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쭉한 비율에 조각 같은 외모까지, 미남 배우의 조건을 다 갖춘 배우 조인성. 그렇지만 미남 배우로만 알고 있기엔 아까운 연기 실력을 갖고 있다. 오늘은 <안시성>(2018)으로 오랜만에 스크린에 찾아 온 조인성의 필모그래피를 정리했다. 출연작은 많지 않지만 나오는 족족 화제를 몰고 온 배우 조인성이 걸어온 길을 살펴보자. 보너스로 조인성에 대한 알쓸신잡도 준비했으니 그를 더 알고 싶은 사람이라면 끝까지 읽어 보길 바란다.
청춘 스타의 등장
1981년 7월 28일, 강동구에서 태어난 그는 중·고등학교 시절 타고난 미모로 천호동 조인성으로 유명세를 떨쳤다. 조인성이 졸업한 배재고등학교 교사는 한 인터뷰에서 "교실에서 광채가 날 정도의 외모였던 조인성은 천호동에 떴다 하면 여학생들이 줄줄 따라다녔다"고 언급했다. 이렇게 모태 미모를 자랑하는 조인성이지만 처음부터 연예인을 꿈꿨던 것은 아니다. 그는 토크쇼에서 "초등학교 때는 야구를 했고, 고등학교 들어가면서 '태권도로 대학을 가볼까' 하면서 시작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그는 태권도 공인 4단으로 고등학교 2학년 때까지 선수로 활약한 바 있다. 배우가 되지 않았다면 태권도 스타가 나왔을 지도 모른다.
그는 1998년, 열여덟 나이에 '지오지아' 광고 모델로 처음 연예계에 입성했다. 모델 활동을 이어가던 중, 그는 KBS2 청소년 드라마 <학교 3>(2000)에 주연 김석주를 맡으며 브라운관에 데뷔했다. 당시 <학교> 시리즈는 장혁, 김민희, 하지원, 이동욱 등 수많은 스타들을 배출하며 스타 등용문이라고 불렸다. <학교 3>에서 조인성은 잘생겼지만 이성에 관심이 없는 무뚝뚝한 성격으로 등장한다.
<학교 3>에서 짧게 깎은 머리로 반항적이면서도 풋풋한 느낌을 주던 그는 곧이어 <뉴 논스톱>에 출연하면서 본격적으로 대중들에게 얼굴을 알렸다. 잘생겼지만 어딘지 허당끼가 있는 캐릭터를 맡은 조인성은 박경림과의 러브 라인으로 점차 인지도를 높여 후엔 <뉴 논스톱>에서 가장 인기 있는 커플 중 하나가 됐다.
2001년에는 드라마 <피아노>에서는 부산에 사는 양아치 이경호를 연기했다. 당시 잘생긴 배우로만 알려졌던 조인성은 이 드라마를 통해 도약의 계기를 얻었다. 그는 후에 "스타가 되려면 연기를 잘해야 겠다'는 생각이 먼저였다. <피아노>를 찍을 당시에 든 생각이었다. (중략) 배우의 본질은 연기니까"라고 이야기하며 배우로서의 마음가짐을 그 때 다졌음을 밝혔다.
배우로서 착실히 커리어를 쌓아 가던 그는 <화장실 어디에요?>(2002)로 스크린에 진출했다. 이후 신민아와 호흡을 맞춘 로맨스 영화 <마들렌>(2002)에서도 주연을 맡았으나 두 영화 모두 흥행, 작품성 부분에서 실패했다.
두 작품에서 연달아 혹평을 받은 그는 이대로 스크린 진출에 실패하나 싶었지만 멜로 영화의 고전, <클래식>(2003)에 출연하며 여성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 잡는데 성공했다. 손예진과 점퍼를 함께 쓰고 빗속을 뛰어가는 장면은 <클래식>을 보지 않은 사람이라도 알 만큼 명장면으로 꼽힌다. 이 때문에 개봉 당시 좋아하는 선배와 빗속을 함께 뛰고 달리고 싶다는 여성들이 많았다.
