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빙 오리지널 시리즈 <돼지의 왕>이 얼마 전 종영했다. 연상호 감독의 동명 애니메이션을 원작으로 하는 작품으로, 연쇄살인 사건 현장에 남겨진 중학교 시절 친구의 메시지를 받고 20년 전 학교 폭력의 기억을 되새기게 된 인물들의 이야기를 다루는 작품이다. 극의 주인공을 맡았던 김동욱, 김성규, 채정안을 비롯해 출연진들은 또 한번 인생 캐릭터를 경신했고 작품은 호평과 함께 막을 내렸다. 눈에 띄었던 것은 비단 성인 배우들의 연기뿐만이 아니다. 중학생 시절을 연기한 아역배우들의 호연이 극을 탄탄하게 뒷받침해준 덕분에 시청자들은 극에 더욱 더 몰입할 수 있었다. 머지 않은 미래에 안방극장과 충무로를 이끌어나갈 아역 배우들의 활약이 기대되는 가운데, 그간 어떤 작품들에서 이들의 얼굴을 먼저 볼 수 있었는지 살펴보았다. 


이찬유
대표작 영화 <서부전선> <물괴> <자전차왕 엄복동> <엑시트> <사자> <국제수사> 등

<돼지의 왕>
<사자>

이찬유는 극중 김동욱이 연기한 황경민의 어린 시절을 연기했다. 경민은 집에서는 아버지로부터 가정폭력에, 밖에서는 일진 무리들로부터 학교 폭력에 시달린 인물로, 그의 마음을 알아주는 것은 하나뿐인 친구 종석 밖에 없다. 이찬유는 어릴 때부터 줄곧 괴롭힘을 당해 그늘이 드리워진 피해자의 얼굴을 보여줌과 동시에 친구들과 있을 때는 천진난만한 얼굴도 단박에 보여줄 수 있는 힘을 가진 배우다. 어리지만 잠재력 가득한 이 배우는 그간 영화 <서부전선>에서 초가마을 아이3, <물괴>에서 강제징집아이2, <자전차왕 엄복동>에서 호외 소년, <엑시트>에서 지호 친구2 등을 맡아 단역으로 출연하며 스크린에서 차근차근 경험을 쌓아왔다. 이 경력을 바탕으로 영화 <사자>에서는 박서준의 어린 시절을, <국제수사>에서는 김대명의 아역을 연기하며 조금씩 이찬유의 얼굴과 이름을 알리는 중이다. 


심현서
대표작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 영화 <유월>

<돼지의 왕>
<유월>

학창시절 따돌림을 당하던 경민의 유일한 친구 종석은 아역배우 심현서가 연기했다. 종석과 경민은 어릴 때부터 친하게 지내던 사이였는데 중학교 2학년 때 같은 반이 된 후, 괴롭힘을 당하던 경민을 도와주다 종석 자신도 일진들의 표적이 된다. 극 초반 종석은 대개 유하고 다정한 모습만을 보여주다가, 경민과 함께 학교 폭력의 피해자가 되며 극심한 심리변화를 겪게 된다. 심현서는 회가 거듭될수록 종석의 감정선이 등락하는 것을 정확하게 표현해내며 풍부한 감정연기를 보여준다. 연기력만 놓고 보면 영화나 드라마 경력이 꽤 많을 것 같은데, 의외로 그는 무대를 통해 데뷔한 뮤지컬 배우다. 어릴 때부터 발레를 배우며 각종 발레 대회를 휩쓴 그는 일찍이 눈에 띄는 실력으로 주목을 받았고, 2017년 그의 실제 이야기와 꽤 닮은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로 데뷔한다. 이듬해 영화 <유월>에 출연하며 스크린 경험도 쌓으며 앞으로 무대와 스크린을 모두 활보하고 다닐 아역배우 심현서의 창창한 미래가 벌써부터 기대된다. 


최현진
대표작 영화 <자산어보>, 드라마 <마인>

<돼지의 왕>
(왼쪽부터) <마인>, <액션동자>

철이는 사실상 극의 중심에서 모든 사건들의 키를 쥐고 있는 주인공이다. 일진 무리들이 활개를 치던 학교에서 학교 폭력의 피해자였던 경민과 종석을 대신해 가해자들과 싸우며 철이는 단숨에 ‘돼지의 왕’이 된다. 아역배우 최현진은 김철을 연기하며 원작 속 다소 잔혹하고 극렬한 철이의 성미와 사나운 눈빛을 제대로 구현해냈다. 원작 속 등장인물들 중 단연 가장 높은 싱크로율을 자랑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신인이라기엔 꽤 내공있는 연기력을 자랑하는 최현진은 사실 연기 경험이 많은 배우는 아니다. 영화 <자산어보>와 드라마 <마인>에 크지 않은 역할로 출연한 것이 전부인데, 그럼에도 이처럼 시청자들을 압도하는 연기를 보여주었다는 것에 그의 미래가 더욱 기대되는 상황. 곧 개봉 예정인 차기작도 있다. 도둑맞은 불상을 찾기 위해 나선 동자승들의 활약을 그린 영화 <액션동자>가 그것으로, 최현진은 동자승들 중 한 명으로 분해 액션 연기를 선보일 예정이다.


