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제공 쇼박스

“어릴 땐 하루 6시간씩 축구를 했어요.” 그게 좋아서, 뙤약볕에서도 힘든 줄 모르고 했다고 한다. 2006년 드라마 <궁>으로 톱모델에서 바로 톱배우로 옮겨간 주지훈에게 연기는 아직 그 시절의 축구처럼 무대포의 방향을 제시하지는 않는다. 현장에서 잘 풀리지 않으면 “에라 모르겠다” 하고 놀기도 한다고 귀띔해 준다. 그럼에도 주변의 영향을 한껏 받는 그는 “12시간씩 앉아 대본을 쓰고” “인서트 컷 하나도 허투루 하지 않는” 김성훈 감독과, 그런 그를 붙들고 대본의 아이디어를 끊임없이 던지며 연구하는 하정우의 스타일을 닮으려 했다.

마침 넷플릭스 시리즈 <킹덤>(2019)으로 함께 한 김성훈 감독과, <신과함께-죄와 벌>(2017)과 TVING 예능 <두 발로 티켓팅>(2023)까지 이어지며 형제처럼 느껴지는 하정우가 함께한 현장은, 즐거운 학습의 장이기도 하다. 연기자가 되면서 그는 공교롭게도 누군가의 ‘동생’의 자리에 서는 경우가 많았다. 그의 연기 재료인 친화력과 너스레, 능청스러움 같은 것들은 사실 만든 게 아닌 평소 모습과도 닮았다. 선배 배우들에게 그런 주지훈은 같이 일상을 공유하고 싶은 동생이자 함께 작업하고 싶은 동료 배우였다. 조만간 연기 경력 20년을 앞두고, 주지훈은 그렇게 배우로 성장했다.

1987년 레바논에서 있었던 외교관 피랍 사건을 배경으로 한 <비공식작전>에서, 주지훈은 ‘레바논의 수도 베이루트에 딱 한 명 있었다’는 단서로 만든 현지인 택시 기사 ‘판수’를 연기한다. 그 먼 베이루트까지 가서도 주지훈은 여전히 뻔뻔하고 능청스럽고 뺀질대며 그래서 사람 약을 올린다. 19개월간 감금된 사람을 살리려는 절박한 마음 앞에서, 감독은 마냥 심각하거나 좌절하지 말고 부디 지치지 말자고 한다. 전작 <터널>에서 그가 붕괴한 터널에 갇힌 이정수(하정우)를 통해 우리 사회에 주었던 작은 희망처럼. 이제 주지훈은 민준(하정우)과 관객까지 자극하고 부추기고, 속이기까지 하는 능수능란함으로 민준이 피랍된 오재석 서기관(임형국)을 구하는 데 조력자가 되어 준다. 판수는 딱 한 명 있었던 ‘진짜’ 한국인에서 발전시킨 ‘판타지’ 같은 인물이다. 김성훈 감독이 ‘위험에도 굴하지 않는 능청스러운 주지훈 카드’를 꺼내 든 건 바로, 이 영화를 통해 말하고자 하는 것 그대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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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훈 감독과는 넷플릭스 시리즈 <킹덤> 이후 다시, 하정우 배우와는 <신과 함께> 이후 다시 또 함께 작업하시는데요.

감독님과 (하)정우 형이 다시 작품을 한다는 건 알고 있었어요. 정우 형이 좋은 작품 추천해 준다면서 제안해줬어요. 제가 신뢰하는 두 사람이라 같이 하게 됐죠. <킹덤>을 하면서 감독님과 시간을 많이 보냈어요. <킹덤>이 전국 팔도, 산속을 돌아다니면서 찍은 작품이라 전우애가 생겼죠. 밥도 먹고 술도 마시고 여행도 같이 다니면서 사람의 취향, 기조를 알게 됐다고나 할까. 현장에서 의사소통을 할 때도 내 의견을 편하게, 자유롭게 말할 수 있는 관계가 된 거죠. 몸은 여전히 고생스럽지만, 마음은 편해진 현장이었어요.

