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7
감독 장준환 출연 김윤석, 하정우, 유해진, 김태리, 박희순, 이희준

송경원 <씨네21> 기자 
끌고 가지 않는데 끌려들어간다 
★★★★ 
대공처장(김윤석)이라는 악역을 중심으로 인물들이 릴레이하듯 대립하며 시대의 초상을 그려나간다. 군사정권의 어둠에서 시작해 광장의 함성에서 화면을 멈추는 영화. 서스펜스를 골조로 누아르, 로맨스, 복고 등 다양한 방식으로 접근을 시도한다. 장준환 감독의 밀도 높은 연출이 상이한 장르와 인물 군상을 하나로 엮어내는 비결이다. 모두가 뜨거웠던 그해의 열기와 차가운 이성, 온탕과 냉탕, 픽션과 논픽션, 역사의 대로와 샛길, 역사를 재현하는 액션과 리액션의 영화. 관객 모두를 그날의 연루자로 만든다. 끝이 아닌 시작이 되어야 할 엔딩.
 
이지혜 영화 저널리스트
기록하고, 고발한다
★★★★  
<1987>은 멀지 않은 과거, 아직 청산되지 않은 야만의 시대를 기록하고, 고발한다. 고문, 강제 연행, 언론 탄압 등 일상에 촘촘히 박혀 있는 불의는 권력을 위해 복무하고, 그로 인해 평범한 사람들의 삶은 속속들이 파괴된다. 영화는 아픔에 그저 분노로 그치지 않는다. 광장에 모인 사람들의 손을 빌려 이 모든 비극을 유발했으며 아직까지 책임지지 않은 권력자의 민낯을 벗겨낸다. 치장보다는 담담히 잊어서는 안 될 역사를 전하는 데 전력투구한 덕분이다.
 
김형석 영화 저널리스트
그날이 오면
★★★★    
1987년이라는 시간에 한정되어 시대의 단면을 보여주는 데 그치지 않는다. 두 젊은이의 죽음을 기둥으로 구성된 이야기는 역사 속에서 개인의 의미를 성찰한다. 누군가는 세상을 바꾸려 하고, 그 반대편에선 그 힘을 억압한다. 각성하는 사람들이 있고, 누군가는 억눌렸던 양심을 꺼낸다. 그리고 용기를 내며 저항한다. 공교롭게도, 혹은 역사의 법칙인 듯, 지금은 우리 사회와 강하게 공명하는 <1987>. 그 시대를 살았던 세대의 무용담을 위한 영화가 아니라, 지금의 젊은 세대들을 위한 가슴 벅찬 드라마다.
 
정시우 영화 저널리스트
19876월과 2017년 촛불, 그곳에 광장이 있었다  
★★★★ 
용감한 기획을 곁눈질하지 않고 뚝심 있게, 그러나 사려 깊은 마음으로 밀어붙인, 올해의 한국 영화다. 장준환 감독은 역사적 무게에 짓눌려 망설이지 않는다. 실존했던 인물들을 적극적으로 끌어들여 아직 차갑게 식지 않은 역사의 현장을 스크린에 재생시킨다. 악을 대변하는 박 처장(김윤석) 얼굴 위로 그 사람 전두환얼굴이 중첩되는 부분에서 영화는 이 비극의 가해자가 누구인지 명명백백 수배하기도 한다. 시대의 공기를 밀도 있게 포섭한 김우형 촬영감독의 카메라는 관객을 그 시간으로 더 깊게 밀착시키는 또 하나의 주인공이다. 박종철로 시작해 이한열로 끝맺는 이 영화에서 배우들은 한 명 한 명이 작은 횃불이다. 계주하듯 바통을 이어받으며 거대한 바위에 기꺼이 몸을 날리는, 작지만 의미 있는 계란들의 질주. 역사를 바꾸는 건 한 명의 영웅이 아니라 다수의 민중이라는 점에서, 영화 내내 2017년 광장에 모인 촛불이 동시 상영된다. 이 영화를 ‘1987’로 쓰고 ‘2017’로도 읽을 수 있는 이유.

1987

감독 장준환

출연 김윤석, 하정우, 유해진, 김태리, 박희순, 이희준

개봉 2017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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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더
감독 스티븐 크보스키 출연 제이콥 트렘블레이, 줄리아 로버츠, 오웬 윌슨

