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규한 <씨네플레이> 기자
한 줌의 위로도 세상을 살린다
★★★☆
삶을 휘감은 커다란 고통 때문에 절망의 끝자락에 선 이들이 있다. 외도한 남편과 이혼 소송 과정에서 억울한 추문에 휩쓸리고, 업무 중 사고로 징계 대상이 된 경찰 현수(김혜수), 아버지가 벌인 범죄의 증인으로 섬에 고립된 세진(노정의)은 삶의 벼랑 끝에 발 디딘 인물이다. 태풍이 불던 날 절벽에서 실종된 세진의 사건의 실체에 다가서며 여기에 얽힌 인물들 각자의 상처와 아픔을 살핀다. 소박한 한 줌의 위로가 세상을 살릴 수 있다는 긍정과 공감의 이야기다.
정시우 영화 저널리스트
‘나 자신을 벌하고 있는 나’라면
★★★
유서 한 장 남긴 채 절벽 끝에서 사라진 소녀. 그런 소녀의 사건 종결을 맡게 된 형사. 사건의 퍼즐 조각을 맞춰나가는 과정에서 중요하게 다뤄지는 것은 사건 그 자체가 아니라, 인물들의 감정선이다. 수사물을 기대한다면 구성의 쫀쫀함이나 숨겨둔 카드 효과가 만족스럽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한 번도 본 적 없는 소녀에게서 자신을 발견한 형사가 실종 사건의 끝에서 잃어버렸던 자신과 마주하게 되듯, 누군가는 이 영화를 통해 ‘나 자신을 벌하고 있는 나’와 만나게 될 듯하다. 영화는 김혜수의 얼굴을 클로즈업으로 여러 차례 담는다. 김혜수의 표정은 그런 카메라의 압박을 연신 이겨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