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확하고 안정적인 호흡, 특색과 개성을 겸비한 목소리를 가진 배우들 가운데 성우 출신이 많다. 목소리부터 남다른 성우 출신 배우들을 모았다.


배우로 더 유명해진 성우 출신 배우들
(왼쪽부터) 데뷔 초 한석규, <우상>

한석규
Ⅰ KBS 22기 성우극회 
"안녕하세요. 한석규입니다" 많은 배우들이 한석규 성대모사를 개인기로 욕심낸다. 워낙 독특하고 특징 있는데다 젠틀함이 묻어난 목소리라 따라 하고 싶게 만든다. 중저음의 안정된 톤, 콧소리가 섞인 살짝 느릿한 목소리는 한석규의 시그니처다. 사실 한석규는 1990년 KBS 성우극회에 입사해 성우로 데뷔했다. 원래 배우가 되고자 했지만 군대에서 부상을 입고 몸을 많이 써야 하는 배우를 할 수 있을지 회의가 들어 성우 공채를 봤다고 한다. 그러나 이듬해 1991년 MBC 공채 탤런트에 합격하며 줄곧 연기자 길을 걸었다.


(왼쪽부터) <능력자들> 장광 화면 캡처, <광해>

장광
Ⅰ DBS 9기 성우
무게감 있는 목소리로 악독함과 신뢰감을 오가고 심지어 귀여움까지 연기하는 배우 장광. 1978년 동아방송 소속 DBS 성우극회 9기로 입사했다. 언론통폐합에 따라 현재 KBS 성우극회 15기로 분류돼있다. 미키마우스, 슈렉, 애니메이션 <배트맨> 조커, <티몬과 품바> 티몬, <포켓몬스터> 오 박사, <토이 스토리> 속편 격인 <우주 전사 버즈>의 버즈까지 추억의 애니메이션 캐릭터들을 연기했으며 영화 <레옹>의 게리 올드만 더빙 연기로도 유명했다. 원래 성우직에만 전념하려고 했으나 수입 문제로 배우를 겸업하게 됐고 지금은 성우보다는 배우라는 수식어가 더 익숙하게 됐다. 최근에도 <터닝메카드W> 시리즈, <트롤> 등 애니메이션 목소리를 연기하며 성우를 겸하고 있다.


(왼쪽부터) 나문희 젊은 시절, <아이캔스피크>

나문희
MBC 1기 공채 성우
영화, 드라마에서 가슴 찡한 엄마 연기를 보여줬던 나문희. <아이캔스피크>로 청룡영화상 등 여러 시상식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하며 감동을 줬다. 1970년대부터 2019년 현재까지 꾸준히 작품 활동을 이어온 배우 나문희도 처음에 성우로 데뷔했다. 1961년 MBC 1기 성우로 데뷔했으나 연기에 대한 갈망으로 배우로 전향했다. 데뷔 초 남들이 꺼려 하는 엄마, 마담 등의 배우를 도맡다가 1995년 드라마 <바람은 불어도>를 기점으로 차츰 빛을 발했다.


(왼쪽부터) 김영옥 젊은 시절, <눈길>

김영옥
Ⅰ MBC 1기 공채 성우
배우 김영옥은 각종 작품에서 찰진 욕 연기를 선보이며 욕쟁이 할머니, 할미넴(에미넴+할머니)이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김영옥은 1961년 MBC 1기 공채 성우로 정식 데뷔했다. 나문희와 동기다. 엄밀히 따지면 나문희보다 먼저 방송국에 발을 들였다. 1959년 춘천방송국 5기 아나운서로 뽑혀 8개월간 활동하다가 적은 수입 때문에 그만두고 1960년 CBS 기독교방송 공채 6기 성우로 재입사했다가 이듬해 MBC에서 성우로 정식 데뷔했다. 젊은 시절에도 힘찬 목소리 덕분에 <마징가 Z> 쇠돌이, <로보트 태권 V> 김훈 등 소년 만화 남자 주인공을 주로 맡았다.


