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은 혹시 영화감독이 되려면 어떤 방법이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보통은 공모전 입상, 연출부 경력, 관련 학과 전공 등을 떠올리실 수도 있는데요, 독특한 이력으로 입봉한 두 감독이 극장가에서 만났습니다.
바로 <살인자의 기억법>의 원신연 감독과 <아토믹 블론드>의 데이빗 레이치 감독입니다.
두 감독의 '닮은 꼴 다른 점'을 만나보실까요?

- 살인자의 기억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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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원신연
출연 설경구, 김남길
개봉 2016 대한민국

- 아토믹 블론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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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데이빗 레이치
출연 샤를리즈 테론, 제임스 맥어보이, 소피아 부텔라
개봉 2017 미국
액션에서 시작한 영화 열정
에디터가 두 감독을 두고 '독특한 이력'이라고 설명한 이유는 뭘까요? 바로 두 감독이 '스턴트맨' 출신이기 때문입니다. 원신연 감독은 스턴트맨에서 무술감독까지 한 경력이 있고요, 데이빗 레이치 감독은 자그마치 82개 작품에서 액션 관련 스태프로 활약했습니다.

- 넘버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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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송능한
출연 한석규, 최민식, 이미연
개봉 1997 대한민국
국내 영화계의 스태프 정보가 확실하지 않아 원신연 감독의 경력은 다소 명확하지 않은데요, 과거 그의 인터뷰에 따르면 그는 중학생 때 기계체조 선수였을 만큼 운동신경이 좋았답니다. 그래서 고등학교를 마치고 스턴트맨으로 현장에 진출했습니다.
이후 <테러리스트>, <넘버 3>, <깊은 슬픔>, <카라> 등에서 무술감독으로 이름을 올렸습니다. 스턴트맨 일을 병행하기도 했고요. 하지만 그의 꿈은 처음부터 "스스로 만들어내는" 연출이었고, 액션으로 돈을 벌어 촬영 장비를 사는 생활을 계속합니다.

- 테러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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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김영빈
출연 최민수, 이경영, 염정아
개봉 1995 대한민국
반면 데이빗 레이치는 1995년 TV 드라마를 통해 현장에 뛰어든 이후 2015년까지 20년간 액션에 종사합니다. 그가 참여한 작품들의 면면만 봐도 굉장하죠. <블레이드>, <맨 오브 아너>, <반헬싱>, <매트릭스 리로디드>, <매트릭스 레볼루션>, <콘스탄틴>, <300>, <엑스맨 탄생: 울버린> 등에서 스턴트맨, 스턴트 코디네이터, 스턴트 더블, 무술 안무가 등을 지냈습니다.

- 콘스탄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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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프란시스 로렌스
출연 키아누 리브스
개봉 2005 미국
그중에서도 가장 눈에 띄는 건 브래드 피트의 스턴트 더블이었던 사실입니다. 스턴트 더블은 배우의 전속 스턴트맨이라 할 수 있는데요, 배우와 체격과 분위기가 비슷해야 하죠. 데이빗 레이치는 <파이트 클럽>을 시작으로 <스파이 게임>, <오션스 일레븐>, <트로이>, <미스터 & 미세스 스미스>까지 다섯 편을 브래드 피트와 함께 했고요, <브이 포 벤데타>에서도 V의 스턴트 더블이었습니다. 흑역사가 있다면 <킹 오브 파이터즈>의 테리 보가드로 '출연'했다는 정도일까요...?

- 트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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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볼프강 페터젠
출연 브래드 피트, 에릭 바나, 올랜도 블룸, 다이앤 크루거, 브라이언 콕스, 숀 빈, 브렌단 글리슨, 세프론 버로우스
개봉 2004 미국
입봉의 순간
이제부터는 두 감독의 '다른 점'을 소개할까 합니다. 원신연 감독은 애초 연출를 목표로 하며 꾸준히 단편 영화를 찍습니다. 그의 말을 인용하면 '24부작 사극을 하면 단편 하나 찍고' 하는 식이죠. 그렇게 탄생한 영화들이 <적>, <세탁기>, <자장가>, 그리고 <빵과 우유>입니다.

- 자장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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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원신연
출연 차재근, 오윤홍
개봉 2002 대한민국
이렇게 틈틈이 만든 원신연 감독의 단편 영화들은 꾸준히 성과를 거둡니다. <세탁기>는 2002 부산아시아단편영화제 경쟁부문, 2002 제1회 미장센 단편영화제 '비정성시(사회드라마)' 부문에 출품되고, <자장가> 역시 제3회 광주국제영화제, 서울독립영화제 단편경쟁부문, 느아르 인 영화제 경쟁부문 상영은 물론 제1회 블라디보스톡영화제 단편부문에서 대상을 거머쥐게 되죠.

- 빵과 우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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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원신연
출연 원풍연
개봉 2003 대한민국
그래도 그의 최고 출세작은 <빵과 우유>입니다. 철길에서 자살하려는 노동자를 블랙코미디로 그려낸 <빵과 우유>는 제2회 대한민국영화대상 단편영화상, 서울독립영화제 최우수작품상, 부산아시아단편영화제 관객상, 제10회 IFP 로스엔젤레스영화제 단편경쟁부문 최우수 단편영화상 등을 수상하며 이 감독에게 입봉의 기회를 줍니다. 원신연 감독은 이후 <가발>로 첫 장편 영화에 도전합니다.
데이빗 레이치 감독은 <존 윅>으로 입봉합니다. 프로듀서 아니냐고요? <존 윅>은 채드 스타헬스키(이분도 스턴트 전문입니다)와 데이빗 레이치가 함께 연출 겸 제작을 맡았는데요, 미국 감독조합 규정상 정말 특별한 경우 외엔 '1작품 1감독'이 원칙이라 채드가 연출, 데이빗이 제작으로 이름을 올립니다.
아시다시피 <존 윅>은 철저하게 액션에 모든 걸 건 영화입니다. 두 스턴트 전문가들이 만난 만큼 액션 장면의 디테일이나 퀄리티가 상당한 편이죠. 원신연 감독이 연출 자체에 집중하는 노력파라면 데이빗 레이치는 진정한 액션 스페셜리스트라고 할까요?