청춘스타에서 톱스타로
청춘스타였던 그가 배우로 인식되기 시작한 건 드라마 <발리에서 생긴 일>(2004)부터다. 이전까진 주연급을 맡기엔 불안정한 연기력을 보여줬던 그는 이 드라마를 기점으로 잘생겼을 뿐만 아니라 연기도 괜찮게 하는 배우로 인정 받았다. 조인성은 이 드라마에서 방황하는 재벌 2세 정재민 역을 맡았는데, 이 때 입었던 옷 전부 화제가 됐다. 당시 슬슬 옷 입기에 자신이 붙었다는 조인성의 패션은 많은 남성들의 워너비였다. 특히 정장에 백팩, 운동화가 가장 화제가 됐다.
이전까지 스크린에서는 부진했던 조인성은 <비열한 거리>(2006)를 통해 앳된 청춘스타의 모습을 완전히 벗어 던졌다. 한국형 느와르의 수작 <비열한 거리>에서는 삼류조폭조직의 2인자 병두를 연기했다. 별 볼일 없던 깡패 병두가 성공을 위해 배신을 하고, 살인을 저지르며 점차 몰락해가는 과정을 현실적으로 그렸다. 리얼한 조폭의 모습을 드러낸 그는 <비열한 거리>로 제27회 청룡영화상 남우주연상, 제44회 대종상 영화제 남우주연상 등 주요 영화제 남우주연상에 후보로 올랐고, 제5회 대한민국영화대상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다. 참고로 강진의 '땡벌'이 유명해진 계기 역시 이 영화다.
<비열한 거리>로 굵직한 연기를 할 줄 아는 배우로 성장한 조인성은 <쌍화점>(2008)에서 또 한 번 새로운 연기에 도전했다. 그는 왕(주진모)의 연인이자 호위무사인 홍림 역을 맡았다. <쌍화점>에서 조인성은 주진모와 파격적인 키스신을 촬영해 화제가 됐다.
군복무 후 인생 드라마로 복귀 성공
2009년 4월 6일, 그는 공군 군악대에 현역으로 입대했다. 그는 공군에 입대한 이유에 대해 "아버지가 공군 사병으로 근무하다 하사관으로 제대했다. 어머니도 '공군 제복이 얼마나 멋있는데' 하시더라. 그 한마디가 사실 나를 움직이게 했다"고 밝혔다. 2011년 5월 4일 제대한 그는 한동안 휴식을 취하며 차기작을 물색했다.
2013년, 그는 노희경 작가의 <그 겨울, 바람이 분다>로 컴백에 성공했다. 드라마에서 사기꾼 겜블러 오수 역을 맡은 그는 초반엔 되는 대로 살아가는 사기꾼으로 등장하지만, 후에 오영(송혜교)을 만나며 인생의 의미를 발견한다. 그는 오영의 눈에 대한 비밀을 감추고 있는 왕비서(배종옥)와 팽팽한 신경전을 벌였다가, 오영에게 위로 받는 여린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그는 마치 깨진 유리처럼 날카로운 모습과 연약한 모습을 동시에 갖고 있는 오수를 완벽하게 소화해 내며 호평을 받았다.
조인성은 차기작 역시 노희경 작가의 드라마를 선택했다. 2014년 웰메이드 드라마로 손꼽히는 <괜찮아, 사랑이야>에서 조인성은 인기 추리 소설가 장재열을 연기했다. 그는 복잡하고 다중적인 장재열을 섬세하게 표현하며 뛰어난 연기력을 선보였다. 조인성이 아닌 장재열은 떠올릴 수 없을 만큼 놀라운 캐릭터 표현력을 보여준 그는 이 드라마를 통해 단순히 스타가 아닌 연기파 배우로 도약했다.
다시 스크린으로
그는 <쌍화점> 이후로 9년 만에 스크린에 컴백했다. 비교적 영화보다 드라마에서 더 큰 인기를 얻었던 조인성은 <더 킹>(2017)으로 충무로에 성공적으로 복귀했다. 그는 영화에서 공권력을 누리고자 한 검사 박태수를 연기했다. 한국의 현대사를 배경으로 한 이 영화는 다른 영화들에 비해 더욱 노골적인 풍자와 시원시원한 전개로 관객들에게 호평을 받았다.

- 안시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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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김광식
출연 조인성, 남주혁, 박성웅
개봉 2018.09.19.
