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트 노이즈>

<더 마이어로위츠 스토리스>, <결혼 이야기>로 넷플릭스를 통해 작품을 선보였던 노아 바움백 감독이 다시 한번 넷플릭스와 손을 잡았다. 영화 <화이트 노이즈>는 탱크차가 탈선하면서 마을이 유독 물질에 노출되고, 패닉에 빠진 한 가족의 이야기를 그렸다. 데뷔 이래 연출작의 각본을 모두 직접 집필한 노아 바움백이 처음으로 자신의 시나리오가 아닌 원작 소설을 각색한 도전적인 작품이다. 돈 드릴로가 1985년 집필한 동명의 원작 소설을 바탕으로 했다. 

<화이트 노이즈>

베니스 영화제의 개막작이자, 부산 국제영화제를 통해 공개돼 전세계 평단의 호평을 받은 바 있는 <화이트 노이즈>. 대다수의 연출작이 세계 유수 시상식에 노미네이트되며 차기 거장 감독으로 불리는 노아 바움백의 신작인 점에서 흥미롭지만, 그의 작품을 좋아했던 이들이라면 예고편에서부터 작품에 대한 기대감이 굳건 했을터. 노아 바움백 감독의 페르소나로 불리는 두 배우, 아담 드라이버와 그레타 거윅이 <프란시스 하>에 이어 호흡을 맞췄기 때문이다. <화이트 노이즈>를 관람하기 전, 노아 바움백 감독의 주요작들을 페르소나 배우를 중심으로 훑어보자. 


<그린버그>
<그린버그>

<그린버그> Greenberg , 2010
출연 │벤 스틸러, 그레타 거윅

벤 스틸러, 그레타 거윅, 그리고 노아 바움백 세 사람의 시작이 된 작품 <그린버그>. <오징어와 고래>로 평단의 주목을 받은 노아 바움백이 <마고 앳 더 웨딩> 에 이어 발표한 신작으로, 예민한 성격으로 인해 신경쇠약에 걸린 40대 한 남자의 이야기를 다뤘다. 정신병원에서 퇴원한 로저(벤 스틸러)는 몇 주간 집을 비우게 된 형의 집에서 지내기 위해 LA로 향한다. 그곳에서 형 가족을 돌보는 플로렌스(그레타 거윅)을 만나게 되고 사람과 관계를 형성하는데 어려움을 겪는 로저는 당연하게도 플로렌스와 갈등을 빚게 되지만, 두 사람은 점점 서로에게 묘한 감정을 느끼게 된다.

사회의 모든 것에 불평불만을 가지고 살아가는 로저이지만, 영화의 끝에 사실 세상을 가장 눈여겨 보며 애정해 온 이가 바로 로저였음을 깨닫게 되는 영화. 주로 코미디 영화에서 능청스럽고 우스꽝스러운 연기로 웃음을 줬던 벤 스틸러의 색다른 이미지를 만나볼 수 있다. 그의 곁에서 따뜻하고 단단한 마음으로 이타심과 책임감을 갖게 도와주는 플로렌스 역은 그레타 거윅이 맡았다.

그린버그

감독 노아 바움백

출연 벤 스틸러, 그레타 거윅

개봉 미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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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시스 하>
<프란시스 하>

<프란시스 하> Frances Ha , 2012
출연 │그레타 거윅, 아담 드라이버, 믹키 섬너

노아 바움백을 대표하는 뉴욕 3부작 시리즈의 첫 번째 작품. 뉴욕에서 무용수로 성공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프란시스(그레타 거윅)의 이야기를 그렸다. 누구든 성공의 꿈을 현실화 할 수 있을 것만 같은 뉴욕에서 프란시스의 일상은 반대로 점점 균열이 가기 시작한다. 함께 살았던 친구는 남자친구와의 동거를 위해 떠나고 프란시스는 여전히 대역에 머무를 뿐이다. 엉뚱하고 충동적인 프란시스는 하루아침에 파리로 떠나지만 그곳에서 조차 자신의 말에 귀를 기울여주는 이도, 시선을 제대로 맞춰주고 인정해주는 이도 없다. 사랑도 우정도 커리어도 뭐 하나 제대로 손에 잡히지 않는 프란시스의 청춘은 그렇게 색을 잃은 화면처럼 흘러간다. 

<프란시스 하>

녹록치 않은 뉴욕 청춘들의 현실을 건조한 흑백 필름을 통해 그려낸 노아 바움백 감독은 <그린버그>를 통해 호흡을 맞췄던 그레타 거윅을 캐스팅해 지금 뉴욕의 청춘을 대표하는 배우로 만들었다. 그레타 거윅은 이 작품을 통해 골든글로브 뮤지컬 코미디 부문 여우주연상 후보에 노미네이트되며 본격적으로 주목 받기 시작했다. 뿐만아니라 영화의 각본에 참여해 공동 집필자로 이름을 올리기도. 그의 또 다른 페르소나, 아담 드라이버 또한 <프란시스 하>를 통해 노아 바움백의 작품에 처음 등장하기 시작했다. 아담 드라이버는 자유로운 삶을 추구하는 아티스트이자 프란시스와 함께 공동생활을 하게 된 뉴요커 '레브' 역으로 출연했다. 

