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신: 바람의 아이> 포스터. 사진 제공=트윈플러스파트너스㈜

제주의 오랜 전설로 내려오던 ‘바람의 신주’를 찾아

탐험을 하던 현대의 과학자들은 우연한 사고로

1230년대 탐라로 타임슬립 하게 된다.

한편, 탐라의 전설이 예언한 운명의 소녀 ‘영등’은

‘바람의 신주’를 탐내는 해적들에게 쫓기던 중

‘유랑’을 만나 위기에서 벗어난다.

하지만 해적들은 세상을 파괴할 힘을 가졌다는

신주를 차지하기 위해 탐라를 공격하고,

적귀에 맞설 거대 돌하르방 로봇 ‘거신’이

폭포 속에서 모습을 드러내는데…

과연 ‘거신’과 바람의 힘을 가진 운명의 소녀 ‘영등’은

‘바람의 신주’를 지켜낼 수 있을까?

바람의 섬 제주도의 신화와 거대로봇이 만났다. 5월 18일 개봉을 앞둔 <거신: 바람의 아이>(감독 신창섭)는 오랜만에 찾아온 순수 창작 극장판 애니메이션이다. 2017년 지역특화콘텐츠 개발사업에 선정된 후, 웹툰 「거신대전」 크라우드 펀딩, 캐릭터 라이선싱 페어로 국내 애니메이션 팬들의 기대를 모아왔다. 몇 차례 개봉 연기 끝에 드디어 극장에서 볼 수 있게 되었다.

<거신: 바람의 아이>는 2017년 지역특화 콘텐츠개발 지원사업에 선정되며 화제를 모았다. 독특한 제주의 문화와 다양한 K-Culture를 담아낸 콘텐츠로 한국 애니메이션의 스펙트럼을 넓히고 있는 국내 굴지의 애니메이션 제작사 ‘그리메’에서 만든 순수 국산 애니메이션이다. 수차례 답사를 통해 실제 제주의 억새숲, 해녀마을, 엉또폭포 등을 애니메이션에서 구현해 눈에 익은 장소를 찾아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제주의 신화와 전설을 차용한 판타지적인 설정으로 완성된 독창적인 세계관과 거대로봇의 결투라는 볼거리까지, 두 마리 토끼를 잡아낸 <거신: 바람의 아이>의 신창섭 감독과 제작사 그리메의 신주영 대표를 서면으로 만났다.


<거신: 바람의 아이> 신주영 그리메 대표, 신창섭 감독. 사진 제공=트윈플러스파트너스㈜

오랜만에 국산 창작 애니메이션이 개봉합니다. 소감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신주영 대표 오랜만에 등장하는 국산 로봇 애니메이션 <거신: 바람의 아이>가 개봉하게 되었습니다. 시공초월 로봇액션의 다채로운 볼거리를 그린 애니메이션을 통해 어린 시절 시청했던 로봇 애니메이션을 떠올릴 수 있는 향수를, 처음 보는 어린이들에게도 국내 애니메이션의 재미를 전하고 싶습니다. 시원한 액션과 숨겨진 신화, 세계관, 스토리를 통해 즐거움을 느끼실 수 있기를 바랍니다.

<거신: 바람의 아이>는 어떤 영화인가요?

신주영 대표 <거신: 바람의 아이>는 오랜 전설로 내려오는 ‘바람의 신주’라는 신의 힘으로부터 시작되는 시공초월의 로봇 액션 판타지입니다. 신주를 찾기 위해 탐험을 하던 현대의 과학자들이 사고로 1230년대 탐라로 타임슬립하며 뿔뿔이 흩어지며 시작되는 오리지널 극장용 애니메이션입니다.

탐라의 전설이 예언한 운명의 소녀 ‘영등’은 신주의 힘을 지키는 운명을 타고났습니다. 신의 힘은 해적들과 현대의 과학자들 모두가 탐냈고 자연스럽게 영등은 그들로부터 벗어나고자 도망칩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신주를 지키는 세력과 힘을 차지하고자 하는 세력이 ‘거대 로봇’을 중심으로 전투를 하게 됩니다. 바람의 신주를 중심으로 ‘적귀’에 맞설 거대 돌하르방 로봇 ‘거신’의 전투를 그린, 오랜만에 등장한 오리지널 국내 창작 애니메이션 영화입니다.

