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한 번의 '지구 쟁탈전'이 벌어집니다. 옵티머스 프라임이 등장하는 <트랜스포머: 최후의 기사>가 6월 21일 개봉했습니다. 변신 로봇의 끝을 보여주는 <트랜스포머> 시리즈, 사실은 완구 제품에서 시작됐다는 걸 아시나요? 

이렇게 하나의 작품을 다양한 매체로 그려내는 걸 영미권에선 '미디어 프랜차이징' 혹은 '머천다이징', 일본에선 '미디어 믹스', 우리나라에선 '원 소스 멀티 유즈'라는 말로 표현합니다. <트랜스포머> 신작 개봉을 맞아 완구에서 시작한 미디어 프랜차이즈를 살펴볼까요?


가장 성공적인 프랜차이즈, 트랜스포머

영화에서도 흥행에 성공한 시리즈인 <트랜스포머>는 1984년에 처음 공개됐습니다. 완구 회사인 '해즈브로'는 1983년 일본의 '다이아클론'과 '미크로맨'의 권리를 구매, <트랜스포머>라는 새로운 브랜드를 만듭니다. 또 이 완구 브랜드를 기획하면서 홍보를 위해 코믹스와 단편 애니메이션을 함께 제작했죠.

트랜스포머 더 무비

감독 넬슨 신

출연 노먼 알든, 잭 엔젤, 마이클 벨, 그렉 버거, 수잔 블루, 아서 버가트

개봉 1986 미국, 일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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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랜스포머> 애니메이션과 옵티머스 프라임 완구

그런데 이 '홍보물'이 대박을 터뜨립니다. 해즈브로는 결국 장편 애니메이션 제작에 착수합니다. 그렇게 등장한 <트랜스포머> 애니메이션은 1984년부터 1987년까지 시즌4까지 방영됩니다. G1(1세대)으로 불리는 이 애니메이션으로 해즈브로는 이후 실사 영화에도 반영되는 캐릭터의 성격과 관계를 구축해 인기를 더 모으게 되죠.

해즈브로는 여기서 멈추지 않고 프랜차이즈를 더욱 확장합니다. 완구를 파는 게 목적이니 또 다른 로봇을 만들 수 있어야 하고, 그래서 시리즈에 '멀티버스'라는 개념을 도입합니다. 마블 영화나 SF 영화를 보신 분들이라면 익숙하시죠? '다중 차원 우주'인 이 트랜스포머 멀티버스는 단순히 시즌 개념이 아니라 전혀 다른 시리즈 또한 염두에 둔 것입니다.

<비스트 워즈> 영상 / 완구

국내에서도 방영됐던 <비스트 워즈>는 자동차가 아닌 동물로 변신한다는 독특한 설정을 가져왔습니다. 그 결과 <파워레인저> 때문에 인기가 떨어지던 <트랜스포머> 프랜차이즈를 다시 끌어올렸죠. 또 G1과는 별개의 세계에서 벌어지는 '유니크론 트릴로지'도 흥행하면서 프랜차이즈의 입지를 더욱 굳힙니다.

<트랜스포머> 1편의 범블비와 5편의 범블비

이런 인기를 바탕으로 해즈브로는 실사 영화를 준비하게 됩니다. 2000년대 넘어와서 예전만큼 인기를 모으지 못했던 <트랜스포머>는 실사 영화 한 편으로 전세를 역전하게 되죠. 특히 타국가에 비해 <트랜스포머>의 인지도가 낮았던 국가에 프랜차이즈를 알리는 데 크게 기여합니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죠. 1편 공개 당시 옵티머스 프라임의 원조 성우였던 피터 쿨렌의 복귀는 팬들의 '필수 관람' 이유이기도 했습니다.

트랜스포머

감독 마이클 베이

출연 샤이아 라보프, 타이레스, 조쉬 더하멜, 안소니 앤더슨, 메간 폭스, 레이첼 테일러

개봉 2007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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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구로는 원조인데 영화는 어떡하지, 지.아이.조'

해즈브로는 <트랜스포머> 프랜차이즈 이전 1964년 <지.아이.조(G.I.Joe)>로도 미디어믹스에 도전한 바 있습니다. '바비 인형'이 엄청난 판매량을 보이자 해즈브로는 의도적으로 '바비 인형'과 정반대인, 남자 아이들에게 어필할 완구를 발매합니다. '지.아이.조'입니다.

'지.아이.조' 초기 액션 솔져 모델

해즈브로는 '군인' 이미지를 앞세운 '지.아이.조'의 차별화를 위해 '지.아이.조'를 '액션 피겨'라 불렀고, 여러 가지 모델을 만듭니다. 그러다가 베트남전과 반전운동 때문에 군인의 이미지를 포기하고 탐험가 이미지를 내세운 '지.아이.조 어드벤처 팀'을 1970년에 새로 발매하죠. 이 모델부터 손에 부속품을 껴넣을 수 있게 만들고, 유색인종 캐릭터를 만들어 다양성을 추가하게 됩니다.