프란시스 하

감독 노아 바움백

출연 그레타 거윅, 믹키 섬너, 그레이스 검머, 아담 드라이버, 마이클 제겐

개봉 2014.07.17. / 2020.09.24. 재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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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아영>
<위아영>

<위아영> While We're Young , 2014
출연 │벤 스틸러, 아담 드라이버, 나오미 왓츠, 아만다 사이프리드

저명한 다큐멘터리 감독 조쉬(벤 스틸러)는 10년 째 다큐를 완성하기 위해 노력하지만, 이전만 못한 명성으로 고전하고 있다. 조쉬 부부는 친구 부부와 사이가 소원해지며 따분한 일상을 보내던 중, 20대 젊은 커플인 제이미(아담 드라이버)와 다비(아만다 사이프리드)를 만나게 되고 그들의 활력과 삶에 매료되고 만다. 40대인 조쉬와 코넬리아(나오미 왓츠)는 제이미-다비와 동행하면서 하루하루 20대로 돌아간듯한 젊은 기분을 만끽하며 충만함을 누리지만 곧 그들의 삶이 자신들에겐 맞지 않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뉴욕 3부작 중 두 번째 시리즈 <위아영> 또한 청춘을 원동력 삼아 나아가는 이야기다. 그러나 무모함을 곁들인 20대의 청춘 이야기가 아니다. 누구나 안정기로 접어들어야 할 40대의 나이에 방황하고 불안정함을 느끼는 부부의 이야기다. 삶의 다음 스텝인 결혼을 너머 권태에 접어든 그들의 뒤늦은 방황은 자신들보다 어린 20대 커플의 허황된 삶을 투영해 포착된다. 이렇듯 <위아영>에는 여전히 나이들어감에도 '잘 사는 것'이 무엇인지 알 수 없는 이들을 위한 노아 바움백의 고찰이 담겨져있다. 벤 스틸러와 아담 드라이버는 각 <그린버그>, <프란시스 하>에 이어 노아 바움백과 두 번째 호흡을 맞췄다. 그레타 거윅 역시 출연할 예정이었으나 다른 작품의 스케줄로 인해 하차하면서 아만다 사이프리드가 자리를 대신하게 됐다.  

위아영

감독 노아 바움백

출연 벤 스틸러, 나오미 왓츠, 아만다 사이프리드, 아담 드라이버, 찰스 그로딘

개봉 2015.0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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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트리스 아메리카>
<미스트리스 아메리카>

<미스트리스 아메리카> Mistress America , 2015
출연 │그레타 거윅, 롤라 커크

대학 입학과 함께 뉴욕으로 오게 된 새내기 트레이시(롤라 커크)는 낯선 환경에 친구들과 쉽게 어울리지 못한 채 하루하루 우울한 나날들을 보낸다. 그러던 중, 곧 의붓언니가 될 브룩(그레타 거윅)이 뉴욕에 있다는 것을 떠올리고, 두 사람은 뉴욕 한복판에서 만남을 갖는다. 자신과는 달리 시종일관 유쾌하고 당당한 태도로 본인의 일과 주변 지인들을 소개시켜주는 브룩에게 동경하는 마음을 갖게 된 트레이시. 그는 브룩을 주인공으로 소설을 쓰기 시작하며 브룩과 더 가까워지게 되고, 브룩의 삶이 보이는 것과 달리
허영으로 가득하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미스트리스 아메리카> 속 브룩은 <프란시스 하>의 프란시스와 많은 면에서 닮았다. 뉴욕에 발을 딛고 살아가는 두 사람은 자신의 이상향을 꿈꾸며 나름의 노력을 하지만, 이상향에 가까워지기는커녕 그들을 두르고 있는 자만심이 스스로를 갉아 먹으며 허영을 두텁게 쌓아갈 뿐이다. 하지만 그들은 종래엔 무언가를 포기하는 선택을 하더라도 그 길을 통해 나름의 자리를 찾아간다. 트레이시의 소설 속 대사처럼, 노아 바움백이 그린 청춘은 ‘로맨스와 실패를 반복하는 마지막 인류’의 몸짓이다. 세상은 변하고 브룩과 같은 이들은 갈 곳을 잃었지만 무언가 포기할지언정 계속해서 나아간다. 노아 바움백의 뉴욕 ‘청춘’ 시리즈 3부작의 마지막 편으로, 그레타 거윅은 <프란시스 하>에 이어 공동 각본 집필과 제작자, 배우로서 영화에 참여했다.

