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폴>

할리우드의 대표 파괴신 롤랜드 에머리히 감독이 오랜만에 ‘지구 파괴’ 영화를 들고 왔다. 3월 16일 개봉할 <문폴>은 공전 궤도 이탈 후 지구로 추락하는 달과 달의 추락을 막기 위해 떠난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다. 달이 추락한다니, 참 롤랜드 에머리히스러운 설정이구나 싶다. 그동안 그가 어떤 식으로 지구 박살(!)을 보여줬는지 정리하면서 <문폴>을 기다려보자.

문폴

감독 롤랜드 에머리히

출연 할리 베리, 패트릭 윌슨, 존 브래들리, 마이클 페나, 도날드 서덜랜드

개봉 2022.0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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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펜던스 데이
= 외계인의 침공으로 랜드마크 파괴

<인디펜던스 데이>

전 세계에 롤랜드 에머리히 감독이란 파괴왕을 각인시킨 작품 <인디펜던스 데이>. ‘독립기념일’이란 제목만 보면 무슨 근현대사 영화일 거 같은데, 정작 영화는 SF 상상력을 가미한 재난 액션 영화에 가깝다. 어느 날 지구에 침공한 외계인들이 지구 곳곳을 파괴하고, 이를 막기 위해 미국이 나선다는 스토리. 펑펑 터지는 미국의 랜드마크들과 외계인까지 때려잡는 미 공군의 활약 덕에 속이 시원한 영화이긴 하나, 미국 대통령이 전투기로 외계인을 잡는 전개 때문에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의 팍스 아메리카나(Pax Americana)에 문제가 제기하는 풍토를 만든 영화기도 하다. 한편, 영화에서 가장 유명한 외계인의 침공 장면들은 지금 봐도 폭발할 때의 타격감이 굉장한데, 사이즈를 줄인 미니어처로 작업했기 때문. 미니어처에 폭발 효과를 넣고 블루스크린에 합성하는 방식을 사용했다. 당시 CG 기술로는 폭발이나 세심한 디테일을 구현하기 어려웠기에 탁월한 선택이었다. 그래서 지금도 2016년 나온 속편 <인디펜던스 데이: 리서전스>보다 1편의 감각을 선호하는 팬들이 많다.

미니어처로 현실감을 제대로 살렸다.
인디펜던스 데이

감독 롤랜드 에머리히

출연 윌 스미스, 빌 풀만, 제프 골드브럼, 매리 맥도넬, 주드 허쉬, 마가렛 콜린, 랜디 퀘이드, 로버트 로지아, 제임스 레브혼, 하비 피어스타인

개봉 1996.0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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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질라
= 괴수 고질라가 뉴욕시를 박살

<고질라>

2000년대 초반, 고질라라는 괴수의 이름을 모르거나 영화 <고질라>는 안 봤어도 커다란 공룡의 발이 차를 밟는 장면을 모를 수가 없었다. 워낙 임팩트 있는 장면이라 여러 방송이나 작품에서 패러디가 많았기 때문. 일본의 유명 괴수 고지라를 할리우드에서 최초로 리메이크한 <고질라>는 롤랜드 에머리히에게 찰떡인 영화 같았다. 도시가 파괴되는 장면이 나오는 스케일이 큰 영화니까. 하지만 <고질라>는 고지라 같지 않은 고지라라며 원작 팬들에게 까이고, 전작에 비해 너무 난잡해진 전개와 마구잡이로 만든 캐릭터라며 일반 대중한테도 까였다. 이 영화는 고질라를 표현하기 위해 CG와 애니매트로닉을 병행 사용했다. 클로즈업처럼 괴수의 질감이 중요한 장면은 애니매트로닉을, 반대로 거대한 사이즈가 돋보이는 장면에선 CG를 사용하는 식. 실제 움직임이 가능한 애니매트로닉 사용과 뉴욕시의 미니어처, 그리고 CG의 활용이 아우러져 볼거리는 충분했다.

CG와 애니매트로닉을 적절하게 배합했다.
고질라

감독 롤랜드 에머리히

출연 매튜 브로데릭, 장 르노, 마리아 피틸로, 행크 아자리아, 케빈 던, 마이클 러너, 해리 쉬어러

개봉 1998.0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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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모로우
= 지구 전역, 이상 기후로 갑작스러운 빙하기 도래

<투모로우>

롤랜드 에머리히식 재난 영화의 막을 연 <투모로우>. 당시 전 지구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던 온실가스와 지구 온난화 문제를 빙하기의 도래로 연결 지어 그럴싸한 재난으로 승화시켰다. 우박이 떨어지는 장면이나 도심을 뒤덮는 해일 장면은 근 20년이 지난 지금도 많은 관객들에게 회자되는 편. 특히 여름 시즌에 당길 수밖에 없는 빙하기라는 소재가 정확히 맞아떨어져 흥행에 성공했다. 2000년대 전후로 비약적으로 발전한 CG VFX 덕을 톡톡히 본 영화 중 하나로, 이전과 달리 대부분의 재난 장면이 미니어처 등 아날로그 VFX의 힘을 빌리지 않은 CG로 재현됐다. 그렇다고 아날로그 VFX가 아예 없던 건 아니다. 우박 장면은 실제 테스트 촬영까지 거치면서 세트와 소품을 이용해 촬영했고, 탐사대 장면 또한 가짜 눈을 무지막지하게 날려서 완성했다.