<거신: 바람의 아이> 스틸컷. 사진 제공=트윈플러스파트너스㈜

<거신: 바람의 아이>의 아이디어는 어디에서 떠올리신 건가요? 아이디어 착안부터, 시나리오 집필, 실제 제작까지 얼마나 걸렸는지도 궁금합니다.

신주영 대표 저희 그리메는 제주를 기점으로 다양한 콘텐츠와 오리지널 애니메이션을 만드는 제작사입니다. 원형이 보전되어 있는, 가공되지 않은 스토리들이 무궁무진하죠! 아이디어부터 시나리오 초고, 제작 단계 전반이 내부에서 이뤄집니다. 이후 음악, 녹음, 촬영 등의 포스트 프로덕션을 파트너사와 함께 제작 진행하고 있습니다. 국내 애니메이션 제작 환경에서 기획과 메인 프로덕션, 포스트 프로덕션을 할 수 있는 제작사라는 자부심을 갖고 오리지널 애니메이션을 제작해오고 있습니다.

초기 기획 단계에서 2017년, 한국콘텐츠진흥원의 지역특화콘텐츠개발지원사업에 선정이 되어 첫 제작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1년의 시간 동안 애니메이션을 모두 완성하지 못해, 제작비로 쓰인 사업비가 환수되는 상황에 이르렀고, <거신: 바람의 아이> 제작에 큰 위기를 겪게 되었습니다. 투자 역시 어두웠습니다. 외부 제작을 하면서, 계속해서 <거신: 바람의 아이>를 완성하고, 굿즈 및 후반 제작은 크라우드 펀딩이 성공하면서 ‘여러분’들과 함께 극장용 애니메이션을 완성하여 개봉을 앞두고 있습니다. 국내 애니메이션을 사랑하는, 그리고 관심을 가져주시는 분들에게 다시 한번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제주도는 삼다도로 유명합니다. 그중에서 ‘바람’을 영화의 소재로 삼으셨어요. 제주도를 선택한 이유, 또 바람, 신화라는 설정을 하신 이유가 궁금합니다.

신창섭 감독 제주는 삼다도라고 하죠. 돌과 바람과 여자가 많다고 불렸는데요. <거신: 바람의 아이> 속에서는 삼다도를 만끽하실 수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바람의 여신의 힘이 담긴 신주를 지키는 소녀 ‘영등’의 모습뿐만 아니라 제주의 다양한 명소들을 배경으로 그렸습니다.

신주영 대표 저희는 제주가 다양한 소재가 잠들어 있는, 이야기가 많은 섬이라고 생각합니다. 제주에 와서 첫 번째로 만들었던 TV 애니메이션 <응까 소나타>를 시작으로 흑돼지와 조랑말, 해녀를 소재로 한 캐릭터들의 ‘우당탕탕’한 일상을 애니메이션으로 제작했습니다. 그리고 <거신: 바람의 아이>도 천혜의 자연을 가진 제주를 시각화하고, 원천이 남아 있는 다양한 제주의 신화와 전설을 통해 ‘한국적인 세계관’을 스토리로 그리는 것에 집중한 작품입니다.

특히, 스토리의 기반이 되는 영등할망신화나 비양도의 전설 등은 한국적인 세계관을 끌어올리는 탄탄한 기반이 되기도 합니다. 그리고 신화는 늘 새로운 해석으로 무궁무진한 스토리를 끌어내는 샘이 된다고 생각되어 신화 설정을 가지고 왔습니다. 지나치게 원색적인 모습을 덜어내고 애니메이션적인 상상을 담아 <거신: 바람의 아이>의 설정을 진행하였습니다.

<거신: 바람의 아이> 스틸컷. 사진 제공=트윈플러스파트너스㈜

실제 제주 신화 중 어떤 부분을 참고하셨나요? 영화 속에서는 어떻게 구현하고자 하셨는지도 설명해주세요.

