이라 기억이 없는 게 맞다). 크리스 프랫은 피터가 전편들보다 더욱 처절하고 격해진 감정선을 선보일 것이며, 자아를 발견할 만큼의 성장을 이룰 것이라고 밝혔다. 기억을 잃은 구여친과 벌이는 날카로운 신경전과 둘의 예측할 수 없는 케미스트리를 놓치지 말자.
로켓 & 그루트 ㅡ ‘We are Groot.’
로켓과 그루트는 모두가 인정하는 베스트 프렌드이다. 둘은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팀이 만들어지기 전부터 콤비로 함께했다. 주인과 애완동물 혹은 친구 혹은 보디가드처럼 말이다. 그루트는 로켓에게 큰 애정을 갖고 있으며,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팀에 들어온 이유 또한 로켓을 기쁘게 하기 위함이었다. “아이 엠 그루트”라는 그의 유일한 언어를 알아듣는 것 또한 로켓만이 유일했다. 특히, 새로 태어나 미성숙한 그루트는 육아 난이도 최상의 막내아들이었다. 치열한 전투 상황에서도 음악을 틀어놓고 춤을 추거나, 전투기가 추락하는 와중에 젤리빈을 맛있게 먹으며 구경하는 등 철없는 모습을 보여준다. 하지만 로켓은 언제나 다정하고 든든한 아버지의 역할을 한다.
외모는 귀엽지만 성격은 아주 공격적인데다 엄청난 다혈질에, 어느 상황에서도 주눅 들지 않고 당당한 성격을 가진 로켓은 그루트의 보호자가 되기에 충분했다. 1편에서 그루트가 자신을 희생시켜 동료를 구했을 때도, 2편에서 베이비 그루트로 다시 태어났을 때도, 3편에서 사춘기를 맞았을 때도 로켓은 늘 그루트 곁에 있었다.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에서 그루트가 먼지가 되어 사라질 때, 그의 잔해를 끌어안고 오열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제임스 건 감독은 그의 의미를 ‘아빠(Dad)’라고 직접 밝혔다. 로켓은 그루트에게 친구이자 보호자였고, 이로써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멤버들이 가족으로서 연결될 수 있었다.
사실상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Volume 3>의 주인공은 로켓이다. 그동안 자세히 다루지 않았던 로켓의 과거부터 현재 이야기로 전개되기 때문이다. ‘우주의 현상금 사냥꾼’이자 ‘말하는 라쿤’으로만 기억되었던 로켓의 숨겨진 이야기를 만나볼 수 있다. 그 속에서 펼쳐지는 로켓과 그루트의 사랑스럽고 따뜻한 우정 서사도 놓칠 수 없다. 제임스 건 감독이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의 여정이 3편에서 끝난다고 공식적으로 밝히긴 했지만, 많은 영화팬들은 사랑스러운 이들의 사랑과 우정을 계속해서 보고 싶을 것이다.
테일러콘텐츠 에디터 혜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