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다른 인종, 특히 유색 인종을 향한 인종차별은 오랜 시간 이어져온 지구촌의 고질적인 문제 중 하나다. 타국가와 타인종에 대한 인식이 높아졌다 하지만 많은 곳에서 인종차별은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고 있다. 할리우드도 예외는 아니다. 시상식부터 화이트 워싱까지 할리우드 영화계 안에서 (백인들의) 인종차별 논란은 여전히 이어져오고 있다. 오늘은 인종차별 논란이 있었던 할리우드 배우들을 모아보았다. 2년 전 씨네 플레이에서 다루었던 글이 있으니 참고하여도 좋다.


크리스 햄스워스
2016, 토르 역으로 스타덤에 오른 크리스 햄스워스는 한 장의 사진으로 인종차별 논란에 휩싸였다. 아내인 엘사 파타키의 인스타그램에 업로드된 사진으로, 크리스와 엘사가 아메리카 원주민 분장을 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문제는 이들이 들고 있는 팻말의 프레임과 형 루크 햄스워스에서 비롯됐다. 아메리카 원주민 분장을 하고 있는 햄스워스 부부와 친구들은 ‘WANTED’ , ‘현상 수배라는 뜻의 팻말 안에 들어가 있다. 이는 백인들에게 학살당해 삶의 터전을 잃었던 아메리카 원주민들의 역사를 희화화한 것과 다름 아니다. 더욱이 루크 햄스워스는 이들을 쫓는 보안관 분장을 하고 있다. 이들 모두가 백인인 점을 고려한다면 이는 명백한 인종차별적 행위에 속한다. 이 사진이 공개된 후 많은 해외 네티즌들의 비난이 쏟아져 사진이 삭제되었지만, 지금까지도 어떤 사과나 해명은 올라오지 않았다. 비록 그들의 역사를 폄하할 의도 없이 단순히 즐거움을 위해 한 분장이라 하여도 이들의 행동은 비난받아 마땅하다.

출처 / 엘사 파타키 인스타그램. 맨 왼쪽에 엘사 파타키, 그 뒤에 크리스 햄스워스가 있다.

엘런 페이지
<인셉션>으로 국내에서 마니아층을 보유하고 있는 배우 엘런 페이지는 최근 주연을 맡은 넷플릭스 드라마 <엄브렐라 아카데미>로 인해 인종차별 논란에 휘말렸다. <엄브렐라 아카데미> 공식 SNS 계정에 미국 로스앤젤레스 시사회에서 촬영한 단체샷이 올라왔는데, 여기엔 배우와 스타일리스트가 모두 태그 되어 있었다. 한국계 미국인 배우 저스틴 민(Justin Min)만 제외하고 말이다. 자리에 없었던 것 아니냐고? 아니다. 원본 사진을 보면 저스틴 민은 맨 왼쪽에 서서 동료들과 함께 사진을 찍었다. 이 사진을 주연배우 중 하나인 엘런 페이지가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태그까지 그대로 업로드했고, 드라마와 더불어 인종차별적 행위라며 큰 비난을 받았다.

그리고 며칠 뒤, 어떠한 해명 없이 드라마의 공식 SNS에 한 장의 사진이 올라왔다. 사진의 주인공은 바로 저스틴 만이었다.마침내 죽지 않았으나 죽은 줄 알았던 그 남자 (저스틴 민)을 알리게 되어 기쁘다."라는 문구와 함께 말이다. 몇 시간 뒤 엘런 페이지의 SNS에도 동일한 사진과 함께 스포일러 - 엄브렐라 아카데미에서 6(째 멤버)을 연기한 저스틴 민을 소개하게 되어 매우 기쁘다"라는 글이 올라왔다. 제작진은 이에 대해 저스틴 민이 드라마가 공개되기 전까지 섭외 사실을 공식적으로 밝히지 않아 게시물에서 제외된 것이라 밝혔다. 그럼에도 많은 누리꾼들은 그렇다고 현장에 있던 배우, 그것도 아시아계 배우만 잘라 올린 것이 이해되지는 않는다.”, “논란에 대해 급히 지어낸 변명 아닌가."라는 반응을 보였다.

<엄브렐라 아카데미> 시사회 당시
(좌) <엄브렐라 아카데미> 공식 인스타그램 캡처 (우) 엘런 페이지 인스타그램 캡처
(좌) <엄브렐라 아카데미> 공식 인스타그램 캡처 (우) 엘런 페이지 인스타그램 캡처

베네딕트 컴버배치
<셜록>으로 전 세계인의 사랑을 받았던 베네딕트 컴버배치. 작년 <어벤저스: 인피니티 워>로 첫 내한을 결정지으며 국내 팬들의 마음을 설레게 했으나 그 설렘은 오래가지 못했다. 입국부터 그의 인사가 논란이 되었기 때문. 그가 한 인사는 두 손바닥을 맞대어 가슴 앞에 위치시킨 후 인사를 하는 합장으로, 이는 주로 불교계에서 쓰이는 인사 예법이다. 문제는 이와 같은 행동이 오리엔탈리즘을 기반으로 한 인종차별적인 행동이라는 것이다. 일부 서양인은 아시아=불교라는 오리엔탈리즘적 사고방식을 갖고 있다. 하지만 아시아는, 그중에서도 한국은 불교를 국교로 한 나라가 아닌 다양한 종교가 내포되어 있는 국가다. 태국이라면 모를까, 한중일 3 국가에서 합장인사는 거의 쓰이지도 않는다. 때문에 합장은 오리엔탈리즘을 기반으로 한 백인들의 인종차별적 행동에 속한다. 베네딕트는 출국하는 순간까지도 꿋꿋이 합장 인사를 고집하고 돌아갔다. 
 