신창섭 감독 스토리의 큰 흐름을 담당하는 신화는 아무래도 ‘영등할망신화’라는 여신 설화를 기반으로 제작했습니다. 바다의 안녕과 풍요를 가져다주는 여신인 ‘영등할망’의 신화를 기반으로 판타지적인 상상을 듬뿍 담았습니다. 이런 상상에서 나온 부분이 ‘바람의 신주’이기도 합니다.

제주는 신(神)을 기반으로 한 전설이 많습니다. 그렇지만 바람의 신주는 신이 아닌 ‘신의 힘’을 담은 매개로 갈등과 모험의 시작이 되는 장치로 설정한 거죠. 영화에서 굉장히 중요한 열쇠가 되기도 합니다.

오프닝에서 1230년 제주로 타임슬립합니다. 과거로 돌아간 이유가 있을까요?

신창섭 감독 ‘시공초월 로봇액션’이라는 말과 정말 잘 어울리는 질문인데요. 이 부분이 저희가 처음으로 설정한 세계관의 기본이기 때문입니다. 저희는 ‘타임슬립 이후 과거는 변할 수 없다’는 것을 기본으로 세계관을 만들었습니다. ‘바람의 신주’의 알 수 없는 힘으로 과거로 타임슬립한 현대의 과학자들은 하르방과 적귀를 만들었고, 영등의 모습으로 여신이 어떻게 강림하였으며, 그 모든 ‘과거’의 일을 바탕으로 신화가 창조되었다는 설정입니다. 이러한 모든 과정을 통해 과거와 현재, 미래가 모두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기 때문에 그 시작을 과거로의 타임슬립으로 정했습니다.

<거신: 바람의 아이> 스틸컷. 사진 제공=트윈플러스파트너스㈜

당시 탐라(제주)의 모습을 재현하기 위해 어떤 자료를 참고하셨는지, 또 영화에서는 어떻게 구현되었는지 예를 들어서 설명해주세요.

신주영 대표 세계관에 대한 부분들은 제주에서 보전되고 있는 여러 사료들을 참고했습니다. 신화를 바라보는 관점에 따라 해석이 달라지기 때문에 어떤 신화나 자료를 정하고 세계관을 구성한다기보다는 원천과 소재를 기반으로 스토리를 만들었습니다.

신창섭 감독 탐라의 모습을 가장 잘 그린 건, 배경이 아닐까 싶습니다. <거신: 바람의 아이>는 제주 곳곳의 실제 장소들을 배경으로 작화를 진행하고, 탐라를 구현했습니다. 곶자왈, 해안도로, 해녀마을, 억새밭, 용연, 엉또폭포, 한라산 등 다양한 제주의 실제 배경을 바탕으로 탐라(제주)의 계절과 분위기를 담아 다채로운 볼거리를 선사하려고 많은 노력을 기울였어요. 해적들의 추격전(곶자왈)이나 유랑과 도피하는 억새밭, 적귀와 공성을 버리는 환해장성 등 <거신: 바람의 아이> 곳곳에서 이런 배경들을 즐길 수 있습니다.

비가 와야 마른 물길이 적셔져 폭포가 되는 ‘엉또 폭포’나 낮과 밤의 풍경이 다른 억새밭 등은 직접 답사도 다녀오기도 했습니다. 탐라의 비경들은 제주의 다양한 곳들이 한데 모여 <거신: 바람의 아이>의 세계가 되었습니다.

<거신: 바람의 아이> 스틸컷. 사진 제공=트윈플러스파트너스㈜

등장인물들의 이름이 예사롭지 않습니다. 영등(민아), 유랑(심규혁), 도무(권성혁), 우다(황창영), 무간(시영준), 지메(김보영).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신주영 대표 <거신: 바람의 아이> 이야기가 진행되는 시기는 1230년 고려입니다. 지금도 이름의 유행이 있는 것처럼 그 당시에도 이름들이 유행이 있으리라는 생각으로 캐릭터의 이름을 많이 고심하여 정했어요.