판수는 레바논에서 자리를 잡고 사는 한국인이잖아요. 영화에는 나오지 않는 그의 전사를 생각해 봤나요.

감독님과 전사를 만들어 봤어요. 1987년이면 제가 6살이었는데 그 당시 시대 분위기, 그때의 청년들, 당시 청년이던 삼촌들에 대한 기억이 있어요. 판수는 베트남전에 참전했다가 한국에 돌아와서는 자리를 잡는데 힘들어했을 것 같고, 천하에 나쁜 짓을 한 건 아니라 가령 어렵게 회사에 취직했는데 알고 보니 거기가 다단계회사인 것 같은 그런 일을 겪지는 않았을까, 그래서 가진 돈 다 잃고 해외로 떠돌던 중 레바논에서 자리를 잡지 않았을까, 그런 가정을 해봤죠. 레바논에서는 호객행위도 잘하고 생활력이 강한 친구죠. 감독님도 그 시대를 지나온 분이라, 판수가 걸어온 길이 굉장히 구체적으로 이야기가 됐어요. 첫 등장에서 그 지역의 전통 모자를 쓰고 열심히 일하는 모습이 자연스럽게 완성되더라고요.

<비공식작전>

전작 <젠틀맨>(2022)에서 말끔한 수트 차림의 흥신소 사장이었다가, 이번엔 완전히 레바논 현지 패션으로 멋 부림을 보여주는데요.

택시 기사로 호객행위를 하려면 아무래도 조금 튀어야 하니까요. 손님들이 외관으로 평가하니 무엇으로라도 주목을 받아야겠다고 생각한 거죠. 그런 의지가 있어서 택시 안도 엄청 꾸며 놨잖아요. 손님들이 자기 택시를 탈 수 있게 흥미를 이끄는 요소들을 만들어 놓는 거죠. 내가 봐도 참 열심히 사는 친구예요. (웃음)

살이 쪘다, 덩치가 커졌다는 느낌이 드는데, 실제로 12kg 정도 찌우셨더라고요. 몸집을 불린 건 어떤 설정이었나요.

저는 판수의 몸이 그렇게 좀 커지는 게 그 지역과 톤앤매너를 맞춘, 어우러지는 일이라고 생각했어요. 이 영화의 배경이 레바논이지만 촬영은 모로코에서 했는데, 거기 가서 보면 인종이 너무 다르면 서로 두려워해요. 아 판수도 그런 기분이었겠구나. 이 지역에 자리를 잡으려고 하는데, 호객행위를 할 때 그 지역 사람들이 목소리도 크고 기도 센 편이라, 자기는 혼자고 거기서 지지 않으려면 강해져야 하는 거죠. 그래서 몸집을 키워야겠다고 생각했어요.

모델로 활동하던 때부터 늘 운동이 몸에 배 있고 체중조절에 익숙한 편이실 텐데요. 찌우는 건 어떤 과정이었나요.

저는 이제 제 몸을 잘 알아서 어느 정도 컨트롤이 가능해요. 일단 잘 먹었어요. 특별히 음식 조절 같은 건 안 했는데, 현지에 가서도 헬스장을 매일 갔죠. 제가 앞뒤가 두꺼운 체형이라 막상 화면에서는 그렇게 커 보이지 않아요. 그런데 직접 보면 제가 덩치가 있는 편이어서 스태프들이 매일 놀랐어요. ‘우와 어떻게 사람이 매일 커져요?’ 그랬거든요. (웃음) 어쨌든 배우로서 체중을 캐릭터에 맞추는 것도 저의 방법이고 연기 디테일이라고 생각해요. 제가 100kg가 넘어갈 정도로 늘렸으면 좀 더 강조해서 이야기했을 텐데, 사실 이 정도로는 좀 쑥스럽죠.

<비공식작전>

두 캐릭터가 티격태격, 사건을 헤쳐나가는 버디무비의 공식을 따르는 작품인데요. 하정우 배우와는 <신과함께>에 이어 두 번째 작업이에요.

