빰빠바빰~ 정겹고 흥겨운 OST가 흘러나오면서 누군가가 중절모를 쓰고 채찍을 휘두른다. 전작으로부터 무려 15년 만의 귀환을 알리는 인디아나 존스의 등장이다. 특히 이번 5편 <인디아나 존스: 운명의 다이얼>은 오랜 기간 보물을 찾아서 세상을 돌아다녔던 ‘인디’(인디아나 존스의 애칭)의 은퇴를 알리는 작품이기에 감회가 더 새롭다. 그래서일까? 최근 5편 개봉을 앞두고 디즈니+에서 전편 모두를 공개해 시리즈에 대한 기대감은 더욱 커진다. 1981년 1편 <레이더스>를 시작으로 42년 동안 전 세계의 숨겨진 보물을 찾아다녔던 인디의 여정을 다시 한번 살펴본다.
<레이더스>(1981): 모험의 시작, 전설의 완성
<레이더스>(1981)는 <인디아나 존스> 시리즈의 첫 작품이자 전설의 시작이다. 조지 루카스(제작 및 원안)와 스티븐 스필버그(연출)가 손을 잡았다는 것만으로도 많은 화제를 모았다. 여기에 <스타워즈> 시리즈의 한 솔로로 최정상의 인기를 누리고 있던 해리슨 포드가 주인공 ‘인디아나 존스’ 역을 맡아서 지상 최고의 모험을 떠난다. <레이더스>는 2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나치가 자신들의 야망을 위해 전설의 성궤 발굴에 나섰고, 이를 알게 된 인디아나가 그들보다 먼저 보물을 찾기 위해 나서는 과정을 그린다.
<인디아나 존스>의 시그니처가 된 중절모와 채찍, 존 윌리엄스의 메인 테마 등이 이미 이 작품에서부터 나온다. 든든한 조력자의 등장, 매 순간마다 긴장감을 놓을 수 없는 아찔한 모험 등 시리즈의 뼈대가 되는 공식 또한 이미 <레이더스>에 있다. 초반부 거대한 바위가 굴러오는 부비트랩은 어드벤처 영화의 빠질 수 없는 레퍼런스가 되었고, 후반부 성궤 발굴 후 시작되는 신의 저주는 섬뜩한 분위기를 자아내며 영화의 또 다른 매력을 선사하기도 했다. 모험의 시작을 알린 1편이지만, 이미 여기서 전설을 완성했는지도 모르겠다.
흥행 역시 엄청난 성공을 거뒀다. 2000만 달러의 제작비로 그보다 10배가 넘는 북미 흥행 2억 4천8백만 달러를 벌어들였다. 전 세계적으로 3억 6천7백만 달러를 기록, 1981년 최고 흥행 영화가 되었다. 재미있는 점은 이 작품 이후부터는 <인디아나 존스>와 부제를 붙이는 형식으로 제목이 바뀌었다. <레이더스>(Raiders of the Lost Ark) 역시 시리즈 작명 방식의 전통을 따르며, 지금은 <인디아나 존스와 잃어버린 성궤의 추적자>(Indiana Jones and Raiders of the Lost Ark)로 불리기도 한다.
<인디아나 존스 - 마궁의 사원>(1984): 전편보다 더 커진 모험, 단 오리엔탈리즘은 옥에 티
전편의 빅히트에 힘입어 3년 만에 제작된 속편. 인도의 샤만 마을에 불시착한 인디아나 존스와 동료들이 마을의 보물인 ‘상카라 스톤’을 되찾기 위해 모험을 떠나는 이야기를 담았다. 전편과 마찬가지로 조지 루카스와 스티븐 스필버그가 힘을 합쳐 만들었다.
특이한 점은 시대 배경이다. 이 작품이 2편이지만, 시간 상으로는 <레이더스> 보다 1년 전의 이야기를 담았다고. 그래서 전편에서 인디아나와 함께 모험을 떠난 연인 마리온(캐런 앨런) 대신 새로운 얼굴들이 함께한다. 뜻밖의 사건에 휩쓸려 인디나와 함께 인도에 도착한 가수 윌리(케이트 캡쇼), 전쟁 고아였지만 우연한 인연으로 인디의 조수가 된 꼬마 쇼티(키 호이 콴) 등이다. 여담으로 해리슨 포드와 키 호이 콴은 얼마 전 오스카 시상식에서 근 40년 만에 다시 만나 이 작품의 추억과 감동을 다시 전해주기도 했다.
전체적으로 <레이더스>의 기본 뼈대에서 크게 달라지지 않았지만, 속편답게 더 거대하고, 더 화려한 스케일로 무장했다. 산 사람의 심장을 도려내는 빌런부터, 엽기적인 만찬, 많은 모험 장르에 영감을 준 갱도 추격전 장면 등 쉴 새 없는 재미를 선사했다. 다만 영화 곳곳에서 발견되는 편협한 오리엔탈리즘은 이 영화의 유일한 흠으로 지적되기도 한다. 이 때문에 인도에서는 상영금지까지 받았다. 그럼에도 흥행은 전편만큼 큰 성공을 거뒀다. 북미 1억 7천9백만 달러, 전 세계적으로 3억 3천3백만 달러를 벌어들이며 1984년 월드와이드 흥행 1위에 등극했다. 국내에서는 명절 TV 특선 영화로 많이 방영되어서 그런지 이 작품으로 <인디아나 존스> 시리즈에 입문한 사람들이 꽤 많다. 에디터 역시 TV에서 이 작품을 보고 완전 반해서 뒤늦게 시리즈 정주행에 들어간 기억이 난다.