이은선 영화 저널리스트 
눈물 나도록 사랑스러운 성장담 
★★★☆ 
관계라는 복잡한 미로와 사랑이라는 기적을 이해하는 아이들, 그 아이들의 세계를 힘껏 지지하는 어른들. 한 명 한 명 먼저 손을 내밀어 친구가 되자고 말하고 싶은 사랑스러운 캐릭터들이 <원더>의 우주를 가득 채운다. 캐릭터 중 누구의 이야기를 따라가든, 일단 한번 공감이 시작되면 이 영화를 좋아하지 않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정시우 영화 저널리스트 
누구나 기적을 일으킬 수 있다 
★★★☆ 
얼굴 기형을 앓고 있는 소년 어기(제이콥 트렘블레이) 세상 편견에 맞서는 이야기. 착하고 빤한 영화인데, 그 착하고 빤함에 내내 흐뭇하게 미소 짓다가 종국에 위로까지 받게 된다. 빤함을 그려나가는 과정에 녹아 있는 사려 깊은 시선 때문이다. 어기에 머물지 않고, 어기 주변 인물들에 고루 시선을 분배한 것도 주효했다. 많은 좋은 영화들이 그렇듯, <원더> 역시 안이하게 소비되는 캐릭터가 없다. 인간이라면 누구에게나 있는 그들 나름의 한계. 그들 각자가 자신의 한계와 싸우고 타인의 한계를 끌어안으면서 함께 성장의 한 고비를 성공적으로 넘어서는 과정을 지켜보며 응원하지 않기란 힘들다. 그것이 진짜 기적임을 알기 때문에.

원더

감독 스티븐 크보스키

출연 제이콥 트렘블레이, 줄리아 로버츠, 오웬 윌슨, 이자벨라 비도빅

개봉 2017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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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스트 스토리
감독 데이빗 로워리 출연 케이시 애플렉, 루니 마라

이화정 <씨네21> 기자 
한시도 떠나지 않는 영혼의 시선. 공포 대신 그 자리에, 슬픔
★★★★☆ 
죽은 연인이 영혼이 되어 돌아온다? <고스트 스토리>는 이 관점을 정확히 뒤집어야 비로소 보이는 이야기다. 데이빗 로워리 감독은 시체안치실의 하얀 이불보를 뒤집어쓴 채 걸어 나오는 우스꽝스러운유령. 뚫린 눈구멍 두 개만으로 사후를 체험하는 유령의 심리를 묘사한다. 그의 입장에서 접근하니 공포는 들어설 자리가 많지 않다. 대신 거기에는 연인에게 접근할 수 없는 어쩔 수 없는 쓸쓸함, 슬픔이 묻어난다. 차이밍 량과 아핏차퐁 위라세타쿤의 영향이 뚜렷이 감지되는 촬영 호흡. 장르를 넘나드는 재기발랄함과 독특한 형식이 앞서지만, 그 아이디어를 뛰어넘어 감독이 가진 어떤 정서까지 닿은, 기억할 만한 작품 
    
이은선 영화 저널리스트 
기억은 오래도록 남아 외로운 노래를 부르네  
★★★★☆ 
존재의 소멸 이후에는 무엇이 있는가. 그것은 세월의 더께를 더해가는 기억이며, 우리가 누리는 시공간 안에서 부유하며 끊임없이 대화를 걸어온다. 이 영화는 그것을 설명하는 게 아니라 감각하도록 이끈다. 떠도는 기억과 말의 형태를 노골적인 유령으로 표현한 것은 일종의 유머. 우스꽝스럽기까지 한 그 모양새는 점차 서늘한 슬픔 그 자체로 느껴진다.

고스트 스토리

감독 데이빗 로워리

출연 케이시 애플렉, 루니 마라

개봉 2017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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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개의 사랑
감독 프랑소와 오종 출연 마린 백트, 제레미 레니에

이화정 <씨네21> 기자 
눈을 뗄 수가 없다. 오종 영화의 진수!
★★★☆  
쌍둥이 남자와 한꺼번에 사랑에 빠진 여자 클로에(마린 백트). 사랑과 섹스를 동시에 갈구하는 이 환상적인 시도는 도발적이고 위험하다. 젠틀하고 다정다감하거나(), 폭력적이고 강압적이거나(루이). 클로에가 경험하는 두 남자는 이토록 극단적이고, 그래서 어느 한쪽으로 기울거나, 선뜻 선택을 하기 힘든 숙제다. 내면의 불안전함, 그 속에 스며든 성적 욕구를 꾸준히 탐구해 온 오종식 섹스 스릴러의 결정판. ‘거울쌍둥이라는 오종 영화에서 가장 쓰임새가 많은 소재들을 이 영화에서는 가장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클로에의 욕망을 표출하는 섹스 신의 분량도, 아름다움도 당분간 이 영화를 따라오긴 힘들 정도로 압도적이다. 오종의 전작 <영 앤 뷰티풀>(2013)의 도발적인 소녀로 주목받은 마린 백트의 성숙한 연기가, 과감하게 치닫는 영화를 단단하게 이끌어준다. 다르덴 형제의 영화로 익숙한 제레미 레니에는 폴과 루이, 1인 2역을 연기하는데, 역시 눈길이 간다

정유미 <맥스무비> 기자 
긴장감 넘치는 욕망의 두 얼굴
★★★☆    
프랑소와 오종 감독의 연출은 에두르는 법 없이 끝까지 달린다. 그만큼 강렬하다. 첫 장면부터 관객의 시선을 휘어잡는 영화는 우울증을 앓는 젊은 여성과 미스터리한 쌍둥이 형제의 관계를 상징과 대칭, 반전으로 채워 욕망의 두 얼굴을 낱낱이 비춘다. 탁월한 심리 묘사로 유명한 작가 조이스 캐럴 오츠의 원작을 오종 감독 특유의 감각적인 연출로 완성한 에로틱 심리 스릴러. 마린 백트와 제레미 레니에의 이중적 연기를 보는 쾌감도 상당하다.

