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오스카 여우주연상과 남우주연상의 주인공은 모두 실존인물을 연기한 배우들이다. 제시카 차스테인은 70년대에 크리스찬을 위한 테마파크를 세운 복음전도자 타미 페이 바커를, 윌 스미스는 세계적인 테니스 선수 세레나 윌리엄스와 비너스 윌리엄스 자매를 키운 아버지 리차드 윌리엄스 역을 맡았다. 오스카가 실존인물을 연기한 배우에게 후한 건 꽤나 오랜 전통을 자랑한다. 그 사례가 아주 많기에 지난 10년으로 한정해, 이와 같은 케이스로 오스카 주연상을 수상한 배우들을 소개한다.  

타미 페이 / 제시카 차스테인
리차드 윌리엄스 / 윌 스미스
타미 페이의 눈

감독 마이클 쇼월터

출연 제시카 차스테인, 앤드류 가필드

개봉 미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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킹 리차드

감독 레이날도 마르쿠스 그린

출연 윌 스미스, 언자누 엘리스, 사니야 시드니, 데미 싱글턴

개봉 2022.0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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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다니엘 데이 루이스
에이브러햄 링컨
<링컨>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은 미국 전 대통령 에이브러햄 링컨의 삶을 그린 작품을 일생의 프로젝트로서 준비했다. 처음부터 캐스팅 0순위였던 다니엘 데이 루이스는 수년 간의 설득 끝에 캐스팅을 수락하고 여느 작품처럼 지독한 준비 과정을 거쳤다. 영국 배우인 그가 미국 일리노이, 인디애나, 켄터키 억양이 섞인 링컨의 목소리를 구사하는 데에 집중하기 위해 현장의 영국 배우들 역시 영국 악센트로 말하는 걸 금지됐고, 스필버그를 비롯한 모든 스탭은 데이 루이스를 "Mr. President"라 불렀다. 그 결과 링컨의 외모와 말투는 물론 노예제를 없애겠다는 정치인의 굳은 심지와 가정 내에서의 나약한 면모까지 아우르는 데이 루이스의 명연이 완성됐다. <나의 왼발>(1989), <데어 윌 비 블러드>(2007)에 이어 다시 한번 오스카 트로피를 받은 데이 루이스는 오스카 남우주연상을 세 번 수상한 유일한 남성 배우가 됐다.

링컨

감독 스티븐 스필버그

출연 다니엘 데이 루이스, 조셉 고든 레빗, 토미 리 존스, 샐리 필드

개봉 2013.0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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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매튜 맥커너히
론 우드루프
<달라스 바이어스 클럽>

로데오를 즐기는 전기기술자 론 우드루프(매튜 맥커너히)는 돌연 에이즈와 30일의 시한부를 진단 받고, 미국에서 금지된 약물을 해외에서 밀반입해 자기와 같은 병을 앓는 이들에게 판매한다. 느끼한 로맨틱코미디 배우 이미지를 벗고 2011년 즈음부터 점점 물오르는 연기를 보여주던 매튜 맥커너히는 25일 만에 촬영을 마친 <달라스 바이어스 클럽>을 위해 매커너히는 몸무게 21kg을 감량해 우드루프의 깡마른 육체를 구현하며 커리어 최고의 연기를 선보였다는 극찬을 받았다. 생애 처음 오스카 남우주연상 후보에 오른 그는 바로 수상에 성공했고, (영화를 위해 만들어진 캐릭터) 트랜스여성 레이언을 연기한 자레드 레토 또한 남우조연상을 받으면서, 한 작품이 남우주연-남우조연 부문에서 모두 수상하는 다섯 번째 사례가 되기도 했다.  

