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반드시 잡는다>에서 동네 할배와 아재의, 시간을 거스른 듯한 기민한 공조 수사가 관객을 즐겁게 한 바 있습니다. 그래서 떠올려 봤습니다. 여러 가지 의미에서 노익장(?)을 뽐내는 영화 속 캐릭터들!

<반드시 잡는다>
심덕수(백윤식)

아리동에서 한평생을 살아온 터줏대감 덕수는 동네의 평화를 위협하는 살인마를 잡기 위해 두 팔 걷어붙이고 직접 수사에 나섭니다. 완고한 건물주 할배의 뚝심은 흘러온 세월조차 무색하게 만듭니다.

<아이 캔 스피크>
나옥분(나문희)

우리는 은연 중에 '꼬장꼬장한 할머니는 민폐'라는 편견을 갖고 있는 게 아닐까요. 동네 진상 민원인으로만 여겨지던 옥분 할머니의 비밀이 밝혀진 순간, 동네 사람들도 관객도 감동과 참회의 순간을 맞았습니다. 미국 의회에서 가슴을 펴고 당당히 영어로 연설을 하는 옥분 할머니의 모습은 그야말로 영웅적이었습니다.

<라스트 베가스>(2014)
빌리(마이클 더글라스), 패디(로버트 드 니로), 아치(모건 프리먼), (케빈 클라인)

70세 할배들은 무려 32세 연하 애인과 결혼하게 된 빌리 할배를 축하하기 위해 화끈한 총각파티(!)를 계획합니다. 두 번 다신 오지 않을 흥청망청 파티를 위해 카지노에 노후연금까지 베팅한 할배들, 인생 짬바인지 노는 물이 다르네요.

<수상한 그녀>(2014)
오말순(나문희)

인생을 스무살 때로 돌릴 수 있다면 무얼 하시겠습니까. 타임리프로 미모와 건강을 되찾은 말순 할머니는 누구보다 당당하고 즐거운 인생을 살기 시작합니다. 훨씬 더 많은 것을 할 수 있는 가능성을 버리고 끝끝내 가족을 택하는 말순 할머니의 선택엔 뭉클한 마음마저 드네요.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2014)
알란 칼슨(로버트 구스타프슨)

대범한 노인 알란의 생일 기념 여행기를 따라 관객은 20세기 현대사의 이모저모를 살피게 됩니다. 세상에 어느 하나 사소한 존재는 없다는 깨달음과 함께 "흘러가는 대로 살되 오지 않은 미래를 사서 걱정하지 말라"는 알란 할배의 인생 조언까지, 100세 연륜 그대로 나타납니다.

<해피엔딩 프로젝트>(2012)
크레이그(제임스 크롬웰)

치매인 아내가 생활에 어려움을 느끼자 크레이그는 아내 맞춤형 집을 제 손으로 지을 결심을 합니다. 어릴 때 아버지로부터 배운 건축 기술로 뚝딱뚝딱 집을 짓지만, 무단 건축이 위법이라 주장하는 시청 공무원과의 마찰을 피할 수가 없습니다. 크레이그는 구속 위험까지 무릅쓰고 집을 완성합니다.

<버킷리스트: 죽기 전에 꼭 하고 싶은 것들>(2007)
에드워드 콜(잭 니콜슨), 카터 챔버스(모건 프리먼)

한 번 살다 가는 인생, 어차피 죽으면 다 무슨 소용이겠습니까. 소처럼 앞만 보고 달려온 두 노인은 죽음을 앞두고 인생무상을 느낍니다. 재산을 털어 생애 마지막 소원을 이뤄보기로 작심한 두 노인의, 감히 따라하지 못할 초호화 세계일주를 구경하며 대리만족은 할 수 있겠습니다.

<어바웃 슈미트>(2002)
워렌 슈미트(잭 니콜슨)

인생은 60부터!? 가족을 위해 평생을 월급쟁이로 일하다 이제 막 은퇴한 슈미트는 청천벽력과도 같이 가족에게서 배신감을 느끼고 본인만 생각하며 살기로 합니다만, 개인적인 삶을 즐기는 것에 익숙하지 않은 노인에겐 그마저도 힘겹습니다. 슈미트는 이제야말로 인생 제2막을 개척해야 하는 과제에 당면한 셈이네요.

<죽어도 좋아!>(2002)
박치규, 이순예

일흔을 넘긴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우연히 만나 불같은 사랑에 빠집니다. 일분 일초가 아까운 두 노인은 곧바로 정화수 한 그릇 떠 놓고 결혼해버린 뒤 나이 든 부부는 당연히 섹스리스일 것이라는 사회의 편견과 암묵적인 강요까지 와장창 깨버립니다. 노인의 섹슈얼리티를 대하는 사회의 윤리를 다시 성찰하게 만듭니다.

<로큰롤 인생>(2008)
밥 실먼, 에일린 홀, 밥 샐비니, 프레드 니들, 스탠 골드먼

평균 나이 81세 록 덕후 할배, 할매들은 '마음은 청춘'이란 뜻의 '영앳하트'(Young@Heart)라는 그룹을 결성합니다. 특별 공연을 앞두고 전설적인 록밴드들의 노래를 편곡해 연습에 돌입하는데, 슬프게도 느린 육체와 노쇠한 두뇌가 의지에 앞섭니다. 연습 기간 중 두 명의 멤버가 별세하는 비극이 일어나지만 남은 멤버들은 뜨겁게 열의를 태우며 공연을 마무리하려 합니다. 언제 끝날지 모르는 삶, 한 순간의 후회도 남기고 싶지 않은 노인들의 열정은 관객을 감동케 합니다.

씨네플레이 에디터 윤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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