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배우 임시완은 <달짝지근해: 7510>에서 세레나데를 부르는 남자 역할로 출연했다. <오빠생각>에서 함께 호흡을 맞추었던 배우 고아성이 상대 캐릭터로 등장하며 관객들에게 기분 좋은 웃음을 선사했다.
여자친구를 향해 사랑을 외치고, 나아가 사랑을 노래하는 청년으로 짧은 시간에도 확실하게 존재감을 선보인 임시완. 그는 '제국의아이들' 출신으로 드라마 <해를 품은 달>(2012)에서 '허염' 송재희의 아역으로 데뷔해 많은 시청자들의 주목을 받았다. 이후 다양한 드라마와 영화에 출연하며 자신만의 캐릭터 소화력을 선보여왔다.
열일하는 임시완의 필모그래피는 계속해서 이어진다. 추석 극장가의 기대작 <1947 보스톤>에서 광복 이후 국제대회에서 'KOREA'라는 국가명으로 첫 출전한, 그리고 우승을 거두었던 서윤복 선수를 연기해 진한 감동을 예고한다. 오늘은 갈수록 다양한 얼굴을 선보이며, 흐뭇한 연기 성장을 보여준 임시완의 대표작을 살펴본다.
<변호인>(2013) '박진우' 역
2013년에 개봉한 영화 <변호인>은 관객의 마음을 울리는 감동 드라마로 극장에서 1,137만 명의 관객을 모은 작품이다. 1980년대 부산에서 활동한 어느 인권 변호사의 이야기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연에서 모티브를 따온 것으로 알려지면서 많은 관심과 화제의 주인공이었다. 영화는 돈 없고, 빽 없고, 가방끈도 짧은 세무 변호사 송우석(송강호)의 인생을 바꾼 다섯 번의 공판과 이를 둘러싼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다.
임시완은 극 중 송 변호사의 인생을 바꾼 국밥집 아들 '박진우' 역을 맡았다. 실제로 임시완은 해당 영화의 고문 장면을 일주일 동안 촬영하다, 얼굴의 실핏줄이 터져서 한동안 선글라스를 끼고 다녔으며, 가수로서의 활동도 병행하던 당시에 '진우'의 우울한 감정을 유지하기 위해서 팀원들과 함께 지내는 숙소에서도 방에 들어가 잘 안 나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외에도 초반과 후반의 모습이 매우 다른 캐릭터를 연기해, 5kg을 찌운 뒤에 다시 10kg을 감량해 인생 최저 몸무게인 49kg 상태에서 연기, 수많은 고문을 대역이나 CG와 같은 도움 없이 온전히 본인이 연기한 것으로도 알려졌다. 그만큼 극 중의 배역이 지닌 감정선과 그가 겪었을 상황들을 온몸으로 표현했다. 스크린에 보이지 않을 노력까지 더한 덕분에 관객들에게도 진정성이 느껴지는 연기로 보는 이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덕분에 청룡영화상에서는 인기스타상, 백상예술대상에서는 패셔니스타상을 수상하면서 그의 다음을 더욱 기대하게 했다.
<오빠생각>(2016) '한상렬' 역
2016년에 개봉한 영화 <오빠생각>은 한국전쟁 당시에 실존했던 어린이 합창단을 모티브로, 모든 것을 잃어버린 전쟁터 한가운데서 시작된 작은 노래의 기적을 그린다. 임시완은 극중에서 빈민촌에 방치된 아이들을 보호할 방법으로 합창단을 만드는 군인 '한상렬 소위' 역을 맡았다. 영화를 위해 임시완은 피아노 연주와 격투기 연습을 4~5개월 동안 연습하여 군인이라는 직업적인 포인트와 합창단이라는 소재적인 포인트를 모두 살려내는 데 성공했다. 이외에도 이희준 배우에게 목을 졸리는 장면을 촬영하다가 실제로 기절했던 비하인드도 있는데, 그만큼 연기에 진심이었다.
이러한 배우의 열연에도, <오빠생각>은 큰 흥행을 거두지 못했다. 하지만 한국 전쟁 당시의 이야기를 아이들의 시선으로 풀어낸다는 점에서 착한 영화라는 좋은 평가를 받았다. 이 영화의 연출을 맡은 이한 감독과의 인연으로, 고아성과 함께 <달짝지근해: 7510>에서 커플로 특별 출연했다.
