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보이>(2019)

기존 작품의 최소한의 설정만을 남겨둔 채 스토리나 설정을 갈아엎어 다시 시작하는 것을 리부트라고 한다. 리부트는 원작의 전반적인 틀을 그대로 가져와 수정을 더하는 리메이크와 유사한 듯 보이지만, 컴퓨터를 재부팅 하는 것과 같이 연속성을 거의 버린다는 점에서 결을 달리한다. 최근 극장가를 두드린 닐 마샬 감독의 <헬보이>가 그러하다. <헬보이>(2019)는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의 <헬보이>(2004) 시리즈 리부트 작이다. 오늘은 씨네플레이가 국내에 개봉한 리부트 작품과 오리지널 작품들의 성적을 모아 비교해보았다. 
  
 본문은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이하 KOBIS)의 통계를 기반으로 한다.
 <미이라>(1932) 같이 오리지널 작품이 오래전 개봉해 정확한 관객 통계를 알 수 없는 작품, <혹성탈출> 시리즈처럼 리부트에 관해 논란이 있는 작품들은 아래 리스트에서 제외하였다.

<헬보이 2: 골든 아미>(2008)

<헐크>(2003)
<인크레더블 헐크>(2008)

헐크 vs 인크레더블 헐크 │ 484,479 명 vs 992,064 명
MCU <어벤져스> 원년 멤버인 헐크’. 아이언맨, 캡틴 아메리카, 토르와 더불어 헐크 역시 솔로 무비를 가지고 있는 캐릭터다. 무려 한 번의 리부트를 거친 작품으로 오리지널 작품 <헐크>(2003)<라이프 오브 파이>, <브로크백 마운틴>의 이안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일반적인 히어로 물과는 달리 다소 진중하고 무거운 톤을 취하며 대중들에게 호응을 이끌어내진 못했으나, <다크나이트>와 함께 비평가들이 선호하는 히어로 영화 중 하나로 손꼽힌다. 이후 2008년에 에드워드 노튼이 주연을 맡은 리부트 작 <인크레더블 헐크>가 개봉하였다. 하지만 이 역시 전 세계적으로 큰 성공을 거두진 못해 에드워드 노튼이 주연에서 하차, 그 뒤를 이어 마크 러팔로가 헐크 역을 맡아 MCU에 합류하였다.
 
두 작품 모두 국내 개봉 당시 관객 몰이에 실패한 비운의 작품에 속한다(당시엔 마블이 큰 인기를 끌지는 못했다). <헐크>는 총 48만 명, <인크레더블 헐크>는 그 두 배인 99만 관객을 동원하였다. 특히 <인크레더블 헐크>는 약 8천 명이 안 되는 숫자로 100만을 코앞에서 놓치며 아쉬운 성적을 남겨야 했다.

 

<어벤져스>(2012) 마크 러팔로

<수퍼맨 리턴즈>(2006)

수퍼맨 리턴즈 vs 맨 오브 스틸 │ 1,764,758 vs 2,182,227

DC의 간판 캐릭터 슈퍼맨. 슈퍼맨의 탄생을 그린 <맨 오브 스틸>의 역시 1978년부터 1987년까지 이어진 슈퍼맨 더 무비 프로젝트(슈퍼맨 실사 영화 시리즈)를 리부트 한 작품이다. 크리스토퍼 리브가 주연을 맡은 <슈퍼맨> 시리즈는 총 4편으로 리처드 도너가 연출한 1,2 편이 엄청난 흥행에 성공하며 미국 히어로물의 대표 캐릭터로 떠올랐다(3,4편은.. 침묵하겠다). 이후 떡밥의 제왕 브라이언 싱어 감독이 2편 이후의 상황을 그린 시퀄 <수퍼맨 리턴즈>(2006)를 공개했다. 3억 달러에 달하는 제작비는 겨우 회수했으나 손익 분기점(6억 달러)은 넘기지 못하며 월드 와이드 흥행에 참패했다. 국내에서는 개봉 당시 8일간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하며 176만 관객을 극장으로 이끌었다.
 
리턴즈가 개봉하고 7년 뒤, DC는 유니버스를 확장시키고자 기존 실사 영화들을 모두 리부트하며 DC 익스텐디드 유니버스(DCEU)를 선보였다. 그 시작점으로 리부트를 시도한 것이 바로 <맨 오프 스틸>이다. 헨리 카빌이 주연을 맡았으며 DC의 수장이나 다름없는 잭 스나이더가 연출하였다. 국내에서는 개봉 당일 박스오피스 1위 후 일주일 간 2위에 머물렀으나, <수퍼맨 리턴즈>보다 40만 명 많은 218만 관객을 기록했다.

