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17일 개봉한 <슬픔의 삼각형>은 스웨덴 감독 루벤 외스틀룬드에게 2017년 <더 스퀘어>에 이어 두 번째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안긴 작품이다. 한편, 외스틀룬드가 경쟁부문 심사위원장을 맡은 칸 영화제가 현재 한창 진행 중에 있다. 외스틀룬드와 더불어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을 두 번 받은 감독들을 정리했다.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
Francis Ford Coppola
<컨버세이션>
The Conversation, 1974
<지옥의 묵시록>
Apocalypse Now, 1979
칸 영화제의 최고상 명칭 '황금종려상'은 1964년부터 1974년까지 잠시 '그랑프리'로 대체됐고, 이후 '그랑프리'는 심사위원대상을 지칭하게 됐다. 1967년 두 번째 영화 <유어 빅 보이 나우>로 처음 경쟁부문에 초청된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가 <대부>(1972)과 <대부 2>(1974) 사이에 만든 <컨버세이션>이 이 시기 마지막 그랑프리 수상작이다. 자기 정체를 철저히 비밀로 부친 채 외롭게 살아가는 도청전문가 헨리(진 해크먼)가 작전 중에 알게 된 여자를 살리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과정을 그린 이 걸작은 코폴라가 <레인 피플>(1969)과 함께 가장 아끼는 작품으로 알려져 있다. 지독한 제작 지연 끝에 완성된 반전(反戰)영화 <지옥의 묵시록>은 1979년 칸 영화제에서 처음 공개돼 폴커 슐뢴도르프의 <양철북>과 함께 공동 황금종려상을 받았다. 이후 코폴라의 신작은 단 한 번도 칸 경쟁에 초청되지 않았다. 코폴라는 1996년 경쟁부문 심사위원장을 맡았는데, 그해 황금종려상 수상작은 마이크 리의 <비밀과 거짓말>이었다.
빌 아우구스트
Bille August
<정복자 펠레>
Pelle Erobreren, 1988
<최선의 의도>
Den goda viljan, 1992
(일반적으로 빌 어거스트라고 표기하는) 덴마크 감독 빌 아우구스트는 칸 영화제에 딱 두 번, 그것도 경쟁부문에만 초청돼 모두 황금종려상을 수상했다. 1988년 수상한 <정복자 펠레>는 마틴 안데르센 넥쇠의 대하소설 「정복자 펠레」 중 1권 '유년시절'을 각색한 작품. 아우구스트는 대작 영화를 만들기 위해 덴마크의 국민적인 필독서로 불리는 소설 「정복자 펠레」를 택했고, 당시 스칸나비아 국가가 제작한 영화 가운데 가장 높은 제작비인 4500만 달러를 투입해 완성됐다. 아우구스트가 <정복자 펠레> 이후 5년 만에 발표한 신작 <최선의 의도> 역시 황금종려상을 받았다. 연이어 연출한 두 작품이 모두 수상한 셈. 스웨덴 최고의 감독 잉마르 베리만이 어린 시절 부모와의 관계를 떠올리며 쓴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5시간이 넘는 TV용 영화를 제작돼 1992년 칸에선 3시간으로 편집한 극장판이 상영됐다. 베리만이 제 어린 시절을 영화화 한 <화니와 알렉산더>(1982)에 이어 엄마 역을 맡은 페닐라 아우구스트(당시 빌 아우구스트의 아내였다)가 여우주연상까지 받았다.
에밀 쿠스트리차
Емир Кустурица
<아빠는 출장 중>
Отац на службеном путу, 1985
<언더그라운드>
Подземље, 1995
세르비아 감독 에밀 쿠스트리차만큼 초기 커리어가 화려했던 감독도 드물 것이다. 데뷔작 <돌리 벨을 아시나요?>(1981)로 베니스영화제 신인상을 수상한 쿠스투리차는 다음 작품 <아빠는 출장 중>으로 칸 경쟁 후보에 올라 심사위원 만장일치로 황금종려상을 차지했다. 유고슬라비아와 이탈리아를 오가며 고군분투하는 집시 페르한의 이야기 <집시의 시간>(1989)은 칸 감독상, 미국/프랑스 자본과 할리우드 배우들이 함께한 <아리조나 드림>(1993)은 베를린 심사위원대상을 받았다. 2차 세계대전과 내전을 통과하는 유고슬라비아 현대사를 시끌벅적한 코미디와 음악으로 그린 <언더그라운드>는 쿠스트리차에게 두 번째 황금종려상을 안겨줬다. <아빠는 출장 중>과 <언더그라운드> 모두 미키 마뇰로비치가 주연을 맡았다. 2000년대 들어 쿠스트리차는 <삶은 기적이다>(2004), <약속해줘!>(2007)로 칸 경쟁부문에 초청됐지만 모두 무관에 그쳤다.
이마무라 쇼헤이
今村昌平
<나라야마 부시코>
楢山節考, 1983
<우나기>
うなぎ, 1997
이번 기획에서 소개하는 유일한 아시아 감독, 일본의 이마무라 쇼헤이다. 1960년대부터 활동을 시작한 이마무라는 오시마 나기사와 함께, 미조구치 겐지와 구로사와 아키라 등에 이어 서구권에 폭넓게 이름을 알린 거장이다. 구로사와 아키라가 직접 그린 <카게무샤>(1980) 이미지를 공식 포스터로 내세운 1983년 칸 영화제엔 오시마의 <전장의 크리스마스>와 이마무라의 <나라야마 부시코> 두 일본 영화가 경쟁부문에 초청됐다. 당시 스포트라이트는 락스타 데이빗 보위가 출연한 <전장의 크리스마스>에 쏠렸는데, 소설가 윌리엄 스타이런이 이끄는 심사위원진이 <나라야마 부시코>에 손을 들어줘 화제를 모았다. 이후 <여현>(1987)과 <검은 비>(1989)로 연이어 칸 경쟁부문에 초청된 이마무라는 8년 만에 내놓은 신작 <우나기>로 압바스 키아로스타미의 <체리 향기>와 함께 황금종려상을 공동 수상했다. <우나기>는 1998년 일본 대중문화 개방 이후 <하나비>(1997), <카게무샤>에 이어 한국에 개봉한 세 번째 일본영화였다.