달라스 바이어스 클럽

감독 장 마크 발레

출연 매튜 맥커너히, 제니퍼 가너, 자레드 레토

개봉 2014.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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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에디 레드메인
스티븐 호킹
<사랑에 대한 모든 것>

<사랑에 대한 모든 것>은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과 그의 연인 제인 와일드의 사랑을 그린 작품이다. 30년간의 결혼 생활 끝에 헤어졌지만 이후에도 호킹을 도왔던 제인 와일드가 2007년 출간한 에세이를 원작으로 삼았다. 촬영 전 단 한번 호킹을 만났지만 여덟 마디밖에 대화를 나누지 못했던 에디 레드메인은 운동신경질환(MND) 환자 마흔 명을 만나고, 4개월 동안 안무가와 함께 몸을 컨트롤 하는 훈련 거치고, 호킹의 근육이 감소했던 순서를 정리한 차트를 만드는 등 캐릭터 준비에 임했다. 영화를 본 호킹은 제임스 마쉬 감독에게 레드메인이 자신의 특징들을 정확히 짚어냈다고 칭찬했다. <레 미제라블>(2012)로 전세계에 얼굴을 알린 에디 레드메인은 그로부터 2년 후, 33세 나이에 오스카 남우주연상을 차지했다. 

사랑에 대한 모든 것

감독 제임스 마쉬

출연 펠리시티 존스, 에디 레드메인, 에밀리 왓슨, 데이빗 듈리스, 해리 로이드, 찰리 콕스

개봉 2014.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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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휴 글래스
<레버넌트: 죽음에서 돌아온 자>

2016년 오스카에서 가장 큰 이목을 모은 이슈는 단연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남우주연상을 수상할 것인가"였다. 그도 그럴 것이, 배역을 위해 온갖 망가짐도 불사하는 디카프리오였지만 <레버넌트: 죽음에서 돌아온 자>에서 선보인 퍼포먼스는 보는 사람들마저 진을 빼는 차력에 가까운 열연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실제로 그 일이 벌어졌다. <에비에이터>, <블러드 다이아몬드>, <울프 오브 월 스트리트> 등으로 고배를 마셨던 디카프리오는 <대니쉬 걸>의 에디 레드메인, <스티브 잡스>의 마이클 패스벤더, <마션>의 맷 데이먼 등을 제치고 드디어 오스카 트로피를 거머쥐었다. 이 기획에서 소개하는 인물들과 달리, <레버넌트: 죽음에서 돌아온 자> 주인공인 탐험가 휴 글래스의 존재와 (차라리 전설 같은) 이야기는 구전된 것이라 온전히 사실로 보긴 어렵다.

레버넌트: 죽음에서 돌아온 자

감독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

출연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톰 하디, 윌 폴터, 도널 글리슨

개봉 2016.0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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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게리 올드먼
윈스턴 처칠
<다키스트 아워>

2013년부터 4년 연속 실존인물을 연기한 배우에게 남우주연상을 바쳤던 아카데미는 한해 걸러 2018년 다시 <다키스트 아워>에서 영국 총리 윈스턴 처칠을 연기한 게리 올드먼에게 시상하면서 오랜 취향을 공고히 했다. 지독한 캐릭터 준비로는 누구 못지 않은 올드먼은 촬영 1년 전부터 처칠에 대해 연구했지만, 살집 있는 외모는 직접 살을 찌우지 않고 분장으로 소화해 촬영 당시 자신보다 6살 많았던 1940년의 처칠을 구현해냈다. 한편 촬영장에서 3만 파운드 상당의 시가를 피워 니코틴 중독에 걸려 크리스마스 시즌에 대장내시경 검사를 받기도 했다. 다양한 활약상에도 불구하고 오랜 시간 오스카의 선택을 받지 못했던 올드먼은 2012년 <팅커 테일러 솔져 스파이>로 처음 남우주연상 후보에 올라, 6년 뒤 <다키스트 아워>로 수상에 성공했다.

