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해방일지

<나의 아저씨>를 집필한 박해영 작가의 드라마 <나의 해방일지>가 인기다. 기존의 한국 드라마에선 만나볼 수 없었던 <나의 해방일지>만의 특색있는 대사들과 캐릭터 설정은 오랜만에 시청자를 들뜨게 하고 있다. 배우들 역시 빼놓을 수 없다. <나의 해방일지>를 통해 본격적인 인기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는 손석구부터 김지원, 이엘, 이민기까지. 다소 느슨하게 느껴질 수 있는 서사 속에서도 대사의 말맛을 제대로 구현해낸 배우들은 <나의 해방일지>를 빈틈없이 채운다. 특히 본인이 가장 잘하는 연기로 돌아온 이민기의 활약이 눈에 띈다. 때론 비굴하게, 때론 짜증스럽게. 매사 본인만의 방식으로 현실을 살아가는 염창희(이민기)는 <나의 해방일지>의 쉼표로 남았다. 염창희를 만나 또 하나의 '인생캐'를 갱신한 배우 이민기의 필모그래피를 굵직하게 돌아본다. 

나의 해방일지

연출 김석윤

출연 이민기, 김지원, 손석구, 이엘, 이기우

방송 2022, 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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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자의 봄(2007)
강태봉 

달자의 봄

<굳세어라 금순아>(2005) <레인보우 로망스>(2005) <진짜 진짜 좋아해>(2006)를 거치며 서서히 대중에게 본인을 각인시키기 시작한 이민기는 <달자의 봄>(2007)을 만나며 배우로서 하나의 정체성을 확립하기 시작했다. 30대 여성의 이야기를 그린 <달자의 봄>은 당시 여성들의 욕망을 솔직하고도 유쾌하게 펼쳐냈다는 평과 함께 평단과 대중 모두에게 호평을 받았고, 덕분에 이민기는 라이징 스타라는 수식어를 달게 됐다. 특히 이민기는 33살의 오달자(채림)와 계약 연애를 하게 되는 연하남 강태봉을 연기하며 당시 '국민 연하남' 열풍을 일으켰는데. 비슷한 시기 개봉한 영화 <바람 피기 좋은 날>(2007)에서도 김혜수의 불륜 상대인 대학생 캐릭터를 연기하며 연하남 이미지가 더욱 강해졌다. 자연스레 신인 이민기에겐 철이 없거나, 귀엽거나 혹은 어리숙한 캐릭터들이 자주 찾아왔다. 지금도 많은 이들이 연하남 이미지와 함께 그를 겹쳐 떠올리는 이유다. 

달자의 봄

연출 이재상

출연 채림, 이민기, 이현우, 이혜영, 공형진, 이경진, 김영옥, 길용우, 권기선

방송 2007, KBS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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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 피기 좋은 날

감독 장문일

출연 김혜수, 윤진서, 이종혁, 이민기

개봉 2007.0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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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운대(2009)
최형식 役

해운대

이민기의 필모그래피를 두고 이런 말이 있다. 조용히 탄탄한. 천만 영화를 몇 편이나 가지고 있는 배우는 아니지만, 그의 이름이 새겨져 있는 작품 대부분이 대중들의 기억 속에 살아 있을 만큼 의외로 흥행작 여러 편을 보유하고 있다는 의미다. 그만큼 한동안 이민기는 작품 운도, 작품 보는 눈도 좋은 편에 속했다. 그중에서도 영화 <해운대>는 처음으로 그에게 천만 배우 타이틀을 달아 준 작품이다. 윤제균 감독의 <해운대>에서 이민기는 인명구조대원 형식을 연기하며 큰 주목을 받았다. 항간에선 영화 <해운대>의 최대 수혜자라는 말까지 생겨났을 정도로 이민기는 쟁쟁한 배우들 사이에서도 눈에 띄는 활약을 펼쳤다. 특히 관객들을 눈물짓게 하기 충분한 연기력을 뽐낸 이민기는 <해운대>를 통해 연기 호평까지 끌어내며 대중들의 사랑과 인정을 동시에 받기 시작한다. 

해운대

감독 윤제균

출연 설경구, 하지원, 박중훈, 엄정화

개봉 2009.0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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퀵(2011)
한기수 役

영화 <해운대>(2009)와 <10억>(2009)을 거치며 이민기는 어느덧 작품의 한 가운데 서는 배우가 됐다. <퀵>은 그런 의미에서 이민기의 출연작을 가로질러 중요한 위치에 서 있는 작품이다. 제작 당시부터 <퀵>은 100억 원의 제작비가 투입된 블록버스터로 화제를 모았다. 특히 제작을 맡은 윤제균 감독을 필두로 강예원, 이민기, 김인권이 뭉쳐 <해운대>의 영광을 재현하려 한 작품인 만큼 부담과 압박이 만만치 않은 작품이었다. 결과적으로 <퀵>은 이민기에게 값진 성장을 하게 한 작품으로 남았다. 작품의 완성도적인 측면에선 아쉬운 부분도 많았지만, 이민기는 <퀵>을 통해 액션과 코미디 모두에 능한 배우라는 사실을 보여줬다. 폭탄이 장착된 헬멧을 쓴 강예원을 오토바이 뒤에 태우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이민기의 롤러코스터급 감정 변화는 관객들을 웃게 하는데 성공했으니. 이민기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은 셈이나 다름없다. 이후 이민기는 같은 해 개봉한 영화 <오싹한 연애>(2011)의 흥행까지 이끌며 한해 300만 관객을 돌파한 영화를 두 편이나 선보이는 데 성공했다. 

