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우드 영화에서 여성 액션배우가 출연한 건 언제부터일까요. 정확한 건 아니지만 본격 여성 액션배우의 첫 출연은 1979년으로 보는 게 타당할 것 같습니다. 리들리 스콧 감독의 <에이리언>에 리플리로 출연한 시고니 위버 얘기입니다. 리들리 스콧 감독은 <델마와 루이스>(1991)에서 총을 든 여성을 등장시키기도 했습니다. 당시에는 흔치 않은 모습이었습니다. <터미네이터> 시리즈의 린다 해밀턴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킬빌> 시리즈의 우마 서먼도 기억이 납니다.
요즘에는 여성 액션배우가 전혀 낯설지 않습니다. 연령대도 다양합니다. <레드> 시리즈에 출연한 헬렌 미렌 같은 중년의 여성 액션배우도 있죠. <킥애스: 영웅의 탄생>에 등장한 힛걸(클로이 모레츠)도 있습니다.
지난 4월 4일 미국의 영화 매체 ‘인디와이어’는 “안젤리나 졸리부터 데이지 리들리까지, 지금 활동하고 있는 14인의 여성 액션 스타”라는 제목의 글을 공개했습니다. ‘지금 활동하고 있는’에 방점이 찍힙니다. 이 기사에 등장하는 14인의 여성 액션 스타를 만나보겠습니다. 이 리스트는 특이하게도 1위부터 공개했습니다. 1위를 맞추는 재미는 없지만 원문의 정책을 따르는 방향으로 정리했습니다.
1. 안젤리나 졸리
안젤리나 졸리의 액션 연기는 <툼레이더>에서 시작되어 <원티드>를 지나 <미스터 & 미세스 스미스>에서 완성된 듯합니다. 아, <솔트>도 있네요. 최근 안젤리나 졸리는 감독으로 재능을 보여주고 싶어하는 것 같습니다. 개인적인 바람은 다시 한번 액션 스타로서의 면모를 봤으면 합니다. <원티드> 속편이 나오면 좋겠습니다.
2. 스칼렛 요한슨
스칼렛 요한슨은 아마도 지금 가장 몸값이 비싼 여성 액션 스타일 겁니다. 마블의 ‘블랙 위도우’의 존재감이 아주 큽니다. <루시>와 최근 개봉한 <공각기동대: 고스트 인 더 쉘>도 있습니다. 비록 <공각기동대: 고스트 인 더 쉘>이 크게 흥행하지 못했지만 스칼렛 요한슨의 책임은 아닌 것 같습니다.
3. 샤를리즈 테론
샤를리즈 테론은 ‘퓨리오사’의 카리스마가 압도적입니다. 조지 밀러 감독의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는 언제 봐도 짜릿한 영화입니다. 빨리 속편이 나왔으면 좋겠네요. 샤를리즈 테론은 지금 극장에서 볼 수 있는 <분노의 질주: 더 익스트림>에도 악역으로 출연합니다. 다만 퓨리오사 같은 액션을 선보이지 않습니다. 그런 아쉬움은 샤를리즈 테론이 주연인 <아토믹 블론드>에서 달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존 윅>의 데이빗 레이치 감독의 영화입니다. <아토믹 블론드>는 북미 7월 개봉 예정입니다.
4. 갤 가돗
<배트맨 대 슈퍼맨: 저스티스의 시작>의 진짜 승자는 원더우먼이었죠. 이스라엘 출신의 갤 가돗은 DC의 원더우먼으로 스칼렛 요한슨의 블랙 위도우 같은 존재감을 가질 수 있을까요. <원더 우먼>은 6월 개봉 예정입니다. 참, 갤 가돗은 <분노의 질주> 5편과 6편에도 출연했습니다.
5. 레베카 퍼거슨
<미션 임파서블: 로그네이션>에서 톰 크루즈보다 더 근사한 액션을 선보인 레바카 퍼거슨 역시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액션 스타입니다. <걸 온 트레인>과 <라이프>에도 출연했습니다. 레베카 퍼거슨의 차기 기대작은 <렛 미 인>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를 만든 토마스 알프레드슨 감독의 <스노우맨>입니다. 마이클 패스벤더와 함께 출연합니다. 사실 진짜 기대작은 최근 촬영을 시작했다고 전하는 <미션 임파서블 6>입니다.
6. 양자경
양자경은 현역입니다. 그녀의 액션 스타 경력이 1980년대의 <예스 마담> 시리즈에서 출발한다는 점을 기억한다면 대단한 거죠. <007 네버다이>의 본드걸을 거쳐 출연한 이안 감독의 <와호장룡>은 명작이었죠. 양자경은 TV드라마 <스타트렉: 디스커버리>에 출연합니다.
