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이 다 비칠 듯, 일렁이는 큰 눈과 시원하게 벌어지는 입매. 168cm의 큰 키와 기다란 팔다리. 털털하고 유쾌하게 웃는 모습. 대중이 엠마 스톤을 사랑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너무도 많다. 서글서글한 얼굴 때문인지, 그의 필모그래피를 살펴보면 유독 로맨틱 코미디, 하이틴 영화가 많아 보이지만 커다란 눈은 결코 사랑스러움만 담지 않는다. 은은한 광기와 표독스러움, 때로는 두려움과 공포를 담는 그릇이 된다. 그래서 준비한 엠마 스톤의 다양한 얼굴들. 오늘은 내 마음 속 최고의 엠마 스톤을 꼽아보려고 한다. 엠마 스톤의 대표작 중 가장 마음에 들었던 캐릭터에 당신의 소중한 한 표를 부탁한다. 만약 리스트에 없다면 댓글로라도 당신의 의견을 알려주시길!
※엠마 스톤 '네이버 영화'의 주연 작품들을 기준으로 작성되었습니다.
후보 1. <이지 A> 올리브
엠마 스톤표 하이틴의 정수를 보고 싶다면 고민하지 않고 바로 <이지 A>를 추천한다. <이지 A>의 주인공 올리브는 지나가는 학생 A에서 조지라는 남자와의 비밀스러운 관계가 있었다는 거짓말을 통해 순식간에 '쟤가 걔야?'의 '걔'를 맡게 된다. 순식간에 퍼진 루머는 삽시간에 학교에 퍼지게 됐지만, 올리브는 오히려 그 시선을 즐기기 시작한다. 남들이 나를 그렇게 본다면, 오히려 그렇게 해주겠다고 마음먹은 그는 란제리에 빨간색으로 A를 크게 수놓고 다닌다. <이지 A> 속 엠마 스톤은 자신의 매력을 정말 마음껏 발휘했다. 기상천외한 춤은 물론, 당당한 매력도 함께 펼쳐 보였다. 물론, 처음으로 원톱으로 극을 이끌어 가는 엠마 스톤의 연기력도 볼 수 있다.
후보 2. <헬프> 유지니아 스키터 펠런
<헬프>에서 엠마 스톤은 작은 신문사의 대필 기자로 일하던 스키터 역을 맡았는데, 그는 인종차별이 극심하던 시절, 흑인 가정부와 우정을 쌓은 걸로도 모자라 그들의 이야기를 책으로 펴내며 세상을 뒤집은 당찬 캐릭터였다. 영화는 인종차별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유쾌하면서도 가볍지 않게 풀어냈다는 점에서 평단은 물론, 대중에게도 좋은 평을 받았으며, 엠마 스톤은 이 역을 통해 하이틴 스타에 한정됐던 이미지를 넘어, 배우 이미지를 대중에게 각인시켰다.
후보 3.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시리즈 그웬 스테이시
<라라랜드> 이전까지 엠마 스톤의 이름을 대중에게 가장 널리 알린 작품은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시리즈였다. 스파이더맨 피터 파커의 첫사랑, 그웬 스테이시 역을 통해 전 세계에 '엠마 스톤'이라는 이름을 알리는 데 성공한 그는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똑 부러지고 능동적인 여성 주인공을 연기하며 <헬프>에서 만들었던 당찬 이미지를 더욱 공고히 했다.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오디션 제의를 <헬프> 출연 당시 받았다고 하니, 어쩌면 당연한 결과일지도. 이 캐릭터를 통해 엠마 스톤은 당대 최고의 아이콘으로 등극하며, 현재까지도 <스파이더맨> 시리즈 팬들이 꼽는 최고의 캐릭터로 회자되고 있다.
후보 4. <매직 인 더 문라이트> 소피
<매직 인 더 문라이트>를 통해 그는 우디 앨런 감독의 새로운 뮤즈로서 언급되었다. 그는 이 작품에서 보이지 않는 세계를 영접하며 영혼을 불러내는 심령술사 소피를 연기했다. 세계 최고의 마술사임에도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은 무엇도 믿지 않는 스탠리(콜린 퍼스)는 소피의 심령술을 가짜라고 확신하며 그를 끝까지 몰아세운다. 그러나 영화 속 의심 많은 남자 주인공들이 으레 그렇듯, 그는 순수하고 맑은 영혼을 지닌 소피에게 속수무책으로 빠져들고 만다. 우디 앨런 특유의 동화 같고 예술적인 표현을 통해 엠마 스톤은 또 한 번 자신의 연기 스펙트럼을 넓히는 데 성공했다.
