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개봉작 중 눈에 띄는 영화들이 있습니다. 바로 배우 출신 여성 감독이 연출을 맡은 영화들이죠. 연기와 연출, 두 마리 토끼를 훌륭히 잡아낸 능력자들! 오늘은 국내부터 할리우드까지, 탄탄한 연기력+연출력을 지닌 여성 배우+감독들을 한자리에 모아보았습니다.
문소리
무려 1인 3역입니다. 문소리가 연출, 각본, 주연까지 도맡은 영화 <여배우는 오늘도>가 개봉했죠. '연기파 배우'란 수식어를 얻고 온갖 시상식의 트로피를 휩쓸던 그녀. 출산과 육아로 영화 현장에서 멀어지며 자존감이 낮아지기 시작했고, 그를 되살리기 위해 선택한 영화 공부가 그녀를 연출의 길에 입성시켰습니다.
<여배우>, <최고의 감독>
<여배우는 오늘도>는 '문소리 3부작'이라 불리는 그녀의 단편 <여배우>, <여배우는 오늘도>, <최고의 감독>을 모아 장편으로 완성한 프로젝트입니다. 세 작품 모두 공개 당시 부산국제영화제, 전주국제영화제를 넘어 로카르노국제영화제 등 해외로까지 초청되며 호평을 얻었죠. 카메라 뒤 여배우 문소리의 현실을 웃프게 담아낸 이 영화! 문감독 문배우의 센스를 만끽할 수 있는 영화입니다.
방은진
방은진 감독은 1999년 본인이 주연을 맡은 단편 영화 <장롱>의 조감독으로 참여하며 연출의 길을 걷기 시작했습니다. 2004년엔 첫 작품 단편 <파출부, 아니다>를 선보이기도 했죠. 본격적으로 그녀에게 '감독'이란 수식어가 더 잘 어울리기 시작한 건 그녀의 장편 데뷔작 <오로라 공주> 개봉 이후부터입니다. 흥행과 비평 모두 성공적인 평가를 받은 이 작품! 방은진은 한국영화평론가협회상, 황금촬영상 등에서 신인감독상을 수상하며 충무로의 믿고 보는 감독으로 자리 잡게 되었죠.
<용의자X> 촬영 현장, <집으로 가는 길> 촬영 현장
이후 그녀는 단편과 장편을 가리지 않고 꾸준히 작품 활동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류승범, 이요원이 출연한 <용의자X>, 전도연, 고수가 출연한 <집으로 가는 길> 모두 좋은 평가를 받았죠. 박근형과 윤여정의 노년 로맨스를 그린 <장수상회>는 그녀의 손을 거쳐 각색되기도 했고요. 오는 10월 열리는 부산국제영화제에서도 그녀의 신작 <메소드>를 만나볼 수 있습니다.
구혜선
배우, 소설가, 일러스트레이터, 피아니스트, 영화감독까지! 여러 분야에 거쳐 제 능력을 마음껏 뽐내는 구혜선을 빼놓을 수 없죠. 그녀는 2008년 단편 <유쾌한 도우미>로 연출 데뷔를 치렀습니다. 부천판타스틱영화제, 미쟝센 단편영화제 등에서 호평을 얻은 이 작품! 연출뿐만 아니라 편집, 미술, 작곡, 각본까지 그녀 홀로 도맡아 했다는 점이 놀랍습니다.
<당신> 촬영 현장, <복숭아 나무> 촬영 현장
<미스터리 핑크> 촬영 현장
이후 매해 한 편씩 연출 작업을 이어온 그녀! 예술학교 학생들의 미묘한 갈등을 다룬 영화 <요술>, 판타지 단편 <당신>, 조승우, 류덕환이 샴쌍둥이를 열연한 영화 <복숭아 나무>, 유승호, 서현진 주연 단편 <기억의 조각들>, 본인이 주연까지 소화한 장편 <다우더>를 연출했습니다. 따끈따끈한 신작 소식도 있네요. 구혜선은 얼마 전 양동근, 서현진과 함께 단편 <미스터리 핑크>의 촬영을 마쳤죠. 호러, 멜로, 스릴러가 섞인 복합장르물이라는 이 영화! 벌써부터 그 내용이 궁금해집니다.
