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펜하이머
감독 크리스토퍼 놀란
출연 킬리언 머피, 에밀리 블런트, 맷 데이먼

이은선 영화 저널리스트
한 사람의 눈에 담긴 우주를 보았다
★★★★☆
한 사람의 시간이 분열하며 연결되는 사람들과 자가 증폭하는 사건들이 시대의 이데올로기를 만나 거대한 폭발을 일으키는 과정. 가장 높은 곳을 향해 가는 무기의 서사와 가장 낮은 곳으로 추락한 인물의 서사를 동시 진행시키며 발행하는 낙차는 광활한 충격이다. 두 개의 청문회를 활용한 구조, 가장 강렬한 순간에 영광의 나팔소리가 아닌 죽음의 그림자를 펼쳐 보이는 이 야심의 드라마는 치열하지만 일견 우아한 오페라의 연주처럼 느껴지는 지점마저 있다. 물리학만큼이나 방대하고 복잡한 이야기들이 수렴하는 곳에는 무수한 이념과 논리와 관계와 시간 속에 놓였던 연약한 개인의 초상이 있다. 내가 만든 것이 진정 무엇인지 바라보는 과학자의 눈. 그 안에 담긴 폭풍의 소용돌이가 이 영화가 지향한 스펙터클의 정체다. 

이지혜 영화 저널리스트
장기를 빼고도 여전한 대가의 솜씨
★★★★
영화는 물리학자 오펜하이머(킬리언 머피) 원자폭탄 개발에 몰두하던 시기를 중심으로 그의 딜레마를 그렸다. 여기에 그동안 보아왔던 놀란 감독의 장기인 스펙터클은 없다. 그러나 새로운 단계로 나아가고픈 학자의 야심과 대량살상무기를 만들어낸 죄책감이 일으키는 파장은  인간을 분열시킬 정도로 강력하다. 영화는 세상 너머를 보던 오펜하이머의 통찰과 고뇌를 시각화하는 데 성공한다.  

정시우 영화 저널리스트 
가장 빛난 순간 찾아온 가장 깊은 어둠
★★★★☆
화려한 액션이나 재난 묘사는 이 영화에 없다. 대신, 다른 재질의 굉장한 스펙터클이 기다린다. 크리스토퍼 놀란은 감정의 연쇄반응을 일으키며 끝없이 자기 분열하는 오펜하이머(킬리언 머피)의 내면을 따라가며, 밀도 높고 장엄하며 논쟁적인 동시에 정치적인 이야기를 긴장감 있게 펼쳐낸다. 판도라의 상자를 열어버린, 스스로를 파괴할 운명 속으로 뛰어든 지구인들 이야기는 그 자체로 실질적인 공포와 스릴을 안기기도. 공기처럼 흐르는 루드비히 고란손의 음악이 시공간을 옥죄는 가운데, 배우들의 뛰어난 연기가 이어진다. 역시나 압권은 킬리언 머피. 아이맥스 카메라가 킬리언 머피의 얼굴을 클로즈업할 때마다, 오펜하이머가 느꼈을 죄책감과 그에 파생돼 나온 감정들이 스크린에 전이된다. 한 인간의 얼굴이 어쩜 이리도 스펙터클한가.

정유미 영화 저널리스트
크리스토퍼 놀란이기에 가능한 성과
★★★★
다양한 장르에 도전해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은 원자 폭탄의 아버지 로버트 오펜하이머의 일생을 다룬 전기 영화를 그만의 스타일로 완성했다. 오랜 작업 파트너 호이트  호이테마의 촬영과 루드비히 고란손의 음악, 배우 군단을 방불케 하는 출연진의 연기가 격렬한 반응을 일으키며 감상의 밀도를 끌어올린다. 영화를 진두지휘하는 놀란 감독과 맨해튼 프로젝트 성공시킨 실존 인물 오펜하이머,  천재의 능력을 러닝타임 동안 체감할  있을 것이다. 전기 영화이면서 정치 역사극, 법정극을 아우르는 독보적인 블록버스터.

오펜하이머

감독 크리스토퍼 놀란

출연 킬리언 머피, 에밀리 블런트, 맷 데이먼,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플로렌스 퓨, 조쉬 하트넷, 케이시 애플렉, 라미 말렉, 케네스 브래너

개봉 2023.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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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짝지근해: 7510
감독 이한
출연 유해진, 김희선

정시우 영화 저널리스트 
달짝지근보다는, 단짠단짠 가까운
★★☆
외피는 순박한 코미디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무해하지만은 않다. 나쁜 인물은 없지만, 마음에 걸리는 무리한 캐릭터 설정과 대사들은 있다. 두 주인공이 서로에게 마음을 여는 과정에서의 개연성이 허약한 탓에 제목만큼 달짝지근하지도 않다. 확실한 미덕이라면 유해진. 이 모든 약점을 필터처럼 걸러내는 리액션과 감정 연기를 보여준다. 오랜만에 멜로로 돌아온 김희선도 반갑다.

