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와 당신의 이야기
감독 조진모
출연 강하늘, 천우희

심규한 <씨네플레이기자
무해하고 무난한 청춘 멜로

첫사랑의 설렘, 기약 없는 기다림. 무섭게 타올라 이내 재가 되어버리는 뜨거운 사랑보다 가슴에 그리움을 담은 애틋하고 풋풋한 사랑에 관한 이야기이자 불안한 청춘의 긴 성장담이다. 추억과 감성에 기댄 소재들과 우연과 낭만에 의존한 단순한 이야기가 조금은 지루하게 느껴질 수 있다. 순수하며 무구한 청춘의 얼굴을 아름답게 담은 강하늘과 강렬한 이미지를 벗고 오랜만에 편안한 모습을 선보인 천우희의 연기는 부족한 서사를 메우는 단비 같다. 특별출연이 무색한 강소라의 주연급 활약도 눈여겨볼 만하다.

정유미 
<더 스크린> 에디터
감성은 넘치는데 시대 공감은 아리송
★★☆
2000년대를 소환하는 감성 멜로 드라마. 한데 이중 과거 설정을 갖다보니 영화의 배경인 2003년과 2011년보다 그 이전 시대의 감성에 맞춰져 있어 혼란을 일으킨다. 때문에 펜팔, 헌책, 가요와 영화 등 그 시절을 추억하게 만드는 장치들이 수단으로만 기능할 뿐 아날로그 감성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한다. 처음과 마지막에 주인공의 목소리를 빌어 영화의 주제와 의미를 강조하는 방식은 친절하다기보단 내용으로 설득하지 못한 자신감 부족 혹은 세련되지 못한 화법으로 여겨진다. , 희망, 사랑을 이야기하려 불러낸 낡고 오래된 것들을 영화의 배경 중 하나인 헌책방처럼 깊게 다루거나 남다른 접근법으로 대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든다.

정시우 영화 저널리스트
★★★
흠뻑 적시기보단 잔잔하게 퍼지는
추억을 소환하는 물품들이 등장하고, 관객 개인의 기억과 접속할 음악이 흐르고, 기억해 두고 싶은 대사도 있다. 그런데 이상도 하지, 영화적 감흥은 쉽게 데워지지 않는다. 리듬에 원인이 있어 보인다. 개별 에피소드들은 좋으나 이를 앞뒤로 실어 나르는 개연성 수혈이 다소 미진하고, 시간을 오가는 편집도 종종 튄다. 그러나 <비와 당신의 이야기>는 일상의 쉼표를 원하는 이들에게 인상 한 번 쓸 필요 없는 시간을 선물해 준다. ‘기다림을 강조한 메시지도 설득력 있고, 넘치지 않게 자리를 지키는 배우들도 좋다. 장국영 세대라면, 조금 더 풍성하게 음미하게 될 지점이 있을 것이다.

비와 당신의 이야기

감독 조진모

출연 강하늘, 천우희

개봉 2021.04.28.

상세보기

더 스파이
감독 
도미닉 쿡
출연 베네딕트 컴버배치

정시우 영화 저널리스트
★★★☆
세상을 바꾼 두 남자의 공작
원제는 운반책(The Courier). 주인공 그레빌 윈(베네딕트 컴버배치)은 제임스 본드 유형의 스파이가 아니다. 가장 보통의 존재이기에 국가에 임시 고용된 비즈니스맨일 뿐이다. 그런 그가 소련 내 스파이 올레크(메랍 니니트쩨)의 운반책이 된다면? 첩보물로서의 장르적 쾌감이 없는 건 아니지만 이 영화가 진짜 주목하는 건, 세상을 바꾼 두 남자의 관계다. 두 배우의 앙상블에 힘입어 영화는 강한 흡입력을 입는다. 전반부가 총성 없는 스파이물이라면 후반부는 휴먼 드라마인데, 그 사이를 능구렁이처럼 타 넘는 베네딕트 컴버배치의 존재감이 놀랍다.

더 스파이

감독 도미닉 쿡

출연 베네딕트 컴버배치

개봉 2021.04.28.

상세보기

극장판 바다 탐험대 옥토넛 : 불의 고리 대폭발
감독 
블레어 시몬스
출연 하성용, 정재헌, 엄상현

정유미 <더 스크린> 에디터
규모도 탐험선도 역대급
★★★☆
환태평양 지진대 불의 고리를 다루는 만큼 <바다 탐험대 옥토넛> 시리즈를 통틀어 역대급 볼거리를 선사한다. 매번 각개전투를 벌이는 옥토넛 대원들도 이번엔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의 히어로들처럼 역할과 임무가 커졌다. 해저 화산 폭발과 에피소드마다 새롭게 등장하는 해양 생물 공부도 유익하지만, 이번 시리즈에 나오는 탐험선 Z의 존재가 가장 눈길을 끈다. 옥토넛 탐험선 중에서 가장 규모가 크고, 무엇보다 어린아이들이 열광하는 변신 합체 형태여서 영화의 하이라이트 장면을 독차지한다. 상업성만 노리지 않고 유아 학습 애니메이션의 질적 성장을 느끼게 하는 작품이다.

극장판 바다 탐험대 옥토넛 : 불의 고리 대폭발

감독 블레어 시몬스

출연 하성용, 정재헌, 엄상현, 김율, 윤승희, 유동균, 김정은, 한경화

개봉 2021.04.28.

상세보기

베르나르다 알바
감독 
연태흠
출연 정영주, 황석정, 김국희

정유미 <더 스크린> 에디터
위선의 집에 사는 열 명의 여인들
★★★
페데리코 가르시아 로르카의 마지막 희곡 <베르나르다 알바의 집>을 원작으로 한 뮤지컬 실황을 담은 영화. 2018년 초연 당시 큰 인기를 얻었고, 올해 초 정동극장에서 3년 만에 무대에 오른 화제의 공연을 곧바로 스크린에서 만날 수 있어 반갑다. 두 번째 남편의 장례를 치른 주인공 베르나르다 알바가 딸들에게 절제를 강요하면서 벌어지는 비극을 정영주, 황석정, 김환희 등 열 명의 여성 배우가 열정적으로 이끈다. 관습과 권위, 본능과 자유의 대립, 갈등, 충돌을 미니멀하게 연출해 배우들의 연기 에너지가 더욱 폭발력을 내뿜는다. 격정적인 플라멩코 춤과 음악, 조명도 극의 긴장을 드높인다. 강렬하고 대담하고 전복적인 무대를 보는 즐거움을 안기는 공연 실황이다.

베르나르다 알바

감독 연태흠

출연 정영주, 황석정, 김국희, 오소연

개봉 2021.04.28.

상세보기

적호서생
감독 
하오린 송, 이력기
출연 이현, 천리농

김형석 영화 저널리스트
판타스틱 폭스 스토리
★★☆
여우신이 되기 위해 원혼 구슬이 필요한 여우 요괴와, 과거 시험을 보러 길에 오른 순수한 서생의 이야기. 판타지 CGI의 힘으로 관객을 이끈다(<신과 함께>를 만든 한국의 덱스터 스튜디오도 참여했다). 두 남자의 브로맨스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되지만, 꽤나 큰 스케일의 액션 어드벤처로 몇몇 신에선 독창적인 스펙터클을 만날 수 있다. 여배우 하니케지의 매력도 인상적. 그러나 이야기가 다소 엉키며 신파적 요소는 조금 과하다. 히사이시 조가 음악을 맡았다.

적호서생

감독 하오린 송, 이력기

출연 이현, 천리농

개봉 2021.04.29.

상세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