류현경
연극영화과에서 연출을 전공하며 수 편의 단편 영화를 만든 류현경! 그녀의 연출 데뷔는 무려 중학교 3학년 시절 이뤄졌습니다. 단편 <불협화음>에서 주연과 감독을 도맡으며 1인 2역을 훌륭히 소화해냈죠. 이후 2006년엔 단편 <사과 어떨까?>를 연출하기도 했습니다.
<광태의 기초>, <날강도>
그녀가 감독으로서 주목받기 시작한 건 2009년. 졸업 작품이었던 <광태의 기초>가 충무로국제영화제, 아시아나국제단편영화제에 초청되며 화제를 모았죠. 여자친구와 헤어진 후 표정을 지을 수 없는 병에 걸린 남자가 연기 학원을 찾아가 이를 극복해나가는 내용을 담았습니다. 이듬해 2010년엔 대학생들의 연애담을 담은 영화 <날강도>를 연출했죠. 이 작품 역시 미쟝센 단편영화제, 아시아나국제단편영화제, 정동진독립영화제 등에 초청되었습니다. 영화뿐만 아니라 뮤직비디오 연출도 해왔다는 점! 가수 정인의 뮤직비디오 두 편의 연출을 맡아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윤은혜
한동안 연기 활동이 뜸했던 윤은혜 역시 연출자에 도전했습니다. 영화 제작을 전공하며 재학 중 연출한 이 작품들! 부산국제영화제, 서울독립영화제 등에 초청되며 주목을 받았죠.
<뜨개질>, <레드 아이>
그녀의 첫 단편 연출작 <뜨개질>은 배우 이상희가 주연을 맡았습니다. 끝없는 뜨개질, 어수선한 이삿짐 풍경을 통해 이별 중인 여성의 심리를 묘사한 작품이죠. 2015년엔 단편 <레드 아이>를 선보였습니다. CCTV로 종일 감시당하는 기분을 느끼는 도우미 아줌마의 우울함을 담아낸 작품입니다.
조디 포스터
아역으로 연기를 시작한 리얼 떡잎 배우인 그녀! 조디 포스터는 26살 때 TV 시리즈 <어둠 속의 외침>의 한 에피소드의 연출을 도맡으며 감독 데뷔를 치렀습니다. <피고인>(1988)과 <양들의 침묵>(1991)으로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품에 안았을 무렵, 첫 장편 영화 <꼬마 천재 테이트>를 연출하기도 했죠.
<비버> 촬영 현장
<머니 몬스터> 촬영 현장
1995년에 개봉한 <홈 포 더 할리데이> 이후 조금 뜸했던 그녀의 감독 생활. 2011년 무료한 삶의 위기를 느끼는 중년을 조명한 영화 <비버>의 주연과 연출을 맡으며 컴백을 알렸습니다. 2016년 조지 클루니와 줄리아 로버츠가 함께한 <머니 몬스터>의 메가폰을 잡기도 했죠. 영화뿐만 드라마판에서도 활약을 이어갔습니다. <하우스 오브 카드>, <오렌지 이즈 더 뉴 블랙>, <블랙 미러> 등 인기 드라마 속 몇몇 에피소드의 연출을 맡았습니다.
줄리 델피
<비포> 시리즈의 그녀! 줄리 델피 또한 어마어마한 경력을 쌓은 감독입니다. 1995년 단편 <블라 블라 블라>를 연출한 이후 현재까지 총 9편 작품의 연출을 맡았죠. 배우의 영역을 넘어선 그녀의 작품 활동은 2004년부터 시작되었습니다. 리처드 링클레이터 감독, 에단 호크와 함께 <비포 선셋>의 각본 작업을 함께한 그녀! 이후 2007년엔 첫 연출작 <뉴욕에서 온 남자, 파리에서 온 여자>로 유럽영화상, 뮌헨 국제영화제, 에든버러국제영화제 등 온갖 영화제에 노미네이트되며 실력을 인정받았습니다.
<비포 선셋> 촬영 현장
<뉴욕에서 온 남자, 파리에서 온 여자>
<롤로>
이후 고전극 <카운테스>, 가족 코미디 <스카이랩>, 로맨틱 코미디 <투 데이즈 인 뉴욕>, <롤로> 등을 연출한 그녀! <스카이랩>으로는 산세바스티안국제영화제에서 심사위원특별상을 수상하기도 했습니다. 현재는 예기치 못한 비극으로부터 딸을 지키려는 싱글맘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 <마이 조이>의 연출과 주연을 맡아 작업 중이죠. 발랄한 작품을 주로 작업해왔던 그녀가 이번엔 어떤 새로운 모습을 선보일지 주목됩니다.