다르덴 형제
Jean-Pierre & Luc Dardenne
<로제타>
Rosetta, 1999
<더 차일드>
L'Enfant, 2005
벨기에의 형제 감독 장 피에르/뤽 다르덴은 다큐멘터리와 픽션 작업을 병행하면서 서서히 이름을 알렸고, 1999년 처음 경쟁부문에 초청돼 <로제타>가 황금종려상과 (에밀리 드켄이 생애 첫 연기로) 여우주연상을 받으면서 칸 영화제와의 길고 두터운 연을 시작했다. <로제타>에도 조연으로 출연한 바 있는 올리비에 구르메가 <아들>(2002)로 남우주연상을 받은 데 이어, 덜컥 부모가 된 젊은 연인의 이야기 <더 차일드>로 두 번째 황금종려상을 품에 안았다. <로제타> 이후 다르덴 형제의 작품은 최신작 <토리와 로키타>(2022)까지 20년 넘게 단 한 번도 거르지 않고 칸 경쟁 후보에 올랐고, 근작을 제외한 대부분 작품이 큰 상을 수상했다.
미하엘 하네케
Michael Haneke
<하얀 리본>
Das weiße Band, Eine deutsche Kindergeschichte, 2009
<아무르>
Amour, 2012
미하엘 하네케 역시 칸 영화제의 편애를 받는 대표적인 감독 중 하나다. <7번째 대륙>(1989), <베니의 비디오>(1992)로 독특한 영화 세계를 구축해오던 하네케는 1997년 <퍼니 게임>으로 칸 경쟁부문에 처음으로 초청돼 <피아니스트>(2001)가 심사위원대상과 여우/남우주연상, <히든>(2005)이 감독상을 받았다. <피아니스트>의 배우 이자벨 위페르가 심사위원장을 맡은 2009년, 1차 세계대전 중 독일의 작은 마을을 그린 흑백영화 <하얀 리본>이 황금종려상을 수상했다. 그리고, 하루하루 죽음에 가까워지는 아내를 돌보는 노인을 따라가는 다음 작품 <아무르>도 같은 상을 받았다. 한 감독의 연이은 두 작품이 황금종려상을 차지한 건 1992년 빌 아우구스트 이후 20년 만의 일이다.
켄 로치
Ken Loach
<보리밭을 흔드는 바람>
The Wind That Shakes the Barley, 2006
<나, 다니엘 블레이크>
I, Daniel Blake, 2016
1981년 <외모와 미소>로 처음 칸 경쟁부문에 초청된 영국의 거장 켄 로치는 <숨겨진 계략>(1990)부터 대부분의 신작을 칸 경쟁 후보로서 공개해 왔다. 칸의 꾸준한 편애를 받는 여타 감독에 비하면 수상 성적이 그리 화려하진 않은 편(심사위원상만 두 차례)이었는데, 아일랜드 독립전쟁과 내전을 겪은 형제의 이야기 <보리밭을 흔드는 바람>이 왕가위가 심사위원장을 맡은 2006년, 만장일치로 황금종려상을 받았다. 이후 10년간 5개의 신작 중 넷을 칸 경쟁부문에서 발표한 켄 로치는 1990년대 중반부터 꾸준히 협업한 시나리오 작가 폴 레버티가 각본을 쓴 <나, 다니엘 블레이크>로 또다시 황금종려상을 수상하고, 자국인 영국 박스오피스에서 가장 높은 흥행 성적까지 기록했다. 신작 <올드 오크> 역시 올해 칸 경쟁부문에 초청돼 세 번째 황금종려상을 노리고 있다.
루벤 외스틀룬드
Ruben Östlund
<더 스퀘어>
The Square, 2017
<슬픔의 삼각형>
Triangle of Sadness, 2022
스키 비디오와 다큐멘터리를 만들면서 커리어를 시작한 스웨덴 감독 루벤 외스틀룬드는 2008년 <분별없는 행동>이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에 초청되면서 칸 영화제와의 연을 맺기 시작했다. <플레이>(2011)가 '감독주간', <포스 마쥬어: 화이트 베케이션>(2014)가 '주목할 만한 시선'에 초청되긴 했지만 유독 경쟁부문 후보가 되는 데엔 나름 오랜 시간이 걸린 셈인데, 전작이 품은 블랙코미디의 농도를 한껏 높인 <더 스퀘어>가 2017년 처음 경쟁부문에 초청돼 바로 황금종려상을 차지한 데 이어, 5년 만에 발표한 신작이자 첫 번째 영어 영화 <슬픔의 삼각형>까지 다시 한번 황금종려상을 수상했다. <더 스퀘어>와 <슬픔의 삼각형> 모두 우악스러운 유머 코드로 계급 문제에 대한 날선 시선을 던지는 작품으로 꽤나 뚜렷한 호불호를 이끌어냈다.
씨네플레이 문동명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