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에겐 무한하고 무수한 재능이 있는 만큼, 예술적인 재능을 가진 이들 중 대다수는 한 가지 그 이상의 재능을 겸비하고 있다. 음악, 미술, 글, 연기 등 다양한 분야 중에서 연기와 미술에 타고난 배우들이 있으니. 미술을 전공해 탁월한 미적 감각을 소유한 국내 배우들을 소개한다. 


tvN <일타 스캔들>

노윤서 

최고 시청률 17%를 돌파하며 올 상반기 화제작에 등극한 tvN <일타 스캔들>에서 발굴한 신인 배우 노윤서. 극중 남행선(전도연)의 딸이자 조카인 남해이 역을 맡아 스타덤에 올랐다. 2022년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에서 혼전임신한 고등학생 방영주 역으로 데뷔해 약 1년 만에 일궈낸 성과다. 어리고 맑아 보이는 분위기와 외모로 현재까지 출연한 작품들에서 고등학생 역할을 맡아왔지만, 노윤서는 이화여대를 갓 졸업한 졸업생이라는 사실. 온라인상에서는 작품의 흥행과 더불어 노윤서가 미대생이라는 사실이 알려져 큰 화제가 됐다. 노윤서는 선화예술고 미술과를 졸업해 이화여자대학교 조형예술대학 서양화를 전공한 미술 엘리트다. 미술에 관심이 많았던 어린 시절의 영향을 받아 미술로 진로를 결정했다고. 재학 시절 과대까지 했을 정도로 학업에 충실했던 노윤서는 드라마의 종영과 함께 2023년 2월 이화여대를 졸업했다. 작업한 작품들 위주로 운영하고 있는 SNS 계정(@rys_art__)을 통해 수준급의 미술 실력을 확인할 수 있으니 궁금하시다면 한 번쯤은 방문해 보시길. 

노윤서의 이대 재학 당시 모습들
노윤서의 이대 재학 당시 모습들

tvN <판도라: 조작된 낙원>

박기웅 

현재 방영 중인 tvN 드라마 <판도라: 조작된 낙원>에서 IT 기업 대표 장도진 역으로 출연하고 있는 박기웅은 그 누구보다 바쁜 요즘을 보내고 있다. 자신의 미술 전시가 한창이기 때문이다. 연기와 미술활동을 가장 활발하게 오고 가는 배우인 박기웅은 스타이자 작품 창작자로 활동하는 ‘아트테이너(Arttainer)’다. 대진대학교 시각디자인학과를 졸업한 그는 한때 미술강사로 활동할 정도로 탁월한 그림 실력과 재능을 갖췄다. 디자인을 졸업했지만 늘 항상 회화를 그리고 싶었다는 그는 현재 회화를 위주로 작품 활동을 펼쳐 보이는 중이다. 2021년 화가로 등단한 그는 데뷔 첫해에 '한국회화의 위상전' K-아트상, '뉴시스 한류엑스포 한류문화대상' 등 4개의 상을 받으며 유망한 신예 작가로 주목받았다. 개인전에서는 그림 32점을 완판하기도 했는데, 그림 당 가격이 최고 1000만 원에 팔리기도 했다고. 이번 4월 초, 잠실 롯데월드타워 서울스카이 전망대에서 특별전 '박기웅: 48 VILLAINS'를 진행했는데 <다크 나이트> 조커,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 임모탄 조 등 유명 빌런 캐릭터들을 통해 인간 내면을 캐치하여 재해석한 그림들을 선보였다.

'박기웅: 48 VILLAINS' 작품들

tvN <환혼: 빛과 그림자>

고윤정 

넷플릭스 오리지널 <보건교사 안은영>, <스위트홈>으로 주목받은 신예 배우였던 고윤정. 최근 tvN 드라마 <환혼: 빛과 그림자>로 주연 자리에 오르며 수려한 외모와 탄탄한 연기력으로 대세 배우에 자리매김했다. 고윤정은 서울여자대학교 현대미술과 15학번으로, 대학 재학 시절 매거진 「대학내일」 표지 모델로도 활동한 바 있다. 중학생 때 예고 입시생도 했으나 예고 진학에는 실패해 서울미술고등학교에 편입, 서울여대에 실기로 진학했다고. 대학내일과의 인터뷰에서 고윤정은 미술을 하기 전엔 5살 때부터 약 10년간 발레를 해오다 우연히 미술을 접하게 되면서 미술로 전향하게 됐다고 밝혔다. 종종 자신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스케치들을 업로드하기도. 간단하게 그린 듯하지만 예사롭지 않은 그림 실력들을 확인할 수 있다.    

고윤정이 그린 그림들 출처/고윤정 인스타그램(@goyounjung)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
JTBC <재벌집 막내아들>

신현빈

실기 위주의 미술학도였던 배우들과는 달리, 미술이론을 전공 삼은 배우도 있다. <슬기로운 의사생활>, <재벌집 막내아들>의 신현빈은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영화과가 아닌 미술이론과 출신이다. 아버지의 영향으로 어릴 때부터 미술을 해왔다고. 연기는 고등학교 학창 시절 잠시 가졌던 꿈으로, 대학 졸업 후 뒤늦게 연기자로 활동을 시작한 케이스에 속한다. 대학 재학 당시 학생회장을 도맡아 했으며, 지금까지도 종종 관련된 일들을 하기도 한다고. <슬기로운 의사생활> 차기작이었던 <너를 닮은 사람>에선 중학교 기간제 미술교사 구해원 역으로 출연하기도 했다. 신현빈은 스포츠조선과의 인터뷰에서 "간혹 혼자 스트레스를 풀 겸 그림을 그리긴 했는데, 그래도 저한텐 어떻게 보면 좌절된 꿈이니 익숙하면서도 애틋한 마음도 있고 그랬다"라며 역할에 대한 소회를 밝힌 바 있다. 