정우 형과는 워낙 친해요. 여행도 자주 다니고 그래서 새로운 느낌은 없어요. 다만 <신과함께> 때도 또 이번에도 일을 하다 보면 제가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이 정우 형에게서 나와요. 현장에서 어떤 상황에 대한 대처라던가, 일하는 걸 보면서 놀라울 때가 많아요. 한번은 모로코 촬영에 관해 이야기하려고, 임형국 형(납치된 외교부 서기관 오재석 역)과 가볍게 만난 자리가 있었어요. 그런데 정우 형이 대뜸 ‘우리 셋이 나오는 분량만 가볍게 리딩을 해볼까?’ 하는 거예요. (웃음) 좋은 선배예요. 저는 그런 걸 보고 배우는 거죠. 전 연극영화학과 출신이 아니에요. 모델을 하다가 드라마 <궁>(2006)으로 운 좋게 행운처럼 이 일을 시작했어요. 그때 알게 된 연출자와 배우의 관계라는 게 있어요. 황인뢰 감독님이 워낙 MBC에서 오래되고 또 일등 감독님이셨으니까, 제가 하면서 감독님께 제안하거나 그러지 못했어요. 그런데 정우 형이랑 작업하는데 형이 그걸 하더라고요. 대본을 읽고 이야기를 하는데, 신기하게 내가 읽은 거랑 다른 해석을 해요. 누가 맞고 틀리다가 아니라, 내가 몇 번을 봐도 찾지 못했던 것들이 그런 방법으로 하니까 보이더라고요

버디무비가 주로 상반된 캐릭터가 일으키는 시너지에 기초한다면, 하정우-주지훈은 결은 다르지만, 능청스럽거나 뻔뻔함을 공유하는 캐릭터예요. 이게 폭발력이 될 수도 한편으로는 겹쳐 보일 우려도 있었는데요.

보통의 버디무비나 캐릭터가 돋보이는 작품들을 보면 대부분 인물 중심으로 진행돼요. 연출자가 자기 생각을 관객에게 전달할 때 인물에 기대는 경우가 많죠. 배우들 연기에 집중해서 대사를 맛깔나게 만들고 끌어가는데 우리 영화는 좀 달랐어요. 완성된 영화를 보고 저도 그때야 깨달았어요. 이건 인물 중심의 영화가 아니라 국가와 국가 간의 이야기구나. 그런데 민준이 그 시대상에 끼어들죠. 또 거기에 말려든 판수가 또 나쁜 짓을 하고. 그게 큰 이야기더라고요.

<비공식작전>

판수는 돈 버는 일에 빠삭한데, 결국 민준이 오재석 서기관을 구하는 위험한 상황에 함께 하게 되죠. 그런데 그 과정에서 이 인간이 사기꾼인지 아닌지, 좋은 사람인지 아닌지 혼란을 줘야 했어요. 민준의 뒤통수도 치고, 관객도 헛갈리게 하는 캐릭터죠. 주지훈이 잘 쓰는 요소들이 더해져 어디에 갖다 놔도 살아남을 것 같은 판수의 능글맞은 성격이 완성되는데요.

1987년도잖아요. 판수가 지금은 사기꾼처럼 보이는데, 옛날에는 친구 없어도 친구 집에 그냥 들어갔잖아요. 남의 집 가서 냉장고 문 열고 수박 퍼먹어도 친구 어머니가 ‘지훈이 왔니. 많이 먹어라’ 하시던 때였어요. 판수의 윤리, 도덕적 의식은 그 바탕에서 출발해요. 판수가 민준에게 나쁜 짓을 하는 장면이 있잖아요. 하지만 결국 반성하게 되는 거죠. 캐릭터를 분석하면서 판수가 너무 나쁘게 보이지 않게 하려면 캐릭터를 연기하는 내가 그의 행동이 너무 나쁜 짓이라고 생각하면 안 되겠다 싶었어요. 그 나름의 이유를 찾았어요. 누군가를 설득할 수 없어도, 내가 그걸 진짜로 믿고 하면 통할 거라 생각했죠.