‘영등’의 경우, 신화의 기반이 됨과 동시에 예언의 소녀인 모습을 극대화하고자 여신의 이름을 사용했고요. 유랑이나 우다, 무간은 지금과 다른 시대를 간접적으로도 보여주고 싶어 작명했습니다. 그 시대의 사람과 달리 도무와 지메의 경우, 현대의 이름도 존재하는데요. 도무는 ‘도현무’ 박사, 지메는 ‘지소은’이라는 이름을 갖고 있습니다.

하지만 타임슬립 이후, 그 시대에 섞였어야 하는 두 캐릭터의 모습을 이름을 통해서도 표현했어요. 자신의 모습을 그대로 갖고 사람들과 섞여, 바람의 신주의 단서를 찾는 ‘도무(도현무)’. 그리고 현대의 이름은 찾아볼 수 없는 ‘지메(지소은)’의 모습은 그녀가 타임슬립 이후 가지는 야망과 어둠을 표현한 부분입니다.

과거로 타입슬립한 현대의 과학자들이 1230년 전 탐라에서는 어떤 역할로 나오는지 좀 헷갈리더라고요. 간략하게 설명을 좀 해주실 수 있을까요?

신창섭 감독 초반에 탐험대원들은 MK-2라는 현대식 탐사로봇 기체에서 시작합니다. 3인 1조로 구성된 탐험대는 도무와 지메뿐만 아니라 부상당한 탐험대원의 모습을 함께 그리고 있습니다. 그리고 타임슬립 되는 현대의 과학자들은 뿔뿔이 흩어지게 되는데요. 탐라로 떨어진 도무는 바람의 신주 단서를 찾기 위한 수단으로, 해적과 조우한 지메는 신주를 통해 야망을 실현할 목적으로 각 로봇 기체를 만들게 됩니다. 도무-지메, 거신 하르방-적귀의 소재와 모습 등이 모두 대립되는 관계성을 나타내는 다양한 표현이 되기도 합니다.

<거신: 바람의 아이> 스틸컷. 사진 제공=트윈플러스파트너스㈜

다산의 상징물로 유명한 돌하르방을 로봇으로 만든다는 설정이 신선하더라고요. 아이디어는 어떻게 떠올리신 건가요?

신주영 대표 제주에서 돌하르방은 다양한 의미를 갖고 있죠. 다산의 상징물이기도 하지만 돌하르방은 마을이나 대문 앞에 세워진 ‘수호신’의 역할을 했을 것이라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저희는 제주를 지켜온 수호신으로서 돌하르방 로봇인 ‘거신-하르방’을 설계했어요. 세워진 곳과 역할에 따라 다양한 형태를 가지고 있는 돌하르방은 마치 로봇과 같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거신: 바람의 아이> 이후 진행되는 후속 시리즈에서 이러한 특징을 가진 다양한 기체들을 보실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적귀는 철을 사용합니다. 그런데 거신은 돌하르방이니까 당연히 돌이죠. 승산이 없는 싸움일 거 같은데, 이렇게 설정한 이유가 있을까요?

신창섭 감독 소재 역시 대립의 요소로 설정했습니다. ‘거신 하르방’은 당시 제주에서 구할 수 있는 소재인 돌과 나무를 기반으로 제작된 거대로봇입니다. 그 모습 자체가 ‘돌하르방’의 기원이 되었다는 작은 이스터에그이기도 합니다. 반면 ‘적귀’는 외부 세력인 해적, 현대에서 온 ‘지메’를 간접적으로 보여주고자 붉은 나무, 철로 된 무기를 사용하는 컨셉으로 디자인하고 설정하였습니다. 제주에서 구할 수 없는 소재, 검정과 붉은색의 대비 등 소재부터 외형까지 대비되는 요소들을 많이 사용해서 두 로봇의 대결을 뚜렷하게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거신: 바람의 아이> 스틸컷. 사진 제공=트윈플러스파트너스㈜

제작 과정에서 가장 힘들었던 점은 무엇이었는지, 또 어떻게 난관을 극복하셨는지 이야기해주세요.

