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은 영화를 고를 때 어떤 기준으로 고르시나요? 에디터는 영화 포스터를 보고 선택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이렇게 포스터는 영화의 첫인상을 결정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하지만 여러 가지 이유로 심의에 통과되지 못한 포스터들이 있습니다.


지워주세요.

<박쥐>
김옥빈의 다리가 사라졌습니다. 송강호의 자세도 살짝 바뀌었고요. (송강호의 손 위치도 바뀌었습니다.) 원래 포스터가 야하다고 생각했던 걸까요? 다리를 지우면서 이전 포스터의 임팩트까지 같이 지워진 느낌이네요. 결국 이 포스터는 해외용으로만 공개되어 호평을 받았었죠.

<님포매니악 볼륨 1>
파격적인 영화라고 소문난 <님포매니악 볼륨 1>. 이 영화는 성적 묘사와 노출로 제한 상영가 등급을 받았지만 블러(Blur) 처리 끝에 청소년 관람불가 판정을 받기도 했는데요.(가려도 청불..!!!) 이를 심의 반려된 포스터에도 적용! 포스터에도 블러 처리를 했습니다.

<트라이브>
남녀가 나신으로 앉아 수화로 대화하는 모습의 이 포스터는 체코, 프랑스, 일본 등에서는 그대로 사용되었지만 우리나라에선 '유해성 있음' 판정을 받았습니다. 결국 여주인공 몸에 스크래치를 입혀 다시 한 번 심의를 진행했지만 불통! 오프라인에선 볼 수 없었다는군요.(원작 포스터를 어떻게든 살려보겠다는 노오력이 느껴집니다.)


키스신 안돼요.

<인간 중독>, <폼페이: 최후의 날>
꼬꼬마 시절 부모님이랑 영화를 보다가 키스신이 나오면 민망스럽게 눈을 가려줬던 기억이 나는데요. 그런 부모님 심정이었을까요? 두 영화 모두 키스신으로 심의를 통과하지 못했습니다. (둘다 얼른 떨어져!)


칼 안돼요.

<몬스터>
칼을 들고 있는 모습이 폭력적이라는 이유로 심의 반려되었는데요. (지금 보니, 도깨비 신부를 예견했던 것 같기도.) 뭔가 좀 우스워졌지만 '제대로 미친 여자'라는 카피에는 은근 어울리네요. 심의에 대한 풍자로 느껴지기도 하고요;; 

<세브란스>
이 영화는 포스터만 무려 7개 버전을 만들었습니다. 오리지널 포스터는 잘린 목의 단면까지 나왔고요. 이를 왼쪽 포스터로 바꾸는 등 5가지 포스터를 제시했다고 해요. 그런데 모두 퇴짜! 결국 칼을 드릴로 바꾸고, 톱도 지우고, 빨간색도 자제해서 통과되었네요.


피 안돼요.

<엣지 오브 투모로우>, <우리 동네>
뭐가 바뀐지 모르겠다고요? 거의 틀린 그림 찾기 수준이죠? <엣지 오브 투모로우>는 톰 크루즈 뺨에 묻은 핏자국을 깨끗이 지웠습니다. (그래요. 톰 아저씨의 뺨은 소중하니까요.) <우리 동네>도 손에 묻은 피를 지우고 통과했네요.


노출 안돼요.

<각설탕>, <관능의 법칙>
전체 관람가 영화나 청소년 관람불가 영화나 심의 기준은 똑같습니다. 포스터는 '전체 관람가'로 만들어야 되거든요. 순수하고 훈훈해 보이는 <각설탕> 포스터도 심의에 걸렸습니다. 바로 임수정의 배꼽 노출이 그 이유였죠. <관능의 법칙>에서도 다리 노출 때문에 심의가 반려되었죠.

<숫호구>
노출에 있어서는 그림도 예외 없습니다. 오른쪽 구석 조그맣게 그려져 있는 여자의 모습이 문제였습니다. 속옷이 보이기 때문이죠. 결국 치마로 덮어버렸습니다. 한 손에는 와인을 든 모습으로 바꾸었고요. (이건 진짜 누가 말 안 해주면 찾기 힘들 것 같네요.;;;)

<아메리칸 허슬>
어떤 부분이 다른지 찾으셨나요? 바로 에이미 아담스와 제니퍼 로렌스의 가슴 부분을 CG로 수정했습니다. 가슴골은 지우고 푹 파인 드레스는 꽁꽁 싸맸죠. 사기꾼들인데 다 함께 넘나 단정하고 바른 생활이 된 것 같은 이 느낌;;;

이런 심의 기준을 보고 문득 떠오른 한 영화가 있었습니다. <내 남자의 아내도 좋아>는 오히려 스칼렛 요한슨의 가슴도 키우고 더 파인 옷에, 제목 번역마저 뜨악하게 바꾸어 놓은 사례로 유명했는데요. 이에 비하면 <아메리칸 허슬>의 심의는 조금 가혹해 보입니다.


담배 안돼요.

<라이프>
데인 드한이 담배를 물고 있다는 게 문제였습니다. 이 영화는 사진작가 '데니스 스톡'과 무명이었던 '제임스 딘'이 만나 전설이 된 사진을 촬영하는 과정을 그린 영화입니다. 그래서 포스터도 그 전설적인 사진을 모티브로 연출한 것이지요. 이런 사전 정보를 알고 있던 관객들에게는 아쉬운 결정일 것 같습니다. 하지만 담배는 담배인 것!


선정적인 포즈, 안돼요.

<방자전>
조여정과 김주혁의 포즈가 야하다는 이유로 반려되었는데요. 사실 칸 영화제에서 선보였던 민화 컨셉의 <방자전> 포스터는 더 수위가 높았습니다. 민화 컨셉의 심의 반려는 이해가 가지만 '여인의 버선발이 드러났다'라고 반려한 두 번째 포스터는 어째 심의 이유가 조선시대 기준인 것 같은 느낌이네요.

<쩨쩨한 로맨스>, <분노의 윤리학>
<쩨쩨한 로맨스>도 <방자전>과 비슷하게 너무 바짝 붙어있어 이상한 상상을 하게 된다는 이유로 심의 반려, <분노의 윤리학>도 과감한 포즈로 반려됐습니다. 결국 이제훈만 살렸더니 애매한 포즈+ 애매한 눈빛이 담긴 포스터가 되어버렸네요.

<몽상가들>
재개봉 포스터도 예외는 없습니다. 침대 위에 세 남녀가 함께 누워있는 포즈가 적합하지 않다고 판단! 게다가 남자 배우의 머리가 에바 그린의 가슴에 닿았다는 이유로 심의 반려되었는데요. 결국 침대를 없애고 포즈를 바꾸어 2005년 개봉 당시 포스터와 똑같은 구도로 통과되었습니다.  


지금까지 심의 반려된 영화 포스터들을 유형별로 묶어보았습니다. 영화의 상영 등급과는 다르게 '전체 관람가'로 만들어야 하는 터라 수정된 포스터에서 그 고충이 느껴졌는데요. (에디터도 수위 조절하느라 힘들었구요.ㅠㅠ) 여기에 없는 심의에 걸린 포스터를 알고 있다면 댓글로 함께 공유해주세요~

씨네플레이 인턴에디터 조부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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