꽤 오래 기다렸다. 로고 티저만을 공개해 한동안 궁금증만 자극한 <베놈 2: 렛 데어 비 카니지>(이하 <베놈2>)가 5월 10일 드디어 1차 예고편을 공개했다. 그동안 소니와 마블의 라이선스 문제부터 제작진 교체 등 여러 루머를 낳았던 <베놈2>, 어떤 영화가 나올지 예고편과 함께 그간의 정보들을 모아모아 간단하게 살펴보자.

베놈 2: 렛 데어 비 카니지

감독 앤디 서키스

출연 톰 하디, 미셸 윌리엄스

개봉 2021.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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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놈

감독 루벤 플레셔

출연 톰 하디, 미셸 윌리엄스

개봉 2018.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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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은 3년 만, 영화는 반년 만.

2021년 9월 개봉을 앞둔 <베놈2>. 2018년 10월 3일 개봉한 <베놈> 이후 약 3년 만의 속편이다. 영화 속 시간을 그렇게 많이 흐르지 않았단다. 제작진이 공개한 바에 의하면 <베놈> 후 6개월을 배경으로 한다고. 사실 1편 쿠키 영상에서 카니지를 암시하면서 끝났으니 1편과 그렇게 큰 시간차를 둘 수 없었을 것이다.

톰 하디가 연기한 에디 브룩

영화 안과 달리 영화 밖은 시간이 흐른 만큼 제작진 변경도 적지 않았다. 먼저 영화의 토대인 시나리오를 쓰는 작가진이 1편에 비해 확 줄었다. 1편은 제프 핑크너, 스콧 로젠버그, 켈리 마르셀 세 사람의 공동 작업인 데 반해 2편은 켈리 마르셀이 시나리오를 전담했다. 재밌는 건 1편의 성공 덕분인지 톰 하디의 아이디어가 적극 반영돼 그 또한 스토리 작가로 이름을 올렸단 것. 

앤디 서키스 감독(앞)과 톰 하디

또 한 가지 큰 변화는 1편의 루벤 플레셔 감독이 하차하고 앤디 서키스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는 것. 우리에게 '골룸', '콩' 등 퍼포먼스 액터로 유명한 앤디 서키스는 <달링>, <모글리>에 이어 세 번째 장편 영화로 <베놈2>를 선택했다. 루벤 플레셔에 비하면 참신한 연출은 다소 떨어질지라도 VFX를 이용한 캐릭터 표현에 능한 감독이라 어떤 작품이 될지도 많은 기대를 부르는 부분.

미셸 윌리엄스가 연기한 앤 웨잉

스토리는 1편에서 베놈과 상생하게 된 에디 브룩이 마찬가지로 심비오트 카니지와 공생하는 연쇄살인마 클레터스 캐서디에 맞서는 내용이 될 전망. 톰 하디와 미셸 윌리엄스가 1편과 마찬가지로 에디 브룩, 앤 웨잉으로 복귀하고 우디 해럴슨이 1편 쿠키 영상에 이어 캐서디 역을 맡았다. 나오미 해리스와 스티븐 그레이엄도 이번 영화로 '베놈' 세계관에 탑승했다. 

우디 해럴슨이 연기한 캐서디의 1편 쿠키 장면(왼쪽), 2편 예고편 장면

MCU 떡밥이다 vs. 오히려 거리두기다

해외 팬덤은 신문에서 '(A)ENGERS'와 'NIGHTM(ARE)'를 발견했다.

<베놈>은 이른바 '소니 스파이더맨 유니버스'의 포문을 연 작품이다. <베놈>이 흥행에 성공하고, 스파이더맨 또한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에 성공적으로 안착하면서 소니와 마블이 서로의 세계관을 어떻게 받아들일지 팬들은 관심을 가졌다. 때문에 이번 예고편에서도 세계관을 공유한다는 이스터에그를 발견하기도. 팬덤에선 스쳐 지나가는 신문기사가 '어벤져스'와 (<닥터 스트레인지> 속편에 등장할) '나이트메어'의 대립을 서술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반면 정반대로 그 신문이야말로 마블과 소니가 세계관을 확실히 유리하고 있다는 증거란 분석도 있다. 왜냐하면 신문 '데일리 뷰글'의 로고가 MCU의 그것이 아닌 '샘 레이미 스파이더맨'의 것이기 때문. <베놈2>의 연출을 맡은 앤디 서키스 감독도 (스포 방지인지 몰라도) 스파이더맨 출연이 없다고 못 박았다. <모비우스> 예고편에서도 스파이더맨 떡밥을 뿌리긴 했지만, 아무래도 MCU의 그가 아닌 새로운 스파이더맨을 암시하는 것으로 보인다.

<베놈2> 예고편의 데일리 뷰글
MCU 영화 <스파이더맨: 파 프롬 홈>의 데일리 뷰글.

<베놈2>의 포커스는 '소니 픽처스 유니버스 오브 마블 캐릭터스'에

스티븐 그레이엄이 연기한 멀리건 형사(왼쪽), 원작 코믹스 장면

위의 사례만 봐도 소니 픽처스는 <베놈2>에서 MCU 대신 '소니 픽처스 유니버스 오브 마블 캐릭터스'(SPUMC) 세계관을 알차게 채우려는 심산이다. 예고편과 등장 캐릭터가 하나둘씩 공개될수록 <베놈2>의 SPUMC 큰 그림이 조금씩 밝혀지고 있기 때문. 먼저 스티븐 그레이엄이 맡은 캐릭터는 멀리건 형사로 공개됐다. 멀리건 형사는 원작에서 또 다른 심비오트 톡신의 1대 숙주. 톡신은 카니지의 일부로 태어나지만 베놈처럼 다크 히어로가 된다.

나오미 해리스가 연기한 슈릭(왼쪽), 원작 코믹스 디자인

이번 예고편에서 등장한 나오미 해리스는 슈릭이란 캐릭터로 밝혀졌다. 슈릭 또한 원작 코믹스에서 등장하는 캐릭터로 카니지의 연인이자 고음을 이용한 소닉 파워와 상대에게 불안감을 조성하는 능력을 가졌다. 불타는 저택을 등진 실루엣 한 쌍이 남녀라고 보면 캐시디와 슈릭이라고 추측할 만하다.

<베놈2> 레이븐크로프트는 다양한 이야기를 그린 장소로 단독 코믹스도 있다.

또한 예고편에 잠시 등장하는 '레이븐크로프트 정신병원'도 눈여겨볼 요소. 레이븐크로프트는 정신이상자나 과격 범죄자가 수감되는 곳으로, (DC 배트맨 세계관) 아캄 수용소의 스파이더맨 버전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원작에선 카니지나 슈릭은 물론이고, 저거넛, 로키, 닥터 오토퍼스, 일렉트로 등 다수의 빌런이 거쳐간 곳. 직원 중엔 문스톤, 미스티 나이트 같은 히어로도 있긴 하나 빌런들의 온상에 가깝다. 그런 곳을 <베놈2>에서 등장시킨 건 이번 영화와 <모비우스>가 성공한다면 SPUMC에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심어두는 셈이다.


씨네플레이 성찬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