<맨 오브 스틸>(2013)

<배트맨>(1989)
<다크 나이트 라이즈>(2012)

배트맨 모던 에이지 시리즈 vs 다크나이트 시리즈 216,771  vs 6,396,528 명(시리즈 중 최다 관객 수)
 
리부트 특성상 프랜차이즈 물, 그것도 히어로 장르에서 빈번히 볼 수 있는데 그중 대표로 뽑히는 리부트 작품 중 하나가 바로 배트맨이다. 배트맨 시리즈는 1943년 실사화된 실버에이지 시리즈가 처음이지만 현재와는 다른 코믹한 배트맨 캐릭터로 흔히 알려진 배트맨과는 모종의 거리감이 있다. 대중들에게 다크한 이미지의 배트맨이 각인되기 시작한 건 1989년 시작된 배트맨 모던 에이지 시리즈다. 4편의 모던 에이지 시리즈 중 팀 버튼이 메가폰을 잡은 초기 두 작품 <배트맨>(1989)<배트맨 리턴즈>(1992)이 수작의 반열에 있지만 나머지 두 작품은 그다지 좋은 평을 듣지 못했다. 국내에서는 개봉 당시 2만 명, 16만 명 관객을 동원했다.
 
시간이 흘러 배트맨 시리즈는 리부트 되면서 그야말로 넘사벽 같은 존재가 되어버린다. ‘배트맨하면 곧바로 떠오르는 그 작품, 크리스토퍼 놀란의 다크 나이트 트릴로지가 바로 그것이다. 특히 세 작품들 중에서 2편에 속하는 <다크 나이트>(2008)가 대중과 비평가들을 모두 사로잡으면서 엄청난 성공을 거두었다. 조커를 연기한 히스레저의 연기는 그가 죽은 이후 지금까지도 최고의 빌런 연기로 회자될 정도. 국내에서 <다크 나이트>는 개봉 후 4, 약 한 달간 1위를 기록하며 총 4백만 관객 동원에 성공했다. 크리스찬 베일에 톰 하디, 앤 해서웨이, 마리옹 꼬띠아르가 출연한 <다크 나이트 라이즈>(2012)630만 관객을 기록하며 DC 영화 최강자로 떠올랐다.

↓시리즈 국내 관객 수 한눈에 보기

오리지널
단위 (명)
리부트
배트맨1
25,086
배트맨 비긴즈
921,300
배트맨2
168,943
다크 나이트
4,087,355
배트맨 앤 로빈 
172,959
다크 나이트 라이즈
6,396,528
배트맨 포에버
216,771
<다크 나이트>(2008)

<스파이더맨 2>(2004)

스파이더맨 vs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 4,935,660  vs 4,853,123 명 (시리즈 중 최다 관객 수)

DC 리부트에 배트맨이 있다면 마블에는 뭐가 있다? 스파이더맨이 있다! 스파이더맨 역시 리부트를 꾀하며 관객들에게 꾸준히 사랑받아 온 캐릭터다. <스파이더맨>(2002)을 시작으로 총 3편을 보유하고 있는 스파이더맨 오리지널 시리즈는 3편 모두 토비 맥과이어가 주연을, 샘 레이미가 감독을 맡아 완성시켰다. 너드미와 짠내로는 토비 맥과이어의 스파이더맨을 따라잡을 수 없다는 평이 자자하다. 특히 <스파이더맨 2>(2004)는 높은 완성도를 자랑하며 스파이더맨 시리즈 모두를 아우르는 명작으로 손꼽힌다. 국내에서는 1편이 110, 2편이 두 배인 230, 3편이 490만을 동원, 관객 수가 꾸준히 증가하였다.
 
그리고 2012, 마크 웹 감독이 리부트 한 <어메이징 스파이더맨>이 개봉하였다. 리부트는 기존의 컨텐츠가 인기 있을 경우 이를 연장하는 목적으로 리부트를 시도하기도 하는데, 그 예가 바로 <어메이징 스파이더맨>이다. 앤드류 가필드와 엠마 스톤이 주연을 맡은 이 작품은 전작에 비해 볼거리는 많아졌으나 다소 가볍고 개연성이 허술하다는 점에서 두 편 모두 전 세계 평단의 혹평을 받으며 흥행에 실패했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꽤 흥행에 성공한 편이다. 1편은 480만을, 2편은 410만 관객을 기록하며 총 800만이 넘는 관객이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시리즈를 찾았다. 이후 마블이 소니와 판권을 협상해 MCU에 합류시키면서 다시 한 번 리부트를 시도한 <스파이더맨: 홈커밍>(2017)이 개봉했다. 기존에 대학생이었던 피터 파커가 아닌 고등학생 피터 파커를 그려내며 국내에서만 720만 관객을 동원, 스파이더맨 시리즈 상 국내 최다 관객을 기록했다.

