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발한 지 60년이 훌쩍 흘렀음에도 불구하고 6.25 전쟁은 여전히 한국 사회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정치적인 문제를 넘어, 이를 소재로 하는 영화들은 흥행력과 이슈성을 동시에 장악하면서 제작될 때마다 뜨거운 화제를 몰고 다닌다. 작년 개봉한 <인천상륙작전>의 흥행은 한국전쟁 영화는 일정 이상의 성공이 보장된다는 속설이 건재함을 증명한 징후였다. 2017년 6월 25일을 맞아 한국전쟁을 그린 영화 대표작 7편을 골라 소개한다.


<돌아오지 않는 해병>
(1963)

‘반공영화’라는 말이 있다. 말 그대로 반(反)공산주의를 전면에 내세운 영화다. 휴전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1960년대에는  반공영화들이 수두룩하게 제작됐다. 전쟁을 경험한 이들의 공감대를 끌어냄과 동시에 스펙터클한 액션까지 곁들여져 흥행 면에서 상당한 이점을 쥐고 있었다. 때문에 국가 차원에서 전폭적인 지원이 따랐다.
<돌아오지 않는 해병>은  이 시기 만들어진 반공영화 중 으뜸으로 손꼽히는 작품이다. 실전을 방불케 하는 액션이 쏟아지는 가운데, 영웅적인 주인공을 내세우기보다 죽음에  대한 두려움과 전우애를 부각시키는 휴머니즘이 돋보였다. 장동휘, 최무룡,  구봉서, 이대엽 등 당대 한국영화계 톱스타들의 앙상블 역시 빼놓을 수 없는 매력이다. <돌아오지 않는 해병> 바로 보기

돌아오지 않는 해병

감독 이만희

출연 장동휘, 최무룡, 구봉서, 이대엽

개봉 1963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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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1981)

<인천>은 미국영화다. <007>  시리즈 초기작들을 연출한 테렌스 영이 감독으로 이름을 올렸고, 1940년대 최고의 배우로 손꼽히는 로렌스 올리비에가 주인공  맥아더 장군으로 분했다. 이름값으로만 보자면 할리우드 히트작에 견줄 만하다. 이런 프로젝트가 가능했던 이유는 통일교 총재 문선명이 제작에 관여했기 때문이다. 어느 날 갑자기 한국전쟁에 관한 영화를 찍으라는 신의  계시(!!)를 받은 문선명이 일본의 한 사업가와 손잡고 제작했다는 것이 정설. 5년의 제작 기간에 무려 4410만 달러가  투입됐다고 한다. 영화에 대한 혹평이 줄을 이었다. 맥아더  장군이 신의 계시를 받아 인천상륙작전을 계획하는 부분까지 묘사했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제작비의 5%도 수거하지 못했고, 현재까지도 비디오나 블루레이 같은 매체로도 나오지 못한 희대의 졸작으로  남았다.

인천

감독 테렌스 영

출연 재클린 비셋, 로렌스 올리비에, 피터 버튼, 제임스 T. 캘러핸, 안소니 도슨, 가브리엘레 페르제티, 벤 가자라, 도로시 제임스

개봉 1981 미국,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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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소뜸>
(1986)

<길소뜸>을 "한국전쟁을 묘사"한 영화라 부르기엔 무리가 있다. 단적으로 전쟁신이 (매우 공들여 찍히긴 했지만) 아주 짧다. 어려서부터 사랑에 빠진 남녀가 한국전쟁으로 이별한 후 서로의 생사도 모르고 살다가 <이산가족찾기> 프로그램을 통해 다시 만나게 되는 걸로 시작하는 <길소뜸>은, 그들이 사랑을 키우고 헤어져만 했던 과거와 재회한 현재를 교차하며, 그들의 '관계'가 오랜 시간과 계급의 격차를 넘어서 여전히 유효할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이러한 연출은 직접적인 전쟁 묘사를 거치지 않고서도 한국전쟁이라는 비극이 만든 단절의 결과가 얼마나 잔인한 것인지 아주 냉혹한 결론으로써 웅변한다. <길소뜸> 바로 보기

길소뜸

감독 임권택

출연 김지미, 강신성일

개봉 1985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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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극기 휘날리며>
(2004)

블록버스터 <은행나무 침대>와 <쉬리>로 한국영화 흥행사를 새롭게 갱신한 강제규 감독은 5년 간 야심차게 준비한 작품 <태극기 휘날리며>를 내놓았다.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건 형과 동생 간의 뜨거운 우애다. 의도치 않게 군에 징집된 진석(원빈)과 그를 구하기 위해  스스로 전쟁통에 뛰어든 진태(장동건) 형제의 무용담은 부모나 연인 간의 사랑은 비할 수 없을 만큼 형제애를 강조한다. 오로지  진석의 생존만을 위해 국가도 이념도 없이 전쟁영웅이 되어가는 진태를 연기한 장동건은 이 작품을 통해 청춘스타에서 '배우'로  인정받기 시작했다. <태극기 휘날리며>는  남녀노소 불문하고 폭넓은 관객에게 사랑 받아 1174만 관객을 동원해 (몇 달 앞서 개봉한 <실미도>에 이어) 두  번째 천만 영화의 영광을 안았다. (훗날 <설국열차>(2013),  <곡성>(2016)을 작업한) 홍경표 촬영감독이 담아낸 전투 신들은 현재까지도 모범적인 사례로 손꼽히고 있다.

