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스타라고 여기는 배우들마다 각자의 이야기가 있다. 어떤 사람은 정말 벼락같은 찰나의 순간에 스타가 되는 반면, 어떤 배우들은 단역부터 시작해 점점 영향력을 넓혀 성공하곤 한다. 그런 배우들은 인터뷰에서, 혹은 크레딧에서, 혹은 팬들의 예리한 눈썰미로 단역 시절이 재조명되곤 한다. 우리에게 익숙한 배우들의 단역 시절을 한 번 정리했다.
브루스 윌리스
영원한 존 맥클레인(<다이 하드> 시리즈), 브루스 윌리스. 최근 알츠하이머 증세로 은퇴를 발표한 그는 가족들과 함께 행복한 일상을 보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브루스 윌리스는 꽤 빠르게 주연 배우로 자리 잡은 편이지만 그래도 그의 옛날 모습을 1980년대 초 영화들에서 종종 만날 수 있다.
그 시절 영화 중 특히 두 작품에서의 모습이 팬들에게 발견됐다. 하나는 <심판>(1982)에서 재판 방청객. 전경 장면에서 보이는 것뿐만 아니라 주요 인물 어깨 넘어서 꽤 크게 화면에 담기기도 했다. 또 한 편은 <죽음의 그림자>(1980). 프랭크 시나트라의 마지막 주연 영화인데, 이 영화가 브루스 윌리스의 영화 데뷔작이다. 가게 문을 나서는 정말 단역다운 단역인데, 하관만으로도 브루스 윌리스인 게 보이는 것이 신기하다.
메간 폭스
<트랜스포머>로 단번에 스타가 된, 그리고 여러 구설수에 올라 지금은 '반짝스타'처럼 된 메간 폭스는 마이클 베이의 전작에 출연한 적 있다. <나쁜 녀석들 2>(2003)의 클럽 장면에서 춤추는 댄서 중 한 명이었다. 사실 보통 이런 단역 출연은 그저 웃고 지나갈 추억처럼 느껴지는데, 이 사실이 알려지고 마이클 베이는 한동안 비판의 목소리를 피할 수 없었다. 왜냐하면 <나쁜 녀석들 2> 촬영 당시 메간 폭스는 15살(!)이었기 때문. 15살 청소년에게 비키니를 입고 클럽에서 춤추는 단역을 맡기다니(마이클 베이는 <트랜스포머: 최후의 기사>에서도 미성년자 이사벨라 모너를 노골적으로 촬영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아무튼 메간 폭스의 해당 장면은 상영본에서 삭제됐지만 이후 삭제 장면으로 공개됐다.
채닝 테이텀
채닝 테이텀의 일화는 정말 많다. '스트리퍼'로 일한 경력을 살려 <매직 마이크>의 주역이 됐고, 젊은 시절 모델로 활동하며 촬영한 CF는 지금까지도 회자되고 있다. 그런 그가 엄청 유명한 거장의 영화에서 정말 알아보지도 못할 정도로 짧게 지나갔다는 사실, 알고 있었는지. 그 영화는 스티븐 스필버그의 <우주전쟁>(2005)이다.
그가 나오는 장면은 우주생명체가 등장하면서 지면에 균열이 생기고, 교회가 무너지는 장면. 톰 크루즈 뒤로 후다닥 달려가는 캡 모자 쓴 청년이 채닝 테이텀이다. 실제 촬영 분량은 이보다 길고 대사도 있었다는데, 아쉽게도 삭제됐다고. 어떻게 보면 이 숨가쁜 상황에서 그를 찾아낸 팬들의 집념도 대단하다.
클린트 이스트우드
아흔이 넘도록 현역으로 활동하고 있는 '더티 해리' 클린트 이스트우드. 국내 팬들도 '동림 옹'이라고 부르며 경의를 표하는 그 역시 다양한 영화에서 단역으로 출연했다. <리벤지 오브 더 크리처>(1955), <타란툴라>(1955), <프란시스 인 더 네이비>(1955), <레이디 고디바 오브 코벤트리>(1955) 등에서 그의 젊은 시절 얼굴을 만날 수 있다. 잔뜩 찌푸린 표정으로 마초적인 분위기를 풍긴 '인상파' 배우였기 때문인지 단역으로 등장한 모습들도 그의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은 묘한 기분이 든다.
실베스터 스텔론
<록키>로 인생 역전에 성공한 실베스터 스텔론, 그 또한 우여곡절 데뷔사로 유명하다. 돈 벌려고 출연한 에로 영화가 그의 대성공 이후 다시 주목받기도. 아놀드 슈왈제네거와 함께 시대를 주름잡은 스텔론은 의외로 우디 앨런의 영화에서 얼굴을 비춘 적 있다. <바나나 공화국>(1971)에서 그는 지하철에서 행패를 부리는 건달로 출연했다. 그 외에도 제인 폰다 주연의 <클루트>(1971)에도 출연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오르간 앞에서 춤추는 있는 남자로 전경에서만 잠깐 모습을 보인다.
맷 데이먼
젠틀한 인텔리전트와 파괴적인 특수 요원 모두 소화하는 천의 얼굴 맷 데이먼. 그의 젊은 <미스틱 피자>(1988)라는 작품에서 처음 영화계에 발을 들였다. 그래도 이때부터 그의 떡잎을 알아보는 사람이 있었는지 영화에서 원샷이 잡히기도. 그는 스티머 윈저라는 캐릭터로 등장했다. 절친 벤 애플렉과는 <꿈의 구장>(1989)에서 야구 관객 일원으로 촬영했다고.
벤 애플렉
맷 데이먼이 나왔으니 그의 절친 벤 애플렉도 빼놓을 수 없다. 알코올 중독과 연애 전선 이상으로 잠시 공백기를 가졌던 벤 애플렉은 최근 <에어>로 화려하게 복귀했다. 맷 데이먼과 함께 <꿈의 구장>에서 단역 출연한 것 외에도 영화 <버피 더 뱀파이어 슬레이어>(1992, 동명 드라마의 원작이다)에서 농구 선수로 출연했다. 이는 벤 애플렉의 영화 데뷔작이라고. 맷도 그렇고 벤도 그렇고 첫 영화부터 얼굴이라도 잘 나온 걸 보면 관계자들이 가능성을 보았던 게 아닐까 싶다.
르네 젤위거
영원한 브리짓 존스, 여성들의 워너비 르네 젤위거. 그는 할리우드 독립영화계의 전설 같은 영화 <멍하고 혼돈스러운>(1993)에서 만날 수 있다. 픽업 트럭에서 함께 어울리는 여성 중 한 명으로 출연, 이 엉망진창인 청년들의 일탈을 부각시킨다. <멍하고 혼돈스러운>은 르네 젤위거뿐만 아니라 지금까지 활약하는 매튜 맥커너히, 밀라 요보비치 등이 출연한 영화로 팬들에게 꾸준히 주목받는 영화.
브래드 피트
마지막은 할리우드 최고의 스타이자 꽃중년, 그리고 제작자로도 능력을 입증한 브래드 피트. 아마도 브래드 피트의 무명시절이라면 <트루 로맨스>가 가장 유명한데, 당연히 그것보다 분량 적게 지나가는(?) 영화도 있다. <회색 도시>(Less Than Zero, 1987) 속 파티장의 수많은 텔레비전 진열장 앞을 지나가는데, 브래드 피트라는 것을 알고 봐서 그런지 괜히 멋스럽다. 이 영화는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가 주연으로 출연해 빛나는 미모를 과시하니, 그의 팬이라면 챙겨볼 만하다.
씨네플레이 성찬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