<인디아나 존스 - 최후의 성전>(1989): 보물보다 소중한 부성애
2편 이후 5년 만에 등장한 <인디아나 존스 - 최후의 성전>은 해리슨 포드와 더불어 세계적인 배우 숀 코네리가 합류해 많은 기대를 모았다. 시간 배경은 <레이더스> 이후 2년 뒤로, 예수가 최후의 만찬 때 사용했다는 성배를 찾기 위해 인디와 그의 아버지가 함께 모험을 떠나는 과정을 담았다. 이 작품은 지금의 인디아나 존스를 있게 한 과거를 하나둘씩 밝히며 재미를 건넨다. 그가 왜 중절모를 쓰게 되었는지, 본명인 헨리 대신 인디아나로 불리게 된 이유, 왜 고고학자가 되어 세계 곳곳에 숨겨진 보물을 찾는지 그 이유를 알려준다. 특히 젊은 나이로 우리 곁을 떠났던 청춘 스타 리버 피닉스가 인디아나의 소년 시절을 맡아서 눈길을 끈다.
전작과 마찬가지로 흥미로운 모험 서사와 놀라운 부비 트랩의 재미가 가득한 작품이다. 특히 후반부 성배를 찾기 위해 도착한 곳에서 여러 가지 관문을 통과해야 하는데, 인디와 그의 아버지 헨리가 기지를 발휘해 해결하는 장면이 이 작품의 하이라이트다. 이 과정에서 아들을 주니어라고 부르며 어린애 취급하던 아버지 헨리가 인디에게 용기와 영감을 불어넣는 순간은 꽤 뭉클하게 다가온다. 많은 분들이 <인디아나 존스> 시리즈 중 가장 큰 감동을 주는 작품으로 3편을 꼽을 정도다. 흥행 또한 전편을 능가하는 성적을 거뒀다. 북미 1억 9천7백만 달러, 전 세계적으로 4억 7천4백만 달러를 기록하며, 1989년 월드와이드 흥행 1위에 올랐다.
<인디아나 존스: 크리스탈 해골의 왕국>(2008): 19년 만의 귀환, 너무 오래 쉬었나?
계속될 것만 같은 인디의 모험이 3편 이후 꽤 오랫동안 멈췄다. 그렇다고 해서 스튜디오가 속편 개발을 중단했던 것은 아니었다. 많은 아이디어와 논의가 있었지만 여러 문제로 좌초되었다. 그렇게 3편 이후 무려 19년의 세월이 지난 2008년, 이제는 노년이 된 인디아나의 4번째 모험이 시작되었다. <인디아나 존스: 크리스탈 해골의 왕국>은 2차 세계대전 후 냉전이 최고조에 다다른 1957년을 배경으로, 인디아나가 크리스탈 해골을 찾아 페루 마야 전설의 도시로 가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너무 오랜만에 등장한 속편이라 1-3편의 추억과 오마주를 영화 곳곳에 심어 놓았다. <레이더스>의 마지막을 장식했던 51구역에서 또 다른 모험이 시작되고, 1편에 출연한 인디의 연인 마리온 역의 캐런 앨런이 시리즈에 복귀했다. 해리슨 포드와 캐런 앨런은 <레이더스> 때처럼 티격태격하면서도 로맨스 가득한 모습을 빚어내어 시리즈 팬들의 향수를 자극했다. 특히 샤이아 라보프가 맡은 머트가 두 사람의 아들로 밝혀지면서 놀라움을 건네기도.
시리즈 특유의 장르적 재미는 여전했다. 러닝타임 내내 KGB들의 공격에 맞서는 인디아나 일행들의 고군분투와 자동차 추격씬은 박진감 넘쳤으며, 특히 군단 개미의 역습은 오싹한 괴물 영화를 보는 듯한 서스펜스를 자아냈다. 다만 용두사미 같은 결론은 아쉬웠다. 이번 편의 보물은 전편과 다르게 고대 문명이나 신화와 관련된 것이 아닌 외계인 해골이다. 이 때문에 전편과 이질감이 많이 느껴졌고, 고생 끝에 목적지에 도착했지만 마무리는 허망했다. 4편은 세계적으로 7억 달러 이상을 벌어들이며 흥행에는 성공했지만, 19년 동안 이 시리즈의 귀환을 기다린 팬들에게는 아쉬움을 많이 건넸다. 과연 개봉을 앞둔 5편 <운명의 다이얼>은 4편의 실망감을 만회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
테일러콘텐츠 에디터 홍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