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더 우먼은 작년 <배트맨 대 슈퍼맨: 저스티스의 시작>에서 실질적인 주인공 역할을 톡톡히 해내며 단숨에 DC의 기대주로 떠올랐다. 그리고 1년2개월 만에 그의 솔로 영화 <원더 우먼>이 공개됐다. 갤 가돗이 원더 우먼의 정의롭고 아름다운 모습을 모범적으로 구현한 가운데 <스타 트렉>의 크리스 파인, <해리 포터>의 데이빗 듈리스, <하우스 오브 카드>의 로빈 라이트 등이 그녀를 제대로 서포트하고 있다. 샤를리즈 테론 주연의 <몬스터>를 연출한 패티 젠킨스는 '여성'에 대한 키워드에 대한 사려깊은 접근으로 'DC 여성 히어로 영화'로서의 시작점을 보기좋게 완성했다. 29일 오후 진행된 국내 언론 시사 반응을 전한다.


우직한 히어로, 원더 우먼

영화 속 원더 우먼은 평면적이다. DC 유니버스의 여느 캐릭터들이 개인의 딜레마와 '정의' 사이에서 갈등하는 것과 달리, 원더 우먼은 어떤 상황에서도 '인간'과 '평화'가 가장 중요하다고 믿고 그걸 고스란히 실행에 옮긴다. <원더 우먼>은 그 우직한 태도를 다분히 매력적으로 그려냈고, 관객 역시 그의 믿음에 기꺼이 동조하게끔 무리없이 이끌어준다. 순진함부터 강직함까지 두루 표현할 줄 아는 갤 가돗의 존재가 그걸 가능케 한다.

“약자를 위해 싸우려” 하고 타인의 희생을 요구하는 영국 장군에게 “창피한 줄 알라”고 말하는 존재. 원더 우먼은 맑고 강인하며 조금도 타락하지 않았다. 그는 선과 악의 경계에서 흔들리며 괴로워하는 여느 슈퍼 히어로와는 다르다. 끊임없이 인간을 믿으며 평화를 지키려는 순박한 모습은 뭉클하기까지 하다. 단단하고 늘씬한 몸뿐 아니라 선하고 밝은 기운을 지닌 갤 가돗은 그런 원더 우먼을 맞춤하게 담아냈다. ... 그 모습이 너무 믿음직해 긴장이 다소 떨어지기도 한다.
_<매거진 M> 김나현 기자
76년 만에 탄생한 여성 히어로는 예상대로 아름다웠다. ... 원작과 달리 제1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인간들의 살육전을 지켜보면서 순수하고 낙관적이었던 원더 우먼의 변화와 성장이 담긴다. 인류의 평화와 정의를 위해 자신의 신념을 지켜나간다. 원더 우먼은 그 무엇보다도 '사람'을 중요시여긴다. 더 많은 사람을 구해내고 정의로운 방향으로 향한다.
_<엑스포츠뉴스> 박소현 기자

'여성'과 '시대극'의 공존

DC의 여성 히어로 시리즈의 본격적인 시작을 <몬스터>의 패티 젠킨스 감독이 장식한다는 점에서, '여성'이라는 키워드에 대한 신중한 시선은 영화 공개 전부터 관객들의 주목을 끄는 지점이었다. 결과는 상당히 만족스럽다. 계몽적인 분위기를 구태여 거치지 않으면서, 여러 상황과 캐릭터와의 접점을 통해 여성 캐릭터의 매력을 유감없이 드러냈다. 남자가 여자의 안위를 걱정하며 위험을 무릅쓰지 말라고 할 때 "당신 허락 필요 없어요"라고 말하는 대답하는 상황을 목격하는 짜릿함이 있다. 그리스 신화와 세계 대전을 모티브로 한 서사는 그 자체로 재미를 보장함과 더불어 원더 우먼의 캐릭터를 설명하는 역할까지 능히 해낸다.

