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관객들에게 '콘스탄틴'이라는 캐릭터를 이야기하면, 십중팔구는 키아누 리브스가 연기한 2005년의 그 영화를 떠올릴 것이다. 사실 '존 콘스탄틴'은 DC 코믹스의 조금 하드한 라인업인 DC 버티고의 작품 「헬블레이저」의 주인공으로, 코믹스 팬들에게는 꽤 인기 있는 캐릭터다. 영화 <콘스탄틴>이 그 원작에 기반한 건 사실이지만 키아누 리브스의 콘스탄틴이 원작의 콘스탄틴을 잘 '재현'했냐고 하면, 그건 아니다.

오히려 NBC에서 조기종영되는 수모를 겪은 2014년 드라마 <콘스탄틴>이 원작에 더 가깝다. 물론 코믹스 원작의 하드코어한 매력 요소들을 TV 드라마에서는 구현하기 힘들었고, 덕분에 큰 인기를 끌지는 못했다는 설움도 있다. 이후 DC 캐릭터들을 실사화한 CW로 넘어가 <애로우>와 <레전드 오브 투모로우> 등에서 활약하기는 했지만, 여전히 아쉬운 맛은 있었다.

그러던 중 2005년의 <콘스탄틴>이 거의 20년 만에 후속작 소식을 발표했고, 아직 명확한 계획이 발표되지는 않았지만 제임스 건과 피터 사프란의 취임 이후 새로운 계획을 제시한 DCU에서 콘스탄틴을 위한 새로운 이야기를 준비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원작 이야기와 더불어, 지난 콘스탄틴 실사화의 이모저모를 돌아볼 시간이다.


콘스탄틴의 첫 등장, 스웜프 씽(Swamp Thing) #37

콘스탄틴은 1985년 코믹스 <스웜프 씽>에서 조역으로 등장했다가 인기를 얻어 솔로 시리즈로 데뷔한 캐릭터다. 그의 별칭이기도 한 '헬블레이저'가 콘스탄틴 이슈의 제목인데, 리부트를 거치면서 '콘스탄틴'으로 발매되다가 지난 2020년에 다시 '헬블레이저'라는 원래 제목으로 돌아왔고 이 이슈가 명작 찬사를 받으면서 다시금 조명됐다.

오컬트적인 요소와 종교적 관념이 섞여 있는 영화와 원작은 상당히 다른 분위기인데, 키아누 리브스의 콘스탄틴을 기대하고 본다면 충격과 공포에 휩싸이기 쉽다. 애초에 라벨조차 DC의 19금 그래픽노블 라인업인 버티고(현재는 DC 블랙)에 속할 만큼 강력한 내용이기 때문이다.

DC 버티고에서는 최상위권에 들어갈 만큼 인기 있는 캐릭터였는데, 일반적인 히어로와는 딴판인 성격(절대 착하지 않음)인 데다 본업을 사기꾼이라고 봐야 할 것 같은 행적들, 사기 치는 대상이 인간이 아닌 악마나 천사들이 주류라는 오컬트 요소 등이 독특한 개성으로 작용해서인 것으로 보인다.

「헬블레이저」(Hellblazer)

2020년에 DC 최고의 작품 투표에서 1위를 하는 등 코믹스에서는 여전히 잘나가는 캐릭터지만, 알다시피 실사화 프로젝트를 위시한 관객들이나 일반 대중에게는 키아누 리브스의 영화로 더 잘 알려져 있다는 게 조금은 안타깝게 느껴지기도 한다.


원작의 콘스탄틴은 솔직히 옆에 두기엔 상당히 껄끄러운 인물이다. 날 때부터 마법 능력을 타고난 존재로 흑마법을 자유롭게 사용하는 대마법사이자 엑소시스트, 오컬트 탐정이기도 한 콘스탄틴이지만 능력을 히어로스럽게 활용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악마들을 등쳐먹고, 천사들에게도 미움받고, 남녀는 물론이고 종족조차 가리지 않는 성적 취향에, 폐암으로 죽을 위기에 처할 만큼 담배를 입에서 떼지 않는다.

여기까지면 좋으련만 말을 예쁘게 하는 법을 모르는지 매번 듣는 사람이 기분 나쁠법한 말을 뱉는가 하면 뻔한 거짓말부터 교묘한 거짓말까지 입에 붙어 있고, 다른 사람을 속이는 데에도 딱히 죄책감이 없는 듯 해서 신뢰받지도 못한다. 덕분에 미움을 자초하는 경향이 없지 않아 있는데, 인간뿐만 아니라 악마나 천사에게도 사기를 치고 이용해먹기 때문에 당한 녀석들은 콘스탄틴이란 이름만 들어도 이를 가는 수준이다.