이 장면은 전체 CG이다.
투모로우

감독 롤랜드 에머리히

출연 데니스 퀘이드, 제이크 질렌할, 이안 홈, 에미 로섬, 셀라 워드, 대쉬 미혹, 케네스 웰쉬

개봉 2004.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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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 태양 플레어로 전 지구적 재해

<2012>

롤랜드 에머리히식 재난 영화 종합 선물 세트이자 ‘규모 빼면 별 거 없는’ 감독임을 다시 확인시켜준 영화. <투모로우>에서 적잖게 호평을 받았던 그는 <10,000 BC>에서 실패하고 <2012>를 꺼내 들었는데, 재난 영화 장인이란 별명을 재확인시켰다. 물론 전체적인 스토리텔링은 제자리걸음인 것까지 증명해버렸지만. <2012>는 사람들 사이에서 한창 유행하던 2012년 지구멸망설을 기반으로 전 세계 자연재해를 묘사한다. 재난 영화 대부분이 일정한 소재로 요약할 수 있었다면 이 영화는 그야말로 지구 멸망을 영상화했기에 재난 영화라는 단어 말고는 요약이 불가능하다. 그래도 거금 2억 달러를 들여 극장에서 봐야 할 스케일을 구현했기에 월드 와이드 7억 9000만 달러 흥행에 성공했다. 블루스크린 촬영이 많아서 시간이 지난 지금은 외려 전작들보다 어색한 구석이 있다. 그래도 대규모 재난 영화의 정점을 찍은 영화란 점은 이견이 없다. 미국뿐만 아니라 로마, 에베레스트, 리우데자네이루, 워싱턴 등 별별 곳이 다 파괴되니 웬만한 재난 영화는 한수 접고 들어갈 수준이니.

<2012> VFX 작업
2012

감독 롤랜드 에머리히

출연 존 쿠삭, 아만다 피트, 치웨텔 에지오포, 탠디 뉴튼, 올리버 플랫

개봉 2009.11.12. / 2013.06.13. 재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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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펜던스 데이: 리써전스
= 외계인들의 재침공으로 각국 도시 파괴

<인디펜던스 데이: 리써전스>

<2012> 이후 여러 장르를 배회하던 롤랜드 에머리히가 다시 재난 영화에 돌아온 이유는 <인디펜던스 데이> 속편 때문이다. 1편 이후 20년 만에(영화에서도 20년 후를 그렸다) 나온 속편 <인디펜던스 데이: 리써전스>는 발표와 동시에 기대와 우려를 한 몸에 받았다. 재난 영화 한정 믿고 보는 감독이 속편에 복귀한 건 희소식이었으나 당시의 파괴 쾌감이 다소 희석되고 ‘미국 국뽕 영화’로 기억되는 <인디펜던스 데이>의 속편이 과연 의미가 있냐는 반응이 적지 않았다. 롤랜드 에머리히를 포함해 제프 골드블룸, 빌 풀만 등 전편의 주역들이 함께 했으나 결과적으로 1편의 열기를 이어가기엔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전체적인 흐름이 난잡하고 전작처럼 비장하지 못하다는 것이 패착이 됐다. 물론 그럼에도 그의 이름에 걸맞은 스케일 큰 재난 장면은 여전하다. 두바이를 뒤집어엎는 장면이나 수많은 외계인들과 전투를 벌이는 장면은 롤랜드 에머리히의 장점과 단점을 모두 보여준다.

시대의 흐름을 대변하듯, CG 비중이 대폭 상승했다.
인디펜던스 데이: 리써전스

감독 롤랜드 에머리히

출연 리암 헴스워스, 제프 골드브럼, 비비카 A. 폭스, 샤를로뜨 갱스부르, 조이 킹, 마이카 먼로, 윌리암 피츠너, 빌 풀만, 제시 어셔

개봉 2016.0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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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폴
= 궤도에서 이탈한 달의 추락

<문폴>

최신작 <문폴>은 어떤 영화일까. 제목에서처럼 달이 궤도를 이탈해 추락하는 것을 그린 재난 영화다. 어떻게 보면 재난 영화지만 달을 막으러 탐사대가 떠난다는 내용은 <아마겟돈>이나 <딥 임팩트> 같은 영화들을 연상시킨다. 롤랜드 에머리히는 달 음모론에 영감을 받아 이 영화를 만들었다고 밝혔다. 아마도 달이 추락하는 지구 외에 달에 관한 판타지적인 장면도 나오는데, 이 장면들 또한 상당한 스케일일 듯하다. <그래비티>, <마션>, <미드나이트 스카이> 등등 우주 영화의 CG가 환상적이었던 듯 <문폴>도 우주 장면의 CG가 수준급이다. 절반은 재난 영화, 절반은 SF 판타지를 훌륭한 VFX로 채웠다. “롤랜드 에머리히 답다”는 평가가 주를 이루기 때문에 그간 그의 영화에서 호불호를 짐작해보면 좋을 듯하다. 


씨네플레이 성찬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