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야행>, <신세계>, <변호인> 세 영화의 접점. 바로 작곡가 정현수가 만든 음악이 영화 속에서 중요하게 자리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조영욱 영화음악감독의 작곡팀 일원으로 커리어를 시작했다. 첫 작품은 2009년 <백야행>. 이후 <이끼>, <부당거래>, <범죄와의 전쟁>, <연가시>, <베를린>, <숨바꼭질> 등 수많은 영화에 걸쳐 곡 작업을 이어온 정현수는 근래 개봉한 <돌연변이>와 <4등>에 '음악감독'으로서 이름을 올리며 더욱 크게 주목받고 있다. 오는 3월 초, 그의 이름이 새겨진 앨범 <The Color of Love>가 나온다. 영화음악 OST가 아닌, 작곡가로서의 첫 작품집이다.


정현수 - 막다른 길 (영화 '백야행' 중)

앨범의 문은 <백야행>을 위해 만들었던 '막다른 길'이 연다. 영화음악 작곡가로서 만든 첫 작업임을 고려한 배치다. 기본적으로 스릴러지만, 한 남자가 한 여자를 처절하게 사랑하는 이야기이기도 한 <백야행>을 위해 그는 애틋함과 기괴함을 동시에 고려했다. 피아노와 관악기로 아련한 선율을 만들어 '로맨스'를 수식하는 한편, 한국영화에선 좀처럼 사용하지 않는 무조(無調)음악으로 '스릴러'의 무드를 살렸다. 영화 후반부에 흐르는 '막다른 길'은 그가 영화 속에서 가장 애착을 갖는 곡이다. 1분37초의 아담한 곡이지만, 요한(고수)과 미호(손예진)의 엇갈린 운명이 서려 있는 무시무시한 사랑 이야기가 고스란히 그려진다.

<백야행>

정현수 - 99인의 변호인

<변호인>의 엔딩 테마로 쓰인 '99인의 변호인'은 한결 가벼워졌다. 애초 '감동'이라는 키워드에 중점을 두고 만든 이 곡은 부산의 모든 변호사들이 민주주의를 위해 법원에 출석하는 순간의 벅차오르는 감정을 북돋은 바 있다. 영화 속 '99인의 변호인'이 합창과 북, 스트링스타카토 등 화려한 악기들이 어우러진 행진곡 풍이라 '희망'의 정서가 강했다면, 이번 앨범의 버전은 스트링과 피아노 선율에만 집중해 '울분'을 강조해 "힘들었지만 잘 참아냈다"는 위로를 건네는 것처럼 들린다. 희대의 국정농단을 바라보고 있는 현재에 더 어울릴지도 모르겠다.

<변호인>

정현수 - Big Sleep

'Big Sleep'은 처음의 클라리넷 소리를 듣자마자 <신세계> 속 마초들의 얼큰한 의리가 떠오른다. 영화는 어둠의 세계를 다루는 잔혹한 이야기를 그리고 있지만, 메인테마인 'Big Sleep'은 예쁜 소리를 내는 목관악기인 클라리넷이 곡 전반을 감싸고 있다. 정현수는 소리가 예쁠수록 오히려 서늘함이 배가 될 것을 염두하고 곡의 방향을 정했다고 한다. 조폭에 스파이로 가담한 경찰인 이자성(이정재)의 불안이 클라리넷이 퍼트리는 서늘한 기운을 타고 관객들에게 전달된다. 앨범 버전에선 클라리넷과 스트링의 에너지를 조금 담백히 다듬고, 다른 악기들을 살려 보다 음악적인 정서를 강조했다. 클라이맥스로 향할수록 점점 더 고조되는 진행이 앨범의 마지막 트랙으로 적역이다.

<신세계>

정현수 음악감독

<The Color of Love>는 모두 9개의 곡으로 채워졌다. 앞서 소개한 세 곡을 비롯해, '음악감독'으로 처음 만든 <돌연변이>의 '삶의 무게', 앨범을 위해 새로 쓴 다섯 곡이 조화롭게 모였다. 사랑의 색채라는 앨범 타이틀처럼 "이런 색이다, 하고 한마디로 정의 내리기 쉽지 않은" 다양한 정서가 담겼다. 앨범을 기다리며, 그가 아내에게 프로포즈 하기 위해 만들었다는 타이틀 트랙 'The Color of Love'로 그 분위기를 상상해봐도 좋겠다.

영화 음악 감독 '정현수' 솔로 앨범 "The Color of Love" 믹스 현장 스케치

씨네플레이 에디터 문동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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