두 개의 사랑

감독 프랑소와 오종

출연 마린 백트, 제레미 레니에

개봉 2017 프랑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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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간 친구
감독 무라카미 쇼스케 출연 야마자키 켄토, 카와구치 하루나

송경원 <씨네21> 기자  
원작에 충실한 양산형 눈물 
★★☆ 
하츠키 맛차의 동명 만화를 실사화했다. 이미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된 바 있는데 영화 역시 거기에 충실하고자 애쓴다. 단기기억 상실에 얽힌 로맨스는 특별할 것 없는 소재지만 여전히 호소력이 있다. 일본 영화 특유의 맑고 착한 감성의 연장선에 있는 영화로, 몇몇 장면은 지나치게 익숙해 식상한 측면이 있지만 그래서 더 잘 먹히는 구석도 있다. 야심보다는 편안함으로 채색된 풋풋한 청춘물.
 
정유미 <맥스무비> 기자 
일본 청춘 영화에 바라는 것
★★☆  
일본 청춘 로맨스 영화에 기대하는 바를 충족시키는 영화. 인기 원작, 첫사랑, 도서관, 흩날리는 벚꽃, 동아리, 축제, 교환일기, 기억상실 등을 일본 영화 특유의 해사한 감성으로 풀어낸다. 청춘스타 야마자키 켄토의 명랑함과 카와구치 하루나의 청순함이 빚어내는 청춘의 순도도 높다. 다만 구성 요소들이 전형적이다보니 새로움을 기대한다면 아쉬움이 클 수도 있다.

일주일간 친구

감독 무라카미 쇼스케

출연 야마자키 켄토, 카와구치 하루나

개봉 2017 일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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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과 영혼
감독 제리 주커 출연 패트릭 스웨이지, 데미 무어

김형석 영화 저널리스트
판타지 로맨스의 고전
★★★
어느덧 고전이 되어 버린, 판타지 로맨스 장르의 대표작. 데미 무어의 청순미는 당대 최고였으며, 영매로 등장하는 우피 골드버그가 밋밋할 수 있는 영화에 활기를 불어넣는다. 극적 완성도 이전에, 순애보를 붙잡고 끝까지 밀어붙이는 감정의 힘으로 관객을 만족시키는 영화. 지금 보면 조잡해 보이지만, 삶과 죽음의 세계를 잇는 시각효과 장면들은 당시로선 꽤 신선하고 적절했다. 이질적인 요소들이 교묘하게 뒤섞여 독특한 아우라를 만들어내는 작품이다.

사랑과 영혼

감독 제리 주커

출연 패트릭 스웨이지, 데미 무어

개봉 1990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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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
감독 벤 스틸러 출연 벤 스틸러, 크리스틴 위그, 숀 펜

이화정 <씨네21> 기자 
월터로 대변되는 모두의 꿈을 스크린에 펼쳐내다
★★★☆ 
16년간 직장생활에만 매진해 온 남자 월터. 그가 평생 꿈꾸던 상상 여행의 극적 구현을 통해 보는, 한 사람의 인생이자 응원해주고 싶은 로맨스이자, 흥미진진한 모험담. 그리고 이 모든 걸 폐간을 앞둔 잡지를 통해 말함으로써, 시대의 변화에 관한 쓸쓸한 관찰까지 이끌어낸다. 현실에 짓눌린 채 소심하고 묵묵하게 일해 온 한 남자의 초상을 담아내는 데 있어 벤 스틸러보다 더 좋은 캐스팅이 있었을까 감탄하게 만드는 대목 
    
김형석 영화 저널리스트
25번째 필름의 비밀
★★★☆
잡지사의 필름 현상 부서에서 일하는 한 남자가 잃어버린 필름 한 조각을 찾기 위해 그린란드와 아이슬란드와 히말라야까지 누비는 이야기. 하지만 결국은 자기 자신을 발견하는 스토리다. 퍽퍽한 일상의 이야기를 판타지와 어드벤처에 깔끔하게 결합시킨 벤 스틸러의 연출력은 평가할 만하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다양한 방식으로 스펙터클의 즐거움을 준다.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

감독 벤 스틸러

출연 벤 스틸러, 크리스틴 위그, 숀 펜, 셜리 맥클레인

개봉 2013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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