영화는 크게 두 세상으로 나뉜다. 다이애나(갤 가돗)가 성장한 이상적인 낙원인 ‘데미스키라’와 스티브 트레버(크리스 파인) 대위가 살고 있던 1918년 1차 세계대전 당시 런던이다. 그리스 로마 신화와 세계사가 조화롭게 섞이는 과정이 흥미로우며, 이는 곧 스토리를 이끌어나가는 원동력이 된다. ... 불특정 다수의 사람들이 희생된 최초의 전쟁을 배경으로 함으로 원더우먼이 겪는 혼란과 영화의 주제의식을 부각시킨다. 지금보다 더욱 여성 인권이 약했던 1900년대 초반의 사회에서 다이애나의 말과 행동 하나하나는 그야말로 유쾌, 상쾌, 통쾌함을 선사한다. 데미스키라에서 평생을 자란 다이애나가 굳이 문명으로 일컫는 당시 런던의 생활방식을 따르지 않는다는 점도, 되레 스티브가 다이애나화 되어가는 점이 특히 유쾌하다.
_<OSEN> 이소담 기자
슈퍼맨, 배트맨과는 달리 굳이 억지로 재해석하지 않고 정공법으로 치고 가는 영화죠. 넘어서야 할 이전 영화가 없으니까. ... 린다 카터 1시즌에서 제가 가장 좋았던 건 그 캉디드적인 나이브함과 20세기 서구 문화의 충돌인데 이 영화도 그런 게 있어요. 근데 이 영화의 원더우먼은 좀 돈키호테 같죠. 천진난만하고 정의롭고 귀엽고 약간 맛이 갔고 그렇습니다. 슈퍼히어로 영화와 제1차 세계대전 전쟁 영화를 섞어 놨고 그게 자연스럽게 어울립니다. 전체적으로 60년대에 나온 대작 전쟁 영화스러워요. 호흡이 느린데 지루하지는 않습니다.
_듀나 영화평론가
곳곳에 설치해둔 페미니즘적 각성과 환기의 장면 요소는 반전 평화 신뢰 구원 사랑으로 맹백히 드러나고, 폭력성을 내재화한 가부장적 악의 근원에 저돌적으로 맞선다. 헐크의 괴력, 토르의 박력, 슈퍼맨의 능력을 다 갖춘, 일종의 '안티남성슈퍼히어로' 무비. DC는 이 한 '여성' 캐릭로 남성 중심의 슈퍼 히어로 월드를 문화적으로, 인식적으로 박살내버렸다. 여성은 폭주하고 선도하며, 남성들은 주춤하고 추종한다.
_송지환 영화 칼럼니스트


액션까지 잘하는 원더 우먼

히어로 영화에서 액션이 빠질 수 없다. 어려서부터 '평화를 위한 전투 본능'이 다분했던 원더 우먼은 오랜 수련을 통해 아마존 종족 최고의 전사로 거듭난다. 그야말로 '신'의 핏줄인 그는 무적에 가까운 전투력으로 살육에 눈이 먼 세계대전 즈음의 인간을 가볍게 쓰러트린다. 한스 짐머와 정키XL이 함께 만든 "Is She With You?"가 흐르며 원더 우먼의 액션이 시작되면, 저절로 가슴이 쿵쾅댈 것이다. 기존 히어로물에서 보지 못했던 무기를 통한 액션이 볼 만한 한편, 슬로모션을 과하게 사용하는 등 너무 '만든 것 같은' 느낌을 준다는 점이 아쉽다.

극 후반부로 넘어가서는 화려하고, 강렬한 액션신들이 이어지면서 '원더우먼'의 보는 재미를 높였다. 또한 원더우먼의 전투력을 높이는 5대 무기(제우스가 아마존 종족에게 선사한 신성한 검인 갓 킬러, 진실을 말하게 하는 헤스티아의 올가미, 총알을 튕겨내는 건틀렛, 무적의 방패, 헤드밴드 등) 또한 극적 흥미를 더했다.
_<스타뉴스> 이경호 기자
창의적인 액션 시퀀스가 거의 없었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주기 힘들고, 클라이맥스에서 원더우먼의 능력이 폭발하며 펼쳐지는 액션 신이 컴퓨터 그래픽에 과도하게 의존한 측면이 커 관객의 고른 지지를 끌어내기에는 힘들어 보인다.
_<뉴시스> 손정빈 기자

원더 우먼, DC의 구원자

작년 <배트맨 대 슈퍼맨: 저스티스의 시작>과 <수어사이드 스쿼드>에 대한 실망은 고스란히 DC 히어로물에 대한 우려로 이어졌다. 하지만 <원더 우먼>은 지나치게 무거운 분위기, 캐릭터의 설득력 등 DC의 고질적인 단점을 확실히 보완했다. 캐릭터를 단단히 다져 솔로 무비의 올바른 출발점 역할을 할 뿐만 아니라 오는 11월 공개되는 <저스티스 리그> 시리즈에 대한 기대까지 다시 타오르게 한다. '배대슈'에 이어 DC 유니버스까지 살려낸 원더 우먼이다.

앞선 두 영화가 스토리의 설득력이 떨어졌던 데 반해 ‘원더우먼’은 영웅의 소명, 1차 세계대전과 그리스 신화를 자연스럽게 오가는 매끄러운 이음새, 전쟁의 신 아레스와의 대결, 그리고 트레버와의 애틋한 로맨스에 이르기까지 자연스러운 전개로 시선을 붙잡는다.

DC 특유의 어두운 분위기를 유지하면서도 인간 본성의 선함을 강조하는 긍정적인 테마로 악에 맞서는 인류의 희망을 담아낸 점이 돋보인다. DC의 약점으로 지적됐던 유머도 곳곳에 배치하며 부족한 부분을 보완했다.

‘배트맨 대 슈퍼맨: 저스티스의 시작’에서 배트맨, 원더우먼, 슈퍼맨과 둠스데이의 대결이 화려한 비주얼에도 불구하고 허망했던 이유는 빌런의 개연성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원더 우먼’의 아레스는 극 초반부 그리스 신화에서부터 등장하는데다 인간의 악한 본성을 유발시켜 재앙을 초래하는 빌런의 내적 동기까지 제시해 설득력을 높인다.
_<마이데일리> 곽명동 기자

씨네플레이 에디터 문동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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