항상 새로워지려고 노력한다는 조인성. 그가 이번엔 고구려의 명장, 양만춘으로 변신했다. 무려 215억 원이라는 어마어마한 제작비가 투입된 블록버스터 사극 <안시성>은 기존의 영화에선 볼 수 없던 스케일의 전쟁과 스타일리시한 액션을 선보인다. 양만춘은 당나라와 40배의 전력 차이에도 불구하고 포기하지 않고 전쟁에 임한 고구려의 명장이다. 이번 영화에서 양만춘은 전장에선 카리스마 넘치지만 평상시엔 소탈하고 친근한 성주로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새로운 모습의 장군 캐릭터다.
조인성은 한 인터뷰에서 자신의 단점이 무엇이냐고 묻는 질문에 "솔직히 내가 연기력이 뛰어난 배우는 아니니까. 선배들처럼 능수능란하게 할 수도 없고"라고 답했다. 수많은 히트작을 낸 그이지만 여전히 자신의 연기에 대해 고민하는 자세를 보여줬다. 그만큼 연기에 욕심이 있는 배우다. 그는 연기로 정점을 찍고 싶은 마음이 있냐는 질문에 "당연히 있다. 끝이 어딘지는 모르겠지만 한 번 가보고 싶다"고 답하며 "잘하나 싶으면 옆에 송강호 선배가 계시고 가깝게는 (정)우성이 형도 있지 않나. 그 비교가 나를 계속 힘들게 한다. 근데 어쩌겠나. 반대로 생각하면 그게 나를 교만하게 만들지 않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조인성에 대한 알쓸신잡
비율 좋기로 유명한 조인성의 다리길이는 무려 110cm다. 조인성의 담당 스타일리스트는 그의 다리길이가 "일반인보다 약 15cm 정도 더 길어 의상들을 자체 제작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독보적인 스타일과 수트 핏의 완성은 역시 남다른 비율인 모양이다.
초등학교 시절엔 야구 선수 심수창과 함께 야구부 소속이었던 그는 가장 좋아하는 팀이 '한화 이글스'라고 밝힌 바 있다. 그는 "연고는 대전이 아니다. 이모부가 그쪽 계열사에서 일하셨다. 어렸을 때 야구를 좋아하게 됐는데 이모부가 한화 이글스 전신인 빙그레 이글스의 야구용품을 주셨다. 그러면서 관심이 가기 시작했다"고 답했다. 밑에 사진은 시구가 끝나고 경기를 관람하고 있는 조인성의 모습이다. 정말로 좋아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운명처럼 그는 야구선수 조인성과 형 동생하는 사이다. 그는 아이스버킷 챌린지를 수행한 뒤, 다음 사람으로 배우 이광수, 임주환, 야구선수 조인성을 지목하며 그와의 친분을 드러냈다. 야구선수 조인성이 한화로 이적하면서 그는 시구를 약속했고, <괜찮아, 사랑이야> 촬영 종료 시점에 맞춰 시구 행사에 참석했다.
중국 패키지 여행에 참여했다?
2018년 8월 5일 웨이보 등에서 중국 여행에 참석한 듯 보이는 조인성 사진이 여러 장 올라왔다. 수염이 거뭇하게 난 얼굴과 명찰을 붙이고 다니는 모습이 영락없이 관광 온 모습이었다. 일부 네티즌들 사이에서 '패키지여행을 간 것 아니냐'는 의견이 제기됐으나, 사실은 배종옥과 함께 법륜 스님의 역사기행을 간 것으로 밝혀졌다.
사실은 주먹 울음을 한 적 없다
조인성하면 <발리에서 생긴 일>의 주먹 울음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그러나 사실 그는 주먹을 넣어서 울지 않았다. 그는 한 인터뷰에서 "주먹을 넣은 적은 없는데 희화된 것 같다"고 말하며 "넘어서려면 발이라도 넣어야 하는 것 아닌가 싶다"고 재치 있게 반응했다. 그렇다면 주먹울음은 어디서 시작됐을까. 사실 시초는 당시 최고의 인기 예능 X맨에서 앤디가 패러디를 한 것이다. 이후 주먹울음 패러디가 생기면서 이러한 오해를 낳게 됐다.
참고로 전화하는 장면에서도 주먹을 입에 넣진 않았다. 온 얼굴로 울었을 뿐이다. 다른 사진들 역시 주먹을 넣은 장면은 없었다.
씨네플레이 김명재 인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