안젤리나 졸리
안젤리나 졸리 역시 빼놓을 수 없는 여성 감독이죠. 그녀는 2007년 다큐멘터리 <어 플레이스 인 타임>으로 연출 데뷔를 치렀습니다. 다음 작품은 보스니아 내전 중 피어난 사랑을 조명한 전쟁 드라마 <피와 꿀의 땅에서>였죠. 이 작품의 각본까지 책임진 졸리. <피와 꿀의 땅에서>는 베를린국제영화제 경쟁부문, 골든글로브 외국어영화상 등에 노미네이트되며 감독으로서 그녀의 역량을 전 세계에 알렸습니다.
<피와 꿀의 땅에서>
<언브로큰>
2015년엔 잭 오코넬, 도널 글리슨 등 할리우드 핫스타들이 총출동한 블록버스터 <언브로큰>의 연출을 맡았죠. 각본을 쓴 코엔 형제와의 만남으로 더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결과적으로 이 작품은 크리틱스 초이스 시상식, 새턴 어워즈, 오스카 시상식 등에 노미네이트되는 성과를 거뒀죠.
<바이 더 씨> 촬영 현장
<그들이 아버지를 죽였다: 캄보디아 딸이 기억한다>
이후로도 그녀는 꾸준히 연출 작업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작년엔 전 남편 브래드 피트와 함께 <바이 더 씨>에서 위기를 극복하지 못하는 부부로 호흡을 맞추며 연출을 맡았고, 올해엔 캄보디아 인권운동가 로웅 옹의 이야기를 영화화한 작품 <그들이 아버지를 죽였다: 캄보디아 딸이 기억한다>를 작업했죠. 이 작품은 올해 토론토국제영화제 특별한 발표 부문에 초청되기도 했습니다.
사라 폴리
4살 때 TV 드라마로 연기 데뷔를 치른 사라 폴리. 이후 <고>, <귀너비어> 등에 출연하며 인디 영화계의 주목을 받았습니다. 연기력에 비해 유난히 상복이 없었던 그녀. 2006년 <어웨이 프롬 허>로 감독 데뷔를 치르자마자 온갖 시상식에 노미네이트되며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게 됩니다. 감정선을 따라가는 그녀의 섬세한 연출력이 돋보이는 작품이었죠.
<어웨이 프롬 허> 촬영 현장
<우리도 사랑일까>
두 번째 연출작 <우리도 사랑일까>는 벤쿠버영화제에서 공개되자마자 언론과 평론의 극찬을 받았습니다. <어웨이 프롬 허>에 이어 사랑과 결핍에 대한 뛰어난 통찰력을 선보였죠. 캐나다의 믿고 보는 배우에서 믿고 보는 감독의 타이틀까지 얻게 된 그녀! 이후 다큐멘터리 <우리가 들려줄 이야기>를 연출하기도 했습니다. 이 작품은 토론토, 선댄스, 뉴욕 비평가 협회 등 전 세계 20여 개가 넘는 영화제, 시상식에 초청되었죠.
나탈리 포트만
못하는 게 뭔지 알 수 없는 할리우드 엄친딸, 나탈리 포트만을 빼놓을 수 없죠. 아역 데뷔 이후 현재까지 건재한 필모그래피를 쌓아오고 있는 그녀! 2008년 단편 <이브>를 선보인 후, 옴니버스 영화 <뉴욕, 아이 러브 유>에 감독 겸 주연 배우로 함께하며 공식적인 첫 연출 데뷔를 치렀습니다. '뉴욕'을 주제로 만든 10분짜리 단편을 모아놨던 이 작품! 그녀는 결혼을 앞둔 예비 신부를 연기하며, 삭발 투혼을 선보이기도 했습니다.
<뉴욕, 아이 러브 유>
<사랑과 어둠의 이야기>
최근엔 <사랑과 어둠의 이야기>의 연출을 맡아 오랜만에 감독의 자리로 돌아왔죠.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이 영화! 나탈리 포트만은 첫 장편 데뷔작으로 칸영화제, 토론토영화제 등에 초청되며 주목을 받았습니다. 평상시 완벽주의 성향이 짙다고 소문난 나탈리 포트만, 그녀의 감독, 각본, 주연 1인 3역이 빛난 영화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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