평범해보이는 모습에 속으면 안된다.

이 때문에 주변 인물들은 콘스탄틴에게 당한 악마들에 의해 하나둘 불행으로 치닫고 말았으며 사랑했던 사람들은 대부분 지옥으로 떨어지거나 안타까운 죽음에 이르고 말았다. 이런 상황 속에서 이른바 히어로로서의 정의감이나 윤리적인 태도를 견지하는 건 상당히 힘든 일이겠지만(그래도 해내는 사람들은 있으니...) 존 콘스탄틴은 딱히 그럴 생각은 없어 보이며, 애초에 상대해야 하는 적들이 악마나 천사들이 대부분이다 보니 기준이 보통 인간과는 좀 다를지도.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린 소녀를 구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거나, 야욕을 풍기는 빌런들을 막기 위해 다른 히어로들과 협력하기도 하며 저스티스 리그의 '조금 다른' 버전인 '저스티스 리그 다크'의 수장이 되어 인챈트리스를 막아낸 적도 있다. 말하자면 기본적으로는 정의로운 가치관을 갖고 있는데 성격이 좀 안 좋을 뿐(...)이라고 할 수 있다.

초자연적 캐릭터들의 저스티스 리그 '저스티스 리그 다크'


이쯤 되면 2005년의 영화 <콘스탄틴>이 어떤 의미에서 원작과 다르고, 어떤 점은 원작과 비슷한지 대충 짐작해 볼 법도 하다. 오컬트 탐정이자, 악마와 천사들의 경계를 넘나들며 인간 세계에 일어나는 온갖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애쓰지만 진정한 의미에서의 구원은 멀기만 하다. 하지만 그렇다고 영화 속 콘스탄틴이 사기를 친다거나, 동료들에게 거짓말을 한다든지 팔아먹는다든지(...) 하지는 않기 때문에 그쪽이 더 인간적인 면에서 히어로스럽기는 했다.

하지만 오컬트 요소를 풀어내는 방식이나, 여전히 볼만하다는 생각이 들 만큼 스틸컷만으로도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영화 속 CG나 전투 장면, 천사에게 거침없이 중지(!)를 들어올리는 콘스탄틴이라든지…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화룡점정 격의 키아누 리브스 캐스팅으로, 20년이 지난 지금도(물론 키아누가 20년 전과 큰 차이 없는 외모라는 게 주요하겠지만) 키아누 리브스가 다시금 콘스탄틴을 연기해 주길 바랄 정도다.

영화 <콘스탄틴>

하지만 NBC의 콘스탄틴은 좀 더 아쉬운 점이 많았다. 원작의 비주얼과는 상당히 흡사한 외형에 싱크로율이 매우 높아 관심을 모았지만, 여러 가지로 조건이 좀 달랐던 것이다. 일단 오컬트 탐정이자 엑소시스트라는 점에서 TV 드라마 <슈퍼내추럴>이 있는 상황이라 강력한 경쟁작이 있는 상태. 여기에 콘스탄틴의 코믹스인 「헬블레이저」가 갖고 있는 바로 그 매력을 제대로 풀어내기 위해서는 상당히 하드코어한 콘텐츠가 되었어야 했는데, TV 드라마로서는 한계가 명확했다. 결국 이 때문에 원작 팬들에게도, 콘스탄틴 영화를 기억하는 관객들에게도 좋은 반응을 이끌어내지 못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CW버스의 DC 드라마에 크로스오버 형태로 출연하게 되었고, 오히려 이쪽에서 더 인기를 얻어서 <레전드 오브 투모로우>에서는 정식 멤버로 출연하기까지 했다. 이후 2021년에 하차할 때까지 콘스탄틴은 드라마 내에서 다양한 활약을 보여주었지만, 여전히 솔로 시리즈의 제작은 묘연해 보였다.

NBC 드라마 <콘스탄틴>


다른 실사화 프로젝트가 성공했다면 모르겠지만, 여전히 사람들의 기억 속에 남아 있는 건 2005년의 영화 <콘스탄틴>이었다. 생각해 보면 원작에 기초했으나 분위기를 제대로 살려내지 못한 드라마 <콘스탄틴>보다는 이쪽이 더 특유의 오컬트 요소와 독특한 소재 면에서 더 차별화가 되었을지도 모르겠다. 따지고 보면 원작 캐릭터들이 상당히 많이 등장했고(비주얼을 포함해 각색이 많기는 했지만) 엄청난 성공은 아니었을지언정 흥행에 성공했으니 충분히 속편이 제작될 법도 하지 않았을까.

