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수어사이드 스쿼드> 촬영 현장 제임스 건 감독(오른쪽)

자살 특공대가 다시 돌아왔다. 2016년 개봉한 <수어사이드 스쿼드>에서 마고 로비를 제외한 배우들은 대부분 교체하고, 청불 요소는 듬뿍 얹은 채 말이다. <더 수어사이드 스쿼드>가 개봉도 전부터 화제였던 이유는 연출과 각본을 맡은 제임스 건이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시리즈의 메가폰을 잡아온 MCU 대표 감독이었기 때문이다. 제임스 건 감독만의 B급 병맛 유머를 기대하며 극장을 찾았다가 생각보다 높은 수위와 잔인함에 놀란 가슴을 쓸어내린 관객들도 있을 터. 하지만 그의 스타일을 익히 알고 있던 팬들이라면 지루할 틈 없는 빠른 전개와 섞이지 않을 것 같은 개성 강한 캐릭터들의 조화, 그리고 과감하고 거침없는 청불 액션에 엄지를 치켜세웠을지도 모른다. 한때 B급 컬트 영화들을 만들며 호러 하면 역시 제임스 건으로 불리던, 그 시절 제임스 건 감독의 손을 거친 영화들을 모아보았다. 작품 리스트를 보고 나면 <더 수어사이드 스쿼드>의 수위가 납득될지도.

더 수어사이드 스쿼드

감독 제임스 건

출연 마고 로비, 이드리스 엘바, 존 시나, 조엘 킨나만, 실베스터 스탤론, 비올라 데이비스

개봉 2021.0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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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뷔작 <트로미오와 줄리엣>, 역사의 시작

뉴욕 맨하탄의 오랜 원수지간인 큐 가문과 카플렛 가문. 어느 날 트로미오 큐(윌 키넌)는 캐플릿 가의 파티에 몰래 숨어 들어가 줄리엣 카플렛(제인 젠슨)을 만나고, 둘은 사랑에 빠진다. 하지만 줄리엣의 아버지는 딸을 돈 많고 어리버리한 남자와 결혼 시키려 하고, 줄리엣은 마을 신부를 찾아가 묘약을 먹고 끔찍한 외모로 변해 정략결혼의 위기를 겨우 모면한다.
 
트로마 영화사에서 제작한 이 작품은 제목만 봐도 대번에 알 수 있듯 셰익스피어의 <로미오와 줄리엣>과 같은 해 개봉한 바즈 루어만 감독의 동명 작품을  트로마화 시킨 패러디작이다. 트로마 영화사는 미국의 저예산 B급 컬트 영화로 유명한 제작사로, 트로마 영화사의 공동 설립자 로이드 카우프만과 제임스 건이 함께 작품의 연출과 각본을 맡았다.
 
B급 영화에 익숙하지 않은 일반 관객들이 보면 경악할 만한 요소들이 영화 곳곳에 포진해 있는데, 원작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캐릭터 설정과 함께 막장의 막장으로 치닫는 결말까지 말 그대로 러닝타임 내내 B급 정서의 향연이다. 제임스 건 감독의 데뷔작으로 공동 연출이기는 하나 그의 작품 세계를 충분히 엿볼 수 있는 작품.

트로미오와 줄리엣

감독 로이드 카우프만, 제임스 건

출연 제인 젠슨, 윌 키넌

개봉 미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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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의 저주> 각본 집필, 원작을 뛰어넘는 리메이크

어느 새벽, 안나(사라 폴리)는 옆집 소녀에게 남편이 물어 뜯겨 죽는 광경을 보게 된다. 놀랄 틈도 없이 죽었던 남편은 되살아나 안나를 공격하고 그녀는 집 밖으로 도망쳐 나온다. 하지만 거리에는 이미 좀비가 된 사람들과 그들로부터 도망치는 이들로 생지옥이 되어버린 상황. 안나는 살아남은 사람들과 함께 쇼핑몰로 피신하지만 좀비들이 몰려오자 또 다른 도피처를 찾기 위해 탈출을 시도한다.
 
<트로미오와 줄리엣>이 예상치 못한 히트를 치며 제임스 건 감독은 컬트 영화계의 샛별로 떠오른다. 이후 그는 시나리오 작가와 배우로 활동 영역을 넓히며, 2004년 영화 <새벽의 저주> 각본을 집필한다. 1978년 개봉한 조지 로메로 감독의 <시체들의 새벽>을 리메이크한 작품으로, 이때까지도 제임스 건은 감독보다는 각본가로 유명한 인물이었다.
 