↓시리즈 국내 관객 수 한눈에 보기

오리지널
단위 (명)
리부트
스파이더맨
1,125,568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4,853,123
스파이더맨 2
2,367,704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2
4,168,350
스파이더맨 3
4,935,660
스파이더맨: 홈커밍
7,258,678
<어메이징 스파이더맨>(2012)
<스파이더맨: 홈커밍>(2017)

<판타스틱 4>(2005)

판타스틱 4(2005) vs 판타스틱 4(2015) │ 757,900  vs 399,667 

최고의 리부트가 있는 반면, 최악의 리부트도 있는 법! <판타스틱 4>(2015)는 영화 팬과 관계자들 사이에 악명이 자자한 리부트 작품에 속한다. 오리지널 영화인 <판타스틱 4> 1, 2는 캡틴 아메리카 역으로 유명한 크리스 에반스, 제시카 알바 등 이 주연을 맡아 배우들의 풋풋했던 시절을 볼 수 있으며, 신선한 설정 등으로 인해 매니아 층이 꽤 있는 히어로 물에 속한다. 두 편 모두 영화적으로는 평이 좋지 않지만 소소하게 흥행을 이끌었다. 특히 1편의 경우 1억 달러로 제작해 3배인 3억 달러를 회수, 2편 제작에 수월하게 안착할 수 있었다.

문제는 2015년 리부트 된 <판타스틱 4>인데, 제작 과정부터 삐끗거리며 많은 이들의 우려를 샀다. 결국 캐스팅부터 완성된 판본까지 말 그대로 총체적 난국에 빠지며 나오지 말았어야 할 영화라는 악평을 받기까지 했다. <판타스틱 4>(2005)는 국내에서 75만 관객을 이끌었지만 <판타스틱 4>(2015)는 그에 절반인 39만 관객 동원에 그쳐버리며 국내와 북미에서 말 그대로 '폭망'하였다.

<판타스틱 4>(2015)

<고스트버스터즈>(1984)

고스트버스터즈(1984)vs 고스트버스터즈(2016)  │ 344,420  vs 515,522 명 

1984년 개봉한 <고스트버스터즈> 초심리학을 연구하는 세 남자 피터 벵크먼, 레이 스탠츠, 이곤 스펭글러, 윈스턴 제드모어가 유령을 잡기 위한 소동을 그려낸 영화로 코미디 호러물에 한 획을 그은 명작이다. 3천만 달러로 제작되어 북미에서만 23천만 달러를 회수, 그야말로 대성공하였다. 이후 속편 <고스트버스터즈 2>(1989)이 제작되었으나 전편에 반도 못 미치는 성적을 내며 아쉽게도 3편 제작이 취소되었다. 국내에서는 1편이 34만 관객을 동원하며 (84년임을 고려했을 때) 괜찮은 성적을 냈다. 하지만 속편은 10만 명을 넘지 못한 97천 명에 그쳐버렸다.
 
오랜 시간이 지나 <스파이>(2015)를 연출한 폴 페이그 감독이 과감하게 여성 버전으로 리부트를 한 <고스트버스터즈>(2016) 선보였다. 여성 코미디언으로 유명한 케이트 맥키넌과 <스파이>의 멜리사 맥카시, 크리스 햄스워스가 출연해 미러링과 오마주로 가득한 영화를 만들었으나, 흥행에는 대 참패하며 속편이 무산되었다. 국내에서는 51만 관객이 관람했다.

<고스트버스터즈>(2016)

<툼 레이더 2 - 판도라의 상자>(2003)

툼 레이더1,2 vs 툼레이더(2018) │ 1,165,906   vs 540,410명 (시리즈 최다 관객 수)

동명의 게임을 원작으로 한 작품으로 라라 크로프트 역의 안젤리나 졸리가 단독 주연을 맡은 영화 <툼 레이더>(2001). 강인한 여전사 이미지에 어울리는 안젤리나 졸리의 캐스팅과 더불어 원작을 잘 살렸다는 점에서 호평을 받으며 흥행 궤도에 올랐다. 이후 2<툼 레이더 2: 판도라의 상자>(2003)가 개봉했으나, 전작보다 완성도는 좋아졌음에도 불구하고 절반에 겨우 달하는 성적을 내며 흥행에 실패하였다. 국내에서는 1편이 48만 명을 기록했으나 2편이 110만을 넘는 성적을 남겼다.
 
<툼 레이더>15년이 지나 <제이슨 본>, <엑스 마키나>의 알리시아 비칸데르가 라라 역을 이어받으며 리부트 되었다. 캐스팅 단계 부터 알리시아 비칸데르는 안젤리나 졸리와 비교된다는 이유로 우려를 샀다. 개봉하고 보니 월드 와이드 성적은 쏘쏘. 9천4백만 달러로 27천만 달러의 수익을 거두며 무난한 성적을 기록했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54만에 그치며 아쉽게 레이스를 마무리해야 했다.

<툼레이더>(2018)

씨네플레이 문선우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