신창섭 감독 애니메이션을 제작하면서 보람도 있고, 즐거운 점도 정말 많지만 힘들었던 점 역시 그와 비슷하거나 조금 더 많은 것 같습니다. 여전히 넘어야 하는 점은 국내 애니메이션을 보는 시선과 분위기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신주영 대표 제작 과정에서 힘들었던 점은 역시, 안정적인 제작비나 환경을 갖추지 못했다는 점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2017년 ‘거신대전: 바람의 신주’라는 이름으로 한국콘텐츠진흥원(KOCCA) 사업인 지역특화콘텐츠에 선정되어 일부 제작비 지원을 받아 제작을 시작한 프로젝트였습니다. 총 10억 이상의 제작비가 필요한 프로젝트였는데, ‘1년 안에 3억의 지원금으로 만들 수 있을까?’라는 걱정과 ‘지원사업을 포기하고 투자유치를 통해 더 좋은 작품을 제작할까?’라는 고민 속에 사업을 진행하며 투자유치를 통해 추가 제작비를 조달하자는 마음을 가지고 제작을 시작하였습니다. 투자를 받으려고 해도, 비주얼화는 필요했었으니깐요.

그러나 결과적으로 투자는 모두 거절당하고, ‘오리지널 애니메이션’에 투자하는 부분도 없었습니다. 마지막으로 민간 투자인 ‘크라우드 펀딩’을 진행했어요. 1년 동안 지원사업을 통해 만들었었던, 어쩌면 지금보다 많이 부족했던 애니메이션에 많은 국내 애니메이션 팬들의 성원으로 펀딩을 성공하고, 포스트 프로덕션을 완수할 수 있었습니다.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은 있다’는 말을 절감한 순간이었습니다. 많은 응원에 힘입어 계속해서 국내 애니메이션을 만들어가는 제작사가 되리라 마음을 잡은 순간이기도 합니다.

<거신: 바람의 아이> 스틸컷. 사진 제공=트윈플러스파트너스㈜

제작사 그리메의 첫 장편 애니메이션입니다. 차기작으로 어떤 작품을 준비 중이신가요?

신주영 대표 2013년 어린이용 TV 애니메이션 <응까 소나타>를 기획하고 제작했어요. 2개의 시즌을 잘 마치고 난 이후, 애니메이션에 대한 많은 생각으로 <거신: 바람의 아이>를 기획하고 제작했는데요. 앞으로도 ‘국내 애니메이션’이 존속할 수 있는 애니메이션을 만들고 싶습니다. 어린 시절 가장 먼저 접하게 되는 애니메이션 콘텐츠이지만 조금 성장한 후에는 재패니메이션이나 다른 애니메이션으로 국내 애니메이션 시장을 이탈하고 있습니다. 이는 성장하고 있는 시청자들이 각각의 나이대, 혹은 생각에 맞는 작품들이 많이 없기 때문이지 않을까하는 생각으로 이어졌고요.

저희는 계속해서 ‘다리’가 되는 작품들을 기획하고 제작하려고 합니다. <거신: 바람의 아이> 완성 후에는 ‘붉은오름’이라는 차기작을 기획‧제작 중에 있습니다. 많은 관심을 가져주시고, <거신: 바람의 아이>의 후속 시리즈까지 이어질 수 있도록 응원해 주시면 감사드립니다.

재패니메이션과 비교하기는 어불성설이지만, 한국 애니메이션을 응원하는 마음에서 드리는 질문인데요. 작업하면서 아쉬웠던 부분이 있다면요?

신주영 대표 국내에서 애니메이션을 만든다는 건 ‘갯벌 위에 짓는 초가집’과 비슷하다고 생각합니다. 안정적인 제작비 혹은 환경을 기반으로 제작이 이뤄지는 것이 아닌, 제작과 예산 확보 외에 많은 부분들이 온전히 ‘제작사’가 해야 하는 몫이 되다 보니 부족한 부분들이 더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것 같습니다. 어쩌면 <거신: 바람의 아이>도 그럴 것이고요. 초기 지원사업에 선정되어 1년이라는 한정된 기간에 완성을 했어야 하는 환경에 메인프로덕션에 대한 준비 혹은 대처‧수정이 많이 어려웠죠. 결론적으로 완수하지 못한 부분에 온전히 책임을 감당하게 되었지만, 선택지가 없기도 했습니다.

