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파이더맨: 파 프롬 홈> 아이맥스 포스터

<스파이더맨: 파 프롬 홈>의 개봉 전 공개했던 ‘아이맥스’ 포스터는 팬들에게 쓴소리를 들어야 했다. “스파이더맨이 아니고 아이맥스란 영화 포스터냐” “아무리 수트가 달라도 같은 인물을 두 번 넣냐” 등등 아쉬움이 섞인 반응이 많았다. 이처럼 영화는 괜찮았는데, 반대로 포스터는 별로라는 평가를 받은 사례들을 모아봤다.


<스파이더맨: 홈커밍>

<스파이더맨: 홈커밍>

스파이더맨으로 포스트를 열었으니 하나만 더 살펴보자. <캡틴 아메리카: 시빌워>에서 엄청난 존재감을 보여준 톰 홀랜드의 스파이더맨은 2017년 첫 단독 영화 <스파이더맨: 홈커밍>을 공개했다. 흥행도 하고, 호평도 받았는데 포스터만큼은 진짜 별로라는 반응이 많았다. ‘인물 총출동’ 구도야 마블 영화(제작은 소니가 했지만) 포스터의 기본이라 해도, 성의 없는 이미지 합성 때문에 유독 난잡하게 느껴진다. 자세히 보면 히어로와 빌런이 수트 입은 버전과 맨 얼굴 버전으로 두 번 들어간 것도 패착. 인기가 많은 작품이라 여러 아티스트들이 작업한 포스터도 공개됐는데, 솔직히 이 메인 포스터보다 백 배 낫다. 

<아이실드 21>, <원펀맨> 작가 무라타 유스케가 그린 포스터. 무라타는 마블 코믹스 표지 작업도 한 바 있다.
<스파이더맨: 홈커밍> 스틸북 디자인


<엑스맨: 퍼스트 클래스> 티저포스터
<엑스맨: 데이즈 오브 퓨처 패스트>

<엑스맨: 퍼스트 클래스>, <엑스맨: 데이즈 오브 퓨처 패스트>

좋은 영화, 구린 포스터의 제 1 사례. <엑스맨: 퍼스트 클래스> 티저 포스터 두 종이 공개됐을 때, 팬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공식 포스터일 리가 없다고, 팬포스터일 거라고 현실을 외면하는 반응도 적지 않았다. 다행히 메인 포스터는 꽤 깔끔하게 뽑혔고, 영화도 호평 세례를 받을 만큼 훌륭했다. <엑스맨: 데이즈 오브 퓨처 패스트> 또한 메인 포스터가 공개되자마자 “프로페서X 불방구”라는 조롱을 받았다. 대신 영화가 역대 <엑스맨> 영화 중 1, 2위를 다툴 만큼 완벽했기에 포스터에 대한 불만도 금방 가라앉았다. 


<샤이닝>

<샤이닝>

스탠리 큐브릭 감독은 자신의 연출작에 대한 모든 걸 직접 관여하는 완벽함으로 유명하다. <샤이닝> 포스터 역시 수 백개의 도안 중 큐브릭이 직접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의 작품 중 포스터가 별로라는 쓴소리를 들은 유일한 영화다. 대중들에게 가장 익숙한 포스터는 역시 “쟈니 왔다!”를 외치는 잭 니콜슨의 얼굴이 들어간 버전인데, 확실히 두 포스터를 같이 놓고 보면 확실히 잭 니콜슨 포스터가 더 강렬하다. 

대중들에게 익숙한 <샤이닝> 포스터 버전

<블랙 팬서>

<블랙 팬서>

마블 영화 포스터는 워낙 많은 인물을 내세우다보니 좀 난잡하게 느껴진다는 평가를 받는다. <블랙 팬서> 티저 포스터는 티찰라 혼자 있는데도, 왠지 이질감이 느껴진다. 북미 한 누리꾼의 “조명이 뒤에서 떨어지는데 인물의 얼굴이 너무 밝다”는 지적을 보면 그 이질감의 정체를 알 수 있다. 한 누리꾼은 인물의 얼굴만 사실적이고 나머지는 CG 티가 나는 것을 지적하며 과거 콘솔 게임 표지 같다고 패러디하기도 했다.

