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작된 도시
감독 박광현 출연 지창욱, 심은경, 안재홍

김형석 영화 저널리스트
명확하게 파악되진 않는 장르적 재미
★★★
가진 자들의 권력으로 인한 가지지 못한 자들의 분노, 테크놀로지를 기반으로 한 감시 사회와 그 틈새를 헤집는 해커,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스타일의 액션과 물량주의 그리고 반전의 엔딩. 최근 한국영화의 몇몇 경향성들이 뒤엉킨 <조작된 도시>는 속도감에선 성공적이며, 몇몇 장면의 비주얼은 인상적이다. 뭔가 석연치 않게 앙금처럼 남는 건, 스토리라인과 플롯의 개연성 부분. 그럼에도 영화는 마치 우격다짐처럼 전진하며 끊임없이 스펙터클을 만들어낸다.

정시우 <이투데이 비즈엔터> 기자
황당무계하거나 유쾌하거나
★★★

독특하고 허무맹랑한 것은 양가적이다. 게임의 세계를 현실로 끌고 온 <조작된 도시>는 그 사이에서 관객의 환호 또는 야유를 받을 영화다. 논리적 잣대를 들이대면 함량미달 같지만, 영화가 품은 판타지적인 면에 마음을 연다면 의외의 재미를 느낄 수 있다. CF감독으로 이름 날렸던 박광현 감독의 이력이 밑천임을 확인하는 순간이 수두룩하다. 이질적이면서 기발한 장면들이 종종 CF를 붙여놓은 듯한 인상을 준다. 이 영화 최고 아이템은 게임에서 걸어나온 듯한 지창욱 액션이다. 액션이 남다른 배우라더니, 사실임을 확인했다. 개연성면에서 실수를 자주 연발하나, 그럼에도 흥을 잃지 않는, 오락영화로서의 소임은 해내는 영화다.


레고 배트맨
감독 크리스 맥케이 목소리 출연 윌 아넷, 레이프 파인즈, 마이클 세라

송경원 <씨네21> 기자
패러디 영화의 빈자리를 메울 즐거운 수다
★★★☆
레고의 전복적 상상력을 고스란히 차용한 레고무비의 스핀오프. 만들고 비틀고 부수고 변형시키고 모든 것이 허락되는 세계의 힘을 빌려 유치해서 더 좋았던 패러디 영화의 매력을 부활시킨다. 다만 배트맨이란 캐릭터의 변주에 집중하면서 전작에 비해선 다소 안정적인 틀을 따르는 만큼 다소 식상할 수도 있다. 슈퍼히어로에 관한 역발상의 농담. 레고, 배트맨 둘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싫어하기 어려운 별미. 워너애니메이션그룹을 주목할 것.


50가지 그림자: 심연
감독 제임스 폴리 출연 다코타 존슨, 제이미 도넌, 킴 베이싱어

정시우 <이투데이 비즈엔터> 기자
농밀한 멜로? 농담도 참
★★

19금 멜로? 농담은! 이건 명백한 하이틴로맨스요, 할리우드형 막장드라마다. ‘주부들의 포르노’라 불린 낯 뜨거운 소설을 원작으로 한 이 영화는 다른 의미에서 낯 뜨겁다. 물론, 이 시리즈를 두고 만듦새를 논하는 것 자체가 영양가 없는 일일 수 있다. 원작 소설이 날개 돋힌 듯 팔려나간 이유는 명백하다. 여성들이 바라마지 않는 백마 탄 왕자에 대한 총체적인 백일몽이라는 점. 그러니 주인공들의 고뇌가 얕다느니, 소녀 취향의 영화라고 폄하해봤자 소용없다. 지루해서 하품하거나, 대리만족하며 미소 짓거나. 취향의 심연이랄까.


스노든
감독 올리버 스톤 출연 조셉 고든 레빗, 쉐일린 우들리, 재커리 퀸토

이화정 <씨네21> 기자
스노든이 아니라 스노든의 선택에 집중
★★★  
<스노든>이 집중하는 것은 에드워드 스노든이라는 사람의 변화다. NSA를 위해 일하고 애국자였던 스노든은 왜 국가를 배신하고 폭로를 택했을까. 위험과 오명을 감수한 내부고발자 스노든을 집중 조명함으로써, 올리버 스톤은 민간인 도감청의 위험을 일깨워주고자 한다. 다소 평이한 전개지만, 급박한 리듬감은 놓치지 않는다. 스노든의 제스처, 목소리 톤, 외형까지 완벽하게 재현해낸 조셉 고든 레빗의 연기가 인상적이다.