국내 애니메이션은 상품 라이센싱 등으로 시작하지 않으면 온전히 ‘애니메이션’을 만들기 쉽지 않은 환경입니다. 저희로서는 10억 원 이상의 제작비가 필요하다 할지라도, 3억의 ‘물’이 눈앞에 있다면 가뭄에 단비, 혹은 사막의 오아시스처럼 보이고 갈망하게 되기 때문이죠. 오랜 기간 동안 많은 사람들의 노력으로 조금씩 바뀔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거신: 바람의 아이> 스틸컷. 사진 제공=트윈플러스파트너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거신: 바람의 아이>가 한국 애니메이션계에 특히 로봇물에서 이룬 성취도 분명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이른바 ‘국내 창작 로봇 애니메이션’이라고 할까요? <거신: 바람의 아이>는 한국 애니메이션계에서 어떤 위치를 점유하는 작품이라고 생각하세요? 이유도 궁금합니다. 혹은, 이 부분만은 자신 있게 준비했다!라는 부분을 말씀해주세요.

신주영 대표 제주 신화와 원천을 바탕으로 제작된 스토리,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확장되는 한국적인 세계관이 큰 무기이자 장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전 세계에는 신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지는 세계관, 그리고 그를 바탕으로 한 콘텐츠들이 많습니다. 원색적이지만 무궁무진한 신화를 다듬어 멋진 보석을 만드는 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를 구현하기 위한 많은 답사와 설정‧설계를 통해 시각화하고 다채로운 볼거리를 만들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신창섭 감독 <거신: 바람의 아이>는 ‘다리’가 되고 싶은 애니메이션입니다. 국내 유아용 애니메이션, 그리고 예술적이고 창의적인 비상업용 애니메이션은 극단적인 포지션을 갖고 있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그 사이를 메꾸고 있는 것은 우리의 것이 아닌 외부의 자리이기도 하고요. 이미 자리 잡고, 앞서가고 있는 애니메이션의 격차를 단번에 메울 순 없지만 돌, 나무, 구조물 등으로 다리를 만들어 한국적인 세계관을 가진 국내 애니메이션도 그 간격에서 시청자분들이 즐길 수 있는 재밌는 콘텐츠가 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그런 콘텐츠를 응원해 주시고, 관심을 가져주신다면 애정을 가지고 있는 제작사들의 좋은 작품들을 많이 만날 수 있게 되지 않을까 기대하고, 제작하고 있습니다.

<거신: 바람의 아이> 스틸컷. 사진 제공=트윈플러스파트너스㈜

한국 애니메이션은 그리 환영받는 장르는 아닌 것 같습니다.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뽀로로>나 <또봇>, <카봇>, <로보카 폴리> 시리즈도 어린이용 애니메이션이라는 한계를 보이고 있고요. 반면 <거신: 바람의 아이>는 오랜만에 등장한 수준급 국산 애니메이션이라 더 반갑습니다. 한국 애니메이션이 그 영역을 더 확장하기 위해서는 어떤 것들이 필요하다고 보시나요?

신주영 대표 어린이용 애니메이션, 유아용 애니메이션… 모두 국내 애니메이션들이 가지고 있는 이미지라고 생각합니다. 유아와 성인 간격에 있는 애니메이션이 거의 없는 것도 사실이고요. 한국 애니메이션이 영역을 확장하기 위해선, 정말 많은 노력과 행동들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가장 큰, 그리고 어려운 부분이 국내 애니메이션에 대한 시선이 바뀌는 부분입니다. 제작 환경에 대한 부분들은 이후 부차적으로 따라오게 되겠지요. K-POP, K-웹툰처럼 메가 히트 작품이 없는 ‘마이너한 시장’이라는 이미지보다는 지금은 햇살 같은 시선과 관심이 많이 필요하지 않나 싶습니다.