오재석 서기관을 구출해 판수와 민준이 레바논 거리에서 질주하는 카체이싱 장면은 <비공식작전>의 중요한 볼거리죠. 아날로그적인 카체이싱 장면의 묘미와 긴장감이 영화의 속도를 더해, 관객을 끌고 가는데요.

너무 감사한 말씀이십니다. 제가 김성훈 감독님을 정말 원래도 신뢰하지만 이게 가능할까? 싶었어요. 심지어 빨리 달릴 수 있는 차도 아니에요. (웃음) 서스펜스를 줄 수 있는 장치가 아무것도 없고, 지금 우리는 제작비 1조가 넘는 할리우드 액션영화를 보는 사람들이죠. 게다가 우리 영화에 슈퍼히어로가 나오길 해요? 아무것도 없잖아요. 영화 속 우리는 민간인이라 두려워하는 거 말고는 할 게 없어요. 빨리 도망가야 한다는 것 말고는 없잖아요. 근데 8분의 카체이싱 신을 찍으면서 제가 카체이싱의 영화적인 쾌감을 느꼈어요. 전 진짜 박수 쳤어요. 이렇게 찍는구나. 그 8분을 위해 3개월에 걸쳐 세 도시를 다니며 21회 차에 걸쳐 찍은 거거든요. 정말 감독님의 미친 집착 없이는 만들어질 수 없는 장면이에요. 그게 연출력이죠. 영화에 대한 애정이 켜켜이 쌓여서 나온 정말 멋진 액션신이죠.

<비공식작전>

감독님 칭찬에 이어 그럼 배우님의 노력을 덧붙여 보죠. (웃음)

차를 운전하고 가는데 뿌득뿌득 이런 소리가 들려요. 진짜 옛날 차잖아요. 드리프트할 때 밀려서 쾌감은 없으니 걱정이 크죠. 혼자 탔으면 즐겼을 수도 있을 것 같아요. 그런데 제가 운전하고 정우 형, 형국이 형이 타고 있으니까요. 연습을 많이 하긴 했는데, 제가 AI가 아니니까 실수를 할 수 있잖아요. 부딪히기라도 하면 뒤에 탄 사람들은 죄가 없는데, 그게 정말 부담스러웠어요. 혹시나 형들이 다칠까 봐. 정우 형은 뒷자리에 앉아서는 출발도 하기 전에 벌벌 떨고 있더라고요. (웃음)

촬영지가 모로코였어요. 코로나가 한창일 때라 고생이 많았을 텐데, 촬영 경험은 어땠나요.

제가 비염이 좀 심한데, 코로나 기간이라 도착할 때까지 진단키트로 대략 6회에서 8회를 쑤셔요. 또 거기가 아프리카여서 더울 것 같아 반바지만 잔뜩 챙겨갔는데, 가보니 14도! (웃음) 바람이 엄청나게 부는 거예요. 맨날 패딩 입고 다녔어요. 그런 환경 때문에 촬영에 차질이 많았어요. 바람이 너무 세고 날씨가 왔다 갔다 하니까, 촬영 일정도 매번 바뀔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어요. 어떤 날은 10시에 한 컷 찍고 낮 네 시까지 기다리기만 하는데, 그런 날이 적지 않았어요.

<비공식작전>

<아수라>(2016)를 비롯해서 많은 작품에서 주로 ‘동생’의 위치였어요. 배우들 사이에서 좋은 동생이고, 그 영향인지 역할도 ‘아우’의 이미지가 강한데요. 스스로는 이 자리매김에 어떤 이유가 있다고 보시나요.

