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태일은 1950년 한국전쟁이 발발하면서 해방과 분단, 그리고 전쟁으로 이어지는 어지러운 시절을 유년기로 보냈다. 전쟁이 끝나고, 사람들은 일거리가 있을 거란 희망을 안고 서울로 몰려들었고 전태일 가족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들은 서울역 근처 염천교 밑에서 노숙을 했고, 어머니 이소선은 만리동 일대를 돌아다니며 동냥을 했다. 전태일 가족만 유독 지독하게 가난했던 건 아니었다. 그 당시에는 다들 동냥을 하고, 신문을 팔고, 구두를 닦고, 고물을 줍고, 심지어는 담배꽁초를 주워 파는 사람도 있었다. 굶어 죽지 않기 위해서라면 뭐든지 했던 시기였다. 전태일 역시 어린 동생 태삼과 함께 솔 등을 거리에서 팔며 생활전선에 뛰어들었다. 동냥을 하려던 때도 있었지만, 어머니 이소선은 결코 그가 동냥을 하게 두지 않았다. 이후 아버지가 봉제 일을 다시 하여 월세방을 마련했지만, 1960년, 결국 그들은 다시 대구로 내려가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