감독 조범구

출연 이민기, 강예원, 김인권, 고창석

개봉 2011.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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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의 온도(2013)
이동희 役

연애의 온도

연애와 이별을 이야기하는 영화를 다룰 때면 꼭 언급되는 영화들이 몇 편있다. <이터널 션샤인>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500일의 썸머> 등이 리스트의 단골 손님이고, 한국 영화 중에선 <연애의 온도>가 빠지지 않는다. <연애의 온도>는 이민기의 또 다른 얼굴을 확인할 수 있는 작품이다. <연애의 온도> 이전 이민기가 출연한 대부분의 영화들은 그에게 말 그대로 극적인 감정을 요구했다. <해운대>부터 <10억> <퀵> <오싹한 연애>에 이르기까지. 현실에 맞닿아 있는 이야기가 아니었기에 이민기 역시 과장된 연기를 주로 해왔다. 배우 본인도 변화가 필요했던 걸까. 이민기는 그동안 본인이 출연한 영화들 중 가장 현실적인 이야기를 하고 있는 <연애의 온도>를 선택해 관객들을 찾았다. 그리고 여전히 많은 이들이 <연애의 온도>를 이민기 필모그래피 베스트로 꼽을 만큼, 이민기는 이 작품을 통해 섬세한 감정 연기에도 능한 배우라는 사실을 증명하는 데 성공했다. 말로는 다 표현할 수 없는 애증의 감정을 완벽하게 녹여낸 이민기의 현실적인 연기가 유난히도 돋보이는 작품이다.  

연애의 온도

감독 노덕

출연 이민기, 김민희

개봉 2013.0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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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스터(2014)
태수 役

몬스터

<연애의 온도> 이후 이민기는 장르의 변화에 대한 갈증이 있었다고 한다. 변화를 필요로 했고, 배우라면 누구나 그렇듯 장르물에 출연하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다. 때마침 이민기 앞엔 영화 <몬스터>가 있었다. <몬스터>는 피도 눈물도 없는 살인마 태수(이민기)와 그에게 동생을 잃은 복순(김고은)의 추격을 그린 작품이다. 이민기는 <몬스터>를 통해 생애 처음 살인마 역할을 맡게 됐다. 당시 <몬스터>에 이민기가 캐스팅됐다는 소식에 의외라는 반응들이 쏟아졌을 만큼 이민기와 태수의 만남은 많은 이들에게 어색하게 받아들여졌다. 반복적인 것을 피하고 싶어서 새로운 것, 낯선 장르에 도전하게 됐다는 이민기는, 처음 입는 옷에 자신을 맞추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 특히 캐릭터의 날카로운 인상과 예민한 성격을 표현하기 위해 극한의 다이어트를 선택한 이민기는, 무려 17kg이나 감량하며 캐릭터 그 자체가 되기 위해 애썼다. 결과적으로 <몬스터>는 흥행엔 실패했지만, 이민기의 노력은 헛되지 않았다. 이민기의 또 다른 얼굴만은 선명히 남은 <몬스터>는 배우로서 그가 가진 가능성을 한 번 더 확인할 수 있는 작품으로 기억된다. 

몬스터

감독 황인호

출연 이민기, 김고은, 김뢰하

개봉 2014.0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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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생은 처음이라(2017)
남세희 役

이번 생은 처음이라

<몬스터>(2014) <황제를 위하여>(2014) <내 심장을 쏴라>(2015)까지. 한동안 이민기는 작품성 측면에서 아쉬움을 남긴 작품들을 연달아 선보이게 됐다. 스스로 변화를 위해 선택한 작품들이었던 만큼 배우 본인 역시 스트레스가 컸을 법도 한데, <이번 생은 처음이라>를 만나며 이민기는 그동안의 아쉬움을 훌훌 털 수 있었다. 군 복무로 인한 공백기를 가지며 3년 만에 대중 앞에 선 이민기는 <이번 생은 처음이라>에서 남세희를 연기했다. 원칙주의자이자 집과 고양이밖에 모르는 인물로, 지호(정소민)를 만나며 연애관도 인생관도 달라지는 캐릭터다. 건조하게 계산기를 두드리던 얼굴이 지호를 만나 따뜻한 생기가 돌기까지. 표현하기 까다로웠던 세희의 변화를 분명하게 그려내는 데 성공한 이민기는 다시 한번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게 된다. 

이번 생은 처음이라

연출 박준화

출연 이민기, 정소민, 이솜, 김가은, 박병은, 김민석, 김병옥, 김선영, 김응수, 문희경, 황석정, 노종현

방송 2017, 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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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우무비 에디터 파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