7. 케이트 베킨세일
<언더월드> 시리즈의 뱀파이어 여전사 케이트 베킨세일도 기억해야 할 액션 스타입니다. 2012년에 나온 리메이크 <토랄 리콜>에도 출연했습니다.
8. 밀라 요보비치
밀라 요보비치는 <레지던트 이블> 시리즈의 히어로입니다. 뤽 베송 감독의 <제5원소> 이후 2002년 첫 <레지던트 이블> 영화에 출연했습니다. 2016년까지 그녀는 14년 간 좀비들과 싸워왔습니다. 남편 폴 앤더슨 감독과 함께 말이죠.
9. 조 샐다나
<아바타>의 ‘파란’ 조 샐다나를 기억하는 사람보다 이제는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의 ‘초록’ 조 샐다나를 기억하는 사람이 더 많을 것 같습니다. 물론 <스타트렉> 시리즈의 우후라도 있죠. <아바타>나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보다 좀더 액션이 센 <콜롬비아나>라는 영화를 손에 꼽는 분들도 있을 겁니다.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VOL.2>는 5월3일 개봉입니다. 그나저나 <아바타> 후속편은 언제 나오나요.
10. 미셸 로드리게즈
미셸 로드리게즈가 처음 <분노의 질주>에 등장했을 때 이렇게 대단한 액션배우인 줄 몰랐습니다. 지나 카리노, 론다 로우지 등과 맨손격투를 벌이는 모습은 대단했습니다. 사실 <분노의 질주> 이외에도 그녀의 액션영화는 꽤 많습니다. <걸파이트>, <S.W.A.T. 특수기동대>, <레지던트 이블>, <아바타>에도 출연했네요. 액션영화 좀 본다는 사람들은 로버트 로드리게즈 감독의 <마셰티>에 출연한 그녀를 기억하기도 합니다.
11. 소피아 부텔라
이름이 좀 낯설게 느껴지는 분들도 있을까요. <킹스맨: 시크릿 에이전트>의 ‘가젤’이라고 하면 어떤가요. 그녀의 발은 칼날이었죠. 그녀는 <킹스맨>의 성공 이후 <스타트렉 비욘드>에 합류했습니다. 분장을 세게 해서 못 알아본 사람도 더러 있겠습니다. 소피아 부텔라는 6월 개봉 예정인 <미이라>에서도 만날 수 있습니다. 샤를리즈 테론과 함께 <아토믹 블론드>에도 출연했습니다.
12. 데이지 리들리
<스타워즈> 시리즈의 새 주인공 레이, 데이지 리들리를 빼놓을 수 없겠습니다. 2017년 12월 개봉 예정인 <스타워즈: 더 라스트 제다이>에서 제다이로서의 진짜 면모를 볼 수 있지 않을까 예상됩니다. 애거사 크리스티 소설 원작, 케네스 브래너 감독 연출의 <오리엔트 특급 살인사건>에도 출연했습니다. 이 영화는 북미 11월 개봉 예정입니다.
13. 매기 큐
양자경에 이은 아시아계 여성 액션 스타에 매기 큐도 있습니다. 그녀는 성룡의 눈에 들면서 액션 배우로 활동했습니다. <네이키드 웨폰: 적나특공>, <미션 임파서블 3>, <다이하드 4.0> 등이 대표작입니다. 만화가 형민우 원작의 영화 <프리스트>에도 출연했네요. TV드라마 <니키타>에서도 활약했습니다. 최근에는 TV드라마 <지정생존자>에서 볼 수 있습니다.
14. 카라 델레바인
1992년생인 카라 델레바인은 신예에 가까운 느낌입니다. <수어사이드 스쿼드>의 준 문/인챈트리스 역을 맡았던 배우입니다. ‘인디와이어’에서 카라 델레바인을 언급한 이유는 8월 개봉 예정인 SF영화 <발레리안: 천 개 행성의 도시> 때문인 듯합니다. 뤽 베송 감독 연출의 이 영화에서 카라 델레바인은 데인 드한과 함께 출연했습니다.
‘인디와이어’는 이 리스트를 작성하면서 누락된 배우들을 언급했습니다. 제니퍼 로렌스, 마고 로비, 나탈리 포트먼, 클로이 모레츠, 에밀리 블런트, 펠리시티 존스, 할 베리, 앤 해서웨이, 제니퍼 가너, 키이라 나이틀리, 루니 마라, 누미 라파스, 쉐일린 우들리 등입니다. 이들은 액션 배우로서의 모습을 보여주긴 했지만, 액션 스타로 먼저 인식되지 않는 배우들이라고 하는군요. 여러분들의 생각은 어떤가요?
씨네플레이 에디터 신두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