일각에서는 불교에 지대한 관심을 가지고 있는 베네딕트 컴버배치가 한국을 향해 보인 예의다라는 의견도 존재한다. 그는 평소 불교문화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갖고 있다고. 베네딕트는 틱 낫한 스님의 다큐멘터리 <나와 함께 걷다>의 예고편 내레이션으로 참여했으며, 내한 당시 출국 당일에 조계사를 방문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러한 점으로 미루어 보아 그의 합장 인사는 오리엔탈리즘에 기반해 저지른 인종차별이 아니라 한국 팬들을 향한 진심 어린 인사라는 것이다. 과연 그의 행동은 인종차별일까 아니면 한국을 향한 예의일까. 판단은 당신의 몫이다.

(좌) 입국 (우) 출국

리암 니슨
리암 니슨은 최근 영화 <콜드 체이싱> 홍보차 인터뷰를 하는 과정에서 흑인을 때려죽이고 싶었다라는 인종 차별적 발언을 해 화제가 되었다. 40년 전 가까운 여성 지인이 흑인에게 성폭행을 당했고, 이에 분노한 리암 니슨은 곤봉을 들고 일주일 정도 거리를 돌아다녔다고. “펍 같은 곳에서 나온 흑인이 나에게 덤벼들길 원했다. 그를 때려죽일 수 있도록 말이다”라고 언급한 그는 곧바로 그러한 행동을 한 것을 후회한다고 밝혔지만, ‘흑인을 죽이고 싶었다는 부분에 있어 인종차별적 발언을 했다는 것을 이유로 온라인상에서 거센 비난을 받았다.

논란에 당황했는지 그는 바로 그 다음날 뉴욕 ABC ‘굿모닝 아메리카에 출연, “나는 인종차별자가 아니다. 만약 지인이 아일랜드인, 스코틀랜드인, 리투아니아인에게 강간을 당했어도 나는 똑같은 반응을 보였을 것이다. 나는 친구가 끔찍한 일을 겪었다는 사실을 말하고 싶었을 뿐"이라고 호소했다. 그럼에도 비난은 쉬이 사그라들지 않았고, 결국 리암 니슨은 "내가 한 발언이 나의 진실한 감정을 반영한 것은 아니지만 어찌 됐든 그 말은 상처를 줬고 분열을 초래하는 것이었다. 용서를 구한다"라며 성명을 발표했다. 발언에 대한 파문으로 <콜드 체이싱> 뉴욕 레드 카펫 프리미어는 전격 취소되었으며 흥행 실패에 큰 영향을 주었다

ABC '굿모닝 아메리카' 캡처

한편, 리암 니슨과 함께 <위도우즈>에 출연했던 배우 미셸 로드리게스는 공식 석상에서 “리암 니슨은 인종차별주의자가 아니다. 그는 <위도우즈>에서 비올라 데이비스의 목구멍까지 혀를 넣어 키스했다. () 인종차별주의자는 그들이 싫어하는 인종과는 절대 어울리지 않는다. 그는 다정한 사람이다. (그가 인종차별주의자라는 사실은) 이건 모두 거짓말이다.”라고 말해 네티즌들의 분노를 샀다. 결국 미셸 로드리게스는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나는 최근 발언한 말들과 잘못된 예시에 대해 깊이 사과를 전하고 싶다. 잘못된 방법으로 친구를 옹호했으며 얼마나 무신경한 일인지 깨달았다. 이 사건을 통해 배웠고, 앞으로 성장해 나가겠다.”라며 사과문을 발표했다.

<분노의 질주: 더 맥시멈> 미셸 로드리게스
<위도우즈> 속 리암 니슨과 비올라 데이비스
미셸 로드리게스 인스타그램 캡처

인종차별을 당해 논란이 된 배우는 누구?

수현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으로 할리우드에 데뷔, 한국인 배우로서 입지를 다져가고 있는 배우 수현. 최근 해리포터 시리즈의 스핀오프작 <신비한 동물들과 그린델왈드의 범죄>(이하 <신그범>)에서 내기니 역을 맡아 작지만 강한 임팩트를 남겼다. 한국계 미국인 배우가 아닌 한국인 배우로 일을 하는 것이기에 고충이 많을 터. 그중에서도 가장 수현을 괴롭히는 것은 바로 인종차별이다. 최근 <신그범> 인터뷰 중 인터뷰어의 인종차별적 발언으로 큰 화제가 된 바 있다.