미스트리스 아메리카

감독 노아 바움백

출연 그레타 거윅, 롤라 커크

개봉 2015.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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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마이어로위츠 스토리스>
<더 마이어로위츠 스토리스>

<더 마이어로위츠 스토리스> The Meyerowitz Stories (New and Selected), 2017
출연 │벤 스틸러, 아담 샌들러, 아담 드라이버

세 작품을 통해 줄곧 청춘에 대한 탐구를 이어온 노아 바움백은 차기작 <더 마이어로위츠 스토리스>를 통해 시선을 다시 한번 개인에서 가족으로 옮긴다. <오징어와 고래>를 통해 분열을 앞둔 가족, 그중에서도 자식들의 이야기를 스크린화 한 바 있는 그는 한 발 나아가 성인이 된 자녀들의 삶을 조명한다. 영화는 3부작의 구조를 통해 저명한 조각가이자 이제는 연로한 아버지인 해롤드와 그의 세 자녀 간의 관계를 그렸다.

회고전을 준비하기 위해 재회한 해롤드(더스틴 호프만)와 세 남매. 자녀
중 회계사로 가장 번듯하게 막내 매튜(벤 스틸러)는 아버지에게 부동산과 조각품을 매각할 것을 제안하지만, 대니(애덤 샌들러)가 반대의 목소리를 낸다. 유대감이라곤 없는 세 남매와 해롤드의 관계가 밑바닥을 드러낼 때쯤, 해롤드가 뇌출혈로 병원에 입원하게 된다. 매튜와 대니, 진(엘리자베스 마블)은 어엿한 성인의 모습을 하고 있지만 유심히 들여다보면 덜 자란 유년기 아이들의 모습과도 닮았다. 아버지의 독한 성정으로 인해 제각기의 상처를 가진 세 남매는  여전히 아버지의 영향 아래서 쉽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노아 바움백이 그리는 가족의 모습은 이렇듯 평행선처럼 접점 하나 없이 이어지는 이들의 대화로 표상된다. 그러나 바닥까지 무너지더라도 이들은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다시 울타리를 단단하게 세워 올린다. 허물어지는 날이 오더라도  반복해서 고쳐지며 더 굳건해질 것임을, 노아 바움백은 따스한 시선으로 가족의 진정한 의미를 길어 올린다. <그린버그>, <위아영>에 이어 벤 스틸러가 매튜 역으로 출연했으며, 아담 드라이버가 매튜의 고객 ‘랜디’ 역으로 출연해 벤 스틸러와 짧은 호연을 펼쳤다.

더 마이어로위츠 스토리스

감독 노아 바움백

출연 벤 스틸러, 아담 샌들러

개봉 미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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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이야기>

<결혼 이야기> Marriage Story , 2019
출연 │아담 드라이버, 스칼렛 요한슨

청소년기 부모님이 이혼하셨던 노아 바움백 감독의 자전적 경험을 토대로 만든 <오징어와 고래>(2005)부터 <노아 바움백은 '가족' 특히, 이혼 가정과 어긋나있는 부모·자식들의 관계를 조명하며 가족의 이면을 현실적으로 포착해왔다. <결혼 이야기>는 그 연장 선상에 놓인 작품이다. <오징어와 고래>, <더 마이어로위츠 스토리스>가 자식들의 이야기라면 <결혼 이야기>는 본격적인 부모들의 목소리다.  

<결혼 이야기>

영화는 찰리(아담 드라이버)와 그의 아내 니콜(스칼렛 요한슨)이 편지를 읽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서로의 장점을 읊던 이들은 갑작스레 싸움을 시작하고, 곧 이들이 이혼을 앞둔 부부라는 사실이 드러난다. 얇은 끈으로 이어진듯 아슬아슬했던 찰리와 니콜은 니콜이 변호사와 함께 본격적인 이혼 소송을 준비하면서 돌이킬 수 없이 틀어지고 만다. 한 때 서로를 열렬히 사랑했던 흔적은 어디로 사라진걸까. 무심함과 이기주의가 결국 서로를 향한 칼날이 되고 마는 부부의 모습은 노아 바움백이 그려낸 가장 극단적인 가족의 풍경이다. <프란시스 하>부터 <결혼 이야기>까지, 아담 드라이버는 총 4편의 작품을 통해 노아 바움백의 작품에 출연했으며 감독은 아담 드라이버에게 "내가 배우에게 바라는 모든 것의 최고 버전을 연기했다"라고 찬사를 보냈다. 아담 드라이버와 스칼렛 요한슨의 압도적인 호연이 인상적이며, 두 배우 모두 아카데미 시상식 남우주연상·여우주연상 후보에 이름을 올릴 수 있었다. 아담 드라이버는 우울함과 폭발적인 감정 사이를 오고가는 섬세한 연기와 함께 극중 'Being Alive'를 완창하는 등 영화의 주요 장면을 빚어냈으나 <조커> 호아킨 피닉스와의 접전 끝에 수상에는 실패했다. 

결혼 이야기

감독 노아 바움백

출연 스칼릿 조핸슨, 아담 드라이버

개봉 2019.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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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플레이 객원기자 루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