후보 5. <버드맨> 샘 톰슨
<버드맨>을 통해 엠마 스톤은 처음으로 미국 아카데미에 이름을 올렸다. 그는 할리우드 톱스타 '였던' 배우 리건 톰슨(마이클 키튼)의 딸이자 매니저 샘 톰슨 역으로 2014년 아카데미 여우조연상 후보에 노미네이트 되었다. 사랑스럽고 당차고, 언제나 곧은 모습을 보여주던 엠마 스톤은 이 역으로 완전히 이미지 변신을 했다. 샘 톰슨은 마약 재활원에서 나온 지 얼마 되지 않아 늘 불안정하고 폭력적인 언행을 보였다. 특히나 아버지에게 독설을 퍼부으며 불안한 부녀 관계의 단면을 보여줬다. 언제나 순수해 보이던 큰 눈은 어쩐지 위험하게 흔들리는 동공을 완벽하게 담아냈다.
후보 6. <라라랜드> 미아
모두가 인정하는 엠마 스톤 최고 필모그래피의 최고 작품, <라라랜드>는 아름다운 영상미와 탄탄한 시나리오, 이를 완벽하게 표현하는 연기와 연출까지 모든 게 완벽했던 작품이다. 모두가 꿈을 꾸는 도시, <라라랜드> 안에서 엠마 스톤은 자신이 원하는 바를 명확하게 알고, 그 꿈을 향해 계속해서 나아가는 미아 역을 맡았다. 미아는 엠마 스톤 그 자체였다. 모두가 빛을 내뿜는 <라라랜드> 안에서, 엠마 스톤은 단연 돋보이는 존재였고, 결국에는 영화 속 미아처럼 '연기 스타일이 획일적이다' 라는 꼬리표를 떨쳐 냈다. 영화 후반부에 등장하는 독백곡 'Audition'은 현장에서 라이브로 소화할 만큼 뛰어난 노래 실력도 마음껏 선보인 작품. 엠마 스톤은 이 작품으로 골든글로브, 오스카, 베니스 영화제 등 여우주연이 받을 수 있는 트로피는 모조리 휩쓸었다. 2016년. 그야말로 엠마 스톤의 해였다.
후보 7. <더 페이버릿: 여왕의 여자> 아비게일 힐
불편함을 매혹적으로 다뤄온 요르고스 란티모스의 시대극, <더 페이버릿: 여왕의 여자>는 권력과 사랑을 위한 궁중 암투를 굉장히 흥미진진하게 다루고 있다. 18세기 영국의 앤 여왕 시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는 이 작품은 여왕의 친구이자 말벗, 사라에게 먼 친척이자 몰락한 귀족 가문 출신 에비게일이 찾아오면서 갈등이 시작된다. 여왕의 눈에 든 에비게일은 여왕과 사라의 관계를 눈치채고 그 관계 속에 자신을 끼워 넣어 삼각관계를 '만들어' 낸다. 독극물까지 사용하며 자신의 목적을 이루고자 하는 그의 목적을 향한 저돌적인 행보는 위태롭기 그지없다. 권력과 사랑을 갈구하는 애비게일의 욕망을 엠마 스톤은 완벽하게 표현해 내며, 전에 없던 연기를 선보였다. 이 영화에서 첫 노출 연기를 선보인 그는 직접 자신이 누드 촬영을 제안하며 극의 긴장감을 한번 더 높였고, 그 선택으로 결국엔 강렬한 노출신이 완성되었다.
후보 8. <크루엘라> 크루엘라
<101마리 달마시안>의 스핀오프 실사 영화 <크루엘라>는 빌런을 주인공으로 내세온 디즈니의 두 번째 영화다. 패션에 대한 열정과 재능, 모든 게 갖춰져 있지만 자본이 없어 욕망을 채울 수 없었던 에스텔라에서, 남작 부인과의 만남을 계기로 패션계 파격의 아이콘 '크루엘라'가 되는 과정을 그리고 있는 <크루엘라>는 기존 디즈니 영화와는 사뭇 결을 달리한다. 언제나 환상적인 동화 이야기를 펼쳐 보이던 디즈니는 광기 어린 성장 스토리를 보여주며, 새롭게 서사를 확장해 나갔다. 에스텔라에서 크루엘라가 되는 과정을 지독하게 보여주는 엠마 스톤의 모습에서는 비통한 <라라랜드>의 미아가 엿보인다. 한때는 꿈이라 불렸던 욕망을 좇는 그 모습은 <라라랜드> 미아의 흑화 버전을 보는 것 같기도 하다.
씨네플레이 객원 기자 김명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