달짝지근해: 7510

감독 이한

출연 유해진, 김희선, 차인표, 진선규, 한선화, 정다은

개봉 2023.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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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옥만세
감독 임오정
출연 오우리, 방효린

김형석 영화 저널리스트
복수 원정대
★★★★
자살하고 싶을 정도로 자신들의 삶을 망쳐 놓은 일진 박채린(정이주)에게, 어차피 죽을 거 찾아가서 해코지라도 제대로 하자고 마음먹은 쏭남 송나미(오우리) 황구라 황선우(방효린). 드디어 찾긴 했지만 그 악녀가 잘못을 빈다. 임오정 감독의 <지옥만세>는 학폭 이슈에서 시작해 광신도 집단으로 확장되는, 자살 충동과 복수 의지가 뒤엉킨 카오스 같은 드라마다. 이 와중에 인간의 취약한 심리는 적나라하게 드러나는데, 영화는 이 급박한 상황에도 유머를 잃지 않는다. 매력적인 영화. 배우들의 앙상블이 좋다.

이은선 영화 저널리스트
지옥을 버티고 선 맹렬한 오늘에 만세를
★★★☆
지옥을 버티며 “시멘트 굳기 전에 낙서라도 찌그리겠다”라는 태도는, 바꿔 보면 생을 향한 세찬 열망이기도 하다. 바깥의 구원이 아닌 자기 안의 폐허를 직시하고 복원하려는 이들의 기세에 만세를 외치는 영화. 모험의 활력으로 달려가는 외피 안에서, 같은 집단으로 묶이더라도 구체적 입장이 다른 이들의 사연을 하나씩 들추는 디테일을 더한 방식이 세밀하다. 아직은 낯선 이름과 얼굴일지라도 반드시 기억하고 싶게 만드는 배우들의 맹렬한 활약이 돋보이는 대목도 여럿이다. 에너지와 신선함, 독립영화에 기대하는 것들에 있어 충분한 만족감을 채워주는 작품.

정유미 영화 저널리스트
지옥이지만 괜찮아
★★★
집단 괴롭힘과 따돌림에 시달리던  소녀를 피해자로만 그리지 않는다. 지옥 같은 삶을 끝내려던 주인공들의 계획은 복수로 변경되고, 가해자를 만나면서 예기치 못한 모험이 펼쳐진다. 정형화되지 않으려는 연출자의 자유로운 태도가 영화 전반에 활기를 불어넣는다. 캐릭터를 가두거나 장르에 얽매이지 않고, 학교 폭력과 사이비 종교라는 뿌리 깊은 사회 문제를 연결해 복수, 믿음, 구원의 서사를 성장 영화 안으로 끌어온다. 감독의 역량과 개성이 자연스레 드러나는 작품일 수밖에 없다. 캐릭터를 애정하게 만드는 오우리, 방효린의 연기에도 만세를 외치고 싶다. 

지옥만세

감독 임오정

출연 오우리, 방효린, 정이주, 박성훈

개봉 2023.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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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순간
감독 이상준
출연 옥자연, 우지현, 이상일

김형석 영화 저널리스트
가족, 사진
★★★
가족의 상처를 지닌 두 남녀가 사진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가까워지는 이야기. 서사보다는 이미지, 캐릭터보다는 피사체, 만들어진 미장센보다는 롱 숏의 풍경이 중심이다. 여백이 많은 영화인데, 그 틈을 옥자연과 우지현, 두 배우가 차곡차곡 채운다.

정유미 영화 저널리스트
순간을 기억하는 방식 
★★★ 
 남녀가 만나 사랑에 빠지는 로맨스 영화에서 더 나아가 사진을 공감의 매개체로 적극 활용한다. 사진작가와 우연히 그의 피사체가  여성은 사진을 통해 서로를 이해하고 아픔을 들여다본다. 사진과 기억의 관계를 고찰하는 대사들이 삶과 사랑을 애정하고 응시하게 만든다. 우지현과 옥자연은 인물들의 내면을 자유롭고 사색적인 연기로 채운다중견 사진작가 이상일이 주인공의 아버지로 출연해 사진에 관한 진솔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대목도 인상적이다.  

너의 순간

감독 이상준

출연 옥자연, 우지현, 이상일, 정이헌, 차희

개봉 2023.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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