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랜짓
감독 크리스티안 펫졸드
출연 프란츠 로고스키, 폴라 비어

정시우 영화 저널리스트
시간의 미로 속에서 무릎을 
★★★☆
사전 정보 없이 접한다면, 장면 장면 미로로 보일 구간이 많은 영화다. 나치, 망명, 진군 인물들이 2차 세계대전 한복판에 있다는 정황들을 흘리는데, 정작 배경은 21세기 현재다. 그러니까 일제강점기 시절의 조선을 이야기하면서 배경으로 지금의 서울을 활용하는 그림이랄까. 형식 자체도 희한하지만, 더 흥미로운 건 시간 허물기를 통해 현재의 유럽 난민 문제를 1940년대 유럽인들 민족 이동에 대입해 저격해 낸 감독의 시선이다. 작가 안나 제거스가 나치하에서 망명 생활을 시작하며 쓴 소설 통과비자(Transit Visa)’가 원작으로, 소설 안으로 들어간 감독의 역량에 따라 이야기가 얼마나 무한하게 확장될 수 있는가를 증명해 보이는 작품이기도 하다.

트랜짓

감독 크리스티안 펫졸드

출연 프란츠 로고스키, 폴라 비어

개봉 2020.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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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창
감독 심혜정
출연 김종구, 강애심, 전국향

김형석 영화 저널리스트
욕망의 가족 시네마
★★★☆
뇌출혈로 쓰러진 아내 길순, 그를 돌보는 남편 창식 그리고 가정부이자 간병인인 조선족 수옥. 어느 날 길순의 등에 욕창이 생기면서 그 가족은 애써 덮어놓았던 균열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수옥에게 은밀한 욕망을 품는 창식, 부모를 시설로 모시고 싶은 딸 지수, 유산 문제로 불만에 가득 차 있는 아들 문수 그리고 불법체류자로서 불안에 떠는 수옥. 그들이 지닌 욕망과 갈등의 충돌을, 길순은 병상에 누워 보고 듣는다. 배우들의 앙상블 연기가 매우 뛰어난 영화. 약간은 무거울 수도 있는 소재지만 유머를 잃지 않고 관객들에게 다가간다.


정유미 <더 스크린> 에디터
현실과 맞닿은 코리안 가족 시네마
★★★☆
고령화 시대의 그늘을 욕창에 빗댄 가족 드라마. 은퇴한 가장과 쓰러진 아내, 불법체류자 간병인의 위태로운 동거를 보여주는 영화는 가부장제 사회의 모순과 폐해, 여성에게 짐 지워진 돌봄 노동의 굴레를 지적한다. 가족 구성원이 곪아있던 속사정을 터트리는 가족회의 장면은 한국사회의 가족 문제를 직시하게 만들고, 엔딩은 표현 그대로 숨 막히는 여운이 남는다. 배우들의 탄력 있는 연기력에 이끌려가는 영화이자 앞으로 주목해야 할 심혜정 감독의 저력 넘치는 장편 데뷔작.

욕창

감독 심혜정

출연 김종구, 강애심, 전국향, 김도영

개봉 2020.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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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피 디 데이
감독 켄 마리노
출연 바네사 허진스, 핀 울프하드, 에바 롱고리아

정유미 <더 스크린> 에디터
개와 함께
★★★
반려견판 <러브 액츄얼리>라고 부를 만한 옴니버스 가족 영화. 등장인물들은 반려견을 통해 사랑에 빠지고, 우애를 확인하고, 우정을 나누고, 새로운 가족을 꾸린다. 충분히 예상 가능한 이야기임에도 에피소드들이 유기적으로 움직이고 가족, 로맨스, 코미디의 기본기를 깔끔하게 구사해 재미를 더했다. ‘스타 배우 바네사 허진스, 핀 울프하트, 니나 도브레브를 비롯해 조단역까지 개성 있는 배우들의 시너지가 긍정적인 에너지를 전달한다.