태극기 휘날리며

감독 강제규

출연 장동건, 원빈, 이은주

개봉 2003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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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웰컴 투 동막골>
(2005)

전쟁영화의 대부분은 반전영화다. 리얼리티를 위해 자극적인 이미지를 전시하면서도, 이토록 처참한 광경을 다시 만들지 말아야 한다고 항변한다. <웰컴 투 동막골>은 조금 특별한 반전영화다. 한국전쟁이 한창인 1950년 11월을 그리고 있지만, (오프닝과 후반부를 제외하곤) 전투에 도통 눈을 돌리지  않는다. 전쟁따위는 전혀 모르고 지내는 외딴 산골 동막골에서 국군과 인민군이 대치하는 상황이 벌어지기에 기어코 전투는 미뤄지고 만다. 발랄한 상상력으로 가득한 영화는, 국군과 인민군이 서로  총을 겨누는 사이 수류탄이 옥수수 창고에 터져 온 세상이 팝콘 천지가 되는 장면이나 산에서 맷돼지를 피하는 4분간의 슬로모션으로 많은 관객들을 매혹시켰다. 하지만 <웰컴 투 동막골>에서  가장 동화적인 순간은 국군과 인민군이 서로 힘을 합쳐 동막골의 평화를 지켜낸다는 엔딩일 것이다. <웰컴 투 동막골> 바로 보기

웰컴 투 동막골

감독 박광현

출연 정재영, 신하균, 강혜정

개봉 2005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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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지전>
(2011)

장훈 감독의 전작 <의형제>가 서울 한복판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통해 분단의 현실을 가능한 한  에둘러간 작품이라면, 전쟁영화 <고지전>은 분단이 만들어낸 비극을 가능한 한 참혹하게 담아내고자 애쓴다. 한국전쟁 영화의  대부분이 (인천상륙작전 즈음의) 전쟁 초기를 시간적 배경으로 삼은 것과 달리, <고지전>은 지난하게 이어지던 전쟁이 돌연 끝나게 되는 바로 그 즈음에 초점을 맞췄다. <고지전>은 한국전쟁의 가장 치열한 격전지로 알려진 백마고지를 모티브로 한 애록고지를 배경으로, 국군과 인민군이 탈환과 사수를 반복하며 기묘한 소통을 나누는 과정을 보여준다. 그리고 다시금 전쟁의 아비규환이 이어진다. 살아남았다는 안도가 무색하게도 더 넓은 땅을 차지하기 위해 총력전을 벌여야 하는 비극이 김우형 촬영감독의 유려한 촬영을 통해 고스란히 전달된다. 앳된 얼굴로 부대원들과 함께 승리의 의지를 다지던 신일영 대위 역의 이제훈의 존재는 <고지전>의 상징으로 남는다. 어떻게 해서든 남한군과  북한군 모두를 감싸 안으려는 <웰컴 투 동막골>의 판타지 저 반대에는, 휴전이 통보된 후에도 그 작은 고지를 차지하기  위해 모든 인물이 죽어야만 했음을 끈질기게 보여주는 <고지전>이 있다. <고지전> 바로 보기

고지전

감독 장훈

출연 신하균, 고수, 이제훈, 류승수, 고창석, 이다윗, 류승룡, 김옥빈, 조진웅, 정인기, 박영서

개봉 2011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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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상륙작전>
(2016)

학도병 실화를 바탕으로 한 전쟁영화 <포화 속으로>(2010)를 발표한 이재한 감독은, 세계적으로 가장 보편적으로 알려진 한국전쟁의 순간인 인천상륙작전을 그린 '기획 전쟁영화'를 내놓았다. 영화가 일찌감치 화제를 모았던 건 <테이큰> 시리즈로 한국에도 팬층이 두터운 할리우드 배우 리암 니슨을 맥아더 장군 역으로 캐스팅했다는 점이었다. 하지만 정작 영화가 발표됐을 땐 영화의 엉성함에 대한 비판을 줄을 이었다. 동족상잔의 비극을 다룬 보편성의 힘은 강력했지만, 그걸 전달하는 이야기의 맥락이 지나치게 엉성하다는 지적이 많았다. 막대한 물량공세가 무색한 액션 신에 대한 지적도 많았다. 하지만 혹평이 영화의 흥행에는 별다른 영향을 미치진 못했다. <인천상륙작전>은 흥행 격전지였던 지난해 여름방학 시즌에 700만 이상 관객을 동원하며 한국전쟁 소재 영화의 흥행 파워를 다시 한번 증명했다. <인천상륙작전> 바로 보기

인천상륙작전

감독 이재한

출연 이정재, 이범수, 리암 니슨, 진세연

개봉 2016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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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플레이 에디터 문동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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