올라온 영상을 보면 인터뷰 중 수현이 어린 시절 미국에서 해리포터 원서를 구해 읽었다는 말에 인터뷰어인 키얼스티 플라는 해리포터를 영어로 읽었나? 그때 영어를 할 수 있었냐"라며 묻는다. 수현이 그렇다고 대답하자 굳이 또다시 영어를 할 줄 알았냐는 질문을 또 던지며 인종차별적인 태도를 보인다. 결국 함께 인터뷰를 하던 에즈라 밀러가 지금도 영어를 하고 있지 않나. (수현은) 영어를 잘하고 나보다도 똑똑하다. 나는 한국어는 잘 못하고 영어만 할 줄 안다  인터뷰어의 인종차별적 발언을 비꼬며 대답한다. 여기에서 끝이 아니다. 플라는 인터뷰 직후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인터뷰 사진과 함께 인터뷰한 배우들을 전부 태그 하여 업로드했다. 수현만 제외하고 말이다. 인종차별적인 태도가 이어지자 해당 글에 한국 팬들이 분노 어린 댓글을 달았고, 그녀는 결국 사진을 삭제함과 동시에 수현이 어린 나이에 해리포터를 읽을 수 있었다는 것이 인상적이었지 다른 의도는 없었다.”라고 해명했다.

(좌) 논란이 된 인터뷰 (우) 인터뷰 후 키얼스티 플라 트위터 캡처. 수현의 태그가 빠진 걸 알 수 있다.

수현의 수난사는 이뿐만이 아니다. 영국에서 열린 <신그범> 시사회 현장 사진이 또다시 인종차별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신그범> 영국 공식 트위터 계정은 주드 로, 조니 뎁, 에즈라 밀러, 클라우디아 킴(수현)이 레드 카펫을 밟았다"라는 말과 함께 시사회 레드 카펫 사진을 업로드했다. 문제는 수현이 아닌 신원을 알 수 없는 일본인 배우 사진이 올라왔다는 것이다. 이에 아시아 여성이라는 이유로 같은 사람으로 생각하고 아무나 올린 건가. 이건 명백한 인종차별이다.”, “공식 계정인데 이렇게 행동하다니. 두 배우를 존중해 달라."라는 등의 일침이 쏟아지자 계정은 얼마 지나지 않아 사진을 교체했다. 그러나 그 어떤 사과나 해명의 말은 올라오지 않았다.
이러한 사건들은 수현뿐만이 아니라 수현 팬들에게도 큰 상처로 남았을 것. 논란들을 의식하고 있었는지 수현은 에즈라와 깜짝 무대인사를 한 당시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사진과 함께 여러 논란 속에 잘 견뎌주고 함께해준 한. 국. 팬들과 같이 영화 봐서 즐거웠어요!”라는 글을 남기며 팬들을 위로하는 등 팬사랑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신비한 동물들과 그린델왈드의 범죄> 공식 트위터 계정에 올라온 사진. 좌측의 일본 여배우가 수현으로 소개되어 올라왔다. 해당 사진은 추후에 수정되었다.
출처 / 수현 인스타그램 캡처

폼 클레멘티에프
작년 <어벤저스: 인피니티 워> 내한 당시 인종차별 논란은 베네딕트 컴버배치에게만 일어난 것이 아니었다. 함께 방한한 한국계 프랑스인 배우 폼 클레멘티에프에게도 인종차별 논란이 일었었다. 다른 점이라면 폼 클레멘트 티에프는 피해자였다는 것. 내한 당시 유명 유튜버 ‘영국남자’와 진행한 인터뷰가 화근이었다. 정식 풀 영상이 공개되기 전 업로드된 티저 영상에서 함께 촬영했음에도 불구하고 폼 클레멘티에프의 모습을 찾아보기가 어려웠다. 티저 속 카메라는 주연배우 3인방 (톰 홀랜드, 톰 히들스턴, 베네딕트 컴버배치)만을 담고 있거나, 혹은 폼은 제외된 4명의 남성만이 프레임에 위치한 샷 위주로 구성되어 있었다. 심지어 유튜버는 폼을 제외하고 내가 제일 좋아하는 영국 배우 3분을 만나게 되었다."라는 발언을 하기까지 했다. 이에 많은 네티즌들이 “맨티스라고 무시하냐”, “폼이 아닌 조쉬(영국남자)가 주연배우인 줄”, “영국남자라고 영국인만 챙기네”, “인종차별이자 성차별 아닌가요.” 등 엄청난 비난을 쏟아냈다. 결국 유튜버가 사과문을 게시했지만, 그럼에도 논란이 계속되자 해당 영상을 삭제했다.

영국남자 유튜브 캡처. 출처 / YTN
영국남자 유튜브, 페이지 사과문 캡처. 출처 / 스포츠한국

씨네플레이 문선우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