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VOL.2>(<가오갤 2>)에는 매력적인 캐릭터들이 참 많이 등장합니다. 한국계 배우 폼 클레멘티프가 연기해 우리나라에서 더 주목받는 맨티스도 있고, 앞으로의 활약이 기대되는 실베스터 스탤론의 스타호크도 있지요.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2>

이런 캐릭터들 사이를 괴상한 오리 한 마리가 훅 지나갑니다. 욘두가 부하들과 함께 휴식을 취하는 행성에서 이 오리는 '19금' 농담을 하며 등장하지요. 오리를 닮았다기보다 그냥 오리 자체인 이 '퇴폐 오리'는 다양한 캐릭터가 넘쳐나는 마블에서도 이질적으로 보입니다.

이 괴상한 오리는 마블의 캐릭터 중 하나인 하워드 덕입니다. 코믹스 <Adventure into Fear #19>(1973)에서 처음 등장했는데요. 얼핏 도날드 덕을 닮아 디즈니로부터 많은 항의를 받기도 했지만, 어린이들의 친구 디즈니 캐릭터와는 확연히 다릅니다. 
 
하워드 덕은 마치 소설가 레이먼드 챈들러의 등장인물들이 뱉을 만한, 실존주의적이고 시니컬한 대사를 뱉는 독설가입니다. 줄담배를 피우고 술도 굉장히 좋아하는아재’죠. 자기 스타일의 '쿵후'(Quack Fu) 달인이고요. 디펜더스, 맨싱, -헐크, 스파이더맨 등 다양한 캐릭터와 함께 활동하는 동안 은근 인기 있던 캐릭터이지요.

특이한 점은, 하워드 덕이 자신이 만화 속 캐릭터라는 것을 인지하고 있다는 겁니다. 허구를 고의로 드러내는 것을 메타픽션(Metafiction)이라고 하는데요. 그래서 종종 "이 만화의 주인공은 나야!" 같은 대사가 가능하고 때론 책 밖의 독자들에게 말을 걸기도 하지요. 데드풀도 마찬가지인데요. 최근엔 아예 이 두 캐릭터가 퓨전되어 하나가 되는 코믹스 <DEADPOOL THE DUCK>이 연재 중입니다폭주하는 라쿤을 잡으러 온 데드풀이 마침 근처에 있던 하워드와 우연한 사고로 퓨전해 ‘데드풀 덕’이 된다는 황당한 줄거리입니다.

<하워드 덕>

하워드 덕은 이미 실사 영화 <하워드 덕>으로 만들어졌습니다. 제작자가 자그마치 <스타워즈> 시리즈의 조지 루카스입니다. 작품은 코믹스의 설정 그대로 성인 취향으로 연출되었습니다. 안타깝게도 흥행에 참패해 지금도 조지 루카스의 흑역사로 기억되는 작품이기도 합니다.
 
지구와 평행우주에 오리들의 행성이 있는데 그곳에 살던 하워드 덕이 사고로 인해 지구로 날아오게 됩니다. 여기에서 하워드는 시니컬한 농담을 날리고 인간 여자와 농도 짙은 베드신을 보여주기도 하는 탓에 괴작으로 분류되곤 하지요.

기억을 더듬자면 하워드 덕은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에서도 잠깐이지만 콜렉터의 수집품 중 하나로 등장한 적이 있습니다쿠키 영상에서도 시니컬한 매력을 뽐냈고요. 제임스 건 감독의 특이 취향 정도로 여겨졌는데, 2편에도 등장했습니다. 제임스 건은 스태프들에게 하워드 덕을 주인공으로 한 영화를 만들고 싶다는 이야기를 자주 한다는군요.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시리즈는 다른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 작품들과는 달리, 제임스 건 감독이 세 편을 모두 연출하기로 되어 있는데요. 그렇다면 3편에서도 이 까칠한 오리를 만나볼 수 있다는 뜻이 되겠습니다.


씨네플레이 객원 에디터 오욕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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