당시 <새벽의 저주> 제작자들은 공포 영화 장르의 한 축을 세운 <시체들의 새벽>의 주요 요소들은 그대로 살리면서 오늘날 관객의 취향에 맞게 작품을 재창조하고자 했다. 그리고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작가 제임스 건을 영입했다. 결과는 성공적이었고 제임스 건은 이 작품으로 호러 팬들과 평단의 눈도장을 제대로 찍게 된다.

새벽의 저주

감독 잭 스나이더

출연 사라 폴리, 빙 라메스, 제이크 웨버, 타이 버렐, 메키 파이퍼

개봉 2004.0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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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연출작 <슬리더>, B급 공포와 유머의 혼종

평범한 남자 그랜트(마이클 루커)는 어느 날 술에 취해 숲속에 들어갔다가 알 수 없는 생명체와 마주한다. 호기심에 다가간 그랜트는 인간을 숙주 삼아 퍼져나가는 외계 생물체에 감염되는데, 시간이 흐르며 그의 얼굴은 흉측하게 부풀어 오르고 팔은 촉수처럼 늘어지며 점점 인간의 모습에서 멀어지게 된다. 급기야 그는 사람들을 감염시키기 시작하고, 감염된 사람들은 좀비로 변하게 된다.
 
첫 작품 <트로미오와 줄리엣>으로 주목받기 시작한 이후 제임스 건은 영화 <스쿠비 두><테러 파머> 등의 각본을 맡으며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새벽의 저주>를 성공적으로 리메이크하며 마침내 첫 단독 연출작 <슬리더>를 내놓게 된다. 그의 다른 작품들과 마찬가지로 <슬리더>의 각본 역시 직접 집필하며, B급 호러 작가로서의 타고난 센스와 재능을 십분 발휘했다.
 
제임스 건 감독이 만들어내는 세계의 특장점은 B급 요소가 점철되어 있는 와중에도 유머와 인간미가 빠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인간을 숙주로 삼는 외계 생물체, 그것에 감염되어 좀비가 된 사람들, 잔인하게 사냥 당하는 인간들과 동물들까지 무척이나 충격적이고 그로테스크한 설정임에도 그 안에서 유머와 풍자, 휴머니즘까지 어느 것 하나 놓치지 않는다. 비위가 강한 이들이라면 기꺼이 일람해볼 만한 작품.

슬리더

감독 제임스 건

출연 나단 필리온, 엘리자베스 뱅크스

개봉 2008.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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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 연출 및 각본, 제임스 건의 마이너 슈퍼 히어로

주인공은 역시 평범한 남자인 프랭크(레인 윌슨). 애석하게도 그가 사랑하는 아내 사라(리브 타일러)는 마약 중독자. 어느 날 그녀는 마약 딜러를 따라 떠나버린다. 아내를 잃은 슬픔에 프랭크는 스스로 슈퍼 히어로 크림슨 볼트로 변신하고, 비록 초능력은 없지만 그는 세상을 위해 악에 대항하겠노라 다짐한다.
 
MCUDC의 슈퍼 히어로들을 만나기 전 제임스 건은 자신만의 슈퍼히어로 영화를 만들었다. <슈퍼>는 여타 슈퍼히어로 영화들만큼이나 캐스팅이 대단한데, 주인공 크림슨 볼트를 연기한 레인 윌슨을 비롯해 엘리엇 페이지, 리브 타일러, 케빈 베이컨, 그리고 전작 <슬리더>부터 이후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까지 함께 하는 마이클 루커까지 배우들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어딘가 모자란 듯하고 다소 어눌한 슈퍼히어로 이야기'라는 측면에서 보면 <슈퍼>는 그다지 새로운 영화가 아니다. 하지만 지독하게 현실적으로 그려낸 영웅의 얼굴과 현대인의 일상에 일갈하듯 은근히 날카로운 풍자를 날리는 부분에서는 '역시 제임스 건' 소리가 절로 나오게 된다. 쓸데없이 잔인한 장면 묘사와 높은 수위는 덤, 여기에 블랙 코미디까지, 제임스 건의 색의 고스란히 담긴 작품이다.

슈퍼

감독 제임스 건

출연 레인 윌슨, 엘리엇 페이지, 리브 타일러, 케빈 베이컨, 마이클 루커

개봉 미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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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플레이 객원기자 BR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