JTBC <알고있지만,>

한소희

노윤서, 고윤정, 신현빈 그리고 한소희. 이쯤 되면 대세 여배우의 필요충분조건으로 미술을 전공해야 하는 건가 싶다. JTBC 드라마 <부부의 세계> 여다경 역으로 일약 스타덤에 올라 승승장구 중인 배우 한소희 역시 미술학도 중 한 명으로, 타 배우들과는 달리 대학에 진학하지는 않았다. 울산여자고등학교를 다니다 2학년 때  미술을 전공하기 위해 울산예술고등학교로 편입했다고. 그림을 전공했던 경험은 드라마 주연작 <알고있지만,>을 찍을 때 큰 도움이 됐다고 한다. 극중 조소과 학생 유나비 역으로 출연했던 한소희는 "실제로 미술을 전공했다. 나비가 들고 다니는 구상 노트에 촬영하면서 직접 그린 그림들도 나오고, 나비의 방을 보면 옛날에 그린 그림들을 볼 수 있다"라고 말했다. 연출을 맡았던 김가람 감독 역시 "드라마가 미대 배경이라 작업물이 많은데 다른 친구들은 전공자가 아니라 어색하지 않게 노력해야 했다. 하지만 한소희만 너무 잘해서 따로 배울 필요가 없었다"라며 "미술 감독님이 소희가 오면 가장 편해했다"라고 밝혔다. 

한소희가 그린 그림들
한소희가 그린 그림들

MBC <금수저>

최원영

넷플릭스 오리지널 <오징어 게임> 미술감독과 동기인 배우가 있다? 선한 얼굴에서 빌런까지 스펙트럼 넓은 탄탄한 연기력을 갖춘 배우, 최원영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미술을 전공한 큰누나의 영향을 받아 어린 시절부터 미술을 접하면서 자연스럽게 꿈을 키워왔다고. 처음엔 미대에 진학해 시각디자인을 공부했으나, 군대를 다녀온 후 자신과는 전공이 맞지 않는 거 같아 바꿨다고 한다. 그 후 상명대학교 천안캠퍼스 무대디자인학과에 진학하여 무대 미술 연출자의 꿈을 키웠다. 그때까지만 해도 배우의 길을 걷게 될 것이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고. 무대미술을 전공하다 보니 재료비가 많이 들어서 아르바이트를 병행하였는데, 보수가 셌던 CF 광고 서브 모델을 하다 우연한 계기로 배우의 길로 들어서게 된 것이다. 무대디자인학을 학사로 졸업한 그는 홍익대학교 광고홍보대학원에 진학해 석사까지 취득한 엘리트다. 연기자가 되지 않았더라면 지금쯤 채경선 미술감독과 함께 세계적인 미술감독의 반열에 올랐을지도 모르겠다.

MBC every1 <떡볶이집 그 오빠>

JTBC <바람이 분다>

감우성 

'멜로 장인' 감우성은 미대를 졸업한 스타의 원조격이다. 명문 예술고등학교인 선화예술고등학교 미술과를 졸업해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동양화를 전공한 그는 정통파 미술학도로 통한다. 스포츠조선과의 인터뷰에서 "내 연기 밑천의 99%는 미술"이라고 언급했을 정도로 미술에 대한 애정도 남다르다고. 한때 와인을 도구 삼아 한지에 그림을 그린 견문록을 발간하는 등 자신의 재능을 틈틈이 드러내왔다. 실제로 미적 감각이 뛰어나 영화 <알포인트>, <왕의 남자>를 촬영하며 미술팀에 아이디어를 내거나 현장에서 도움을 주며 함께 작업하기도 했다고 한다. 

감우성이 그린 작품들

박신양

한동안 작품 활동 소식이 없던 박신양이 2021년 놀라운 근황을 전해 화제가 된 바 있다. 그가 업로드한 단 한 장의 사진 때문이었다. 사진엔 수험표가 있었는데, 그 주인공은 박신양의 자녀가 아닌 바로 본인이었던 것. '2022년 국립안동대학교 일반대학원 전기 1차 모집'이라고 적힌 수험표에는 박신양의 이름과 함께 미술학과 서양화 전공 석사과정이라고 기입되어 있었다. 그는 석사과정에 합격해 54세의 나이로 안동대학교 새내기가 되며 인생 제2막을 열게 됐다. 종종 자신의 SNS에 작품 사진을 올리며 근황을 전하기도. 그는 한 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미술을 하게 된 계기로 "러시아에서 유학하던 시절 어느 작은 미술관에서 니콜라이 레릭의 작품을 봤다"라며 "삶을 온전히 담고 있는 작품들을 보며 묵직한 감동을 느꼈고, 감동이 수십 년간 지속되는 신기한 경험을 했다. 그 감동으로 인해 붓을 쥐게 됐다"라고 전했다. 표현주의를 지향한다는 박신양은 초기 당나귀를 그리며 자신의 작품 세계를 펼쳐 보였다. 2022년 '스타트아트페어 서울 2022' 전시 출품 이후 최근 비주얼 아트展 ' 미러엑스(MIRROR-X)'에 참가하기도 했다. 미러엑스에선 자신의 판화 작품을 최초로 판매하기도 했다. 

박신양의 수험표 출처 / 박신양 인스타그램(@park_shinyang)
박신양이 그린 작품들 출처 / 박신양 인스타그램(@park_shinyang)

씨네플레이 객원기자 루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