하지만 이후에 전해진 소식에 의하면 당시 워너브러더스는 배우를 교체하고 싶어 했으며 완전히 새롭게 만들고 싶었던 모양이다. 키아누 리브스 본인이 배역에 대한 상당한 애정을 드러냈고, 드라마도 조기종영(...)이라는 비극을 맞았으므로 속편에 박차를 가할 법도 했는데 계속 미뤄진 이유는 아마도 이런 여러 요인들의 결합이었을 것이다.

영화 <콘스탄틴>

새로운 「헬블레이저」 이슈 연재로 캐릭터가 다시금 획득한 인기 때문인지, 콘스탄틴 후속작에 대한 이야기는 2020년이 되어서 다시 등장했다. 속편이 제작 중이라는 소식을 전한 건 루시퍼 모닝스타 역 배우 피터 스토메어였는데, 이후 HBO MAX(HBO는 지속적으로 DC 콘텐츠를 방영하고 있음)에서 다시금 드라마 제작의 계획이 있다는 소식도 있었으나 HBO MAX는 공식적인 발언을 하지 않았고 확정 소식은 제대로 들려오지 않았다. 아무래도 이 시점까지는 구체적인 이야기가 오간 것 같지는 않고 왠지 신빙성 있어 보이는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한 건 DCU가 출범한 이후다.

제임스 건이 진지하게 키아누 리브스를 콘스탄틴으로서 DCU에 캐스팅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는 소식이 있었는데, 루머에 불과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실제로 콘스탄틴의 최초 등장 이슈인 「스웜프 씽」이 DCU에 포함되어 있고 이 영화에 대한 정보는 거의 공개된 것이 없는 만큼 이쪽을 통해 등장할 가능성도 점쳐 볼 수 있지 않을까.

드라마 <샌드맨>의 조안나 콘스탄틴

이외에도 2022년에 넷플릭스에서 인기리에 방영된 드라마 <샌드맨>에도 콘스탄틴이 등장할 뻔하긴 했으나(원작 「샌드맨」이 DC 세계관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그 존 콘스탄틴이 아니라 존의 조상인 조안나 콘스탄틴으로 대체되었다. 성 반전 버전의 캐릭터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샌드맨은 독자적인 세계관을 기반으로 하는 만큼 완전히 새로운 콘스탄틴을 제시하기엔 무리가 있어서일 가능성도 있다.


생각해보면 데드풀과 비슷하면서도 영 다른 상황이긴 하다. 데드풀이 인수합병과 함께 디즈니로 편입되었을 때 모두가 비슷한 생각을 하지 않았나. 19금이 아닌 데드풀이 과연 데드풀 그 본연의 매력을 그대로 가져갈 수 있을까? 솔직히 버티고 코믹스 시절의 「헬블레이저」를 본 코믹스 독자라면 비슷한 생각을 할지도 모르겠다. 담배 안 피고(일단 이것부터 캐릭터 설정 붕괴), 말 이쁘게 하고, 사기 안 치는 콘스탄틴이 진짜 콘스탄틴인가? 솔직히 웃음만 나온다.

콘스탄틴이 진짜 매력 있는 이유는 히어로 코믹스라는 거대한 장르 내에서도 독특한 소재를 사용했다, 비단 그거 하나만은 아니다. 영 싸가지도 없고 윤리관도 이상하지만 어쨌거나 세상을 위해 일하는 이상한 사기꾼 친구(....) 콘스탄틴이 꽤나 매력적인 인간이기 때문이다. 솔직히 오컬트, 천사와 악마, 엑소시즘 따위는 수십 년 전부터 너무 많은 작품에서 다루어지지 않았나.

영화 <콘스탄틴>이 워너브러더스의 계획만큼은 아니었어도 흥행에 성공을 거두고, 지금까지도 종종 회자될 만큼 인상 깊었던 이유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원작과는 꽤 다르지만 매력 있게 각색했다는 점-결국 재미있다는 점 때문이다. 솔직히 버티고 산하 「헬블레이저」의 콘스탄틴을 그대로 실사화했다간... R등급으로도 부족할지 모르기 때문에...

가장 절대적인 존재에게조차 두려움 없이 맞서는 깡다구(!!!), 하지만 어린 소녀를 위해 가슴 아파하는 인간적인 면모를 갖춘 휴머니스트, 그럼에도 불구하고 틈만 나면 누군가를 등쳐먹는 사기꾼인 콘스탄틴이 어떤 형태로든 본연의 매력을 유지한 채, 혹은 더 새로운 매력으로 무장한 채 관객을 다시금 찾아올 수 있기를 바란다. 그리고 그게 DCU를 통해서라면, 저스티스 리그와의 연계와 '저스티스 리그 다크'로서의 모습을 볼 수 있을 테니 좀 더 매력적이지 않을까!


프리랜서 에디터 희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