해피 디 데이

감독 켄 마리노

출연 핀 울프하드, 니나 도브레브, 바네사 허진스, 에바 롱고리아

개봉 2020.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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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나리오
감독 김동원
출연 신소율, 오태경

김형석 영화 저널리스트
스토커 로맨틱 코미디
★★☆
전 여친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 남자는, 여자의 집 앞에 텐트를 친다. 남자는 마치 스토커처럼 여자를 따라다니지만, 여자는 다시 만날 생각이 없다. 남녀 관계의 적나라한 면을 진솔하게 드러낸 영화로 배우들의 연기가 꽤 괜찮은 영화적 톤을 만들어낸다. 하지만 남녀 주인공의 관계가 영화적 설정으로는 흥미로울 수 있지만, 로맨스로 포장된 남자의 행동은 무례하며 범죄에 가깝다. 이 영화에서 뭔가 불편함을 느꼈다면 그런 요소 때문일 듯하다.

정유미 <더 스크린> 에디터
포기 혹은 용기
★★☆
배를 타고 어디론가 떠나려던 남자는 발길을 돌려 헤어진 연인의 집 앞으로 향한다. 영화는 재회한 연인의 옥신각신 소동을 발랄한 로맨스 장르로 풀어나가면서 직업이 영화감독인 남자의 고달픈 현실 극복기에 무게를 싣는다. 시나리오 대신 시를 쓰며 영화에 대한 애정을 놓지 않으려는 주인공은 감독의 자기반영적 캐릭터로 이해할 수 있다. 다만 옛 연인을 찾아가 벌이는 주인공의 돌발 행동을 대사로 납득시키려 하지만 일방적이어서 동의하기 힘들다.

시,나리오

감독 김동원

출연 신소율, 오태경

개봉 2020.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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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아담
감독 마이클 어펜달
출연 아론 폴, 레나 올린

김형석 영화 저널리스트
충실한 실화영화
★★☆
잘 나가던 금융 세일즈맨이 일순간의 사고로 전신마비를 겪게 된 한 남자의 실화를 옮긴 드라마. 육체적인 장애보다 더 고통스러웠던 정신적 고뇌에 초점을 맞춘다. 곤경에서 벗어나 새로운 삶을 살기까지의 역경을 담은 휴먼 드라마로, 아론 폴의 열연이 돋보인다. 소재가 된 실제 이야기를 가감 없이 충실하게 담아낸다. 특별한 그 무엇은 없지만, 소재가 된 실화의 힘이 영화를 지탱한다.


정시우 영화 저널리스트
실화가 전하는 힘에만 너무 기댄
★★☆
갑작스러운 사고로 육체의 자유를 잃고 인생의 나락에 떨어진 사람이, 긍정과 희망을 디딤돌 삼아 삶의 의지를 되찾는다는 이야기. 빤한가? ‘실화 바탕이라는 점에서 빤하다는 표현이 무례로 보일 수 있어 조심스럽긴 한데, 한 인간의 삶을 스크린에 구현하는 영화적 방식만 놓고 봤을 땐 개성도 놀라움도 없이 전형적이어서 어쩔 수 없이 빤하다로 귀결된다. 실제 주인공의 모습이 담긴 영상으로 영화를 마무리하는 방식까지 실화 바탕 영화의 공식에서 뭐 하나 이탈하는 게 없는 <아무튼, 아담>의 목적이 아담의 인생을 기리는 것이었다면, 기록으로서의 역할을 이행해 낸다.

아무튼, 아담

감독 마이클 어펜달

출연 아론 폴, 레나 올린

개봉 2020.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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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세의 사운드트랙
감독 힐러리 셰익스피어
출연 스칼렛 마샬, 제임스 콜로웨이

정유미 <더 스크린> 에디터
너와 나의 빛나는 흑역사
★★★
질풍노도의 시기를 통과하는 이들을 격려하는 하이틴 로맨스. 또래 관계와 학업을 고민하는 두 남녀 청소년의 속마음을 내레이션에 실어 청소년기에 겪는 갖가지 문제를 공유한다. 아웃사이더 취급을 받는 주인공들을 애정 어리게 바라보되 동정하지 않고, 그들의 분투를 그리되 극적인 기교를 동원하지 않는 시나리오와 연출이 청량한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캐스팅으로 승부하는 상업적인 십대 영화들과 다르게 너무 애쓰지 말라는 토닥임, ‘누구나 돌아보면 부끄러운 시절이라는 공감이 진실하게 다가온다.

16세의 사운드트랙

감독 힐러리 셰익스피어

출연 스칼렛 마샬, 제임스 콜로웨이

개봉 2020.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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