다키스트 아워

감독 조 라이트

출연 릴리 제임스, 게리 올드만, 벤 멘델슨, 크리스틴 스콧 토마스, 스티븐 딜레인

개봉 2018.0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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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올리비아 콜먼
앤 여왕
<더 페이버릿: 여왕의 여자>

2012년 <철의 여인>에서 영국 총리 마거렛 대처를 연기한 메릴 스트립 이후 오랫동안 여우주연상은 픽션 캐릭터로 분한 배우들의 차지였다. 요르고스 란티모스 감독이 연출한 블랙 코미디 <더 페이버릿: 여왕의 여자> 속 18세기 영국의 앤 여왕 역의 배우 올리비아 콜먼은 전해 베니스 영화제에 이어, 오스카까지 여우주연상까지 수상했다. <더 페이버릿: 여왕의 여자>의 또 다른 주축인 엠마 스톤 역시 2년 전 <라라랜드>로 베니스와 오스카를 섭렵한 바 있다. 수많은 시상식에서 올리비아 콜먼은 주연, 엠마 스톤과 레이첼 와이즈는 조연으로 노미네이트 됐다. 사실 출연 분량으로 보면 콜먼이 50분 엠마 스톤이 57분임에도 불구하고 콜먼이 주연으로 회자된 건 그만큼 그가 안긴 인상이 압도적이었다는 걸 증명한다. 히스테리로 뒤엉킨 퀸 여왕의 심리를 특정한 말로 정의할 수 없을 만큼 드넓은 스펙트럼을 통해 보여준 콜먼의 연기는 실로 놀라웠다. 

더 페이버릿: 여왕의 여자

감독 요르고스 란티모스

출연 레이첼 와이즈, 엠마 스톤, 올리비아 콜맨

개봉 2019.0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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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라미 말렉
프레디 머큐리
<보헤미안 랩소디>

2019년은 남우주연상 역시 실존인물의 연기한 배우에게 돌아갔다. 영국(이 기획에서 영국인이 몇 번이나 언급되는 건지!) 밴드 퀸의 보컬 프레디 머큐리의 삶을 조명한 <보헤미안 랩소디>의 주연 라미 말렉이다. 올리비아 콜먼과 마찬가지로 라미 말렉 역시 인지도가 그리 높지 않았지만 각각 <더 페이보릿>과 <보헤미안 랩소디>를 통해 단숨에 인기 배우 반열에 오른 케이스. 프로듀서 진은 TV 시리즈 <미스터 로봇>에서 말렉의 턱선이 프레디 머큐리를 떠올릴 수 있겠다고 판단해 그를 머큐리 역에 캐스팅 했다. 그럼에도 말렉은 영화 속 모든 신에서 가발과 특수치아를 착용하고, 동작 디렉터에게 머큐리의 동작 하나하나를 지도 받고, 캐나다 가수 마크 마텔과 머큐리의 보컬을 빌려 영화 속 노래를 소화했다.  

보헤미안 랩소디

감독 브라이언 싱어

출연 라미 말렉, 조셉 마젤로, 루시 보인턴, 벤 하디, 귈림 리

개봉 2018.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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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르네 젤위거
주디 갈란드
<주디>

<콜드 마운틴>으로 2004년 오스카 여우조연상을 받은 르네 젤위거는 그로부터 16년 후, 불세출의 엔터테이너 주디 갈런드의 삶을 영화로 옮긴 <주디>로 여우주연상을 받았다. <콜드 마운틴>에 이어 <주디> 역시 오스카는 물론 골든 글로브, 영국 아카데미, 배우 조합상, 크리틱스 초이스 영화상을 모두 휩쓸었는데, 한 배우가 한 역할로 이 시상식을 장악한 건 <데어 윌 비 블러드>와 <링컨>의 다니엘 데이 루이스 다음으로 젤위거가 두 번째였다. 그는 이미 뮤지컬 영화 <시카고>를 통해 이미 춤 노래 실력을 뽐낸 바 있지만, 루퍼트 굴드 감독으로부터 영화 속 모든 노래를 직접 소화해달라고 요청 받아 1년 가량의 보컬 트레이닝이 거쳐야 만했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브리짓 존스의 높은 목소리를 떠올려보면, <주디> 속 주디 갈런드의 노래를 부르는 젤위거의 목소리에서 그 과정이 얼마나 만만치않은 과정이었는지 가늠해볼 수 있다.   

주디

감독 루퍼트 굴드

출연 르네 젤위거

개봉 2020.0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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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플레이 문동명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