<블랙 팬서>가 콘솔 게임이었다면?

<킹스 스피치>

<킹스 스피치>

2010년 영화, 심지어 미국 아카데미 작품상을 수상한 <킹스 스피치>의 티저 포스터. 너무너무 촌스러워서 복고풍을 의도했을 거야, 믿고 싶게 한다. 제프리 러쉬의 능청스러운 표정을 보면 꼭 감동적인 가족드라마처럼 보일 지경. 옛날에 제작된 BBC 드라마의 포스터 같기도 하다. 다행히 <킹스 스피치>는 이것보다 훨씬 좋은 디자인의 메인 포스터를 공개하면서, 그리고 작품성을 인정 받으면서 이 포스터의 흑역사를 지울 수 있었다.


<디파티드>

<디파티드>

이 포스터의 문제점은 간단하다. 배우 얼굴도, 제목도 제대로 안 보인다. 얼굴을 보자니 글씨가 거슬리고, 글씨를 보자니 줄바꿈이 너무 많아 어지럽다. 디자이너도 그걸 알았는지, 제목과 배우 이름을 한 번 더 넣었다. 덫에 빠진 인물들의 상황을 형상화한 것 같은데, 디자이너 본인이 아이디어의 덫에 빠진 모양이다.


<슬럼독 밀리어네어>

<슬럼독 밀리어네어>

딱 봐도 제목이 뭔지 눈에 들어오지도 않고, 퀴즈쇼라는 컨셉도 도드라지지 않는다. 특히 네온 사인의 배경 때문에 이게 드라마 장르인지, SF 장르인지 헷갈릴 지경이다. 색감과 잔상효과가 과해서 어지럽다는 느낌이 들어 오래 보고 싶지 않은 분류다.


<늑대와 춤을>

<늑대와 춤을>

<늑대와 춤을>은 미군 장교가 인디언 일족과 감화되는 과정을 그린 감동적인 영화다. 하지만 보다시피 포스터에는 케빈 코스트너의 얼굴과 버팔로의 실루엣만 보여 도통 무슨 내용인지 추측하기 어렵다. 모르는 사람이 보면 사냥 영화인 줄 착각하겠다. 그래도 영화가 성공하면서 수많은 버전의 포스터가 새로 공개되긴 했다.


<체인질링>

<체인질링>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의 작품은 검은색과 흰색을 잘 활용해 깔끔하게 영화의 핵심을 전달한다. 하지만 <체인질링> 포스터는 너무 깔끔한 나머지 인물의 크기가 도드라졌고, 멀리서 보면 거인과 공포에 질린 어린 아이가 함께 있는 모양새다. 요정 설화를 뜻하는 <체인질링>이란 제목으로 이런 포스터라니, 잃어버린 아들을 찾으려는 싱글맘의 이야기인 줄 누가 알겠나.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 원본 포스터 / 재개봉 포스터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

엥? 이 감성적인 포스터가 별로라고? 음, 보는 이에 따라 이 포스터도 인물들이 ‘거인’처럼 보인다는 지적이 꽤 있다. 같은 포스터를 리터칭한 국내 재개봉 포스터와 비교해보면, 하단 도시를 사진으로 사용해서 그런 느낌을 주는 듯하다. 


<배트맨 - 돌아온 조커>

배트맨 애니메이션 시리즈 ‘배트맨 비욘드’의 OVA <배트맨 - 돌아온 조커>. 브루스 웨인이 은퇴한 후 2대 배트맨과 조커의 대결을 그린다. 배트맨이 서있는 구도는 기존 오리지널 배트맨의 특징을 잘 살렸지만, 팬들이 노발대발한 이유는 단 하나. “우리 조커는 초록색이 아냐!”였다. 조커의 머리색은 초록색이 맞지만, 피부색이 초록색 인 적은 없다. 슈렉도 아니고. 배트맨 애니메이션 중에서도 상당히 인기 많은 작품인데도, 포스터는 이 버전뿐이라 아쉽다는 반응이 많다.


씨네플레이 성찬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