시대의 흐름이죠. 고령화 사회가 되면서 생기는. 마블 영화에서도 똑같은 질문이 있었어요.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것인지. 영화를 사랑했던 관객이 옛날에 20대였다가 지금은 50대가 됐고, 결국 그들이 영화를 선택하면서 시장이 커지잖아요. 그러니 그들이 20대에 봤던 스타가 여전히 스타인 거죠. 황정민, 정우성, 이정재 형들이 나오고 그 사이에 제가 끼면 막내예요. 제가 지금 넷플릭스 시리즈 <중증외상센터>를 찍고 있는데 같이 나오는 추영우 배우가 스물다섯 살이에요. 같이 서 있으면 이제 나도 나이가 꽤 들었구나 싶어요. 아직 완전히 벗어나지는 못했지만, 화면을 보면서 이제 내가 어릴 때 형들한테서 보던 얼굴이 나오는구나. 저도 신기해요. <아수라> 때 (정)우성이 형이랑 저랑 서 있는 느낌이 그래요. 저도 이제 나이가 드는 거죠. 주름이 생겼다는 개념이 아니라, 제 얼굴에서 상대적으로 삶이 보인다면, 영우는 그냥 이뻐. 잘생겼다 그런? 아무튼 파릇파릇, 그냥 이뻐! (웃음)

예전 인터뷰에서는 들을 수 없었던, 변화하는 모습을 받아들이는 과정에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요.

네, 저는 좋아요. 배우로서 표현할 수 있는 것들이 더 많아지잖아요. <카지노> 시리즈를 보면 최민식 선배님의 젊은 시절은 디에이징으로 가능하잖아요. 그 구현 기술은 점점 더 좋아지겠죠. 전 나이를 먹어감에 따라 외형적인 걸 떠나서 제가 세상을 겪은 게 많아지고 작품도 쌓이면서, 대본을 해석하거나 감독님을 비롯해 상대 배우와 커뮤니케이션하는 것들이 넓어지는 것 같아서 그게 좋아요. 계속 일하다 보니 그런 것들이 재밌어요. 내 의견을 이전보다 더 나누고 제안할 수 있다는 게 즐거운 과정이에요 정말.

<비공식작전>

어느덧 연기한 지 곧 20년이 돼가는데요. 되돌아보면 어떤 생각이 드나요.

정말 운 좋게 연기를 시작했죠. 모델 일은 정말 열심히 했어요. 남부럽지 않게 일했어요. 그건 자신할 수 있어요. 그렇게 일을 하다가 연기라는 것을 예정에도 없이 시작하게 됐는데, 저한테는 너무 무서웠어요. 그때의 시대 분위기라는 게 있잖아요. 그 당시는 신인들을 좀 무섭게 가르쳤어요. 제가 연기를 전공한 게 아니라 본 것도 별로 없고 그러다 보니 너무 창피한 거예요. 인터뷰를 해도 다들 전문가 같은데 나만 너무 모르는 것 같으니 창피하기도 하고요. 그래서 그때부터 DVD를 사서 닥치는대로 보기 시작했어요. 처음엔 예술영화들을 쭉 한 번 봐야지 했다가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1996)는 결국 다 못 봤어요. 같은 압바스 키아로스타미 감독의 <체리 향기>(1998)도 정말 힘들더라고요. 그런데 신기하게도 자꾸 보다 보니 어느 순간부터 재밌어지더라고요. 뭐랄까, 그런 영화들이 좀 ‘고수’ 같은 면이 있어요. 먹다 보니 맛을 알게 되는. 그러면서 정말 영화라는 게 재밌어졌어요. <신과함께-죄와 벌>도 내 고정관념을 깨준 계기였어요. 보통 리얼리티라고 하면 사회상을 담고 있는 시의성 있는 작품들을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이 영화는 판타지 장르로 그걸 표현해내죠. 더 많은 새로운 영화를 경험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면서, 그때부터 변화가 생겼죠.

공교롭게도 하정우 배우와 <신과함께> 멤버이기도 하셨는데, 그 <신과함께>를 연출한 김용화 감독의 신작 <더 문>이 <비공식작전>과 같은 날 개봉했어요.

아직 <더 문>을 못 봤는데, 거대한 우주 구현이라는 측면에서 한국영화의 성취를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영화마다 매력이 있잖아요. 극장가가 어려운 시기인데 부디 다 재밌게 보셨으면 좋겠어요. 일단 우리 <비공식작전>은 저도 깔깔대면서 봤어요. 너무 웃겨요. 말맛이라고 해야 하나, 내 입으로 이런 말 하니 웃기긴 한데 너무 제 취향이에요. (웃음)


이화정 씨네플레이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