'지.아이.조 어드벤처 팀'

<지.아이.조> 프랜차이즈의 본격적인 미디어 진출은 1982년 '지.아이.조 리얼 아메리칸 히어로' 모델부터입니다. 이때 해즈브로는 코믹스와 애니메이션으로 캐릭터마다 성격을 부여하고 특성을 살려서 '지.아이.조'를 완구 이상의 캐릭터 상품으로 발전시킵니다. 1985년에는 '미국에서 가장 많이 팔린 완구'로 선정됐다고 하네요. 

지.아이. 조 - 1985년 시리즈

감독

출연 크리스 라타, 마이클 벨

개봉 1985 미국, 일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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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아이.조 리얼 아메리칸 히어로'

이런 설정들을 바탕으로 2009년 실사영화 <지 아이 조-전쟁의 서막>이 제작됩니다. <지 아이 조-전쟁의 서막>은 프랜차이즈의 인기가 전무하던 우리나라에선 '이병헌의 할리우드 진출작'으로 더 유명합니다. 복면을 쓴 모습이 인상적인 스톰 쉐도우가 한국 포스터에선 복면을 벗고 있기도 했죠. 실제로 이병헌은 이 작품에서 호연을 펼쳐 성공적으로 할리우드에 존재감을 알리게 됩니다.

지.아이.조 - 전쟁의 서막

감독 스티븐 소머즈

출연 채닝 테이텀, 데니스 퀘이드, 이병헌, 조셉 고든 레빗, 시에나 밀러, 레이첼 니콜스, 크리스토퍼 에클리스턴, 레이 파크, 아데웰 아킨누오예 아바제, 아놀드 보슬로, 말론 웨이언스, 조나단 프라이스, 세이드 타그마오우이

개봉 2009 미국, 체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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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 아이 조-전쟁의 서막>

영화 자체는 '지.아이.조' 프랜차이즈의 명성에 비해 좋은 결과를 남기지 못했죠. 만화적인 이미지를 의도적으로 부각시키고, 원작 애니메이션처럼 캐릭터를 다소 평면화시키는 등 '팬심'을 자극하려고 했지만 밋밋한 영화로 평가받습니다. 대박까진 아니어도 본전은 뽑았기 때문에 후속작이 제작되긴 했습니다. 감독과 주연이 싹 다 교체되고 제작비도 삭감돼, 영화의 분위기 자체도 완전히 뒤바뀌었지만요. 2편에서도 역시 스톰쉐도우 이병헌의 존재감만 남긴 채, 현재까지 후속작 계획조차 없습니다.

지.아이.조 2

감독 존 추

출연 채닝 테이텀, 이병헌, 브루스 윌리스, 드웨인 존슨, 아드리안 팔리키, 레이 스티븐슨, 레이 파크

개봉 2013 미국, 캐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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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아이.조 2>


미의 상징, 편견 깰 수 있을까 '바비 인형'

그 이름만으로도 대명사가 된 '바비 인형'입니다. 마텔은 유명한 브랜드를 가지고 있는 회사치고는 인지도는 다소 떨어지지만, 매출은 업계 최상위인 회사입니다. 1959년 '바비 인형'을 발매하면서 여자 아이들의 우상으로 등극했다 해도 과언이 아니죠. 첫 발매 후 대성공을 거두며 다양한 라인업으로 꾸준히 상품을 만들었습니다만, 2000년대 이전까진 별다른 미디어 시리즈가 없었습니다.

'바비 인형'은 2~3등신의 비율로 제작되던 다른 제품들과 달리 8등신 비율의 여성을 내세운 것이 특징이자 약점입니다. 어마어마한 성공 이면엔 '외모지상주의 조장'이란 비난도 만만치 않았으니까요. 특히 1980년대 흑인 바비 인형을 발매하기 전까지는 인종차별적이라는 비난도 피해갈 수 없었습니다.

래도 '바비 인형'이 완구류 중에서도 가장 인지도가 높은 브랜드인 건 확실하죠. 인형 하나만 있으면 옷을 갈아입혀서 다양한 이미지를 연출할 수 있다는 건 특정 캐릭터로 제작되는 완구들과 차별화되기 때문입니다. 이 인기에 편승해 일본에서는 '제니 인형'이 발매됐고 한국에선 이를 모방해 만든 '미미 인형'이 인기를 끌었습니다.

<토이 스토리 3>
토이 스토리 3

감독 리 언크리치

출연 톰 행크스, 팀 알렌, 조안 쿠삭

개봉 2010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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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비 인형'의 영화 출연이라면 <토이스토리 3>가 먼저 생각나실 텐데요, 독자적인 시리즈도 있습니다. 2001년 <바비의 호두까기 인형>을 시작으로 OVA(극장 개봉 대신 비디오 등 2차 매체를 목적으로 하는 영화)를 꾸준히 16년 동안 총 11편 제작했죠. 그리고 2012년부터 스트리밍 사이트 유튜브에 '바비의 드림하우스'라는 애니메이션 시리즈를 내놓으면서 성인 팬들의 마음까지 다시 사로잡고 있습니다.