<원라인>(2017) '이민재' 역
2017년에 개봉한 영화 <원라인>은 대출 사기를 비롯해 다양한 사기 전문가들을 등장시킨 범죄 영화다. 평범했던 대학생 민재(임시완)가 전설의 베테랑 사기꾼 장 과장(진구)을 만나 완벽한 속임수로 은행 돈을 빼내는 신종 범죄 사기단에 합류해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임시완은 극중 사기꾼으로 변모하는 대학생 '이민재' 역을 맡았다. 이전 작품들에서 보여주었던 캐릭터들과는 다르게 능글맞은 느낌의 캐릭터를 소화했다. 임시완은 해당 캐릭터를 맡으면서 본인의 연기 스타일을 바꾼 것으로도 알려졌다. 즉, <원라인>을 통해 즐기면서도 열심히 하는 방법을 터득했다고 밝혔는데, 덕분에 연기에 대해 더욱 흥미를 갖게 되었다고 한다. <원라인>은 사기꾼들이 한곳에 모여서 벌어지는 이야기라는 점에서, 배우들의 앙상블이 인상적이다. 진구, 박병은, 이동휘와 같은 베테랑 배우들 사이에서 임시완은 관객들이 예상하지 못할 한 방을 선사하며 작품의 메시지와 장르적 재미를 동시에 자아낸다.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2017) '조현수' 역
2017년에 개봉한 영화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은 범죄 조직의 1인자를 노리는 재호(설경구)와 세상 무서운 것 없는 패기 넘치는 신참 현수(임시완)의 의리와 배신을 담은 이야기를 그린다.
임시완은 극중 더 잃을 것이 없기에 불한당이 되기로 결심한 남자 '조현수' 역을 맡았다. 해당 영화에서 온몸을 아끼지 않은 열연을 펼쳤다. 액션 장면 중 대역으로 진행하려던 장면을 직접 소화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구타를 당하는 장면에서도 실제로 세게 맞는 것을 거부하지 않았다고 한다. 여기에 설경구와 펼쳐내는 브로맨스는 다양한 감정을 빚어내며, 많은 영화팬들을 그에게 입덕하게 했다. 덕분에 임시완은 관객과 평단으로부터 호평받았으며, 제70회 칸 영화제에도 초청되었다. 여러모로 임시완의 필모그래피에서 중요한 전환점이 된 작품이다.
<비상선언>(2022) '류진석' 역
2022년에 개봉한 영화 <비상선언>은 항공기가 재난 상황에 직면했다는 설정을 다뤄낸 재난 영화다. 사상 초유의 항공테러로 무조건적 착륙을 선포한 비행기와 재난에 맞서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다. 임시완은 목적지 없이 비행기에 홀로 오른 승객 '류진석' 역을 맡았다. 초반에 행선지를 정하지 않고 공항에 와, 가장 많은 사람이 탑승한 비행기에 대해서 묻는 기이한 인물로 등장하여 긴장감을 선사한다. 이외에도 여러 소시오패스적인 성향을 드러내며 극의 갈등을 고조시킨다. 임시완의 빌런 연기가 꽤 소름끼치다는 평가가 많았다. 다른 배우들보다 짧은 등장에도 굵직한 임팩트를 선사하며 제31회 부일영화상 남우조연상을 수상하였다.
임시완의 열연에도 영화는 아쉽게 흥행에 실패핬다. 하지만 <변호인> <미생>, <런 온> 등 임시완하면 생각나는 이미지를 반전시키며 놀라운 연기 변신을 보여줬다. <비상선언>은 그의 잠재된 연기력을 마음껏 터트린 작품으로 다가온다.
<스마트폰을 떨어뜨렸을 뿐인데>(2023) '오준영' 역
2023년에 공개된 영화 <스마트폰을 떨어뜨렸을 뿐인데>는 현대인의 필수품, 스마트폰을 활용한 범죄 영화로 넷플릭스에서 공개되었던 오리지널 작품이다. 영화는 평범한 회사원 '나미'(천우희)가 자신의 모든 개인 정보가 담긴 스마트폰을 분실한 뒤 일상 전체가 위협받기 시작하며 발생하는 사건들을 추적하는 이야기를 그린다.
임시완은 휴대폰을 분실한 나미와 얽히게 되는 휴대폰 수리기사 '오준영' 역을 맡았다. 나미가 잃어버린 스마트폰을 이용해 스토킹하는 빌런으로 등장, <비상선언> 다음으로 다시 한번 악역 변신을 보여준다. 김희원의 적극적인 제안으로 해당 영화에 출연한 것으로 알려진 임시완은 악역을 선택했다는 무게감을 덜어내는 방법으로 개런티 중 일부를 사회에 기부했다. 사회적으로 악용될 수 있는 역할을 한다는 부담을 희석하는 노력까지 더한 것. 넷플릭스에서 영화가 공개된 후, 임시완은 <비상선언>에 이어 다시 한번 악역 연기를 훌륭히 소화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선과 악을 넘나드는 그의 연기 변신이 점점 빛을 발하는 중이다.
테일러콘텐츠 에디터 곰솔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