- 존 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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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데이빗 레이치, 채드 스타헬스키
출연 키아누 리브스, 미카엘 니크비스트
개봉 2014 미국
승승장구 연대기
원신연 감독은 <가발>로 입봉하지만, 그의 이름을 제대로 알린 건 <구타유발자들>(2006)과 <세븐 데이즈>(2007)입니다. <구타유발자들>에는 한석규, 이문식, 오달수라는 당대 최고의 주조연 배우들이 함께했는데요, 폭력적이고 비관적인 사회의 단면을 응축시킨 내용으로 관객들에게 강렬함을 선사했습니다. 호불호가 크게 갈리지만 원신연 감독이 직접 집필한 시나리오라 그만의 색깔이 제대로 드러났죠.

- 구타유발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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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원신연
출연 한석규, 이문식, 오달수, 차예련, 김시후, 이병준
개봉 2006 대한민국
그렇게 '색깔'은 보여줬지만 흥행파워가 부족했던 시기, 원신연 감독은 촬영이 중단됐던 <세븐 데이즈>(당시 <목요일의 아이>)의 후속 감독으로 투입됩니다. 주연 배우와 제작사 간의 갈등에 파행됐던 영화를 원신연 감독은 (자신과 똑같이 교체 투입된) 김윤진과 의기투합해 차근차근 완성시켜나갔습니다. 그리고 200만 관객을 돌파하며 '해결사' 역할을 해냅니다. 흥행 성적만큼 관객과 평단에게 '새로운 한국형 스릴러'라는 호평을 받기도 했고요.

- 세븐 데이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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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원신연
출연 김윤진, 김미숙, 박희순
개봉 2007 대한민국
그래서 원신연 감독은 장편 세 편만으로 <로보트 태권브이> 실사 영화라는 대작의 선두에 서게 됩니다. 웹툰 '브이'의 내용을 담을 <로보트 태권브이>는 결코 쉽지 않은 프로젝트였죠. 성공해도 본전인 '독이 든 성배'였으니까요. 태권V의 CG 영상이 공개되고 40대가 된 훈이 역으로 김윤석이 캐스팅되는 등 2011년 개봉 예정으로 진행됐지만, 결국 원신연 감독도 하차하게 된 비운의 프로젝트가 됐죠. 현재는 새로운 기획이 진행돼 나홍진 감독이 투입됐습니다.

- 용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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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원신연
출연 공유, 박희순, 조성하, 유다인, 김성균, 조재윤
개봉 2013 대한민국
이후 원신연 감독은 공유 주연의 <용의자>를 만들게 됐는데요, 무술감독 출신 연출자답게 호쾌한 액션을 아낌없이 담아냈습니다. 6년이란 공백기를 무색케 하는 흥행으로 400만 관객을 돌파했습니다. 그 이후요? 영화화하기 어렵다고 익히 소문난 김영하 작가의 소설에 도전, <살인자의 기억법>을 완성했습니다. 또 한 번의 ‘새로운 스릴러’라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쉴 틈도 없이 차기작 <제5열>에선 송강호, 류승룡과 함께 미스터리한 사건에 얽힌 군 수사관이 거대한 음모와 마주하는 과정을 담은 액션 스릴러를 보여줄 예정입니다.
- 제5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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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원신연
출연 송강호, 류승룡, 정우
개봉 2016 대한민국
데이빗 레이치 감독은 연출 경력이 짧으니 굵고 간단히 정리하겠습니다. <존 윅>을 완성한 후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에 액션 고문을 해주기도 하고, <쥬라기 월드>의 조연출 등으로 참여합니다. 그리고 <아토믹 블론드>(당시 <더 콜디스트 시티>)를 연출하게 되면서 <존 윅: 리로드>는 제작자로만 참여하게 됩니다.

- 존 윅 - 리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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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채드 스타헬스키
출연 키아누 리브스, 브리짓 모이나한, 루비 로즈, 로렌스 피시번
개봉 2017 미국
샤를리즈 테론 주연의 첩보 액션 영화 <아토믹 블론드>를 개봉한 지금은 뭘 하고 있냐고요? '역대급 핵폭탄'을 제조하고 있다고 할까요? <데드풀 2>를 촬영하고 있습니다. 1편의 팀 밀러 감독이 창작 견해 차이로 하차하고 그 자리에 데이빗 레이치 감독이 메가폰을 잡아 현장을 이끌고 있습니다.
- 데드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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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데이빗 레이치
출연 라이언 레이놀즈
개봉 2018 미국
어떤까요? 두 감독의 필모그라피를 보니 신기하지 않나요? 장르를 넘나드는 원신연 감독과 액션 영화의 정수를 뽑아낸 데이빗 레이치 감독, 현재 개봉 중인 <살인자의 기억법>과 <아토믹 블론드>는 물론이고 앞으로 제작될 작품도 기대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두 감독님들, 본인만의 색깔이 가득한 작품으로 다시 돌아와주실 거죠?
씨네플레이 인턴 에디터 성찬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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