(왼쪽부터) 변희봉 젊은 시절, <옥자>

변희봉
Ⅰ MBC 2기 공채 성우
쇳소리가 섞인 속삭이는 듯한 목소리로 연기하는데 신기하게 정확하게 들린다. 평범한 캐릭터도 목소리만으로 특별하게 느껴지게 만드는 배우 변희봉도 성우 출신이다. 조선대학교 법학과를 중퇴하고 제약회사를 다니며 연극배우로 활동했던 변희봉은 여러 번 배우 모집에 탈락하고 1965년 MBC 2기 공채 성우로 데뷔했다. 그러나 고쳐지지 않는 전라도 사투리 때문에 성우 생활이 순탄치 않았다고. 배우 데뷔 후에도 날카로운 인상 때문에 주로 사기꾼, 도둑 등 단역을 전전하며 인내의 시간을 보내야 했지만 봉준호 감독과 인연으로 명품 배우로 자리매김했다. 


아직까진 성우로 더 유명! 배우에 도전한 성우들

앞서 소개한 성우 출신 중견 배우들의 경우 배우가 될 수 있는 경로가 지금처럼 많지 않았고 TV 드라마 제작 확대로 배우로 전향할 기회가 많았다. 최근엔 미디어가 워낙 다양화돼 TV나 영화배우로 자리를 옮기는 경우가 많지 않다. 지금부터는 아직까지는 성우로 더 유명하지만 최근 연기에 도전했던 성우들을 소개한다.

(왼쪽부터) 성우 데뷔 무렵의 서유리, <질투의 화신>

서유리
Ⅰ 대원방송 1기 공채 성우
성우와 방송인으로 활발히 활동 중인 서유리는 2008년 대원방송 1기 공채 성우로 입사했다. 첫 데뷔 캐릭터는 <도라에몽>의 이미순 역이었다. 이름을 알린 계기는 게임 방송 <던전앤파이터>의 3대 던파걸로 활동하면서부터다. 게임 MC, 모델, VJ 등 다양한 방송활동을 하다가 <마이 리틀 텔레비전>에 출연하면서 대중적으로 이름을 알렸다. 주로 방송인으로 활약 중이지만 <질투의 화신>, <응답하라 1994> 등 몇 편의 드라마에 작은 역할로 출연한 적 있다. 


(왼쪽부터) 성우 안지환, <이웃집 스타>

안지환
Ⅰ MBC 11기 공채 성우
안지환은 애니메이션 더빙을 주로 하던 다른 성우들과 달리 교양, 예능 프로그램의 내레이션, 드라마 해설 내레이션을 맛깔나게 소화하며 두각을 드러냈다. 대표작으로 SBS 장수 프로그램 <동물농장>이 있다. 1993년 MBC 11기 공채 성우로 데뷔했으나 원래는 배우 지망생이었다. 연기에 대한 열정으로 뮤지컬 무대에 선 적도 있다. 2017년엔 한채영, 진지희 주연 영화 <이웃집스타>에 우 실장 역으로 출연하며 스크린 연기에 도전했다.


(왼쪽부터) <뽀로로> 성우 이선, <짐작보다 따뜻하게>

이선
Ⅰ KBS 23기 공채 성우
2003년 <뽀롱뽀롱 뽀로로> 시리즈 1편부터 지금까지 뽀로로 목소리 연기를 전담하고 있는 이선. 뽀로로 외에도 안젤리나 졸리, 페넬로페 크루즈, 올리비아 핫세 등 할리우드 배우들의 목소리 더빙도 했다. 노래 실력도 출중해 <복면가왕>, <TOP 밴드>에 출연한 적도 있다. 성우 활동과 병행해서 연극 무대에도 꾸준히 서왔으며 영화 <짐작보다 따뜻하게>(2016)에 주연으로 출연했다. 2018년엔 보다 본격적인 배우 활동을 위해 새로운 소속사와 전속계약을 체결했다.


씨네플레이 조부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