문성현
대표작 드라마 <안녕? 나야!> <빈센조> <갯마을 차차차> 등

<돼지의 왕>
<안녕? 나야!>

문성현은 극중 오민석이 연기한 강민의 중학생 시절을 연기했다. 강민은 학창시절 풍족한 집안에 명석한 두뇌로 선생님들에게 이쁨을 받았지만, 경민과 종석을 괴롭힌 무리의 우두머리로 실상 학교 폭력을 주동한 최대 가해자였다. 자신의 손을 직접 쓰지 않고 다른 학생들을 통해 피해자들을 때리도록 하고, 겉으로 표시가 나지 않게 폭력을 가하며 중학생이라고는 상상이 되지 않는 교활한 면모를 보였는데, 문성현은 그 특성을 정확히 캐치해 연기해내며 시청자들을 과몰입시켰다. 그는 지난해 드라마 <안녕? 나야!> 속 천재적인 두뇌를 가진 수재를 연기하며 데뷔했다. 이후 드라마 <빈센조> <갯마을 차차차> <한 사람만> <돼지의 왕>까지 한 시도 쉬지 않고 연달아 작품 활동을 하며 안방극장의 신예로 떠오르고 있다. 


김현빈
대표작 영화 <숨바꼭질>, 드라마 <육룡이 나르샤> <시그널> <도깨비> <킹덤> 등

<돼지의 왕>
<도깨비>

아역배우 김현빈이 연기한 김종빈은 주인공들보다 한 학년이 높은 3학년의 일진이자 학생회장이다. 강민이 같은 학년 내 최고 권력자로 군림하고 있다면, 김종빈은 학교 내에서 가장 높은 위치와 권력을 쥐고 있는 인물이다. 학생들 앞에 나서서는 신사적인 척 하지만 사실은 뒤에서 후배들을 세워놓고 괴롭히며 그들로 하여금 학교 폭력을 조장하는 최대 빌런. 드라마 좀 본 이들이라면 김현빈의 얼굴이 낯설지 않을 것이다. 2013년 영화 <숨바꼭질>로 데뷔한 그는 스크린에서보다 브라운관에서 더 크게 활약했는데, 드라마 <시그널>에서 박해영(이제훈)의 어린시절, <도깨비>에서 유덕화(육성재)의 학창시절, <하백의 신부 2017>에서 하백(남주혁)의 어린시절을 연기하는 등 쟁쟁한 배우들의 아역을 도맡아왔다. 또 넷플릭스 시리즈 <킹덤>에서는 좀비에게 최초로 희생당한 단이를 연기하며 국내외 시청자들에게 눈도장을 찍기도 했다.


강지석
대표작 영화 <언프레임드>, 드라마 <슬기로운 감빵생활> <동백꽃 필 무렵> <런 온> 등

<돼지의 왕>
(왼쪽부터) <슬기로운 감빵생활>, <언프레임드>

강지석은 극중 경민, 종석, 철이와 같은 반 친구였던 박찬영의 어린시절을 연기했다. 찬영은 같은 반에서 소위 잘 나가는 친구에게 붙어 이중적인 모습을 보이는 인물로, 원작 애니메이션 속 모습보다 크게 늘어난 비중을 자랑한다. 극 중반까지는 크게 두드러지는 모습이 없었으나, 후반즈음 이야기의 중심으로 들어오며 과거 회상 장면도 늘어나 강지석이 연기하는 찬영의 어린 시절 모습을 많이 볼 수 있었다. 강지석은 2018년 드라마 <슬기로운 감빵생활>에서 박해수가 연기한 재혁의 어린시절을 연기하며 데뷔했다. 이후 같은 해 단편영화 <서정의 세계>로 대단한단편영화제에서 대단한 배우상을 수상한 실력파 아역배우다. 이후 <동백꽃 필 무렵> <오 마이 베이비> <런 온> 까지 다수의 드라마에 연이어 출연했고, 영화 <언프레임드> 중 배우 박정민이 연출한 단편영화 <반장선거>에서 반장후보로 출마한 유장원을 연기하며 또 한번 잠재력 충만한 배우임을 입증해냈다. 


나우무비 에디터 박지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