송경원 <씨네21> 기자
맹목과 추종 대신 불의에 저항하는 애국
★★★
에드워드 스노든이 CIA의 불법 감청 사실을 폭로하고 기꺼이 미국의 적이 되기로 결심하는 과정을 그린다. 주로 스노든의 경험과 기억을 통해 재구성되는 국가의 폭력은 공분을 자아내기 충분하다. 스노든이란 개인의 심리와 사회고발 드라마가 병행하듯 두 축으로 구성되는데, 아무래도 고발 쪽에 좀 더 방점이 찍혀 있다. 딱히 아쉬운 건 없지만 도드라지는 점도 찾기 힘든 밋밋한 드라마. 조셉 고든 레빗의 메소드 연기가 영화를 완성하는 마지막 퍼즐이다.


퍼스널 쇼퍼
감독 올리비에 아사야스 출연 크리스틴 스튜어트, 노라 본 발드스타텐

김형석 영화 저널리스트
미지의 존재에게서 온 메시지
★★★☆
지극히 현실적인 톤으로 연출되지만, 이야기는 초현실주의적이며 판타스틱한 영역에서 이뤄진다. 이러한 이질적인 요소는 크리스틴 스튜어트의 무심한 듯 시크한연기를 통해 맞물린다. 관객으로서 평소보다 조금만 더 몰입한다면 독특한 영화적 체험을 할 수 있는 작품. 15분의 문자 메시지 시퀀스는 오래 기억에 남을 듯하다.

송경원 <씨네21> 기자
잡을 수도, 증명할 수도 없는 유령의 영화
★★★☆
죽음의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여성이 먼저 떠나간 오빠의 영혼을 기다린다. 얼핏 호러영화의 한 줄 시놉시스 같지만 실은 고독, 고립, 두려움의 감정을 따라가는 심리 드라마. 섣불리 단정 짓지 않음으로써 심리의 본질에 접근하는 만큼 지적인 유희를 만끽할 수 있다. 당연히 친절한 영화는 아니다. 이와 무관하게 호러영화로서의 소임을 다하는 긴장감 넘치는 연출도 흥미롭다. 화면의 무드를 따라가는 것만으로도 적지 않은 감흥이 인다.


아무도 모른다
감독 고레에다 히로카즈 출연 야기라 유야, 기타우라 아유

송경원 <씨네21> 기자
곱씹을 수밖에 없는, 담담한 슬픔 
★★★★
실화를 바탕으로 했으되 재현드라마는 아니다. 부모에게 버림받고 방치된 아이들은 스스로 생존의 울타리를 꾸린다. 현실은 잔혹하지만 아이들의 울타리 안은 매우 맑고 포근하다. 그 온도차에 가슴 한 구석이 서늘해진다. 섣불리 개입하지 않고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는 관찰자의 시선이 도리어 무언가를 항변하듯 따갑게 내리꽂힌다. 담담하고 순수할수록 비극의 낙차가 배가 된다. 그저 슬프다.

이화정 <씨네21> 기자
비난의 시선을 덜어내고 바라본 사회
★★★★  
일본사회를 떠들썩하게 만든 스가모 어린이 방치 사건을 소재로 한 작품. 그럼에도 소재의 특성상 으레 그럴 법한, 현실의 끔찍한 이면을 폭로하는 기능은 아니다. 이 가족의 비극은 떠난 엄마, 남겨진 아이들이라는 선악구도의 이분법으로 손쉽게 규정되지 않는다. 시간순의 촬영으로 거의 아이들의 일상을 들여다보는 듯한 관찰 속에, 안타깝고 아프지만 그래도 살아가는 삶의 과정이 담겨 있다. 다큐멘터리 감독 출신의 이력을 가진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시선이 무엇인지, 그의 연출이 향하는 지향점이 무엇인지 가장 극명하게 말해주는 작품. 카메라에 동화된 주연 야기라 유야를 비롯한 배우들의 연기와 이를 가능하게 한 감독의 연출력이 독보적인 작품이다.


폴링 스노우
감독 샤밈 샤리프 출연 레베카 퍼거슨, 샘 리드

김형석 영화 저널리스트
냉전-탈냉전 시대의 스파이 로맨스
★★☆

과거에 이따금씩 만들어졌던, 냉전 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유장한 톤의 스파이 장르를 재현한 듯하다. 사람들 사이의 관계와 심리가 긴장감을 만들어내고 뒤엉키며, 이 사이에 아슬아슬한 로맨스가 있고, 반전이 있다. 톤이 다소 느리지만, 정통 스타일의 드라마를 선호하는 관객이라면 충분히 즐길 만한 작품. <미션 임파서블: 로그 네이션>(2015)의 레베카 퍼거슨이 인상적인 연기를 선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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