이번 <거신:바람의 아이>의 예고편이나 티저들이 공개되면서 많은 의견들을 주고 계시고 하나하나 살피고 있습니다. 성우나 사운드에 대한 이야기들이 종종 보이더군요. 사실, 성우는 저희가 크라우드 펀딩이나 자부담을 들이면서 꽤나 신경 쓴 부분입니다. 다만 <거신: 바람의 아이>를 보게 될 분들이 국내 애니메이션의 공급이나 작품 자체가 많지 않아 익숙하지 않으시고, 다른 애니메이션의 비주얼키나 연기에 익숙하다 보니 그 차이에서 느껴지는 어색함을 말씀해 주시는 것 같습니다. 감사한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좋은 부분, 아쉬운 부분들을 많이 이야기 주시는 쪽이 국산 애니메이션의 다양성을 확보하고, 제작사는 더 다채로운 재미를 표현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금은 국내 애니메이션 필드를 데우는 일이 무엇보다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창작 애니메이션을 만든다는 것의 의미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지금도 열심히 창작 애니메이션을 위해 구슬땀을 흘리는 동료 또는 후배 감독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신창섭 감독 어려운 질문이라 생각이 되지만, 소신 발언을 한다면요. 창작 애니메이션은 차가운 시선 속에서 ‘계속해서 앞으로 나아가야만 하는 장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런 장르 속에서 작품을 만든다는 건, 따뜻한 관심과 응원이 필요한 일을 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만들어지는 애니메이션 작품들만 보아도, 지금 많은 기술과 인력, 작품 모두 큰 차이가 나는 것이 현실입니다. 차이가 나지만, 격을 줄이는 시도조차 하지 않는다면, 점점 멀어지고 결국 서게 될 자리도 없게 될 것입니다. 창작 애니메이션을 만드는 많은 동료 그리고 감독님들, 같이 힘내서 달려가고 힘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거신: 바람의 아이> 포스터. 사진 제공=트윈플러스파트너스㈜

<거신: 바람의 아이>로 결국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무엇인가요?

신창섭 감독 <거신: 바람의 아이>는 조금은 엉뚱할지도 모르는 상상을 기반으로 ‘돌하르방’ 로봇이라는 신선한 소재를 그린 애니메이션 영화입니다. ‘미래의 사람들이 과거로 가서 만든 로봇이, 탐라의 수호신 돌하르방으로 탄생한 것은 아닐까?’하는 상상으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지금의 우리들도 놀라운 기술이나 대단한 물건을 보면 ‘이건 미래에서 온 사람이 만들 걸지도 몰라’라는 상상을 하는 것처럼 재밌는 상상에서 시작된 <거신: 바람의 아이>를 재밌게 즐겨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시공초월 로봇 액션을 통해 오랫동안 추억하고 기억할 수 있는 애니메이션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신주영 대표 웹툰이나 원작의 스토리로 그려지는 콘텐츠가 아닌 ‘오리지널 애니메이션’의 장르로 새로운 길을 만드는, 다리가 되는 애니메이션이라는 생각을 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저희가 만든 애니메이션을 통해 <거신: 바람의 아이>가 스토리와 세계관을 만들 수 있는 애니메이션이 될 수 있도록, 오리지널 IP의 다리가 될 수 있는 애니메이션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관객들에게 마지막으로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신창섭 감독 국내 애니메이션을 사랑해 주시는 많은 분들이 봐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사람이 태어난 이후 성장하는 모든 과정이 ‘콘텐츠’를 만들고 접하면서 살아가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저희도 그중 하나의 제작사이기도 하고요. <거신: 바람의 아이>는 애니메이션을 추억하는 80~90년대 분들도, 지금 처음 보는 어린이들에게도 신선하고 재미있는 콘텐츠로 기억에 남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많은 분들이 봐주시고, 관심을 가지고 애정을 가져주시면 새로운 거신의 모습, 혹은 또 다른 콘텐츠들로 만날 수 있는 큰 힘이 될 것 같습니다. 부디 <거신: 바람의 아이>의 시원한 액션, 시각적인 요소뿐만 아니라 숨겨진 신화와 스토리를 통해 다채로운 즐거움을 느껴주시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윤상민 씨네플레이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