바비의 호두까기 인형

감독 오웬 헐리

출연 켈리 쉐리던, 커비 모로우

개봉 2001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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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비 인형' 영화의 주연을 맡은 에이미 슈머

현재 2018년 개봉을 목표로 실사 영화도 제작 중인데요, 에이미 슈머가 주연을 맡았습니다. 커밍순닷넷(comingsoon.net)은 이 영화가 <스플래쉬>, <마법에 빠진 사랑>, <빅>처럼 코믹 판타지 계열로 아름다움과 페미니즘, 정체성을 우회적으로 담을 것이라네요. 지금도 비판받고 있는 '바비 인형'이 영화에서 어떤 이야기를 담아내어 그간의 곱지 않은 시선을 돌파해낼지 기대됩니다.


그 외의 작품들이라면?
보드게임 '배틀십'과 영화 <배틀쉽>

<트랜스포머>의 해즈브로라도, 반드시 성공하는 건 아니죠. 2012년 개봉했던 <배틀쉽>은 해즈브로가 판권을 가진 보드게임을 원작으로 합니다. 보드게임을 어떻게 영화화했을지 기대를 모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SF 판타지 같은 내용에 개연성이 없는 스토리로 유치하단 평을 받았죠. 특히 우리나라에선 스토리보다 욱일승천기가 등장한단 사실만으로도 많은 비난을 받았습니다. 

배틀쉽

감독 피터 버그

출연 테일러 키취, 리암 니슨, 리아나, 브룩클린 데커, 알렉산더 스카스가드

개봉 2012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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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자 보드'와 영화 <위자: 저주의 시작>

보드게임이라고 하긴 어색하지만, <위자> 시리즈에 나오는 '위자 보드'도 해즈브로가 판권을 가지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로 치면 '분신사바' 같은 심령술의 일종인데요, 해즈브로는 이를 완구로 판매하고 있습니다. <위자>가 저평가받으면서도 월드 와이드 1억 달러 성적을 올렸고, 이후 속편 <위자: 저주의 시작>은 꽤 호평을 받으며 월드 와이드 8천만 달러의 수익을 올립니다. 공포영화답게 제작비 대비 수익이 좋은 편이라 앞으로도 꾸준히 제작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위자 : 저주의 시작

감독 마이크 플래너건

출연 헨리 토마스, 엘리자베스 리저, 애너리즈 바쏘, 룰루 윌슨

개봉 2016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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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머천다이징은?

머천다이징 전략이 성공하자 국내에서도 이를 염두에 둔 시리즈가 등장했습니다. 먼저 선취점을 얻은 건 2010년 <변신자동차 또봇>입니다. 완구업체 영실업과 애니메이션 제작사 레트로봇이 함께한 이 애니메이션에는 변신 자동차 로봇이 등장하는데요, 그 완구 디자인을 영실업과 기아자동차가 함께 했다고 합니다. 

<변신자동차 또봇>

완구 디자인부터 함께 진행한 애니메이션답게 영상과 동일하게 구현된 완구들은 2013년 크리스마스 시즌 완구 매출 1위를 달성하는 등 2010년대 초반 역대급 인기를 구사했죠. 다만 최근에는 시나리오 작가 교체로 인기가 하락했다고 하네요.

애니메이션과 완구 판매 모두 성공하면서 원작은 시즌 19까지, 이후 스핀오프인 <애슬론 또봇>도 제작됐습니다. 2017년 4월에는 <극장판 또봇: 로봇군단의 습격>이 개봉해 14만 관객을 모았습니다.

극장판 또봇: 로봇군단의 습격

감독 이달, 고동우

출연 하룡이, 신경선, 이현, 노영주

개봉 2017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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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닝메카드>

이에 반격하듯 손오공은 현대자동차와 협업한 <헬로 카봇>으로 변신 로봇 열풍에 합류한 후, 전혀 새로운 프랜차이즈를 정착시키는 데 성공합니다. 2014년에 발매한 <터닝메카드>입니다. 미니카와 TCG(트레이드 카드 게임, 예로는 유희왕이 있습니다)를 결합한 완구와 이를 소재로 한 애니메이션, 게임이 성공하면서 국내 완구류의 정상을 차지했습니다. 

애니메이션도 성공하면서 <터닝메카드 W>라는 타이틀로 2기가 제작됐었죠. 올해 초에는 극장판 <터닝메카드W: 블랙미러의 부활>로 42만 관객을 모았습니다.

터닝메카드W: 블랙미러의 부활

감독 홍헌표

출연 소연, 신용우, 윤아영, 장광, 강호철, 안영미, 윤미나, 엄상현, 정재헌

개봉 2016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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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플레이 인턴 에디터 성찬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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